[지구촌 IN] 멕시코, 범죄 조직 맞서 여성 자경단 등장

입력 2021.01.25 (10:54) 수정 2021.01.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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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멕시코의 중부 시골 마을 여성들이 마약 조직의 강력 범죄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주민들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범죄조직 소탕엔 소극적이면서 오히려 이 여성들을 또 다른 범죄 조직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얼굴을 가린 채 기관총을 든 여성들이 마을 주변을 순찰합니다.

모래 포대를 쌓아 검문소도 만들고 마을 입구로 다가오는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는데요.

멕시코 중부 미초아칸주의 작은 시골 마을 엘테레로의 자경단입니다.

임신부와 어린아이를 안은 어머니까지 단원 40여 명은 모두 여성들로만 이뤄져 있는데요.

[멕시코 여성 자경단원 : "제 경우는, 14살짜리 딸이 사라졌고 아들도 사라져 자경단에 합류했습니다. 누가 데려갔을까요? 할리스코 카르텔(범죄조직) 입니다."]

할리스코 카르텔은 멕시코에서 가장 악명 높은 마약 밀매 조직입니다.

미초아칸주는 멕시코에서도 범죄가 빈번한 곳으로 이 조직이 장악한 지역인데요,

무기를 들 수 있는 남성들은 대부분 마약 조직에 끌려갔고 가입을 거절하거나 심기를 거스르면 무참히 살해됐습니다.

[에우프레시나 블랑코 나바/자경단원 : "주 방위군처럼 보이는 자들이 트럭 4대를 타고 와서 라임밭을 에워싸더니 청년 2명을 데려갔다고 동료가 말했습니다."]

마을 자경단원 상당수는 마약 조직에 의해 가족을 잃었는데요,

정작 주민들을 보호해야 할 지역 경찰과 관료들은 뇌물에 매수되고 살해 협박을 받아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결국 여성들이 남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경단원 : "엄마니까요. 남은 가족을 보호할 겁니다. 목숨을 걸고 아이들을 지킬 겁니다."]

멕시코는 마약밀매 조직이 저지르는 강력 범죄가 심각하기로 유명한데요, 2006년 이후 30만 명이 이상 마약 조직의 범죄에 희생됐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지난해 일어난 살인 사건의 절반 이상도 마약 조직의 활동이나 영역 다툼이 활발한 미초아칸주 등 6개 주에 집중됐습니다.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 속에 멕시코 주민들이 직접 무장 자경단을 조직하는 사례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 멕시코 정부는 자경단에 대해 오히려 범죄 조직이나 다름없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무기를 소지하고, 마약 조직원들에게 폭력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다른 범죄 조직과의 연관 가능성까지 의심하고 있는데요.

자경단은 정부가 마약 조직을 소탕해 준다면 자신들이 활동할 이유가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데이비드 바라간/자경단원 : "우리는 총도 없이 목숨을 위협받으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정부가 더 움직여 주길, 책임져 주길 바랍니다."]

멕시코 정부는 최근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증가하던 살인 건수가 지난해 줄어들었다며 자화자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멕시코에선 마약 조직에 납치돼 살해된 딸의 복수를 한 뒤 자신도 목숨을 잃은 여성 이야기가 화제가 됐는데요,

이 여성의 사연이야말로 오늘날 멕시코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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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멕시코, 범죄 조직 맞서 여성 자경단 등장
    • 입력 2021-01-25 10:54:35
    • 수정2021-01-25 11:00:40
    지구촌뉴스
[앵커]

멕시코의 중부 시골 마을 여성들이 마약 조직의 강력 범죄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주민들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범죄조직 소탕엔 소극적이면서 오히려 이 여성들을 또 다른 범죄 조직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얼굴을 가린 채 기관총을 든 여성들이 마을 주변을 순찰합니다.

모래 포대를 쌓아 검문소도 만들고 마을 입구로 다가오는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는데요.

멕시코 중부 미초아칸주의 작은 시골 마을 엘테레로의 자경단입니다.

임신부와 어린아이를 안은 어머니까지 단원 40여 명은 모두 여성들로만 이뤄져 있는데요.

[멕시코 여성 자경단원 : "제 경우는, 14살짜리 딸이 사라졌고 아들도 사라져 자경단에 합류했습니다. 누가 데려갔을까요? 할리스코 카르텔(범죄조직) 입니다."]

할리스코 카르텔은 멕시코에서 가장 악명 높은 마약 밀매 조직입니다.

미초아칸주는 멕시코에서도 범죄가 빈번한 곳으로 이 조직이 장악한 지역인데요,

무기를 들 수 있는 남성들은 대부분 마약 조직에 끌려갔고 가입을 거절하거나 심기를 거스르면 무참히 살해됐습니다.

[에우프레시나 블랑코 나바/자경단원 : "주 방위군처럼 보이는 자들이 트럭 4대를 타고 와서 라임밭을 에워싸더니 청년 2명을 데려갔다고 동료가 말했습니다."]

마을 자경단원 상당수는 마약 조직에 의해 가족을 잃었는데요,

정작 주민들을 보호해야 할 지역 경찰과 관료들은 뇌물에 매수되고 살해 협박을 받아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결국 여성들이 남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경단원 : "엄마니까요. 남은 가족을 보호할 겁니다. 목숨을 걸고 아이들을 지킬 겁니다."]

멕시코는 마약밀매 조직이 저지르는 강력 범죄가 심각하기로 유명한데요, 2006년 이후 30만 명이 이상 마약 조직의 범죄에 희생됐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지난해 일어난 살인 사건의 절반 이상도 마약 조직의 활동이나 영역 다툼이 활발한 미초아칸주 등 6개 주에 집중됐습니다.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 속에 멕시코 주민들이 직접 무장 자경단을 조직하는 사례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 멕시코 정부는 자경단에 대해 오히려 범죄 조직이나 다름없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무기를 소지하고, 마약 조직원들에게 폭력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다른 범죄 조직과의 연관 가능성까지 의심하고 있는데요.

자경단은 정부가 마약 조직을 소탕해 준다면 자신들이 활동할 이유가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데이비드 바라간/자경단원 : "우리는 총도 없이 목숨을 위협받으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정부가 더 움직여 주길, 책임져 주길 바랍니다."]

멕시코 정부는 최근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증가하던 살인 건수가 지난해 줄어들었다며 자화자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멕시코에선 마약 조직에 납치돼 살해된 딸의 복수를 한 뒤 자신도 목숨을 잃은 여성 이야기가 화제가 됐는데요,

이 여성의 사연이야말로 오늘날 멕시코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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