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무리한 증액 요구로 장기간 해법을 찾지 못했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바이든 정부 출범 46일 만에 타결됐습니다.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는 양국이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안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한국 측의 ‘의미 있는 증액’이 포함됐다고 전했습니다. 협정 공백 상태였던 2020년의 분담금을 2019년의 1조 389억 원에서 13%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입니다. 또 계약 기간은 5년으로 복구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 바이든 취임 46일 만에 속전속결 타결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대사는 현지시각으로 5일부터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를 만나 협상을 벌였습니다. 지난해 3월 로스앤젤레스 회의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만난 겁니다. 한미 대표는 만난 지 사흘 만에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이렇게 속전속결로 결과물을 낼 수 있었던 건, 한미가 이미 잠정 타결했던 합의안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LA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국은 2020년 분담금을 2019년 분담금보다 13%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결재까지 받았지만, 막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면서 무산됐습니다.
한미 양국은 이 협상안을 기초로 추가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0년 첫해에 13%를 소급해 인상하고, 이후 2021년부터는 물가상승률 수준의 인상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 최대 4% 수준으로 인상률 상한선(cap)을 두었을지도 관심입니다. 지난 2014년~2019년에 적용된 방위비 협상(9차) 때는 첫해에 5.8%를 올리고 이후 물가상승률을 적용했습니다.
협정 공백 기간 미리 지급했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등 세부적인 사안도 접점을 찾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일본과도 주일미군 방위비 특별협정을 현행 수준에서 1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협정은 3월 말에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종료 전에 합의하면서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2021년 4월부터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2조 천억 원을 부담하게 됩니다.

■ 한국과 일본에 공들이는 미국
한국과 일본, 두 나라와의 방위비 협상을 취임 후 한 달 반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음으로써, 미국은 아태지역 동맹 복원이라는 첫 단추를 꿰었습니다.
방위비라는 숙제를 해결한 직후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 수장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5일부터 17일까지 일본을 먼저 찾은 뒤 17일과 18일,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조율 중입니다.
한국을 방문해서 5년 만에 외교·국방장관 2+2회의를 열고, 방위비 분담금 본 서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이 방위비 협상을 일사천리로 타결하고, 고위급 인사의 첫 방문지로 한국과 일본을 택한 건, 아태지역 동맹 복원이 미국 정책의 우선순위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동맹으로서의 한국과 일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국 관계를 대폭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미일 삼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일 관계 회복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일본과 한국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한국과 일본의 속내는?
일본도 미·일 동맹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습니다. 백악관이 코로나19 때문에 당분간 어떤 외빈도 맞지 않겠다고 해 와서 무산되는가 했는데, 다시 미·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언급됩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스가 총리가 이르면 4월 백악관에 가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악시오스는 “이번 정상회담은 ‘미·일 동맹’이 태평양 지역 안보의 핵심축으로서 여전히 존재함을 중국 등 경쟁국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스가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직접 만나는 첫 외국 정상이 됩니다.
한국은 한국대로 한미 동맹 복원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관심은 미국의 대북정책입니다. 현재 미국 새 행정부가 새 대북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이때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또 동맹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어합니다. 이를 통해 멈춰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겁니다.
또 한국도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코로나19 때문에 문 대통령의 방미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6월에 영국에서 열릴 G7 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까 전망되고 있습니다.

