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님 상태 가 많이 안 좋아요. 병원으로 빨리 와보세요..."
"아버지를 새로운 병원으로 옮긴 날, 병원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부리나케 달려간 아들은 석 달 만에 만난 아버지를 보고 주저앉았습니다. 온몸이 성한 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엉덩이 피부가 검게 짓물러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했고, 허리에는 큰 욕창까지 생겼습니다. 귀는 피고름으로 가득 차 얼굴까지 부었습니다.
의료진은 놀란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전에 있던 병원에서...제대로 관리를 못 받으신 것 같아요"
■ "그 병원에 모신 제가 불효자입니다"...130만 원 들여 간병서비스도 신청했는데…
지난해 10월, A 씨는 대구의 한 병원에 아버지를 입원시켰습니다. 아버지는 뇌경색 후유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더욱 잘 모시기 위해 한 달에 130만 원씩 드는 간병서비스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이 병원은 코로나19로 면회가 전면 금지된 곳이었습니다. A 씨는 말이 어눌했던 아버지와 의사소통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의료진들에게 치료가 잘 되는지, 상태는 어떤지 전화로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병원은 '특별한 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전적으로 병원을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면회가 금지됐기 때문에 더욱 더 잘 돌봐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석 달이 지났습니다. A 씨는 아버지를 시설이 더 나은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아버지를 옮기는 순간에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옮긴 병원에서 아버지 상태가 안 좋다는 전화가 온 겁니다.
상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평소 지루성 피부염을 앓던 아버지의 머리는 온통 하얀 딱지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겹겹이 쌓여 떼어내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아버지에게 씻으신 적이 있냐고 물으니, 아버지는 석 달 동안 단 한 번도 씻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왜 안 씻겨주고 물으니, '씻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또 기저귀도 이틀에 한 번씩 갈아줬다는 믿기 힘든 말을 했습니다.
하얀 딱지가 뒤덮인 입원환자 두피
■ 언론에 제보하라고 배짱부린 병원...관할 보건소, 실태조사 착수
화가 난 A 씨는 병원에 따졌습니다. 그런데 병원 관계자는 업무 시간이 아니라며 A 씨에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따져 묻는 A 씨에게 화를 내며 "언론에 제보할 테면 해보라"고 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입니다.
KBS가 병원에 취재요청서를 보내자, 그제야 병원 측은 A 씨에게 전화해 처음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관리 소홀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충분히 씻겨 주었고, 퇴원 이틀 전에는 목욕까지 했다며 환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머리의 딱지 역시, 피부염의 결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새로 옮긴 병원에서 입원 첫날 A 씨의 아버지가 목욕을 하자, 머리는 깨끗해졌습니다.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처를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굳이 보호자에게 알릴 만큼 상처가 크지 않아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최근 상처가 조금 커지던 차에 환자가 퇴원해, 충분히 오해할만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엉덩이에 생긴 욕창은 단순한 기저귀 발진일 뿐 치료할 상황도 아니었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미리 이야기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귀 부위의 상처에 대해서는 아예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의료진들이 상처를 보고도 그냥 방치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 결국, 관할 보건소가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면회금지 병원 많은데.. 불안한 가족들
최근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많은 병원이 면회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보호자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치료는 잘 되고 있는지, 밥은 잘 먹는지 모든 것이 궁금합니다. 전화로 의료진에게 상태를 물어보지만, 답답하기만 합니다.
혹여나 전화로 오랫동안 자세히 물어봤다가 환자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을까 봐 기본적인 것만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더욱 환자 관리를 철저히 해줘야겠죠.
코로나19로 입원환자 면회가 금지되자 화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있다
그러나 병원의 선의에만 기대야만 하는 일일까요. 현재 행정기관에서는 면회금지로 인한 환자관리 소홀에 대한 대책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사후 실태조사를 나가는 일이 전부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만큼, 보호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환자의 상태를 알릴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환자는 가족을 만나지 못해 외롭고, 가족은 환자 상태를 알 수 없어 불안한 상황.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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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원한 아버지 석달 만에 만났는데…“씻지도 못하고 온몸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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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2-03 17:43:40
■ "아버님 상태 가 많이 안 좋아요. 병원으로 빨리 와보세요..."
