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도 못 입히고 보내”…쓸쓸한 ‘코로나 죽음’

입력 2021.02.24 (07:36) 수정 2021.02.2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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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천 5백여 명을 넘긴 상황인데요.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상황 속에, 갑작스럽게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들은 지난 1년의 시간이 누구보다 힘들었을 겁니다.

특히 다른 어떤 죽음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의 경우 애도도, 장례도, 일상으로의 복귀도 무엇하나 쉬운 게 없어 슬픔을 극복하기 더 어렵다고 하는데요.

유족들의 사연을 이유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2월 박철규 씨의 아버지는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소지품조차 챙기지 못한 채 병원으로 간 아버지, 걱정 말라며 걸려 온 전화가 마지막이 됐습니다.

[아버지-어머니 마지막 통화/지난해 2월 : "당신도 괜찮은 거야? (응.) 그래 고맙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염과 입관 등 일반적인 장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화장장으로 옮겨져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조차 없습니다.

받아주는 장례식장도 없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장례를 치르지 못했습니다.

[박철규/코로나19 사망자 아들 : "병원복으로 화장이 되셔서... (아버지 돌아가신 날에) 어머님이 꿈을 꾸셨다고, 옷장에서 옷을 찾으시는 꿈을..."]

27년을 같이 산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이은희 씨.

임종 직전, 음압 병동 유리창을 통해 본 남편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은희/가명/코로나19 사망자 아내/음성변조 : "손목 발목은 썩어가지고 연탄재처럼 까맣게... (간호사가) 수화기를 들고 나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래요. 당신이 나를 기다려주려고 견뎌낸 게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남편 사망의 충격을 극복하기도 전, 코로나19 유족이라는 '낙인'은 더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이은희/가명/코로나19 사망자 아내/음성변조 : "옆집은 일주일 안 되어서 이사 가버렸고요. 사람이 지나가면 빙빙 돌아서 나 피해가고. 나는 너무 힘들고 아픈 상태인데, 주변사람들까지 저렇게 나를 대하니..."]

이처럼 '내 고통은 누구도 이해해주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터놓고 상담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민영/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장 : "내가 유가족임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상담까지 들어오시는데 굉장히 많은 주저함을..."]

실제 5천 명 넘는 코로나19 사망자 유족 중 정부나 지자체의 심리 지원을 받은 경우는 단 336건에 불과합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우울감 등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코로나19 유족 분들은 국가트라우마센터 ☎02-2204-0001~2, 정신건강복지센터 ☎1577-0199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촬영기자:홍성백 박장빈/영상편집: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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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의도 못 입히고 보내”…쓸쓸한 ‘코로나 죽음’
    • 입력 2021-02-24 07:36:12
    • 수정2021-02-24 07:49:08
    뉴스광장(경인)
[앵커]

국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천 5백여 명을 넘긴 상황인데요.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상황 속에, 갑작스럽게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들은 지난 1년의 시간이 누구보다 힘들었을 겁니다.

특히 다른 어떤 죽음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의 경우 애도도, 장례도, 일상으로의 복귀도 무엇하나 쉬운 게 없어 슬픔을 극복하기 더 어렵다고 하는데요.

유족들의 사연을 이유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2월 박철규 씨의 아버지는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소지품조차 챙기지 못한 채 병원으로 간 아버지, 걱정 말라며 걸려 온 전화가 마지막이 됐습니다.

[아버지-어머니 마지막 통화/지난해 2월 : "당신도 괜찮은 거야? (응.) 그래 고맙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염과 입관 등 일반적인 장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화장장으로 옮겨져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조차 없습니다.

받아주는 장례식장도 없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장례를 치르지 못했습니다.

[박철규/코로나19 사망자 아들 : "병원복으로 화장이 되셔서... (아버지 돌아가신 날에) 어머님이 꿈을 꾸셨다고, 옷장에서 옷을 찾으시는 꿈을..."]

27년을 같이 산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이은희 씨.

임종 직전, 음압 병동 유리창을 통해 본 남편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은희/가명/코로나19 사망자 아내/음성변조 : "손목 발목은 썩어가지고 연탄재처럼 까맣게... (간호사가) 수화기를 들고 나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래요. 당신이 나를 기다려주려고 견뎌낸 게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남편 사망의 충격을 극복하기도 전, 코로나19 유족이라는 '낙인'은 더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이은희/가명/코로나19 사망자 아내/음성변조 : "옆집은 일주일 안 되어서 이사 가버렸고요. 사람이 지나가면 빙빙 돌아서 나 피해가고. 나는 너무 힘들고 아픈 상태인데, 주변사람들까지 저렇게 나를 대하니..."]

이처럼 '내 고통은 누구도 이해해주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터놓고 상담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민영/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장 : "내가 유가족임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상담까지 들어오시는데 굉장히 많은 주저함을..."]

실제 5천 명 넘는 코로나19 사망자 유족 중 정부나 지자체의 심리 지원을 받은 경우는 단 336건에 불과합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우울감 등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코로나19 유족 분들은 국가트라우마센터 ☎02-2204-0001~2, 정신건강복지센터 ☎1577-0199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촬영기자:홍성백 박장빈/영상편집: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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