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에 김 씨, 박 씨…‘지한파’ 가득

입력 2021.01.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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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외교수장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의회 인준을 마치고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업무 시작 직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한미동맹’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을 책임질 미국 국무부의 라인업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웬디 셔먼 부장관, 성김 동아태차관보 대행과 정박 동아태부차관보까지.

북미 외교를 오랜 기간 담당했던 전직 외교관은 “미국 국무부가 이렇게 지한파로 채워지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2016년 10월 방한했던 토니 블링컨(가장 오른쪽)이 순두부찌개를 먹으며 사진을 찍은 모습 (출처 : 토니 블링컨 트위터)2016년 10월 방한했던 토니 블링컨(가장 오른쪽)이 순두부찌개를 먹으며 사진을 찍은 모습 (출처 : 토니 블링컨 트위터)

■ “美 국무부가 이렇게 지한파로 채워지는 건 처음”

블링컨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의 대북 정책을 만드는 데 깊숙이 관여한 인물입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는 “북한에 대한 전체적인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웬디 셔먼 부장관 내정자 역시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셔먼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2000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수행했습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등에도 관여했고, 조명록 북한 인민군 차수의 워싱턴 방문을 조율하고,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성 김 동아태차관보 대행은 두말할 필요 없는 미국 국무부 내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2006년 국무부 한국과장을 거쳐 2008년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습니다. 2011년부터는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주한미국대사로 일했습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에는 당시 필리핀 대사를 맡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실무팀 대표로 협상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정 박 동아태 부차관보는 바이든 인수위에 참여해 일찌감치 국무부 입성이 예상됐습니다. 미국 CIA 북한 정보분석관 출신으로, 최근까지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로 일했습니다.

성 김 전 대사가 대행이란 꼬리표를 떼고 실제 동아태차관보가 된다면, 동아태차관보와 부차관보를 모두 한국계가 맡게 됩니다.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때문에 성 김 전 대사가 실제 차관보에 임명되지 않고 다른 직위를 맡을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 국무부 내 대북정책 3인방은 누구?

미국 국무부 내에서 한반도 및 북핵 실무 업무는 동아태차관보와 대북정책특별대표, 주한미국대사, 이렇게 3명이 한 팀으로 진행합니다. 아직 모두 인선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동아태차관보 자리에 성 김 전 대사가 실제 임명될 지가 관건입니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누가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는 스티븐 비건이 2019년부터 대표직을 수행했고, 부장관으로까지 승진한 이후에도 겸직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정책특별대표실’을 별도로 만들어서 업무를 부여했는데, 이 조직이 유지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주한미국대사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일라이 라트너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국장과 조셉 윤 전 국무부 부차관보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동아태담당차관보, 대북정책특별대표, 주한미국대사, 이렇게 세 사람의 진용이 갖춰지면 대북 문제에 대한 논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미국이 단기적으로 조건 없는 실무대화를 제안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 내에서 북한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릴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한 외교소식통은 “워싱턴의 분위기를 보면,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북한과 대화 국면으로 갈 수도 있어 보인다”면서 “북한이 도발하기 전에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도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북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시급히 다루어져야 할 문제라는 데 공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점에 고무돼 있습니다. 외교부는 미국 국무부 진용이 제대로 갖춰지는대로 카운터파트에게 한반도 정책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싱가포르 선언’에서부터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입니다.

정 박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정 박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

■ 두 가지 불안 요인 관리 필요

북핵 논의의 속도를 내기 위해선 두 가지 불안 요소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① 북한 인권

첫번째는 북한 인권 문제입니다. 정 박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는 공직에 임명되기 직전 발표한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이루지 못할 짝사랑 같은 약속을 위해 국내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겨냥한 발언입니다.

“과거 한국 보수정권이 국가보안법으로 친북 정서를 단속해 민주주의 진영의 입을 다물게 했다면, 문 대통령의 진보 정부는 북한을 향한 유화적인 정책을 위해 반대론자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교하기까지 했습니다.

대북 원칙론자이자 북한 인권을 중시하는 인사들이 미국 국무부 핵심요직에 포진함에 따라, 인권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북한은 반발할 것이고, 빠르게 북미 대화를 조율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두고 미국 의회 내에서 청문회가 진행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석이었던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다시 부활할지도 변수입니다.

② 한미일 삼각 협력

이번에 임명된 미 국무부 한반도 라인이 일본과의 협력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블링컨 장관은 현지시간 26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 강경화 장관, 일본 모테기 외무상과 통화를 했다고 밝힌 뒤, 강 장관에게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웬디 셔먼 역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일본 입장을 중시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5년 2월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서 연설을 하면서 한 과거사 관련 발언은 당시 한국 사회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웬디 셔먼은 ”민족주의적 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으며 정치 지도자가 이전의 적을 비방하여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진실을 알리는 진보가 아니고 우리를 마비시키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한일 관계는 잇단 과거사 법원 판결로 역대 최악으로 평가 받습니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삼권분립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이 해법을 마련해오라며 단호한 일본, 일본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는 미국, 우리 정부는 그 사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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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국무부에 김 씨, 박 씨…‘지한파’ 가득
    • 입력 2021-01-28 07:01:36
    취재K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외교수장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의회 인준을 마치고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업무 시작 직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한미동맹’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을 책임질 미국 국무부의 라인업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웬디 셔먼 부장관, 성김 동아태차관보 대행과 정박 동아태부차관보까지.

