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농사계획서’ 낸 뒤 보상 유리한 작물로…처벌 어려워

입력 2021.03.11 (06:07) 수정 2021.03.1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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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의 농업계획서를 확보해 모두 분석해봤습니다.

대부분 엉터리 계획서를 낸 뒤 보상에 유리하다는 나무를 심었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해도 처벌로 꼭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행 제도의 헛점, 이지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버드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있는 경기도 시흥시의 밭입니다.

3기 신도시에 포함된 곳으로 2019년 6월 LH 간부급 직원 김 모 씨가 산 땅입니다.

[김○○/LH 직원/음성변조 : "나중에 그게 되면 양재동 꽃시장 이런 데 가서 팔 수도 있고 이런 부분들이 생기니까. 용버들이라고 웨딩 현장이라든가 조화 같은 거 만들고 할 때 들어가는 재료 (심어놨어요)."]

김 씨가 이 땅을 살 때 냈던 농업경영계획서의 내용은 다릅니다.

벼를 재배할 예정이라고 돼 있습니다.

김 씨뿐만이 아닙니다.

KBS가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과 가족 등의 농업계획서 22건을 모두 분석한 결과, 실제 작물이 일치한 경우는 6건뿐이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벼나 고구마 같은 1년 주기 작물 대신 관리가 쉽고 잘 자라는 나무로 바꿔 심었습니다.

업계에서는 그중에서도 빨리 자라는 나무, 이른바 '속성수'를 심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수목보상비가 나무 이식비를 기준으로 책정돼 높이 빨리 자라는 나무일수록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조경업계 관계자 : "수고(나무 높이)라든지, 근원직경이라고 해서 지표면하고 닿는 수관 줄기 직경, 그거에 따라서 가격 편차가 생기죠. 많이 생기죠."]

하지만 계획서에 쓴 것과 다른 작물을 심었다고 해서 처벌로 이어지거나 농지 처분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법 판단을 위해서는 실제 농사 여부 등을 포함해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입니다.

가짜 계획서를 내도 어렵지 않게 농민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진짜 농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경례/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 : "하위법이 헌법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영농사실조차 추후에 확인하지 않고 있어 법이 도리어 농지를 돈 버는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결국 농사보다는 보상을 노린 가짜 농부들이 끊임없이 땅에 몰려들 수 있는 문을 허술한 제도와 법 조항이 열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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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터리 농사계획서’ 낸 뒤 보상 유리한 작물로…처벌 어려워
    • 입력 2021-03-11 06:07:18
    • 수정2021-03-11 06:18:31
    뉴스광장 1부
[앵커]

KBS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의 농업계획서를 확보해 모두 분석해봤습니다.

대부분 엉터리 계획서를 낸 뒤 보상에 유리하다는 나무를 심었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해도 처벌로 꼭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행 제도의 헛점, 이지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버드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있는 경기도 시흥시의 밭입니다.

3기 신도시에 포함된 곳으로 2019년 6월 LH 간부급 직원 김 모 씨가 산 땅입니다.

[김○○/LH 직원/음성변조 : "나중에 그게 되면 양재동 꽃시장 이런 데 가서 팔 수도 있고 이런 부분들이 생기니까. 용버들이라고 웨딩 현장이라든가 조화 같은 거 만들고 할 때 들어가는 재료 (심어놨어요)."]

김 씨가 이 땅을 살 때 냈던 농업경영계획서의 내용은 다릅니다.

벼를 재배할 예정이라고 돼 있습니다.

김 씨뿐만이 아닙니다.

KBS가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과 가족 등의 농업계획서 22건을 모두 분석한 결과, 실제 작물이 일치한 경우는 6건뿐이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벼나 고구마 같은 1년 주기 작물 대신 관리가 쉽고 잘 자라는 나무로 바꿔 심었습니다.

업계에서는 그중에서도 빨리 자라는 나무, 이른바 '속성수'를 심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수목보상비가 나무 이식비를 기준으로 책정돼 높이 빨리 자라는 나무일수록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조경업계 관계자 : "수고(나무 높이)라든지, 근원직경이라고 해서 지표면하고 닿는 수관 줄기 직경, 그거에 따라서 가격 편차가 생기죠. 많이 생기죠."]

하지만 계획서에 쓴 것과 다른 작물을 심었다고 해서 처벌로 이어지거나 농지 처분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법 판단을 위해서는 실제 농사 여부 등을 포함해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입니다.

가짜 계획서를 내도 어렵지 않게 농민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진짜 농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경례/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 : "하위법이 헌법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영농사실조차 추후에 확인하지 않고 있어 법이 도리어 농지를 돈 버는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결국 농사보다는 보상을 노린 가짜 농부들이 끊임없이 땅에 몰려들 수 있는 문을 허술한 제도와 법 조항이 열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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