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체적 증거와 함께 수사의뢰했다면 공무원 직위해제 가능”

입력 2021.01.26 (20:01) 수정 2021.01.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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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가 소속 공무원의 비위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수사 의뢰를 했다면,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간주해 대상자를 직위해제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재판장 이원형)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전 원장 A 씨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직위해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행정안전부가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면서 A 씨의 인적사항과 혐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했고, 자체 조사로 확보한 계좌 입금내역과 A 씨의 자필 진술서 등 증거 자료를 함께 제출했다며 이같은 수사의뢰는 “그 실질상 형사소송법상 고발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찰관은 고소·고발을 수리했을 때에는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경찰청 훈령을 보면, 경찰에 행정안전부의 수사의뢰가 접수된 즉시 A 씨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의 수사의뢰 다음날 직위해제된 A 씨는 당시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자’로서, 직위해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A 씨가 행정안전부 자체 조사 단계에서 연구용역 회사 관계자 등 3명에게 7천만 원을 받았다고 인정한 점,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 업무수행을 기대하기가 현저히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하면 A 씨에 대한 직위해제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2018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이던 A 씨의 금품수수 혐의를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A 씨를 원장 직위에서 해제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73조에 따르면 임용권자는 금품 비위 등으로 인해 “감사원과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 업무수행을 기대하기가 현저히 어려운” 공무원을 직위에서 해제할 수 있습니다.

A 씨는 “경찰의 정식 수사 개시 전 직위해제를 한 것은 위법하다”는 등의 이유로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당했고, 지난해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수사 의뢰만으로는 수사기관이 A 씨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수사 개시 전 직위해제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며 A 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한편 2019년 12월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씨는 연구용역 회사 관계자들에게 뇌물 3천7백만 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벌금 7천4백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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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6 20:01:25
    • 수정2021-01-26 20:11:37
    사회
정부 부처가 소속 공무원의 비위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수사 의뢰를 했다면,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간주해 대상자를 직위해제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재판장 이원형)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전 원장 A 씨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직위해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행정안전부가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면서 A 씨의 인적사항과 혐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했고, 자체 조사로 확보한 계좌 입금내역과 A 씨의 자필 진술서 등 증거 자료를 함께 제출했다며 이같은 수사의뢰는 “그 실질상 형사소송법상 고발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찰관은 고소·고발을 수리했을 때에는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경찰청 훈령을 보면, 경찰에 행정안전부의 수사의뢰가 접수된 즉시 A 씨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의 수사의뢰 다음날 직위해제된 A 씨는 당시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자’로서, 직위해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A 씨가 행정안전부 자체 조사 단계에서 연구용역 회사 관계자 등 3명에게 7천만 원을 받았다고 인정한 점,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 업무수행을 기대하기가 현저히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하면 A 씨에 대한 직위해제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2018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이던 A 씨의 금품수수 혐의를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A 씨를 원장 직위에서 해제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73조에 따르면 임용권자는 금품 비위 등으로 인해 “감사원과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 업무수행을 기대하기가 현저히 어려운” 공무원을 직위에서 해제할 수 있습니다.

A 씨는 “경찰의 정식 수사 개시 전 직위해제를 한 것은 위법하다”는 등의 이유로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당했고, 지난해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수사 의뢰만으로는 수사기관이 A 씨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수사 개시 전 직위해제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며 A 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한편 2019년 12월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씨는 연구용역 회사 관계자들에게 뇌물 3천7백만 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벌금 7천4백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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