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페트병 분리배출’ 시행 한 달…여전히 ‘재활용 수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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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병 같은 투명 페트병은 플라스틱과 구분해서 버려야 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의무사항이 됐고 올해 12월부터는 단독주택으로도 확대됩니다.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잘 실천되고 있을까요?
■ 버려진 투명 페트병, 재활용하려고 수입?
국내 재활용 시장에서 투명 페트병은 귀한 몸입니다. 구하지 못해 대부분 수입할 정도인데요.
집마다 나오는 생수병만 해도 천지인데, 다쓰고 버린 페트병이 모자라 수입한다?고 하니 쉽게 이해하기 어렵죠.
색이 있는 페트병은 기존 것보다 진한 색으로만 재활용할 수 있지만, 투명 페트병은 어떤 색으로든 탈바꿈할 수 있어 재활용 가치가 큰 고품질 원료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분리 배출이 안 되는 게 문제입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되는 페트병 약 30만 톤 가운데 80%가량이 재활용됐는데요. 다른 플라스틱과 함께 섞여서 배출돼 재활용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고작 10% 정도만 재생 섬유를 활용한 의류 등 원래 용도에 맞게 고품질 원료로 재활용됐고, 나머지 부족한 양 대부분은 일본에서 수입했습니다.
'재활용 수입국'이라는 문제의식과 함께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에서 촉발된 불매 운동이 더해져 본격적인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정책이 시작됐습니다.
■ '자격 미달' 페트병 하나만 껴도 허사
사실 투명 페트병은 전용함에 따로 버리기만 해선 안 됩니다.
1) 내용물을 비워 헹구고, 2) 겉면을 둘러싼 포장을 떼고, 3) 찌그러뜨려야 재활용할 수 있게한 뒤 버려야 제.대.로 분리 배출을 하는 겁니다. |
주변에 물어보니 투명 페트병을 버리는 유형, 크게 4가지 부류로 나뉘었습니다.
- 분리 배출이 뭐야? 플라스틱 아님? - 배출 수칙은 몰라. 그냥 전용함에 따로 버릴 뿐. - 헹궈야 하고. 알지만 귀찮아 - 제대로 알고 손수 실천까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
구체적인 배출 수칙을 취재 덕분에 알게 됐으니, 그 동안 저 역시 부끄럽게도 재활용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유형이었습니다.
그나마 제대로 알고 실천해온 이들이 있어 주변에 있어 다행이라고 안심했는데 따지고 보니 그도 아니었습니다.
저처럼 포장 그대로 버리는 등 이른바 '자격 미달' 페트병이 하나라도 섞이면,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수고스러움을 감내하고 제대로 한 분리 배출도, 저 같은 불청객이 하나만 껴도 허사가 되는 겁니다.
■ 분리 배출, 지금은 해도 소용없다?
그렇다고 분리 배출을 제대로 한 투명 페트병이 다 재활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로는요.
각 가정에서 배출한 폐기물은 수거 업체에서 가져간 뒤에 한 번 더 분리 작업을 하고, 일정량을 모아 주기적으로 전문 재활용 업체에 넘겨 세척과 파쇄 등의 후속 공정을 거쳐 각종 원료로 재활용되는데요.
지난해 12월, 공동주택의 분리 배출이 의무화되고 투명 페트병을 따로 모아 버리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양이 워낙 적어 수거 업체가 재활용 처리업체에 넘기는 양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량을 채울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으니, 분리 배출한 투명 페트병을 다시 폐플라스틱과 함께 재활용 처리업체에 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분리 배출 한 달 차 폐기물 수거업자들이 털어놓은
고충입니다.
실제로 한 아파트는 투명 페트병을 버리는 자루를 일부러 안이 훤히 보이는 투명 비닐로 마련해 입주민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었지만, 분리 배출량이 적어 수거 업체에서 가져갈 만큼 한 달 넘게 따로 모으고 또 모으고 있었습니다.
수거 업체에서도 나름 '자격 미달' 페트병을 선별하려고 하지만 수작업에 한계가 있어 사실상 포기한 상태.
여러 아파트에서 가져온 투명 페트병도 모이는 대로 압축해 쟁여 놓고 있지만, 양이 적어 재활용 업체에 주지도 못하고 여러 날 자리만 차지한 채 둬야해 여러모로 속 타는 상황입니다.
투명 페트병 자체가 적은 게 아니라 제대로 버리는 양이 적어 재활용하지 못하는 실상, 분리 배출 한 달 차 재활용 수입국의 현실입니다.
■ 재활용 독립, 제조단계부터 재활용 고민을
분리 배출이 제대로 안 돼 재활용할 수 없는 건, 비단 투명 페트병만은 아닙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단독주택에서 배출된 재활용품을 처리하는 충북지역 공공선별시설 4곳을 확인한 결과, 반입량의 30~40%가 재활용 선별이 제대로 안 돼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조사에서는 특히 각 가정에서의 혼합 배출뿐 아니라, 선별이 쉽지 않은 다양한 재질의 포장재와 재생 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유색 용기 등이 재활용률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즉, 각 가정에서 분리 배출을 하더라도 상당량이 재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려면, 용도에 따라 포장재의 재질을 통일하는 등 제조 단계부터 재활용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재활용 독립 선언한 달 차, 정책 과도기이기도 하지만 분리 배출은 일상에서 습관처럼 길들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분리 배출 기준이 모호하다면 선별 방법을 알려주는 앱 ('내 손 안의 분리수거')을 생활화하는 것도 한 방법!
대규모 공동주택에 이어, 빌라나 연립 단독주택의 페트병 분리배출은 오는 12월부터 의무화되는데요.
