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플러스]① 이재영·이다영, 국가대표 자격 박탈…‘체육계 폭력’ 근절 방안은?

입력 2021.02.16 (16:37) 수정 2021.02.1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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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 : 사사건건
■ 코너명 : 사사건건 플러스
■ 방송시간 : 2월 16일(화) 16:00~17:00 KBS1
■ 진행 : 박찬형 기자
■ 출연 :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박찬형 프로배구 선수들의 학창 시절 폭력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스포츠 학교 폭력, 문제점과 대책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강대 교육대학원 정용철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용철 안녕하세요?

◎박찬형 여자 프로배구 이재영, 다영 자매, 그러니까 이전에 학교 폭력 사건이 불거지면서 우리나라가 굉장히 시끄러운 그런 상황인데, 그 상황을 쭉 방송으로 다 보셨을 텐데, 보시고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정용철 약간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데요. 첫 번째는 이런 사건이 놀랍지 않다.

◎박찬형 아, 놀랍지 않아요?

▼정용철 왜냐하면 그전부터 이런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고 매번 나올 때마다 사회적 논란이 됐지만 근절이 안 됐다는 점이 마음은 아프지만 굉장히 너무 익숙한 내러티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피해자가 SNS를 통해서 이걸 밝힌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이제 더 이상 피해자들이 이 사실을 덮고 말하지 못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어느 정도 피해자의 목소리가 나오는 임계점에 다다르지 않았나, 이런 두 가지 양가적인 감정을 가졌습니다.

◎박찬형 그런 걸 보면서 좀 답답했던 게, 이런 학교 폭력 문제, 스포츠 폭력 문제,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이 문제점이 수년 전부터 계속, 수십 년 전부터 계속해서 이슈화돼 왔었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아직도 우리는 성적 지상주의? 그리고 합숙 훈련할 때 어떤 폭력 문제, 이런 것들? 여전히 거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봐야 될까요?

▼정용철 지금 두 가지 지적하셨는데 합숙이 있고 성적 지상주의가 있는데, 합숙은 이제 물리적인, 굉장히 고립된 물리적 환경인데 이 부분은 굉장히 지적이 많이 돼서 지금 합숙소는 이제 공식적으로는 없어지는 거로 그렇게 진행이 되고 있어요.

◎박찬형 공식적으로만 없어지는 거죠?

▼정용철 그렇죠. 또 암암리에 있긴 하죠. 그런데 이제 성적 지상주의는 사실은 조금 더 깊이 들어가야 되는데, 이 부분은 우리가 메달 따고 성적을 내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거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요. 그걸 가는 동안에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반인권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그 부분을 걷어내려고 하는 건데, 이 성적 지상주의가 나올 때마다 좀 약간 메달 따는 게 뭐 어떠냐, 이런 식으로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박찬형 이것과 관련해서 2019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전수조사를 했었거든요. 그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아무래도 가해자들이 지도자인 경우가 많긴 했지만 또 내용을 살펴보면 학생이 가해자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에도 이슈가 되긴 했지만 앞으로도 비슷하게, 뒤늦게지만 학폭 문제를, 스포츠 학폭 문제는 계속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될까요?

▼정용철 저는 늘 얘기 드리는 게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를 하는데요. 지금 드러난 케이스들은 아주 극소수이고 심지어 지금 가해자가 이재영, 이다영 정도 됐기 때문에 이 정도의 휘발성을 가지고 이슈화가 됐지, 사실은 가해자가 그냥 운동 그만둔, 흐지부지 그만둔 운동선수였다면 이런 이슈화까지도 가지 못했다. 그렇다면 묻히고 지금까지 말 못 하는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찬형 교수님이 스포츠심리 전공이라고 들었는데, 이제 학생들도 많이 만나보셨을 테고 운동선수들도 많이 만나보셨을 텐데, 실제로 이런 폭력 때문에 운동을 그만둔다든가 이런 친구들도 만나보신 적 있습니까?

▼정용철 운동을 그만둔 선수 중에 대부분의 경우 이 친구들이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 운동에 재능이 있고. 그런데 이 분야에서 떠난다는 것은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거의 안 일어나는데, 그 경우에 대다수가 일단 폭력과 어떤 반인권적인 지도자나 동료들의 어떤 악행이 이유가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요. 그런 선수들의 경우에는 이런 심리적인 어떤 상처, '이모셔널 스카(emotional scar)' 라고 하는 이런 트라우마가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이 되고 친구들이 저를 만나서 상담할 때 얘기를 들어보면 운동 못한다고 맞고 운동 그만둔다고 한다고 맞고.