"아버지를 새로운 병원으로 옮긴 날, 병원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부리나케 달려간 아들은 석 달 만에 만난 아버지를 보고 주저앉았습니다. 온몸이 성한 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엉덩이 피부가 검게 짓물러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했고, 허리에는 큰 욕창까지 생겼습니다. 귀는 피고름으로 가득 차 얼굴까지 부었습니다.
의료진은 놀란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전에 있던 병원에서...제대로 관리를 못 받으신 것 같아요"
■ "그 병원에 모신 제가 불효자입니다"...130만 원 들여 간병서비스도 신청했는데…
지난해 10월, A 씨는 대구의 한 병원에 아버지를 입원시켰습니다. 아버지는 뇌경색 후유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더욱 잘 모시기 위해 한 달에 130만 원씩 드는 간병서비스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이 병원은 코로나19로 면회가 전면 금지된 곳이었습니다. A 씨는 말이 어눌했던 아버지와 의사소통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의료진들에게 치료가 잘 되는지, 상태는 어떤지 전화로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병원은 '특별한 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전적으로 병원을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면회가 금지됐기 때문에 더욱 더 잘 돌봐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석 달이 지났습니다. A 씨는 아버지를 시설이 더 나은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아버지를 옮기는 순간에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옮긴 병원에서 아버지 상태가 안 좋다는 전화가 온 겁니다.
상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평소 지루성 피부염을 앓던 아버지의 머리는 온통 하얀 딱지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겹겹이 쌓여 떼어내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아버지에게 씻으신 적이 있냐고 물으니, 아버지는 석 달 동안 단 한 번도 씻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왜 안 씻겨주고 물으니, '씻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또 기저귀도 이틀에 한 번씩 갈아줬다는 믿기 힘든 말을 했습니다.
■ 언론에 제보하라고 배짱부린 병원...관할 보건소, 실태조사 착수
화가 난 A 씨는 병원에 따졌습니다. 그런데 병원 관계자는 업무 시간이 아니라며 A 씨에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따져 묻는 A 씨에게 화를 내며 "언론에 제보할 테면 해보라"고 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입니다.
KBS가 병원에 취재요청서를 보내자, 그제야 병원 측은 A 씨에게 전화해 처음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관리 소홀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충분히 씻겨 주었고, 퇴원 이틀 전에는 목욕까지 했다며 환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머리의 딱지 역시, 피부염의 결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새로 옮긴 병원에서 입원 첫날 A 씨의 아버지가 목욕을 하자, 머리는 깨끗해졌습니다.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처를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굳이 보호자에게 알릴 만큼 상처가 크지 않아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최근 상처가 조금 커지던 차에 환자가 퇴원해, 충분히 오해할만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엉덩이에 생긴 욕창은 단순한 기저귀 발진일 뿐 치료할 상황도 아니었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미리 이야기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귀 부위의 상처에 대해서는 아예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의료진들이 상처를 보고도 그냥 방치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 결국, 관할 보건소가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면회금지 병원 많은데.. 불안한 가족들
최근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많은 병원이 면회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보호자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치료는 잘 되고 있는지, 밥은 잘 먹는지 모든 것이 궁금합니다. 전화로 의료진에게 상태를 물어보지만, 답답하기만 합니다.
혹여나 전화로 오랫동안 자세히 물어봤다가 환자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을까 봐 기본적인 것만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더욱 환자 관리를 철저히 해줘야겠죠.
그러나 병원의 선의에만 기대야만 하는 일일까요. 현재 행정기관에서는 면회금지로 인한 환자관리 소홀에 대한 대책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사후 실태조사를 나가는 일이 전부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만큼, 보호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환자의 상태를 알릴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환자는 가족을 만나지 못해 외롭고, 가족은 환자 상태를 알 수 없어 불안한 상황.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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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jy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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