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마약 ‘놈퐁’에 빠진 방콕

입력 2021.01.30 (22:14) 수정 2021.01.3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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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국 미얀마 라오스 3국의 접경지역으로 세계적 마약 생산지를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합니다.

이 골든 트라이앵글의 한 축인 태국에서는 최근들어 신종마약을 투약한 10대와 20대들이 잇달아 숨지고 있습니다.

방콕으로 갑니다.

김원장특파원, 갑자기 두번쨰 주말을 지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구요?

[기자]

누군가가 신종 마약을 잘못 만든것 같은데 이걸 먹고 벌써 11명이 숨졌습니다.

여러명이 아직 병원에 있습니다.

희생자들 대부분 10대와 20대고 제대로 응급구조도 요청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마약을 투약하자 마자 호흡곤란으로 숨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태국에서 국내로 마약을 들어오려다 적발됐다는 기사는 몇차례 본 적이 있는데 태국의 마약 문제, 어제 오늘일은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태국은 교도소에 대략 40만 명이 수감돼 있는데 그중 70%가 마약 수감자입니다.

여성 수감자의 87%가 마약때문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K-파우더'라는 마약은 여기서 4-5만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대중들이 쉽게 구할 수 있고 워낙 넓게 마약이 퍼져 있다보니 근절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작은 지난 10일 일요일이였습니다.

21살의 여성이 남자친구와 함께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방에서는 남은 마약 가루 1.35그램이 발견됐습니다.

토요일 밤 늦게까지 친구의 생일파티에 다녀온 뒤 마약을 투약하다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날 하루 방콕의 방코람과 사톤 지역에서 모두 5명이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생존 남성 아버지 : "(당신 아들이 강간하기 위해 마약을 먼저 줬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내 아들과 친구들이 같이 마약을 했는데 (숨진) 여성이 먼저 했다고 한다."]

다음날엔 19살의 여성이,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모두 4명이 추가로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방콕 왕통랑 지역의 한 주택가.

친구 5명이 모여 술을 마셨고, 그중 2명이 사망했습니다.

일행중 여성 한명은 의식을 잃은채 살아 있었지만, 역시 며칠뒤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경찰 : "남자 한명은 살아서 나왔어요. 신병을 확보했고 지금 조사중이예요. 그 남자가 (119에) 신고한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11명, 12명은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일부는 중탭니다.

사망자들은 모두 방콕 시내 한복판 방코람이나 사톤 근처에서 숨졌습니다. 이들이 동일한 장소나 사람에게서 마약을 샀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이들이 투약한 마약은 이른바 'K-파우더 밀크' 또는 '놈퐁'이라 불립니다. 태국어로 '분유'라는 뜻입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인데, 경찰은 뭔가 위험한 성분이 새로 섞이면서 사고를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타닛 지나난타윳/경찰병원 교수 : "(증거마다) 성분 조합이 분명하지가 않아요. 제가 보기엔 누군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뭔가를 섞었습니다."]

경찰의 대대적인 검거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경찰과 용의자 대화 : "친구한테는 50바트나 100바트 (4천원)받고... (이렇게 하연색이 이게 '로제(수면제 성분)' 맞지?) 이걸 먼저 갈아야돼요."]

신종마약을 유통시킨 혐의로 지난 열흘동안 600여명의 용의자가 검거됐습니다.

수배를 받아온 주요 공급책도 역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마약에 취해 동거녀를 살해하려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25일, 변형된 놈퐁을 직접 만들어 유통시킨 혐의로 38살 타이완국적의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경찰 : "이 마약들을 팔거나 배달한 사람은 한 명 인가? (다른 사람들이다.)"]

경찰은 그가 살던 네 곳의 주거지에서 8kg그램의 헤로인과 4kg의 케타민 그리고 수면제 두상자등을 압수했습니다.

모두 문제가 된 '놈퐁'에 들어있던 성분들입니다.

[스왓장요섯/태국 로열경찰청장 : "헤로인과 케타민 코카인과 수면제등 8가지 종류의 마약을 압수했습니다. 용의자는 그가 판매한 마약을 누군가 다른 성분을 섞어서 투약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8년전 타이완에서 마약 유통으로 수배된 뒤 태국으로 숨어 들어왔습니다.

타이완에서 잇따른 도피행각으로 별명이 '타이완의 루팡' 이였습니다.

미얀마 라오스 등에서 밀 반입된 헤로인이나 케타민 등 마약원료들은 이곳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가공돼 다시 타이완이나 홍콩 한국등으로 흘러들어갑니다.

태국의 마약 문제는 그래서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여명이 죽거나 크게 다친 이 마약 사건은 어렵게 마무리 되고 있지만, 태국은 여전히 마약을 구하기 쉬운 나라입니다.

[방콕 경찰 : "케타민이나 수면제등을 섞어서 '놈퐁' 4그램에 1500바트(6만원) 정도다."]

마약 성분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유통은 점점 대담해지고 가격은 점점 더 내려갑니다.

