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 골드라인 직접 체험 나선 김포시장 ... "교통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입니다"
어제(1일) 오전 7시, 정하영 김포시장이 김포 골드라인 첫 번째 역인 양촌역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온라인 카페에 한 김포 시민이 제안한 "김포 골드라인 챌린지- 너도 함 타봐라" 첫 번째 주자로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다른 시민과 함께 열차에 오른 정 시장은 종점인 김포공항역까지 열 정거장을 이동했습니다. 생생한 (?) 체험을 위해 중간역인 '풍무역'에 내려 다시 줄을 서고 2차례 열차를 보낸 뒤, 3번 만에 열차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미 승객으로 꽉 찬 채 도착한 열차에 힘겹게 다시 탑승해야 했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습니다. 이건 교통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입니다" |
체험 직후 소감을 묻자 정하영 시장은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김포 시장으로서 시민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고 사죄의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해결책을 묻는 질문엔 선뜻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현재로선 추가 열차 투입이 최선인데, 현재 제작 중인 열차는 2024년은 돼야 운행이 가능하고, 김포시의 숙원 사업인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과 광역철도망 신설 등은 지자체장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출퇴근 혼잡예고제' 도입과 안전요원 추가 투입 등의 부수적인 해결책만 내놓은 채, 김포 시장의 '지옥철 체험'은 아쉽게 마무리됐습니다.
■ 47만 인구에 '2량짜리 경전철'... 수요 예측 실패로 시민 불편만 커져
지난 2019년 9월 첫 운행을 시작한 김포 골드라인 .
1년 남짓 운행한 신설 노선에 어쩌다 '지옥철'이란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붙게 된 것일까요?
김포 골드라인은 한강신도시에서 30분 만에 서울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공항철도 등과 환승이 가능한 김포공항역과 연결돼 개통 당시 지역민의 기대감이 컸습니다. 서울과의 연결 교통망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신도시에 아파트만 잔뜩 지어놓고 정부에서 나 몰라라 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운행을 시작하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2량짜리 경전철로는 47만이 넘는 김포 시민들의 출·퇴근길을 책임지기엔 말 그대로 역부족이었습니다.
한 시민은 '김포 골드라인만 믿고 김포로 이사를 왔는데, 너무 배신감을 느낀다. 태어나서 2량짜리 지하철은 처음 들어봤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서울에 직장을 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포시는 처음부터 2량짜리로 사업이 추진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설계 당시 회의록 등을 통해서도 3량 이상 열차로 운행돼야 한다는 김포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와 협의 과정에서 '수요 예측' 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경제적인 이유 등이 반영돼 2량짜리 경전철로 사업이 추진됐습니다.
게다가 지하철 역사나 승강장도 2량짜리 열차에 맞춰 만들어져 있어, 이후 승객이 늘어나도 객차 수를 늘려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나마 최선은 2량짜리 열차를 추가 투입해 운행 횟수를 늘리는 방법뿐입니다.
'경제성'을 앞세운 정부와 지자체의 잘못된 '수요 예측' 의 결과가 고스란히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진 것입니다.
■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불안하지만 ... "대체 교통수단 없어 어쩔 수 없어요"
지난해 12월, 김포 골드라인 열차가 김포공항역과 고촌역 사이에서 갑자기 멈춰 승객들이 한 시간 넘게 열차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불안한 시민들은 억지로 문을 열어 열차 밖으로 나왔고, 철로를 따라 걸으며 지상으로 빠져나왔습니다.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 한 시간이 넘도록 안내 방송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열차에서 빠져나와 철길을 따라 걸었다. 재난영화 같은 상황이 연출돼 무섭고 불안했다" 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아 열차 제동장치에 장애가 생겨 열차가 멈추는 사고가 또 발생했습니다.
