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분] “인재” vs “자연재해” 코스모스 아파트 침수 원인을 추적하다

입력 2021.03.04 (19:20) 수정 2021.03.0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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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해 7월, 코스모스아파트는 완전히 물에 잠겼고, 피해 주민들은 2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침수차량과 상가 피해는 보상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번 침수피해가 명백한 인재라며 소송을 준비하는 상황.

침수 뒤 반년. 원인을 두고 논란을 겪고 있는 코스모스 아파트.

지금부터 6분간 추적해보겠습니다.

[리포트]

폭우 당시 물에 잠겼던 아파트 1층에 사는 권소점 할머니.

당시 집 안에 있던 가전과 가구 등 물품 대부분이 침수로 훼손됐습니다.

["쌀도 다 불어서 버려버리고…."]

정부의 재난지원금은 200만 원, 피해 복구는 꿈도 못 꾸는 금액입니다.

[권소점/코스모스아파트 주민 : "이것(싱크대) 간 것만 130만 원이고, 매트만 해도 500만 원이거든? 에누리해서 샀어도 500만 원이야, 그게 두 개가. 할아버지랑 내가 치료받는 건데…. 방에 있는 가구 다 버리고…."]

물에 잠겨버린 주민들 차량 78대는 아예 보상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차는 못 쓰게 됐지만 세금은 꼬박꼬박 부과되고 있습니다.

[김종주/코스모스아파트 주민 : "운행을 못 하는 차를 어떻게 해서 세금이 나오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참 답답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절망을…."]

상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침수 피해를 입었던 일부 물건은 그대로 방치돼 있고, 단수 예고 통보서도 나붙었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대전시 서구청은 '자연재해'로 벌어진 일이라며, 별도의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영조물 보험이라는 건 결국은 공공시설물에 대해서 보상을 해주는 거잖아요, 문제가 있으면. 근데 삼성화재에서는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보상해줄 수 없다 결론이 났어요."]

[앵커]

추적 6분, 한보선 기자와 계속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지난해 연말 뉴스에서도 다뤘지만, 침수 반년이 지나도록 피해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네요.

주민들 처지에서는 답답할 텐데,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를 주장한다죠?

[기자]

네, 보신 것처럼 주민들은 차량 등 피해 대부분을 개인이 복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자체와 보험사가 폭우로 인한 '자연재해'라며 책임을 '하늘'에 돌렸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주민들은 '인재'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아파트 내부 CCTV 영상을 잠시 보겠습니다.

침수가 일어난 지난해 7월 30일 당일 새벽의 모습입니다.

비가 엄청 많이 오고 있죠?

4시부터 5시 10분까지 모습인데요, 이때 누적된 강수량이 117.5mm입니다.

[앵커]

배수는 잘 되는 모습이네요?

[기자]

네,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이죠.

문제는 이 지점입니다. 갑자기 물이 확 차오르는 게 보이시나요?

5시 20분 정도부터 물이 확 불더니 6시쯤 주차된 차량들이 완전히 잠겼습니다.

40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13mm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10분 사이에 물을 들이부은 것도 아니고,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

네, 주민들은 아파트 옆 산책로가 가득찬 빗물로 잠겼는데, 산책로와 맞닿은 아파트 담벼락이 물의 무게를 못이기고 무너지면서 물이 아파트 안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진호/코스모스아파트 주민대표 : "5시 15분, 20분쯤 됐을 겁니다. 저한테 전화가 왔어요. 담벼락이 무너져서 물이 쏟아진다고.. 전화가 와서 쫓아 내려와 보니까 이미 담벼락이 무너져서 물이 아파트 쪽으로 막 쏟아지는 걸 봤죠."]

주민들이 인재를 주장하는 배경인데요,

저희 취재진이 전문가와 함께 최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시도해봤습니다.

이어서 검증 결과를 박연선 기자 전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이곳은 침수피해가 있었던 코스모스 아파트입니다.

먼저, 당시 코스모스 아파트에 물이 얼마나 들어찼는지 알아봤습니다.