◎박찬형 그래도 맞아요?

▼정용철 심지어 제가 본 친구 중에는 공부한다고 했다가 맞은 친구도 있고요. 그러니까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이유로, 그리고 그냥 눈빛이...

◎박찬형 마음에 안 든다?

▼정용철 그렇죠. 건방지다. 굉장히 유명한 일화인데요. 그런 이유로 배구에서 큰 사건이 2005년, 2009년에 있었는데, 그때 국가대표 주전 선수가 맞았던 이유가 엄청 많이 맞아서 문제가 됐었는데 그때 이유를 알아보니까 정말 어이없게도 감독이 보는데 눈빛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이유로 맞았다는 거죠.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러한 엄청난 폭행들이 가해진 거죠.

◎박찬형 이건 어떻게 수습하는지도 지켜봐야 될 것 같은데, 지금 쌍둥이 자매도 그렇고 남자배구 송명근, 심경섭 선수, 협회 차원에서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고 하고 국가대표 자격 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하는데, 배구협회의 입장 잠깐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조용구/ 대한배구협회 사무처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무기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 제외하였습니다.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제11조 1항 제13호에 의하면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사람은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로 선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박찬형 쌍둥이 자매에 대해서 무기한 정지 내려진 것 자체가, 왜 무기한이라는 표현을 했느냐. 그 말은 조용해지면 다시 회복되는 것 아니냐 하면서 또 문제 제기하는 사람도 있던데, 어떻게 보세요?

▼정용철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데요. 많은 팬들이 이 무기한이라는 말에 처음에는 굉장히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중징계가 아니냐 하는데, 실은 언제든지 여론의 추이를 봐서 이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어떤 이런 오픈된 결과를 보이기 때문에.

◎박찬형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10년, 이렇게 박아놓으면 모르겠는데.

▼정용철 그렇죠. 과거에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2009년 케이스가 그 처벌이 무기한 자격 정지였습니다. 그 감독이 3년 후에 모교의 감독으로 부임했고요. 지금 현재 실업팀 감독으로 있어요. 그러니까 이 과거를 봤을 때 이런 무기한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술하게 용인이 돼왔는지에 대한 어떤 반증이 될 수 있죠.

◎박찬형 이 쌍둥이 자매가 배구 선수로서 많이 활동을 했던 그런 선수들인데, 아무래도 대표님의 전력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분명히 있는 상황이고요. 그리고 분명하게 처벌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국가대표 자격 정지, 이건 당연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야 되겠죠, 그거는?

▼정용철 당연하고요. 그런데 이 와중에도 국대 팀의 전력 손실을 걱정하고 메달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어떻게든 기회를 줘야 되겠다는 말이 또 엘리트계에서 나오고 있어요.

◎박찬형 지금도 그런 목소리가 나와요?

▼정용철 그런 분들 때문에 사실은, 그러면 메달 따면 용서해줄 거냐, 이런 부분들이 정말 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되는 이런 용인되는 문화가 거기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찬형 오늘 배구연맹에서 배구계 학교 폭력 관련해서 대책 회의를 한다고 해요. 여기서 어디까지 얘기가 나올지 모르겠는데, 이런 회의체에서 어떤 게 논의돼야 된다고 보십니까?

▼정용철 저는 지금 이 사안에 대한 어떤 강력한 처벌, 기본이겠지만 사실은 이게 잉태될 수밖에 없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들, 그리고 이 문화적인 부분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되고요. 저는 가장 중요한 거는 배구협회나 연맹에서 책임져야 될 사람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 그 부분이 지금 부재한 상황에서 가해자 처벌한다는 것 갖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일반 여론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박찬형 이번에 논란이 된 것 중에 쌍둥이 자매 엄마, 배구 선수 출신 엄마라고 하죠? 그 관련해서 팀 훈련이나 전술에 개입했거나 갑질을 했다는 의혹 제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의혹 제기이기 때문에 확인이 됐는지 여부는 더 알아봐야 되겠지만 만약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어떤 운동선수를 운동시키는 입장에서, 특히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을지 않을까요?

