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숨어 있는 마을 이야기…주민들이 직접 발굴하고 펴낸 ‘보절면지’

입력 2021.02.01 (19:35) 수정 2021.02.0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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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봉을 주봉으로 하는 해발 909.6m의 만행산이 품고 있는 보절면.

보절 면민과 출향민 50여 명이 모여 6년여에 걸쳐 출간한 〈보절면지〉를 검토하기 위해 다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전부 여러분들이 준비해놓은 것을 펴놨거든. 함께 보고, 더 검토도 하고 했으면 좋겠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600쪽에 이르는 면지에는 역사와 지리, 인물 등 9개 리와 40개 마을에 걸친 보절면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주옥처럼 담겨 있습니다.

‘땅꼬마 버스 운전사’ 소태윤 씨와 자녀가 많아 보절 교육계 큰손으로 불리는 이경재 씨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이현기/〈보절면지〉 편찬위원장 : “순수 우리 보절 사람들에 의해서 시작되고, 제작되고, 마쳐졌다고 이렇게 설명할 수가 있겠습니다.”]

특히 보절에 가면 꼭 둘러봐야할 곳, ‘보절 12승경’을 새롭게 명명하여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12승경을 우리 여러분들이 만들어가지고 내놨다는 것이 참으로 큰 의의가 있고, 앞으로 우리 보절 면민이나 출향 인사들이 많은 사랑을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보절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만행산 천황봉을 비롯하여 면지 편찬 과정에서 발견한 거령산 거물성이 이에 속합니다.

특히 거물성은 백제 역사를 조명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작지임을 증명해주는 유물로 밝혀져 최근 세간의 화제를 모은 곳이기도 합니다.

[안재원/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 : “신라 5소경에 해당하는 남원보다도 한 150년이 이른 시기에 (축조된) 남원 일대의 중요 거점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실크로드를 타고 들어온 동서 교류의 흔적을 보여주는 신흥 석불, 성혈을 간직한 청동기 시대 고인돌 말무덤 등.

모두 지역의 문화자산을 새롭게 발굴하여 역사적인 의미와 가치, 경관 등을 고려하여 선정된 승경들입니다.

["유세차 신축일월 을유삭~~"]

마을의 최고 어르신들을 모시고 한 해 액운을 쫓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정월이면 어김없이 당산제를 지내는 사촌마을.

제에 쓰일 음식을 준비할 집은 음력 10월에 미리 정해 놓고, 부정을 타지 않게 하기 위해 금줄을 치는 등 사라진 마을 동제의 성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동규/당제 초혼관 : “다른 것은 다 안 해도 이 당산제만큼은 우리가 계속 철회를 못하고 계속 지금 하라는, 우리 후손들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마을의 안정과 풍요가 이곳에서 지내는 당산제의 효험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국렬/사촌마을 이장 : “당산제를 모심으로써 마을에 풍년이 돌아오고, 재난이 없고…."]

특이한 점은 당산제를 지내는 곳이 마을 한가운데 놓여 있는 고대 청동기시대 추장의 무덤, 즉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무덤’입니다.

[김하광/보절면지 편집위원 : “우두머리, 우두머리의 무덤. 그래서 결국은 이 사촌마을 일대, 평야를 다스리는 추장의 무덤으로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이 곳이 신령스러운 공간임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봉분 형상의 ‘말무덤'을 빙 둘러 4기의 '성혈'이 놓여 있는데, 이는 별자리를 묘사해놓은 고인돌을 이릅니다.

성혈은 사람들이 보절에 들어와 정착하여 살기 시작한 시기가 청동기 시대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중요한 유적임을 확인하여 보절 12승경 중 한 곳으로 선정했습니다.

지름이 10m가 족히 넘는 이 성혈의 정상에 놓인 돌이 정확히 만행산 천황봉을 향하고 있다는 것도 특이할 만한 일입니다.

수십 차례의 현장답사는 물론 사진으로 담는 과정까지 주민들이 직접 몸으로 쓴 기록서, 〈보절면지〉를 탄생시킨 보절면.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보절면지〉편찬위원들은, 거시적으로는 한 나라의 시대를 읽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안재원/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 : “이 〈보절면지〉 안에는 대한민국이 그래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되고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2억 원에 가까운 기금을 1,500여 명의 주민들이 십시일반 마련해 만든 면지를 통해 지역과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길 하나를 낸 것입니다.