객관적인 수치를 파악하기 위해 수차례 현장 실측을 진행했습니다.

주차장 등 외부 공간뿐 아니라 지하 공간까지 모두 계산에 반영했습니다.

[김재영/충남대 환경공학과 박사과정 : "아파트의 침수됐던 깊이를 재고 있습니다. 이 깊이는 아파트 면적과 함께 곱하면 아파트에서 비로 인해 침수되었던 침수량을 계산할 수가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30일 코스모스 아파트에 들어찬 물은 9,425㎥였습니다.

그 다음 코스모스 아파트 안에서 직접 내린 비의 양을 계산했습니다.

아파트 내 배수구가 막힌 상황을 가정했더라도 아파트에 들어찬 비의 양은 944㎥.

아파트 전체 침수량의 10%에 불과했습니다.

외부에서 다량의 빗물이 유입됐다는 얘깁니다.

주민들이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아파트 옆 산책로를 살펴봤습니다.

밑에는 복개천 형태의 배수로가 있고, 3면으로 둘러싸인 댐 같은 모양새입니다.

실험 결과 당일 새벽 5시에서 6시사이 이 배수로로 유입된 빗물은 무려 약 3만㎥.

배수로 한계치를 4천㎥ 초과한 양입니다.

여기에 해당 배수로에서는 당시 토사와 비닐 등 폐기물 만 2천 톤이 나왔습니다.

결론적으로 배수로 관리가 제대로 안 된 탓에 8천㎥가 넘는 다량의 물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찬 걸로 추정된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입니다.

[서동일/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배수로가 감당을 못해서 결국은 코스모스 아파트 쪽으로 물이 넘어간 것 같습니다.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관리를 지속해서 해 줘야 하는데 그것이 관리가 잘 안 돼서 그런 것도 있고."]

결국 전문가의 검증 결과, 주민들 주장이 설득력이 높은 상황입니다.

코스모스 아파트 침수 사고, 과연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추적 6분 박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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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 6분] “인재” vs “자연재해” 코스모스 아파트 침수 원인을 추적하다
    • 입력 2021-03-04 19:20:45
    • 수정2021-03-04 19:52:56
    뉴스7(대전)
[기자]

지난해 7월, 코스모스아파트는 완전히 물에 잠겼고, 피해 주민들은 2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침수차량과 상가 피해는 보상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번 침수피해가 명백한 인재라며 소송을 준비하는 상황.

침수 뒤 반년. 원인을 두고 논란을 겪고 있는 코스모스 아파트.

지금부터 6분간 추적해보겠습니다.

[리포트]

폭우 당시 물에 잠겼던 아파트 1층에 사는 권소점 할머니.

당시 집 안에 있던 가전과 가구 등 물품 대부분이 침수로 훼손됐습니다.

["쌀도 다 불어서 버려버리고…."]

정부의 재난지원금은 200만 원, 피해 복구는 꿈도 못 꾸는 금액입니다.

[권소점/코스모스아파트 주민 : "이것(싱크대) 간 것만 130만 원이고, 매트만 해도 500만 원이거든? 에누리해서 샀어도 500만 원이야, 그게 두 개가. 할아버지랑 내가 치료받는 건데…. 방에 있는 가구 다 버리고…."]

물에 잠겨버린 주민들 차량 78대는 아예 보상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차는 못 쓰게 됐지만 세금은 꼬박꼬박 부과되고 있습니다.

[김종주/코스모스아파트 주민 : "운행을 못 하는 차를 어떻게 해서 세금이 나오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참 답답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절망을…."]

상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침수 피해를 입었던 일부 물건은 그대로 방치돼 있고, 단수 예고 통보서도 나붙었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대전시 서구청은 '자연재해'로 벌어진 일이라며, 별도의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영조물 보험이라는 건 결국은 공공시설물에 대해서 보상을 해주는 거잖아요, 문제가 있으면. 근데 삼성화재에서는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보상해줄 수 없다 결론이 났어요."]