계도 기간과 대상을 떠나 올바른 분리배출은 당장 관심과 실천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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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후] ‘페트병 분리배출’ 시행 한 달…여전히 ‘재활용 수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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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2-04 08:00:11
- 수정2021-02-04 18:32:36
■ 버려진 투명 페트병, 재활용하려고 수입?
국내 재활용 시장에서 투명 페트병은 귀한 몸입니다. 구하지 못해 대부분 수입할 정도인데요.
집마다 나오는 생수병만 해도 천지인데, 다쓰고 버린 페트병이 모자라 수입한다?고 하니 쉽게 이해하기 어렵죠.
색이 있는 페트병은 기존 것보다 진한 색으로만 재활용할 수 있지만, 투명 페트병은 어떤 색으로든 탈바꿈할 수 있어 재활용 가치가 큰 고품질 원료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분리 배출이 안 되는 게 문제입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되는 페트병 약 30만 톤 가운데 80%가량이 재활용됐는데요. 다른 플라스틱과 함께 섞여서 배출돼 재활용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고작 10% 정도만 재생 섬유를 활용한 의류 등 원래 용도에 맞게 고품질 원료로 재활용됐고, 나머지 부족한 양 대부분은 일본에서 수입했습니다.
'재활용 수입국'이라는 문제의식과 함께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에서 촉발된 불매 운동이 더해져 본격적인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정책이 시작됐습니다.
■ '자격 미달' 페트병 하나만 껴도 허사
사실 투명 페트병은 전용함에 따로 버리기만 해선 안 됩니다.
1) 내용물을 비워 헹구고, 2) 겉면을 둘러싼 포장을 떼고, 3) 찌그러뜨려야 재활용할 수 있게한 뒤 버려야 제.대.로 분리 배출을 하는 겁니다. |
주변에 물어보니 투명 페트병을 버리는 유형, 크게 4가지 부류로 나뉘었습니다.
- 분리 배출이 뭐야? 플라스틱 아님? - 배출 수칙은 몰라. 그냥 전용함에 따로 버릴 뿐. - 헹궈야 하고. 알지만 귀찮아 - 제대로 알고 손수 실천까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
구체적인 배출 수칙을 취재 덕분에 알게 됐으니, 그 동안 저 역시 부끄럽게도 재활용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유형이었습니다.
그나마 제대로 알고 실천해온 이들이 있어 주변에 있어 다행이라고 안심했는데 따지고 보니 그도 아니었습니다.
저처럼 포장 그대로 버리는 등 이른바 '자격 미달' 페트병이 하나라도 섞이면,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수고스러움을 감내하고 제대로 한 분리 배출도, 저 같은 불청객이 하나만 껴도 허사가 되는 겁니다.
■ 분리 배출, 지금은 해도 소용없다?
그렇다고 분리 배출을 제대로 한 투명 페트병이 다 재활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로는요.
각 가정에서 배출한 폐기물은 수거 업체에서 가져간 뒤에 한 번 더 분리 작업을 하고, 일정량을 모아 주기적으로 전문 재활용 업체에 넘겨 세척과 파쇄 등의 후속 공정을 거쳐 각종 원료로 재활용되는데요.
지난해 12월, 공동주택의 분리 배출이 의무화되고 투명 페트병을 따로 모아 버리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양이 워낙 적어 수거 업체가 재활용 처리업체에 넘기는 양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량을 채울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으니, 분리 배출한 투명 페트병을 다시 폐플라스틱과 함께 재활용 처리업체에 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분리 배출 한 달 차 폐기물 수거업자들이 털어놓은
고충입니다.
실제로 한 아파트는 투명 페트병을 버리는 자루를 일부러 안이 훤히 보이는 투명 비닐로 마련해 입주민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었지만, 분리 배출량이 적어 수거 업체에서 가져갈 만큼 한 달 넘게 따로 모으고 또 모으고 있었습니다.
수거 업체에서도 나름 '자격 미달' 페트병을 선별하려고 하지만 수작업에 한계가 있어 사실상 포기한 상태.
여러 아파트에서 가져온 투명 페트병도 모이는 대로 압축해 쟁여 놓고 있지만, 양이 적어 재활용 업체에 주지도 못하고 여러 날 자리만 차지한 채 둬야해 여러모로 속 타는 상황입니다.
투명 페트병 자체가 적은 게 아니라 제대로 버리는 양이 적어 재활용하지 못하는 실상, 분리 배출 한 달 차 재활용 수입국의 현실입니다.
■ 재활용 독립, 제조단계부터 재활용 고민을
분리 배출이 제대로 안 돼 재활용할 수 없는 건, 비단 투명 페트병만은 아닙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단독주택에서 배출된 재활용품을 처리하는 충북지역 공공선별시설 4곳을 확인한 결과, 반입량의 30~40%가 재활용 선별이 제대로 안 돼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조사에서는 특히 각 가정에서의 혼합 배출뿐 아니라, 선별이 쉽지 않은 다양한 재질의 포장재와 재생 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유색 용기 등이 재활용률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즉, 각 가정에서 분리 배출을 하더라도 상당량이 재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려면, 용도에 따라 포장재의 재질을 통일하는 등 제조 단계부터 재활용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재활용 독립 선언한 달 차, 정책 과도기이기도 하지만 분리 배출은 일상에서 습관처럼 길들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분리 배출 기준이 모호하다면 선별 방법을 알려주는 앱 ('내 손 안의 분리수거')을 생활화하는 것도 한 방법!
대규모 공동주택에 이어, 빌라나 연립 단독주택의 페트병 분리배출은 오는 12월부터 의무화되는데요.
계도 기간과 대상을 떠나 올바른 분리배출은 당장 관심과 실천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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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정 기자 5w1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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