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역민 독감 백신 무료 접종…왜 문제인가?

입력 2021.02.04 (21:40) 수정 2021.02.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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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일부 지자체가 전 지역민에게 독감 백신을 무료 접종을 하려고 대량 확보했다가 폐기하게 된 상황을 보도했죠.

그런데 좀 남더라도 무료로 놔주겠다고 하는 건 괜찮은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많습니다.

최혜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독감 백신 국가출하승인량 3천 4만개 가운데 국가예방접종사업용, 이른바 공적 물량은 65% 수준.

어린이나 노인 등 국가 사업에 포함된 천 9백만 명이 접종 대상입니다.

나머지 35%는 민간 유료 접종용으로, 만 19세에서 61세까지 국민이 나눠 맞아야하는 물량입니다.

추가 생산은 불가능합니다.

한정된 물량에서 일부 지자체가 민간 유료 백신을 대량으로 가져가면 다른 지자체에서는 돈을 주고 맞고 싶어도 못 맞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8월 지자체에 전 지역민 무료 접종을 자제하라는 협조 공문까지 보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의 독감 백신 확보전은 계속됐습니다.

[의약품 도매상 관계자/음성변조 : "다 확보해버린 곳은 지역민들에게 다 해줄 수 있고, 다른 지자체는 못해주면 무능한 지자체가 된다는 단체장님들의 생각도 있으셔서요."]

결국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된 지난해 9월과 10월.

전 지역민 무료 사업을 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유통과정의 문제까지 겹치면서 백신 부족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민간 의료기관이 제약회사나 도매상을 통해 사야하는 만 12세 이하용 무료 백신마저 확보가 어려웠습니다.

[배정화/○○아동병원 간호팀장 : "접종하러 왔는데 물량이 없어서 돌려보낼 때 너무 어린 아이들이 왔는데 안타까웠죠."]

도매상들은 수요가 급증하자 일부 제약회사들이 단가가 낮은 국가사업용 무료 백신 공급을 기피하는 현상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문은철/○○ 의약품 도매상 대표 : "제약회사에서 안 주니까요. 우리는 NIP(국가사업용)로 공급을 못 하겠다. 일반 환자만 맞게 해달라고요. 그런데 그것도 숫자가 부족했어요."]

그러는 사이 유료 백신 가격은 계속 올랐습니다.

경남 진주시는 만 3천 8백 원, 제주도는 만 5천6백 원, 가장 늦게 산 전남 보성군은 정부조달가의 배인 최고 만 9천원에 샀습니다.

[의약품 도매상 관계자/음성변조 : "약이 없다보니까 백신이 배춧값처럼 얼토당토 않은 가격에 22,000원, 25,000원에도 구매를 하고요."]

의료계는 의학적 검토없는 지자체의 경쟁적 백신 확보는 시장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임현택/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 "표를 득표를 위해서 시장에 한정돼 있는 백신을 쓸어가다 보니까 정작 우리 애들은 꼭 맞아야하는데 맞을 백신이 굉장히 부족해졌고, 그게 지난해 현실로 나타난거죠."]

선제적 조치를 내세운 지자체 독감 백신 접종 확대 사업.

맞고 싶어도 맞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했고, 결국 많은 백신이 남아 돌아 폐기 처분을 앞두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혜진입니다.

촬영기자:박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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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지역민 독감 백신 무료 접종…왜 문제인가?
    • 입력 2021-02-04 21:40:27
    • 수정2021-02-04 21:58:29
    뉴스9(광주)
[앵커]

어제 일부 지자체가 전 지역민에게 독감 백신을 무료 접종을 하려고 대량 확보했다가 폐기하게 된 상황을 보도했죠.

그런데 좀 남더라도 무료로 놔주겠다고 하는 건 괜찮은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많습니다.

최혜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독감 백신 국가출하승인량 3천 4만개 가운데 국가예방접종사업용, 이른바 공적 물량은 65% 수준.

어린이나 노인 등 국가 사업에 포함된 천 9백만 명이 접종 대상입니다.

나머지 35%는 민간 유료 접종용으로, 만 19세에서 61세까지 국민이 나눠 맞아야하는 물량입니다.

추가 생산은 불가능합니다.

한정된 물량에서 일부 지자체가 민간 유료 백신을 대량으로 가져가면 다른 지자체에서는 돈을 주고 맞고 싶어도 못 맞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8월 지자체에 전 지역민 무료 접종을 자제하라는 협조 공문까지 보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의 독감 백신 확보전은 계속됐습니다.

[의약품 도매상 관계자/음성변조 : "다 확보해버린 곳은 지역민들에게 다 해줄 수 있고, 다른 지자체는 못해주면 무능한 지자체가 된다는 단체장님들의 생각도 있으셔서요."]

결국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된 지난해 9월과 10월.

전 지역민 무료 사업을 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유통과정의 문제까지 겹치면서 백신 부족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민간 의료기관이 제약회사나 도매상을 통해 사야하는 만 12세 이하용 무료 백신마저 확보가 어려웠습니다.

[배정화/○○아동병원 간호팀장 : "접종하러 왔는데 물량이 없어서 돌려보낼 때 너무 어린 아이들이 왔는데 안타까웠죠."]

도매상들은 수요가 급증하자 일부 제약회사들이 단가가 낮은 국가사업용 무료 백신 공급을 기피하는 현상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문은철/○○ 의약품 도매상 대표 : "제약회사에서 안 주니까요. 우리는 NIP(국가사업용)로 공급을 못 하겠다. 일반 환자만 맞게 해달라고요. 그런데 그것도 숫자가 부족했어요."]

그러는 사이 유료 백신 가격은 계속 올랐습니다.

경남 진주시는 만 3천 8백 원, 제주도는 만 5천6백 원, 가장 늦게 산 전남 보성군은 정부조달가의 배인 최고 만 9천원에 샀습니다.

[의약품 도매상 관계자/음성변조 : "약이 없다보니까 백신이 배춧값처럼 얼토당토 않은 가격에 22,000원, 25,000원에도 구매를 하고요."]

의료계는 의학적 검토없는 지자체의 경쟁적 백신 확보는 시장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임현택/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 "표를 득표를 위해서 시장에 한정돼 있는 백신을 쓸어가다 보니까 정작 우리 애들은 꼭 맞아야하는데 맞을 백신이 굉장히 부족해졌고, 그게 지난해 현실로 나타난거죠."]

선제적 조치를 내세운 지자체 독감 백신 접종 확대 사업.

맞고 싶어도 맞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했고, 결국 많은 백신이 남아 돌아 폐기 처분을 앞두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혜진입니다.

촬영기자:박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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