나고 자란 보절의 역사와 이야기를 추적하면서 새로운 보절 이야기를 만든 마을 사람들의 발자취가 또 하나의 위대한 역사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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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K] 숨어 있는 마을 이야기…주민들이 직접 발굴하고 펴낸 ‘보절면지’
    • 입력 2021-02-01 19:35:51
    • 수정2021-02-01 21:15:30
    뉴스7(전주)
천황봉을 주봉으로 하는 해발 909.6m의 만행산이 품고 있는 보절면.

보절 면민과 출향민 50여 명이 모여 6년여에 걸쳐 출간한 〈보절면지〉를 검토하기 위해 다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전부 여러분들이 준비해놓은 것을 펴놨거든. 함께 보고, 더 검토도 하고 했으면 좋겠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600쪽에 이르는 면지에는 역사와 지리, 인물 등 9개 리와 40개 마을에 걸친 보절면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주옥처럼 담겨 있습니다.

‘땅꼬마 버스 운전사’ 소태윤 씨와 자녀가 많아 보절 교육계 큰손으로 불리는 이경재 씨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이현기/〈보절면지〉 편찬위원장 : “순수 우리 보절 사람들에 의해서 시작되고, 제작되고, 마쳐졌다고 이렇게 설명할 수가 있겠습니다.”]

특히 보절에 가면 꼭 둘러봐야할 곳, ‘보절 12승경’을 새롭게 명명하여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12승경을 우리 여러분들이 만들어가지고 내놨다는 것이 참으로 큰 의의가 있고, 앞으로 우리 보절 면민이나 출향 인사들이 많은 사랑을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보절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만행산 천황봉을 비롯하여 면지 편찬 과정에서 발견한 거령산 거물성이 이에 속합니다.

특히 거물성은 백제 역사를 조명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작지임을 증명해주는 유물로 밝혀져 최근 세간의 화제를 모은 곳이기도 합니다.

[안재원/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 : “신라 5소경에 해당하는 남원보다도 한 150년이 이른 시기에 (축조된) 남원 일대의 중요 거점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실크로드를 타고 들어온 동서 교류의 흔적을 보여주는 신흥 석불, 성혈을 간직한 청동기 시대 고인돌 말무덤 등.

모두 지역의 문화자산을 새롭게 발굴하여 역사적인 의미와 가치, 경관 등을 고려하여 선정된 승경들입니다.

["유세차 신축일월 을유삭~~"]

마을의 최고 어르신들을 모시고 한 해 액운을 쫓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정월이면 어김없이 당산제를 지내는 사촌마을.

제에 쓰일 음식을 준비할 집은 음력 10월에 미리 정해 놓고, 부정을 타지 않게 하기 위해 금줄을 치는 등 사라진 마을 동제의 성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동규/당제 초혼관 : “다른 것은 다 안 해도 이 당산제만큼은 우리가 계속 철회를 못하고 계속 지금 하라는, 우리 후손들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마을의 안정과 풍요가 이곳에서 지내는 당산제의 효험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국렬/사촌마을 이장 : “당산제를 모심으로써 마을에 풍년이 돌아오고, 재난이 없고…."]

특이한 점은 당산제를 지내는 곳이 마을 한가운데 놓여 있는 고대 청동기시대 추장의 무덤, 즉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무덤’입니다.

[김하광/보절면지 편집위원 : “우두머리, 우두머리의 무덤. 그래서 결국은 이 사촌마을 일대, 평야를 다스리는 추장의 무덤으로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이 곳이 신령스러운 공간임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봉분 형상의 ‘말무덤'을 빙 둘러 4기의 '성혈'이 놓여 있는데, 이는 별자리를 묘사해놓은 고인돌을 이릅니다.

성혈은 사람들이 보절에 들어와 정착하여 살기 시작한 시기가 청동기 시대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중요한 유적임을 확인하여 보절 12승경 중 한 곳으로 선정했습니다.

지름이 10m가 족히 넘는 이 성혈의 정상에 놓인 돌이 정확히 만행산 천황봉을 향하고 있다는 것도 특이할 만한 일입니다.

수십 차례의 현장답사는 물론 사진으로 담는 과정까지 주민들이 직접 몸으로 쓴 기록서, 〈보절면지〉를 탄생시킨 보절면.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보절면지〉편찬위원들은, 거시적으로는 한 나라의 시대를 읽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안재원/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 : “이 〈보절면지〉 안에는 대한민국이 그래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되고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2억 원에 가까운 기금을 1,500여 명의 주민들이 십시일반 마련해 만든 면지를 통해 지역과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길 하나를 낸 것입니다.

나고 자란 보절의 역사와 이야기를 추적하면서 새로운 보절 이야기를 만든 마을 사람들의 발자취가 또 하나의 위대한 역사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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