북미 외교를 오랜 기간 담당했던 전직 외교관은 “미국 국무부가 이렇게 지한파로 채워지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2016년 10월 방한했던 토니 블링컨(가장 오른쪽)이 순두부찌개를 먹으며 사진을 찍은 모습 (출처 : 토니 블링컨 트위터)
■ “美 국무부가 이렇게 지한파로 채워지는 건 처음”

블링컨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의 대북 정책을 만드는 데 깊숙이 관여한 인물입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는 “북한에 대한 전체적인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웬디 셔먼 부장관 내정자 역시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셔먼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2000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수행했습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등에도 관여했고, 조명록 북한 인민군 차수의 워싱턴 방문을 조율하고,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성 김 동아태차관보 대행은 두말할 필요 없는 미국 국무부 내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2006년 국무부 한국과장을 거쳐 2008년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습니다. 2011년부터는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주한미국대사로 일했습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에는 당시 필리핀 대사를 맡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실무팀 대표로 협상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정 박 동아태 부차관보는 바이든 인수위에 참여해 일찌감치 국무부 입성이 예상됐습니다. 미국 CIA 북한 정보분석관 출신으로, 최근까지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로 일했습니다.

성 김 전 대사가 대행이란 꼬리표를 떼고 실제 동아태차관보가 된다면, 동아태차관보와 부차관보를 모두 한국계가 맡게 됩니다.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때문에 성 김 전 대사가 실제 차관보에 임명되지 않고 다른 직위를 맡을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 국무부 내 대북정책 3인방은 누구?

미국 국무부 내에서 한반도 및 북핵 실무 업무는 동아태차관보와 대북정책특별대표, 주한미국대사, 이렇게 3명이 한 팀으로 진행합니다. 아직 모두 인선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동아태차관보 자리에 성 김 전 대사가 실제 임명될 지가 관건입니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누가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는 스티븐 비건이 2019년부터 대표직을 수행했고, 부장관으로까지 승진한 이후에도 겸직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정책특별대표실’을 별도로 만들어서 업무를 부여했는데, 이 조직이 유지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주한미국대사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일라이 라트너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국장과 조셉 윤 전 국무부 부차관보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동아태담당차관보, 대북정책특별대표, 주한미국대사, 이렇게 세 사람의 진용이 갖춰지면 대북 문제에 대한 논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미국이 단기적으로 조건 없는 실무대화를 제안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 내에서 북한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릴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한 외교소식통은 “워싱턴의 분위기를 보면,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북한과 대화 국면으로 갈 수도 있어 보인다”면서 “북한이 도발하기 전에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도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북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시급히 다루어져야 할 문제라는 데 공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점에 고무돼 있습니다. 외교부는 미국 국무부 진용이 제대로 갖춰지는대로 카운터파트에게 한반도 정책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싱가포르 선언’에서부터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입니다.

정 박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
■ 두 가지 불안 요인 관리 필요

북핵 논의의 속도를 내기 위해선 두 가지 불안 요소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① 북한 인권

첫번째는 북한 인권 문제입니다. 정 박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는 공직에 임명되기 직전 발표한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이루지 못할 짝사랑 같은 약속을 위해 국내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겨냥한 발언입니다.

“과거 한국 보수정권이 국가보안법으로 친북 정서를 단속해 민주주의 진영의 입을 다물게 했다면, 문 대통령의 진보 정부는 북한을 향한 유화적인 정책을 위해 반대론자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교하기까지 했습니다.

대북 원칙론자이자 북한 인권을 중시하는 인사들이 미국 국무부 핵심요직에 포진함에 따라, 인권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북한은 반발할 것이고, 빠르게 북미 대화를 조율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두고 미국 의회 내에서 청문회가 진행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석이었던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다시 부활할지도 변수입니다.

② 한미일 삼각 협력

이번에 임명된 미 국무부 한반도 라인이 일본과의 협력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블링컨 장관은 현지시간 26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 강경화 장관, 일본 모테기 외무상과 통화를 했다고 밝힌 뒤, 강 장관에게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웬디 셔먼 역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일본 입장을 중시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5년 2월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서 연설을 하면서 한 과거사 관련 발언은 당시 한국 사회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웬디 셔먼은 ”민족주의적 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으며 정치 지도자가 이전의 적을 비방하여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진실을 알리는 진보가 아니고 우리를 마비시키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한일 관계는 잇단 과거사 법원 판결로 역대 최악으로 평가 받습니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삼권분립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이 해법을 마련해오라며 단호한 일본, 일본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는 미국, 우리 정부는 그 사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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