▼정용철 굉장히 큰 문제고요.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스포츠 문화에서는 하면 안 되는 일이죠. 일반 사회에서도 이런 자기의 친족이나 이해관계가 있을 때는 자기를 배제시키는 게 기본적인 상식인데, 많은 스포츠 스타들의 부모들이 그렇게 합니다. 많이 자기를 재촉하고, 예를 들어서 허재, 허웅, 아니면 이종범, 이런 스타들이 데리고 있던 자식들의 어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오히려 자기 자신을 좀 멀리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번 경우는 의혹에 의하면 아주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가지고 자기 자녀들의 어떤 미래에 개입을 했다는 의혹이 있어서 이 부분이 만약에 사실이라면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찬형 19일부터인가요? 최숙현 법이 시행이 된다고 하는데, 법도 법이지만 같이 병행해서 필요한 조치들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 수 있습니까?

▼정용철 저는 그냥 한 가지입니다. 근절을 시키려는 의지가 있어야 된다. 그러려면 보여줘야 되는데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느냐? 자기 직을 걸고 책임져야 되고요. 책임감이 'responsibility'인데 'response' 하는 능력이 우리 지도부에 없다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까지 대한체육회의 어떤 사람도 이 문제에 대해서 반응을 보인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이 지도자의 책임지는 모습의 부재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박찬형 방금 전에 대한체육회 얘기를 하셨는데 이게 대한체육회 차원에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건가요? 아니면 문화체육부 장관까지 나서서 이렇게 위에서 더 해야 되는 겁니까?

▼정용철 대한체육회 지금 막 출범했잖아요? 재선돼서 이제 4년 임기를 앞두고 있는데요. 캠페인에서 스포츠 인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하신 것들을 제대로 지켜내고 그런 책임 있는 정책들을 펼쳐나가시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19년 조재범, 20년 최숙현 거치면서 더 이상의 어떤 이런 책임감 있는 모습들을 보지 못하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박찬형 학교에서 폭력 없는 문화 만드는 걸 학생들한테만 일방적으로 맡겨서는 안 될 것 같고요. 교사들도 그렇고 교육계에 계신 분들도 그렇고 스포츠계에 계신 분들이 다 같이 힘을 모아줘야 그런 점들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용철 서강대 교수와 말씀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용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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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6 16:36:59
    • 수정2021-02-16 18: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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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시간 : 2월 16일(화) 16:00~17:00 KBS1
■ 진행 : 박찬형 기자
■ 출연 :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박찬형 프로배구 선수들의 학창 시절 폭력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스포츠 학교 폭력, 문제점과 대책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강대 교육대학원 정용철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용철 안녕하세요?

◎박찬형 여자 프로배구 이재영, 다영 자매, 그러니까 이전에 학교 폭력 사건이 불거지면서 우리나라가 굉장히 시끄러운 그런 상황인데, 그 상황을 쭉 방송으로 다 보셨을 텐데, 보시고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정용철 약간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데요. 첫 번째는 이런 사건이 놀랍지 않다.

◎박찬형 아, 놀랍지 않아요?

▼정용철 왜냐하면 그전부터 이런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고 매번 나올 때마다 사회적 논란이 됐지만 근절이 안 됐다는 점이 마음은 아프지만 굉장히 너무 익숙한 내러티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피해자가 SNS를 통해서 이걸 밝힌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이제 더 이상 피해자들이 이 사실을 덮고 말하지 못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어느 정도 피해자의 목소리가 나오는 임계점에 다다르지 않았나, 이런 두 가지 양가적인 감정을 가졌습니다.

◎박찬형 그런 걸 보면서 좀 답답했던 게, 이런 학교 폭력 문제, 스포츠 폭력 문제,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이 문제점이 수년 전부터 계속, 수십 년 전부터 계속해서 이슈화돼 왔었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아직도 우리는 성적 지상주의? 그리고 합숙 훈련할 때 어떤 폭력 문제, 이런 것들? 여전히 거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봐야 될까요?

▼정용철 지금 두 가지 지적하셨는데 합숙이 있고 성적 지상주의가 있는데, 합숙은 이제 물리적인, 굉장히 고립된 물리적 환경인데 이 부분은 굉장히 지적이 많이 돼서 지금 합숙소는 이제 공식적으로는 없어지는 거로 그렇게 진행이 되고 있어요.

