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눈축제’ 취소에 전전긍긍…日 11년 만의 역성장

입력 2021.02.18 (18:04) 수정 2021.02.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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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3위의 경제 대국, 일본 역시 지난해 역성장을 면치 못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내수에 큰 몫을 차지하는 겨울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경기 회복에 먹구름이 꼈다는데요.

도쿄 연결하겠습니다.

황현택 특파원, 일본 '겨울 축제 1번지'로 불리죠?

최근 홋카이도 취재를 다녀오셨다고요?

[기자]

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삿포로의 경우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가운데 강설량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 삿포로 눈 축제는 '세계 3대 축제'로 꼽히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1950년, 첫 번째 눈 축제가 시작된 이래 올해 처음으로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71년 만의 중단인데, 대신 오는 28일까지 온라인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높이 3m짜리 조각상 3개를 만들고, 그 제작 과정을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방식인데, 그마저도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

[곤도 타쿠미/삿포로 관광협회 : "(조각상을) '보러 와 주세요'라고 말씀 못 드립니다. 사람이 몰리면 코로나19로 또 힘들어지기 때문에 삿포로시로부터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 받았어요."]

[앵커]

상인들 입장에선 손꼽아 기다리던 겨울 '한 철 장사'가 취소돼 타격이 크겠어요.

[기자]

네, 2018년에 삿포로 눈 축제를 찾았던 방문객, 약 250만 명이나 됩니다.

이들이 가져온 경제 유발 효과만 1천31억 엔으로, 우리 돈 1조 원이 넘습니다.

지역 상권이 휘청일 수 밖에 없는데요.

축제장 인근 수산시장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그나마 문을 연 곳도 버리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 물건을 싼 값에 내놓는 형편입니다.

예년에는 홋카이도 전역에서 수 백여 대의 제설차가 축제에 쓸 눈을 퍼나르는 모습이 연출됐는데요.

올해는 일감이 끊기다보니 운송회사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니시가와 아키토시/운송회사 대표 : "많을 때는 하루에 100대 가까이 움직였어요. (지금은) 눈 운반 작업을 못 하니 빨리 다른 일을 찾아야죠. 운전사들에게 월급 못 주면 큰일이니까요."]

[앵커]

그런데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5인 이상 집합 금지' 같은 강제 조항이 없다고 하던데, 자발적으로 축제를 취소한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문제는 강제성이 없다보니 어디는 축제를 취소하고, 어디는 강행하는 '엇박자'가 나기도 하는데요.

삿포로 인근의 이 축제.

호숫물을 끌어다 대형 얼음 조각을 만들고, 해가 지면 조명으로 푸른 빛을 더합니다.

코로나로 죽나, 경제로 죽나, 매한가지라는 절박함에 결국 강행이 결정됐습니다.

대신 아이스링크 설치와 야간 불꽃놀이 등은 중단하는 등 나름의 방역 대책을 세웠습니다.

[고바야시 노리유키/축제 관리부장 : "정말 고민에 고민을 계속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결과, 이 정도면 (행사를) 할 수 있겠다는 나름의 자신감이 생겼어요."]

[앵커]

홋카이도 사례를 봤는데 일본 전체 경제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지난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 GDP는 마이너스 4.8%였습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11년 만에 경제가 역성장한 겁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는 2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고, 특히 4분기는 민간기관의 예측치를 뛰어넘는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나름 선방한 건데, 배경은 GDP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늘어난 덕분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여행과 외식비를 지원하는 일본 정부의 이른바 '고투 캠페인'이 나름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일본 경제재상담당상 : "(개인 소비는) 정책 효과 덕분에 2.2% 성장했습니다. 일본 경제의 잠재적 회복력을 느끼게 해주는 수치입니다."]

[앵커]

그럼에 불구하고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긴 어렵지 않습니까?

[기자]

물론 그렇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일본 정부의 '고투 캠페인'은 내수를 살리는 효과는 냈지만, 반대로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으로 연결됐습니다.

그래서 새해 벽두부터 도쿄 등지에 긴급사태가 선언됐고, 한 달을 예정했던 긴급사태는 다시 3월 7일까지 재차 연장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민간에선 올 1분기 GDP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연율 환산으로는 3%에서 11% 정도 역성장할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내년 초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제 규모를 되돌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실물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코로나19 확산세 수습이 필수이고, 그래서 어제(17일)부터 의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백신의 원활한 접종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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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8 18:04:15
    • 수정2021-02-18 18: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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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3위의 경제 대국, 일본 역시 지난해 역성장을 면치 못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내수에 큰 몫을 차지하는 겨울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경기 회복에 먹구름이 꼈다는데요.

