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저 운 없는 군인이었을까요?

입력 2021.02.16 (06:26) 수정 2021.02.1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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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성한 의무'로 일컬어지는 병역 의무, 대한민국 대다수 남성들이 이행하고 있죠.

이렇게 충실히 의무를 수행하는 청년들에게, 과연 국가는 얼마나 책임을 다하고 있을까요?

올 한 해 KBS는 '가야만 하는 군대'가 과연 '갈 만한 군대'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첫번째로 군에서 일어나는 안전 사고에 대해 짚어봅니다.

그 실태는 어떤지, 사고 발생 시 군은 적절히 대응하는지, 먼저 신선민 기자의 보도 보시고 생각해보시죠.

[리포트]

[백현민/2012~2014년 육군 ○○부대 행정병 복무 : "누울 때도 아프고, 앉아 있어도, 걸을 때도, 뭔가를 하고 의식이 있으면 계속 아프니까..."]

매일 찌르는 듯한 통증과 싸운다는 서른 살 백현민 씨.

하루 3번 진통제와 정신과 약을 복용할 때마다 그날이 떠오릅니다.

22살, 제대를 반년 앞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폭설로 제설작업이 한창이던 부대, 취사장 지붕의 눈을 치우러 올라오라는 간부의 말에 백씨는 '네' 하고 삽을 들고 올라갔습니다.

지붕에 발을 내딛은 순간, 다른 발을 지탱하던 사다리가 접혔습니다.

그리고 3미터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 추락했습니다.

[백현민 : "하필 떨어진 데가 눈을 다 치운 콘크리트 바닥이라..."]

손목뼈가 스무 조각으로 으스러져 긴 수술을 받았습니다.

삶은 이날 이전으론 돌아갈 수 없게 됐습니다.

손목을 굽힐 수 없게 됐고, 일상은 힘에 부칩니다.

[백현민 : "펜 잡고 계속 필기하는 게 저한테는 제일 어려웠던 것 같고, 문제가 왼손의 반 정도 밖에 힘을 못 써서..."]

입대 전 경호원을 꿈꾸며 경호학과에 진학했던 백씨, 꿈은 그야말로 꿈이 됐습니다.

제대 후 보훈보상 6급 판정으로 월 90여만원 연금을 받아 생활합니다.

[백현민 : "(연금) 90만 원 받는 것보다 내 힘으로 100만 원 받는 게 더 낫죠. 입대하기 전에 생각하던 장래희망 같은 건 이미 날아가 버린 것 같고..."]

당시 해당 부대 문서를 살펴봤습니다.

사고 사흘 전, 부대에는 '지붕위 작업 금지'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지붕 위에 올라가더라도 로프를 쓰게 했습니다.

[백현민 : "정보공개 청구해서 (직접) 확인해보니까 (안전 지침이 있었습니다.) 간부라도‘너 그거 착용 안 하고 올라가면 안돼’딱 그런 식으로 제지라도 했을 텐데..."]

단순한 명령이 현장에서 무시된 결과, 20대 청년은 언제 나아질지 기약없는 후유증을 안게 됐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박주연 이윤진/그래픽:채상우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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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그저 운 없는 군인이었을까요?
    • 입력 2021-02-16 06:26:15
    • 수정2021-02-16 06:33:31
    뉴스광장 1부
[앵커]

'신성한 의무'로 일컬어지는 병역 의무, 대한민국 대다수 남성들이 이행하고 있죠.

이렇게 충실히 의무를 수행하는 청년들에게, 과연 국가는 얼마나 책임을 다하고 있을까요?

올 한 해 KBS는 '가야만 하는 군대'가 과연 '갈 만한 군대'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첫번째로 군에서 일어나는 안전 사고에 대해 짚어봅니다.

그 실태는 어떤지, 사고 발생 시 군은 적절히 대응하는지, 먼저 신선민 기자의 보도 보시고 생각해보시죠.

[리포트]

[백현민/2012~2014년 육군 ○○부대 행정병 복무 : "누울 때도 아프고, 앉아 있어도, 걸을 때도, 뭔가를 하고 의식이 있으면 계속 아프니까..."]

매일 찌르는 듯한 통증과 싸운다는 서른 살 백현민 씨.

하루 3번 진통제와 정신과 약을 복용할 때마다 그날이 떠오릅니다.

22살, 제대를 반년 앞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폭설로 제설작업이 한창이던 부대, 취사장 지붕의 눈을 치우러 올라오라는 간부의 말에 백씨는 '네' 하고 삽을 들고 올라갔습니다.

지붕에 발을 내딛은 순간, 다른 발을 지탱하던 사다리가 접혔습니다.

그리고 3미터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 추락했습니다.

[백현민 : "하필 떨어진 데가 눈을 다 치운 콘크리트 바닥이라..."]

손목뼈가 스무 조각으로 으스러져 긴 수술을 받았습니다.

삶은 이날 이전으론 돌아갈 수 없게 됐습니다.

손목을 굽힐 수 없게 됐고, 일상은 힘에 부칩니다.

[백현민 : "펜 잡고 계속 필기하는 게 저한테는 제일 어려웠던 것 같고, 문제가 왼손의 반 정도 밖에 힘을 못 써서..."]

입대 전 경호원을 꿈꾸며 경호학과에 진학했던 백씨, 꿈은 그야말로 꿈이 됐습니다.

제대 후 보훈보상 6급 판정으로 월 90여만원 연금을 받아 생활합니다.

[백현민 : "(연금) 90만 원 받는 것보다 내 힘으로 100만 원 받는 게 더 낫죠. 입대하기 전에 생각하던 장래희망 같은 건 이미 날아가 버린 것 같고..."]

당시 해당 부대 문서를 살펴봤습니다.

사고 사흘 전, 부대에는 '지붕위 작업 금지'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지붕 위에 올라가더라도 로프를 쓰게 했습니다.

[백현민 : "정보공개 청구해서 (직접) 확인해보니까 (안전 지침이 있었습니다.) 간부라도‘너 그거 착용 안 하고 올라가면 안돼’딱 그런 식으로 제지라도 했을 텐데..."]

단순한 명령이 현장에서 무시된 결과, 20대 청년은 언제 나아질지 기약없는 후유증을 안게 됐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박주연 이윤진/그래픽:채상우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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