태국 현지 방콕 포스트는 유명무실한 정부 대책이 신종 마약만큼이나 시민의 목숨을 위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콕에서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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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마약 ‘놈퐁’에 빠진 방콕
    • 입력 2021-01-30 22:14:23
    • 수정2021-01-30 22:24:03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태국 미얀마 라오스 3국의 접경지역으로 세계적 마약 생산지를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합니다.

이 골든 트라이앵글의 한 축인 태국에서는 최근들어 신종마약을 투약한 10대와 20대들이 잇달아 숨지고 있습니다.

방콕으로 갑니다.

김원장특파원, 갑자기 두번쨰 주말을 지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구요?

[기자]

누군가가 신종 마약을 잘못 만든것 같은데 이걸 먹고 벌써 11명이 숨졌습니다.

여러명이 아직 병원에 있습니다.

희생자들 대부분 10대와 20대고 제대로 응급구조도 요청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마약을 투약하자 마자 호흡곤란으로 숨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태국에서 국내로 마약을 들어오려다 적발됐다는 기사는 몇차례 본 적이 있는데 태국의 마약 문제, 어제 오늘일은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태국은 교도소에 대략 40만 명이 수감돼 있는데 그중 70%가 마약 수감자입니다.

여성 수감자의 87%가 마약때문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K-파우더'라는 마약은 여기서 4-5만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대중들이 쉽게 구할 수 있고 워낙 넓게 마약이 퍼져 있다보니 근절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작은 지난 10일 일요일이였습니다.

21살의 여성이 남자친구와 함께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방에서는 남은 마약 가루 1.35그램이 발견됐습니다.

토요일 밤 늦게까지 친구의 생일파티에 다녀온 뒤 마약을 투약하다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날 하루 방콕의 방코람과 사톤 지역에서 모두 5명이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생존 남성 아버지 : "(당신 아들이 강간하기 위해 마약을 먼저 줬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내 아들과 친구들이 같이 마약을 했는데 (숨진) 여성이 먼저 했다고 한다."]

다음날엔 19살의 여성이,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모두 4명이 추가로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방콕 왕통랑 지역의 한 주택가.

친구 5명이 모여 술을 마셨고, 그중 2명이 사망했습니다.

일행중 여성 한명은 의식을 잃은채 살아 있었지만, 역시 며칠뒤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경찰 : "남자 한명은 살아서 나왔어요. 신병을 확보했고 지금 조사중이예요. 그 남자가 (119에) 신고한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11명, 12명은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일부는 중탭니다.

사망자들은 모두 방콕 시내 한복판 방코람이나 사톤 근처에서 숨졌습니다. 이들이 동일한 장소나 사람에게서 마약을 샀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이들이 투약한 마약은 이른바 'K-파우더 밀크' 또는 '놈퐁'이라 불립니다. 태국어로 '분유'라는 뜻입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인데, 경찰은 뭔가 위험한 성분이 새로 섞이면서 사고를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타닛 지나난타윳/경찰병원 교수 : "(증거마다) 성분 조합이 분명하지가 않아요. 제가 보기엔 누군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뭔가를 섞었습니다."]

경찰의 대대적인 검거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경찰과 용의자 대화 : "친구한테는 50바트나 100바트 (4천원)받고... (이렇게 하연색이 이게 '로제(수면제 성분)' 맞지?) 이걸 먼저 갈아야돼요."]

신종마약을 유통시킨 혐의로 지난 열흘동안 600여명의 용의자가 검거됐습니다.

수배를 받아온 주요 공급책도 역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마약에 취해 동거녀를 살해하려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25일, 변형된 놈퐁을 직접 만들어 유통시킨 혐의로 38살 타이완국적의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경찰 : "이 마약들을 팔거나 배달한 사람은 한 명 인가? (다른 사람들이다.)"]

경찰은 그가 살던 네 곳의 주거지에서 8kg그램의 헤로인과 4kg의 케타민 그리고 수면제 두상자등을 압수했습니다.

모두 문제가 된 '놈퐁'에 들어있던 성분들입니다.

[스왓장요섯/태국 로열경찰청장 : "헤로인과 케타민 코카인과 수면제등 8가지 종류의 마약을 압수했습니다. 용의자는 그가 판매한 마약을 누군가 다른 성분을 섞어서 투약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8년전 타이완에서 마약 유통으로 수배된 뒤 태국으로 숨어 들어왔습니다.

타이완에서 잇따른 도피행각으로 별명이 '타이완의 루팡' 이였습니다.

미얀마 라오스 등에서 밀 반입된 헤로인이나 케타민 등 마약원료들은 이곳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가공돼 다시 타이완이나 홍콩 한국등으로 흘러들어갑니다.

태국의 마약 문제는 그래서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여명이 죽거나 크게 다친 이 마약 사건은 어렵게 마무리 되고 있지만, 태국은 여전히 마약을 구하기 쉬운 나라입니다.

[방콕 경찰 : "케타민이나 수면제등을 섞어서 '놈퐁' 4그램에 1500바트(6만원) 정도다."]

마약 성분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유통은 점점 대담해지고 가격은 점점 더 내려갑니다.

태국 현지 방콕 포스트는 유명무실한 정부 대책이 신종 마약만큼이나 시민의 목숨을 위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콕에서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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