도쿄 연결하겠습니다.

황현택 특파원, 일본 '겨울 축제 1번지'로 불리죠?

최근 홋카이도 취재를 다녀오셨다고요?

[기자]

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삿포로의 경우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가운데 강설량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 삿포로 눈 축제는 '세계 3대 축제'로 꼽히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1950년, 첫 번째 눈 축제가 시작된 이래 올해 처음으로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71년 만의 중단인데, 대신 오는 28일까지 온라인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높이 3m짜리 조각상 3개를 만들고, 그 제작 과정을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방식인데, 그마저도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

[곤도 타쿠미/삿포로 관광협회 : "(조각상을) '보러 와 주세요'라고 말씀 못 드립니다. 사람이 몰리면 코로나19로 또 힘들어지기 때문에 삿포로시로부터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 받았어요."]

[앵커]

상인들 입장에선 손꼽아 기다리던 겨울 '한 철 장사'가 취소돼 타격이 크겠어요.

[기자]

네, 2018년에 삿포로 눈 축제를 찾았던 방문객, 약 250만 명이나 됩니다.

이들이 가져온 경제 유발 효과만 1천31억 엔으로, 우리 돈 1조 원이 넘습니다.

지역 상권이 휘청일 수 밖에 없는데요.

축제장 인근 수산시장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그나마 문을 연 곳도 버리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 물건을 싼 값에 내놓는 형편입니다.

예년에는 홋카이도 전역에서 수 백여 대의 제설차가 축제에 쓸 눈을 퍼나르는 모습이 연출됐는데요.

올해는 일감이 끊기다보니 운송회사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니시가와 아키토시/운송회사 대표 : "많을 때는 하루에 100대 가까이 움직였어요. (지금은) 눈 운반 작업을 못 하니 빨리 다른 일을 찾아야죠. 운전사들에게 월급 못 주면 큰일이니까요."]

[앵커]

그런데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5인 이상 집합 금지' 같은 강제 조항이 없다고 하던데, 자발적으로 축제를 취소한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문제는 강제성이 없다보니 어디는 축제를 취소하고, 어디는 강행하는 '엇박자'가 나기도 하는데요.

삿포로 인근의 이 축제.

호숫물을 끌어다 대형 얼음 조각을 만들고, 해가 지면 조명으로 푸른 빛을 더합니다.

코로나로 죽나, 경제로 죽나, 매한가지라는 절박함에 결국 강행이 결정됐습니다.

대신 아이스링크 설치와 야간 불꽃놀이 등은 중단하는 등 나름의 방역 대책을 세웠습니다.

[고바야시 노리유키/축제 관리부장 : "정말 고민에 고민을 계속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결과, 이 정도면 (행사를) 할 수 있겠다는 나름의 자신감이 생겼어요."]

[앵커]

홋카이도 사례를 봤는데 일본 전체 경제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지난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 GDP는 마이너스 4.8%였습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11년 만에 경제가 역성장한 겁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는 2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고, 특히 4분기는 민간기관의 예측치를 뛰어넘는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나름 선방한 건데, 배경은 GDP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늘어난 덕분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여행과 외식비를 지원하는 일본 정부의 이른바 '고투 캠페인'이 나름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일본 경제재상담당상 : "(개인 소비는) 정책 효과 덕분에 2.2% 성장했습니다. 일본 경제의 잠재적 회복력을 느끼게 해주는 수치입니다."]

[앵커]

그럼에 불구하고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긴 어렵지 않습니까?

[기자]

물론 그렇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일본 정부의 '고투 캠페인'은 내수를 살리는 효과는 냈지만, 반대로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으로 연결됐습니다.

그래서 새해 벽두부터 도쿄 등지에 긴급사태가 선언됐고, 한 달을 예정했던 긴급사태는 다시 3월 7일까지 재차 연장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민간에선 올 1분기 GDP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연율 환산으로는 3%에서 11% 정도 역성장할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내년 초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제 규모를 되돌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실물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코로나19 확산세 수습이 필수이고, 그래서 어제(17일)부터 의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백신의 원활한 접종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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