■ 중국과 북한의 반응은?
미국이 이처럼 아태지역 동맹 복원에 공을 들이면서, 당분간 이 지역 외교 일정은 미국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은 당분간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목할 것은 중국과 북한의 반응입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어제(7일) 전국인민대표회의 기자회견에서 미중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왕이 부장은 그러면서 100분 동안 이어진 회견 때 북핵이나 한중 관계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북핵 문제에 메시지를 내왔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입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일본에 대해선, 도쿄올림픽 개최에 협력할 수 있다면서 “중일 관계 개선은 양 국민과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상호 이익일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반이 넘게 흘렀지만 아직 관영매체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시작된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서도 아직 메시지가 없습니다.
중국과 북한 모두 미국 중심으로 흘러가는 한미일 외교를 지켜본 뒤 전략을 수립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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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앓던 이’ 방위비는 타결했는데…다음 청구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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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3-08 17:24:11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무리한 증액 요구로 장기간 해법을 찾지 못했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바이든 정부 출범 46일 만에 타결됐습니다.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는 양국이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안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한국 측의 ‘의미 있는 증액’이 포함됐다고 전했습니다. 협정 공백 상태였던 2020년의 분담금을 2019년의 1조 389억 원에서 13%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입니다. 또 계약 기간은 5년으로 복구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 바이든 취임 46일 만에 속전속결 타결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대사는 현지시각으로 5일부터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를 만나 협상을 벌였습니다. 지난해 3월 로스앤젤레스 회의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만난 겁니다. 한미 대표는 만난 지 사흘 만에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이렇게 속전속결로 결과물을 낼 수 있었던 건, 한미가 이미 잠정 타결했던 합의안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LA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국은 2020년 분담금을 2019년 분담금보다 13%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결재까지 받았지만, 막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면서 무산됐습니다.
한미 양국은 이 협상안을 기초로 추가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0년 첫해에 13%를 소급해 인상하고, 이후 2021년부터는 물가상승률 수준의 인상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 최대 4% 수준으로 인상률 상한선(cap)을 두었을지도 관심입니다. 지난 2014년~2019년에 적용된 방위비 협상(9차) 때는 첫해에 5.8%를 올리고 이후 물가상승률을 적용했습니다.
협정 공백 기간 미리 지급했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등 세부적인 사안도 접점을 찾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일본과도 주일미군 방위비 특별협정을 현행 수준에서 1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협정은 3월 말에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종료 전에 합의하면서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2021년 4월부터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2조 천억 원을 부담하게 됩니다.

■ 한국과 일본에 공들이는 미국
한국과 일본, 두 나라와의 방위비 협상을 취임 후 한 달 반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음으로써, 미국은 아태지역 동맹 복원이라는 첫 단추를 꿰었습니다.
방위비라는 숙제를 해결한 직후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 수장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5일부터 17일까지 일본을 먼저 찾은 뒤 17일과 18일,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조율 중입니다.
한국을 방문해서 5년 만에 외교·국방장관 2+2회의를 열고, 방위비 분담금 본 서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이 방위비 협상을 일사천리로 타결하고, 고위급 인사의 첫 방문지로 한국과 일본을 택한 건, 아태지역 동맹 복원이 미국 정책의 우선순위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동맹으로서의 한국과 일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국 관계를 대폭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미일 삼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일 관계 회복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일본과 한국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한국과 일본의 속내는?
일본도 미·일 동맹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습니다. 백악관이 코로나19 때문에 당분간 어떤 외빈도 맞지 않겠다고 해 와서 무산되는가 했는데, 다시 미·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언급됩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스가 총리가 이르면 4월 백악관에 가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악시오스는 “이번 정상회담은 ‘미·일 동맹’이 태평양 지역 안보의 핵심축으로서 여전히 존재함을 중국 등 경쟁국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스가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직접 만나는 첫 외국 정상이 됩니다.
한국은 한국대로 한미 동맹 복원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관심은 미국의 대북정책입니다. 현재 미국 새 행정부가 새 대북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이때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또 동맹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어합니다. 이를 통해 멈춰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겁니다.
또 한국도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코로나19 때문에 문 대통령의 방미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6월에 영국에서 열릴 G7 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까 전망되고 있습니다.

■ 중국과 북한의 반응은?
미국이 이처럼 아태지역 동맹 복원에 공을 들이면서, 당분간 이 지역 외교 일정은 미국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은 당분간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목할 것은 중국과 북한의 반응입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어제(7일) 전국인민대표회의 기자회견에서 미중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왕이 부장은 그러면서 100분 동안 이어진 회견 때 북핵이나 한중 관계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북핵 문제에 메시지를 내왔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입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일본에 대해선, 도쿄올림픽 개최에 협력할 수 있다면서 “중일 관계 개선은 양 국민과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상호 이익일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반이 넘게 흘렀지만 아직 관영매체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시작된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서도 아직 메시지가 없습니다.
중국과 북한 모두 미국 중심으로 흘러가는 한미일 외교를 지켜본 뒤 전략을 수립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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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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