사흘 뒤엔 강추위에 제동장치가 얼어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고, 출근길 시민들이 몰려 자동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도 있었습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안전입니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 사후약방문처럼 뒤늦게 대책 마련하는 상황이 얼마나 더 반복돼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
' 김포 골드라인 챌린지- 너도 함 타봐라' 제안자인 '풍무동살이'(온라인 ID) 씨는 챌린지 제안 이유를 '안전'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반복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시민들만 어쩔 수 없이 불안한 마음을 안고 출퇴근 지옥철을 감당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주변 이웃들 모두 매일 아침. 저녁으로 불안한 마음을 안고 열차에 오릅니다. 하지만 대체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김포 골드라인 이용 승객은 하루 평균 5만 5천여 명,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이전엔 6만 명 이상이 열차를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출퇴근 시간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 칸당 174명 정원인 열차엔 매일 아침 저녁으로 3백 명 이상의 승객이 몰리고 있습니다. 열차 안전요원조차 매일 안전사고가 날까 불안한 마음으로 승객들을 안내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였습니다.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1년 반 만에 '지옥철'로 전락한 김포 골드라인,
하지만 2024년 추가 열차가 투입되기 전까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 승객들의 불편과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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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도 체험한 ‘지옥철’ 김포골드라인…“교통이 아니라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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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2-02 16:42:20
■ 김포 골드라인 직접 체험 나선 김포시장 ... "교통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입니다"
어제(1일) 오전 7시, 정하영 김포시장이 김포 골드라인 첫 번째 역인 양촌역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온라인 카페에 한 김포 시민이 제안한 "김포 골드라인 챌린지- 너도 함 타봐라" 첫 번째 주자로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다른 시민과 함께 열차에 오른 정 시장은 종점인 김포공항역까지 열 정거장을 이동했습니다. 생생한 (?) 체험을 위해 중간역인 '풍무역'에 내려 다시 줄을 서고 2차례 열차를 보낸 뒤, 3번 만에 열차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미 승객으로 꽉 찬 채 도착한 열차에 힘겹게 다시 탑승해야 했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습니다. 이건 교통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입니다" |
체험 직후 소감을 묻자 정하영 시장은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김포 시장으로서 시민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고 사죄의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해결책을 묻는 질문엔 선뜻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현재로선 추가 열차 투입이 최선인데, 현재 제작 중인 열차는 2024년은 돼야 운행이 가능하고, 김포시의 숙원 사업인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과 광역철도망 신설 등은 지자체장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출퇴근 혼잡예고제' 도입과 안전요원 추가 투입 등의 부수적인 해결책만 내놓은 채, 김포 시장의 '지옥철 체험'은 아쉽게 마무리됐습니다.
■ 47만 인구에 '2량짜리 경전철'... 수요 예측 실패로 시민 불편만 커져
지난 2019년 9월 첫 운행을 시작한 김포 골드라인 .
1년 남짓 운행한 신설 노선에 어쩌다 '지옥철'이란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붙게 된 것일까요?
김포 골드라인은 한강신도시에서 30분 만에 서울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공항철도 등과 환승이 가능한 김포공항역과 연결돼 개통 당시 지역민의 기대감이 컸습니다. 서울과의 연결 교통망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신도시에 아파트만 잔뜩 지어놓고 정부에서 나 몰라라 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운행을 시작하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2량짜리 경전철로는 47만이 넘는 김포 시민들의 출·퇴근길을 책임지기엔 말 그대로 역부족이었습니다.
한 시민은 '김포 골드라인만 믿고 김포로 이사를 왔는데, 너무 배신감을 느낀다. 태어나서 2량짜리 지하철은 처음 들어봤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서울에 직장을 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포시는 처음부터 2량짜리로 사업이 추진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설계 당시 회의록 등을 통해서도 3량 이상 열차로 운행돼야 한다는 김포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와 협의 과정에서 '수요 예측' 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경제적인 이유 등이 반영돼 2량짜리 경전철로 사업이 추진됐습니다.
게다가 지하철 역사나 승강장도 2량짜리 열차에 맞춰 만들어져 있어, 이후 승객이 늘어나도 객차 수를 늘려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나마 최선은 2량짜리 열차를 추가 투입해 운행 횟수를 늘리는 방법뿐입니다.
'경제성'을 앞세운 정부와 지자체의 잘못된 '수요 예측' 의 결과가 고스란히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진 것입니다.
■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불안하지만 ... "대체 교통수단 없어 어쩔 수 없어요"
지난해 12월, 김포 골드라인 열차가 김포공항역과 고촌역 사이에서 갑자기 멈춰 승객들이 한 시간 넘게 열차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불안한 시민들은 억지로 문을 열어 열차 밖으로 나왔고, 철로를 따라 걸으며 지상으로 빠져나왔습니다.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 한 시간이 넘도록 안내 방송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열차에서 빠져나와 철길을 따라 걸었다. 재난영화 같은 상황이 연출돼 무섭고 불안했다" 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아 열차 제동장치에 장애가 생겨 열차가 멈추는 사고가 또 발생했습니다.
사흘 뒤엔 강추위에 제동장치가 얼어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고, 출근길 시민들이 몰려 자동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도 있었습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안전입니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 사후약방문처럼 뒤늦게 대책 마련하는 상황이 얼마나 더 반복돼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
' 김포 골드라인 챌린지- 너도 함 타봐라' 제안자인 '풍무동살이'(온라인 ID) 씨는 챌린지 제안 이유를 '안전'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반복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시민들만 어쩔 수 없이 불안한 마음을 안고 출퇴근 지옥철을 감당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주변 이웃들 모두 매일 아침. 저녁으로 불안한 마음을 안고 열차에 오릅니다. 하지만 대체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김포 골드라인 이용 승객은 하루 평균 5만 5천여 명,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이전엔 6만 명 이상이 열차를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출퇴근 시간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 칸당 174명 정원인 열차엔 매일 아침 저녁으로 3백 명 이상의 승객이 몰리고 있습니다. 열차 안전요원조차 매일 안전사고가 날까 불안한 마음으로 승객들을 안내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였습니다.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1년 반 만에 '지옥철'로 전락한 김포 골드라인,
하지만 2024년 추가 열차가 투입되기 전까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 승객들의 불편과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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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경 기자 bellen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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