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러, 여성 기관사 등장…‘금녀의 벽’ 허물어

입력 2021.02.03 (10:51) 수정 2021.02.0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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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성 차별과 억압의 상징으로만 여겨졌던 히잡에 대해서도 편견을 깨자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러시아에서는 지금까지 여성이 취업할 수 없던 특정 직업에 대한 문호가 열리면서 직업과 관련한 남녀 차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입니다.

[리포트]

능숙하게 교신을 주고받는 기관사 이리나 돌기크 씨.

지난 20년 동안 러시아 모스크바의 지하철역 역장으로 일해 왔는데요.

지난 1월부터 오랜 꿈이었던 기관사가 돼 승객들을 지하철에 태우게 됐습니다.

모스크바교통국은 20여 년 만에 여성 기관사 12명을 채용했기 때문인데요.

[이리나 돌기크/모스크바 지하철 기관사 : "처음엔 남자 동료들이 경계심을 좀 드러냈지만 이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교통국은 1980년대 초반 여성 기관사 채용을 중단했습니다.

여성에게 위험하고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청소부와 수납원 등도 지하철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기관사만 안 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2019년 관련 법이 바뀌면서 올해 다시 여성 기관사 채용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드미트리 고르바초프/모스크바교통국 부국장 : "차량이 현대화되고, 쾌적하고 안전해지면서 여성 기관사 채용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 여성들은 지난해까지 트럭 운전사, 광부, 해군 등 450여 개 직업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지난 2000년, 여성이 자녀를 갖는데 해로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450여 개 직업에서 여성들의 취업을 금지했는데요.

구소련 시절, 남성들이 전쟁에 나가면서 인력이 부족해진 것을 계기로 여성의 취업을 권장하던 정책과는 상반되는 조치였습니다.

[알료나 포포바/여성 인권 변호사 : "(구소련 시절엔) 여성들이 산업현장에 투입됐고 덕분에 경제적 사회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이 일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구시대적인 여성 취업 제한은 20년 가까이 지속된 후에야 바뀌었습니다.

러시아 여성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러시아 정부는 2019년 여성의 취업을 금지한 직업을 대폭 줄였는데요.

350여 개 직업에서 금녀의 벽이 허물어졌고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여성의 접근이 금지된 직업은 위험한 화학 물질이나 폭발물을 직접 다뤄야 하는 90여 개만 남았습니다.

[소피아 도로페바/보조 기관사 :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 왔기에 처음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습니다. 소식이 갑자기 전해졌고 큰 기쁨과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굳게 닫혔던 금녀의 문이 다시 열렸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올해 1월부터 트럭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카테리나 무라도바 씨.

취업 제한은 풀렸지만 대다수가 남성인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 면접을 보러 간 곳에선 면박을 당하기도 했는데요.

[카테리나 무라도바/트럭 운전사 : "면접관들이 장난으로 여기고 물었습니다. "아가씨, 잘못 지원한 거 아니에요? 큰 화물자 운전사라는 거 알고 있어요?" 라고요. 채용도 거절했습니다."]

직업 선택에 있어 금녀의 벽을 대폭 허문 러시아.

이제 남성과 함께 일하는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편견을 극복하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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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러, 여성 기관사 등장…‘금녀의 벽’ 허물어
    • 입력 2021-02-03 10:51:50
    • 수정2021-02-03 11:01:12
    지구촌뉴스
[앵커]

여성 차별과 억압의 상징으로만 여겨졌던 히잡에 대해서도 편견을 깨자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러시아에서는 지금까지 여성이 취업할 수 없던 특정 직업에 대한 문호가 열리면서 직업과 관련한 남녀 차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입니다.

[리포트]

능숙하게 교신을 주고받는 기관사 이리나 돌기크 씨.

지난 20년 동안 러시아 모스크바의 지하철역 역장으로 일해 왔는데요.

지난 1월부터 오랜 꿈이었던 기관사가 돼 승객들을 지하철에 태우게 됐습니다.

모스크바교통국은 20여 년 만에 여성 기관사 12명을 채용했기 때문인데요.

[이리나 돌기크/모스크바 지하철 기관사 : "처음엔 남자 동료들이 경계심을 좀 드러냈지만 이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교통국은 1980년대 초반 여성 기관사 채용을 중단했습니다.

여성에게 위험하고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청소부와 수납원 등도 지하철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기관사만 안 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2019년 관련 법이 바뀌면서 올해 다시 여성 기관사 채용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드미트리 고르바초프/모스크바교통국 부국장 : "차량이 현대화되고, 쾌적하고 안전해지면서 여성 기관사 채용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 여성들은 지난해까지 트럭 운전사, 광부, 해군 등 450여 개 직업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지난 2000년, 여성이 자녀를 갖는데 해로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450여 개 직업에서 여성들의 취업을 금지했는데요.

구소련 시절, 남성들이 전쟁에 나가면서 인력이 부족해진 것을 계기로 여성의 취업을 권장하던 정책과는 상반되는 조치였습니다.

[알료나 포포바/여성 인권 변호사 : "(구소련 시절엔) 여성들이 산업현장에 투입됐고 덕분에 경제적 사회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이 일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구시대적인 여성 취업 제한은 20년 가까이 지속된 후에야 바뀌었습니다.

러시아 여성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러시아 정부는 2019년 여성의 취업을 금지한 직업을 대폭 줄였는데요.

350여 개 직업에서 금녀의 벽이 허물어졌고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여성의 접근이 금지된 직업은 위험한 화학 물질이나 폭발물을 직접 다뤄야 하는 90여 개만 남았습니다.

[소피아 도로페바/보조 기관사 :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 왔기에 처음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습니다. 소식이 갑자기 전해졌고 큰 기쁨과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굳게 닫혔던 금녀의 문이 다시 열렸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올해 1월부터 트럭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카테리나 무라도바 씨.

취업 제한은 풀렸지만 대다수가 남성인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 면접을 보러 간 곳에선 면박을 당하기도 했는데요.

[카테리나 무라도바/트럭 운전사 : "면접관들이 장난으로 여기고 물었습니다. "아가씨, 잘못 지원한 거 아니에요? 큰 화물자 운전사라는 거 알고 있어요?" 라고요. 채용도 거절했습니다."]

직업 선택에 있어 금녀의 벽을 대폭 허문 러시아.

이제 남성과 함께 일하는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편견을 극복하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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