◎박찬형 공식적으로만 없어지는 거죠?

▼정용철 그렇죠. 또 암암리에 있긴 하죠. 그런데 이제 성적 지상주의는 사실은 조금 더 깊이 들어가야 되는데, 이 부분은 우리가 메달 따고 성적을 내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거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요. 그걸 가는 동안에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반인권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그 부분을 걷어내려고 하는 건데, 이 성적 지상주의가 나올 때마다 좀 약간 메달 따는 게 뭐 어떠냐, 이런 식으로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박찬형 이것과 관련해서 2019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전수조사를 했었거든요. 그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아무래도 가해자들이 지도자인 경우가 많긴 했지만 또 내용을 살펴보면 학생이 가해자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에도 이슈가 되긴 했지만 앞으로도 비슷하게, 뒤늦게지만 학폭 문제를, 스포츠 학폭 문제는 계속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될까요?

▼정용철 저는 늘 얘기 드리는 게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를 하는데요. 지금 드러난 케이스들은 아주 극소수이고 심지어 지금 가해자가 이재영, 이다영 정도 됐기 때문에 이 정도의 휘발성을 가지고 이슈화가 됐지, 사실은 가해자가 그냥 운동 그만둔, 흐지부지 그만둔 운동선수였다면 이런 이슈화까지도 가지 못했다. 그렇다면 묻히고 지금까지 말 못 하는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찬형 교수님이 스포츠심리 전공이라고 들었는데, 이제 학생들도 많이 만나보셨을 테고 운동선수들도 많이 만나보셨을 텐데, 실제로 이런 폭력 때문에 운동을 그만둔다든가 이런 친구들도 만나보신 적 있습니까?

▼정용철 운동을 그만둔 선수 중에 대부분의 경우 이 친구들이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 운동에 재능이 있고. 그런데 이 분야에서 떠난다는 것은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거의 안 일어나는데, 그 경우에 대다수가 일단 폭력과 어떤 반인권적인 지도자나 동료들의 어떤 악행이 이유가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요. 그런 선수들의 경우에는 이런 심리적인 어떤 상처, '이모셔널 스카(emotional scar)' 라고 하는 이런 트라우마가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이 되고 친구들이 저를 만나서 상담할 때 얘기를 들어보면 운동 못한다고 맞고 운동 그만둔다고 한다고 맞고.

◎박찬형 그래도 맞아요?

▼정용철 심지어 제가 본 친구 중에는 공부한다고 했다가 맞은 친구도 있고요. 그러니까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이유로, 그리고 그냥 눈빛이...

◎박찬형 마음에 안 든다?

▼정용철 그렇죠. 건방지다. 굉장히 유명한 일화인데요. 그런 이유로 배구에서 큰 사건이 2005년, 2009년에 있었는데, 그때 국가대표 주전 선수가 맞았던 이유가 엄청 많이 맞아서 문제가 됐었는데 그때 이유를 알아보니까 정말 어이없게도 감독이 보는데 눈빛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이유로 맞았다는 거죠.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러한 엄청난 폭행들이 가해진 거죠.

◎박찬형 이건 어떻게 수습하는지도 지켜봐야 될 것 같은데, 지금 쌍둥이 자매도 그렇고 남자배구 송명근, 심경섭 선수, 협회 차원에서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고 하고 국가대표 자격 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하는데, 배구협회의 입장 잠깐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조용구/ 대한배구협회 사무처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무기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 제외하였습니다.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제11조 1항 제13호에 의하면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사람은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로 선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박찬형 쌍둥이 자매에 대해서 무기한 정지 내려진 것 자체가, 왜 무기한이라는 표현을 했느냐. 그 말은 조용해지면 다시 회복되는 것 아니냐 하면서 또 문제 제기하는 사람도 있던데, 어떻게 보세요?

▼정용철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데요. 많은 팬들이 이 무기한이라는 말에 처음에는 굉장히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중징계가 아니냐 하는데, 실은 언제든지 여론의 추이를 봐서 이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어떤 이런 오픈된 결과를 보이기 때문에.

◎박찬형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10년, 이렇게 박아놓으면 모르겠는데.

▼정용철 그렇죠. 과거에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2009년 케이스가 그 처벌이 무기한 자격 정지였습니다. 그 감독이 3년 후에 모교의 감독으로 부임했고요. 지금 현재 실업팀 감독으로 있어요. 그러니까 이 과거를 봤을 때 이런 무기한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술하게 용인이 돼왔는지에 대한 어떤 반증이 될 수 있죠.

