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성추행’ 정의당 전 대표, ‘고소’없어 당내 징계로 끝나나?
입력 2021.01.25 (14:45)
수정 2021.01.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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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오늘(25일) 사퇴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저녁 식사 후 차량을 대기하던 중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대표는 "저의 가해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항의를 하였고 저는 이후 사과를 했으나, 공당의 대표로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의당이 공식적으로 징계를 청구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장 의원은 이와 관련된 입장문에서 "가해자(김 전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조금 달랐다"면서 " 가해자는 저에게 피해를 입히는 과정에서 저를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지만, 제가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나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며 저를 인간으로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젠더인권본부를 맡은 배복주 당 부대표는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은 고심 끝에 1월 18일 젠더인권본부장인 저에게 해당 사건을 알렸고, 그 이후 수차례에 걸친 피해자-가해자와의 면담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건은 정의당의 당헌 당규에 따라 징계절차가 진행됩니다. 정의당 당규 제13호는 성차별,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을 방지하고 이를 범했을 경우 처리할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는 교육프로그램 이수와 접근금지, 피해복구비용 지급과 당내 징계 등을 받게 되는데요. 단, 형사적 책임에 대한 방침은 명시돼있지 않습니다.
정의당 차원에서도 김 전 대표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물을 것인 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요.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피해자가 원치 않기 때문에 (김 대표에 대한) 형사 고소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고, 가해자가 혐의를 시인하고 내부 징계를 받겠다는 상황.
김 전 대표의 성추행에 대한 조치는 당내 징계로만 끝나는 걸까요? 성추행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수사는 어떻게 될지 따져봤습니다.
■성추행, 피해자 고소 없어도 수사 가능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은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수사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우려해 신고를 주저하거나, 협박 등에 따라 억지로 가해자와 합의하는 등의 사례가 이어지자 법이 개정된 것인데요.
2013년 6월 19일부터 개정된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친고죄' 조항이 삭제됐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성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고소가 없거나,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나타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3자가 고발을 할 수도 있고,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해 수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관련 사례도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 멤버가 지난 2017년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가,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경찰은 고소가 취하됐음에도 수사를 지속해 해당 연예인을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습니다. 이후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려 사건은 종결됐습니다.
성폭력처벌 특례법를 보면,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는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피해자 고소 없어도 "피해자의 수사 협조" 필요
결국, 김종철 전 대표도 수사기관의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성범죄 사건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성추행은 친고죄가 아니라 수사 대상이 맞는다"면서 "수사기관이 인지해서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형법상 피고인의 자백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릴 수는 없으므로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기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수사 협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사 기관이 현장에서 폐쇄회로TV 등의 물증이나 목격자의 진술 등 증거를 확보하더라도 성추행 사건을 재판에 넘기고 공소를 유지하는 데에는 피해자의 진술 등 협조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도 "피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저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 가해가 참으로 두렵다”면서도 "만일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피해 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장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끝까지 (성폭력 피해자)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 어떤 폭력 앞에서도 목소리 내며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겠다. 집요하게 이어져 온 성폭력의 굴레를 기어이 끊어내고 다음 사람은 이보다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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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1-25 14:45:23
- 수정2021-01-25 14:46:20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오늘(25일) 사퇴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저녁 식사 후 차량을 대기하던 중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대표는 "저의 가해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항의를 하였고 저는 이후 사과를 했으나, 공당의 대표로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의당이 공식적으로 징계를 청구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장 의원은 이와 관련된 입장문에서 "가해자(김 전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조금 달랐다"면서 " 가해자는 저에게 피해를 입히는 과정에서 저를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지만, 제가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나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며 저를 인간으로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젠더인권본부를 맡은 배복주 당 부대표는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은 고심 끝에 1월 18일 젠더인권본부장인 저에게 해당 사건을 알렸고, 그 이후 수차례에 걸친 피해자-가해자와의 면담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건은 정의당의 당헌 당규에 따라 징계절차가 진행됩니다. 정의당 당규 제13호는 성차별,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을 방지하고 이를 범했을 경우 처리할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는 교육프로그램 이수와 접근금지, 피해복구비용 지급과 당내 징계 등을 받게 되는데요. 단, 형사적 책임에 대한 방침은 명시돼있지 않습니다.
정의당 차원에서도 김 전 대표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물을 것인 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요.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피해자가 원치 않기 때문에 (김 대표에 대한) 형사 고소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고, 가해자가 혐의를 시인하고 내부 징계를 받겠다는 상황.
김 전 대표의 성추행에 대한 조치는 당내 징계로만 끝나는 걸까요? 성추행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수사는 어떻게 될지 따져봤습니다.
■성추행, 피해자 고소 없어도 수사 가능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은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수사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우려해 신고를 주저하거나, 협박 등에 따라 억지로 가해자와 합의하는 등의 사례가 이어지자 법이 개정된 것인데요.
2013년 6월 19일부터 개정된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친고죄' 조항이 삭제됐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성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고소가 없거나,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나타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3자가 고발을 할 수도 있고,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해 수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관련 사례도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 멤버가 지난 2017년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가,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경찰은 고소가 취하됐음에도 수사를 지속해 해당 연예인을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습니다. 이후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려 사건은 종결됐습니다.
성폭력처벌 특례법를 보면,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는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피해자 고소 없어도 "피해자의 수사 협조" 필요
결국, 김종철 전 대표도 수사기관의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성범죄 사건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성추행은 친고죄가 아니라 수사 대상이 맞는다"면서 "수사기관이 인지해서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형법상 피고인의 자백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릴 수는 없으므로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기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수사 협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사 기관이 현장에서 폐쇄회로TV 등의 물증이나 목격자의 진술 등 증거를 확보하더라도 성추행 사건을 재판에 넘기고 공소를 유지하는 데에는 피해자의 진술 등 협조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도 "피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저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 가해가 참으로 두렵다”면서도 "만일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피해 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장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끝까지 (성폭력 피해자)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 어떤 폭력 앞에서도 목소리 내며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겠다. 집요하게 이어져 온 성폭력의 굴레를 기어이 끊어내고 다음 사람은 이보다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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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기자 paz@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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