[앵커]

추적 6분, 한보선 기자와 계속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지난해 연말 뉴스에서도 다뤘지만, 침수 반년이 지나도록 피해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네요.

주민들 처지에서는 답답할 텐데,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를 주장한다죠?

[기자]

네, 보신 것처럼 주민들은 차량 등 피해 대부분을 개인이 복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자체와 보험사가 폭우로 인한 '자연재해'라며 책임을 '하늘'에 돌렸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주민들은 '인재'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아파트 내부 CCTV 영상을 잠시 보겠습니다.

침수가 일어난 지난해 7월 30일 당일 새벽의 모습입니다.

비가 엄청 많이 오고 있죠?

4시부터 5시 10분까지 모습인데요, 이때 누적된 강수량이 117.5mm입니다.

[앵커]

배수는 잘 되는 모습이네요?

[기자]

네,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이죠.

문제는 이 지점입니다. 갑자기 물이 확 차오르는 게 보이시나요?

5시 20분 정도부터 물이 확 불더니 6시쯤 주차된 차량들이 완전히 잠겼습니다.

40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13mm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10분 사이에 물을 들이부은 것도 아니고,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

네, 주민들은 아파트 옆 산책로가 가득찬 빗물로 잠겼는데, 산책로와 맞닿은 아파트 담벼락이 물의 무게를 못이기고 무너지면서 물이 아파트 안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진호/코스모스아파트 주민대표 : "5시 15분, 20분쯤 됐을 겁니다. 저한테 전화가 왔어요. 담벼락이 무너져서 물이 쏟아진다고.. 전화가 와서 쫓아 내려와 보니까 이미 담벼락이 무너져서 물이 아파트 쪽으로 막 쏟아지는 걸 봤죠."]

주민들이 인재를 주장하는 배경인데요,

저희 취재진이 전문가와 함께 최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시도해봤습니다.

이어서 검증 결과를 박연선 기자 전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이곳은 침수피해가 있었던 코스모스 아파트입니다.

먼저, 당시 코스모스 아파트에 물이 얼마나 들어찼는지 알아봤습니다.

객관적인 수치를 파악하기 위해 수차례 현장 실측을 진행했습니다.

주차장 등 외부 공간뿐 아니라 지하 공간까지 모두 계산에 반영했습니다.

[김재영/충남대 환경공학과 박사과정 : "아파트의 침수됐던 깊이를 재고 있습니다. 이 깊이는 아파트 면적과 함께 곱하면 아파트에서 비로 인해 침수되었던 침수량을 계산할 수가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30일 코스모스 아파트에 들어찬 물은 9,425㎥였습니다.

그 다음 코스모스 아파트 안에서 직접 내린 비의 양을 계산했습니다.

아파트 내 배수구가 막힌 상황을 가정했더라도 아파트에 들어찬 비의 양은 944㎥.

아파트 전체 침수량의 10%에 불과했습니다.

외부에서 다량의 빗물이 유입됐다는 얘깁니다.

주민들이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아파트 옆 산책로를 살펴봤습니다.

밑에는 복개천 형태의 배수로가 있고, 3면으로 둘러싸인 댐 같은 모양새입니다.

실험 결과 당일 새벽 5시에서 6시사이 이 배수로로 유입된 빗물은 무려 약 3만㎥.

배수로 한계치를 4천㎥ 초과한 양입니다.

여기에 해당 배수로에서는 당시 토사와 비닐 등 폐기물 만 2천 톤이 나왔습니다.

결론적으로 배수로 관리가 제대로 안 된 탓에 8천㎥가 넘는 다량의 물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찬 걸로 추정된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입니다.

[서동일/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배수로가 감당을 못해서 결국은 코스모스 아파트 쪽으로 물이 넘어간 것 같습니다.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관리를 지속해서 해 줘야 하는데 그것이 관리가 잘 안 돼서 그런 것도 있고."]

결국 전문가의 검증 결과, 주민들 주장이 설득력이 높은 상황입니다.

코스모스 아파트 침수 사고, 과연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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