◎박찬형 이 쌍둥이 자매가 배구 선수로서 많이 활동을 했던 그런 선수들인데, 아무래도 대표님의 전력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분명히 있는 상황이고요. 그리고 분명하게 처벌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국가대표 자격 정지, 이건 당연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야 되겠죠, 그거는?

▼정용철 당연하고요. 그런데 이 와중에도 국대 팀의 전력 손실을 걱정하고 메달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어떻게든 기회를 줘야 되겠다는 말이 또 엘리트계에서 나오고 있어요.

◎박찬형 지금도 그런 목소리가 나와요?

▼정용철 그런 분들 때문에 사실은, 그러면 메달 따면 용서해줄 거냐, 이런 부분들이 정말 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되는 이런 용인되는 문화가 거기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찬형 오늘 배구연맹에서 배구계 학교 폭력 관련해서 대책 회의를 한다고 해요. 여기서 어디까지 얘기가 나올지 모르겠는데, 이런 회의체에서 어떤 게 논의돼야 된다고 보십니까?

▼정용철 저는 지금 이 사안에 대한 어떤 강력한 처벌, 기본이겠지만 사실은 이게 잉태될 수밖에 없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들, 그리고 이 문화적인 부분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되고요. 저는 가장 중요한 거는 배구협회나 연맹에서 책임져야 될 사람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 그 부분이 지금 부재한 상황에서 가해자 처벌한다는 것 갖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일반 여론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박찬형 이번에 논란이 된 것 중에 쌍둥이 자매 엄마, 배구 선수 출신 엄마라고 하죠? 그 관련해서 팀 훈련이나 전술에 개입했거나 갑질을 했다는 의혹 제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의혹 제기이기 때문에 확인이 됐는지 여부는 더 알아봐야 되겠지만 만약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어떤 운동선수를 운동시키는 입장에서, 특히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을지 않을까요?

▼정용철 굉장히 큰 문제고요.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스포츠 문화에서는 하면 안 되는 일이죠. 일반 사회에서도 이런 자기의 친족이나 이해관계가 있을 때는 자기를 배제시키는 게 기본적인 상식인데, 많은 스포츠 스타들의 부모들이 그렇게 합니다. 많이 자기를 재촉하고, 예를 들어서 허재, 허웅, 아니면 이종범, 이런 스타들이 데리고 있던 자식들의 어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오히려 자기 자신을 좀 멀리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번 경우는 의혹에 의하면 아주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가지고 자기 자녀들의 어떤 미래에 개입을 했다는 의혹이 있어서 이 부분이 만약에 사실이라면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찬형 19일부터인가요? 최숙현 법이 시행이 된다고 하는데, 법도 법이지만 같이 병행해서 필요한 조치들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 수 있습니까?

▼정용철 저는 그냥 한 가지입니다. 근절을 시키려는 의지가 있어야 된다. 그러려면 보여줘야 되는데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느냐? 자기 직을 걸고 책임져야 되고요. 책임감이 'responsibility'인데 'response' 하는 능력이 우리 지도부에 없다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까지 대한체육회의 어떤 사람도 이 문제에 대해서 반응을 보인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이 지도자의 책임지는 모습의 부재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박찬형 방금 전에 대한체육회 얘기를 하셨는데 이게 대한체육회 차원에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건가요? 아니면 문화체육부 장관까지 나서서 이렇게 위에서 더 해야 되는 겁니까?

▼정용철 대한체육회 지금 막 출범했잖아요? 재선돼서 이제 4년 임기를 앞두고 있는데요. 캠페인에서 스포츠 인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하신 것들을 제대로 지켜내고 그런 책임 있는 정책들을 펼쳐나가시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19년 조재범, 20년 최숙현 거치면서 더 이상의 어떤 이런 책임감 있는 모습들을 보지 못하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박찬형 학교에서 폭력 없는 문화 만드는 걸 학생들한테만 일방적으로 맡겨서는 안 될 것 같고요. 교사들도 그렇고 교육계에 계신 분들도 그렇고 스포츠계에 계신 분들이 다 같이 힘을 모아줘야 그런 점들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용철 서강대 교수와 말씀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용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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