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투기’ 길 열어준 허술한 농지법

입력 2021.03.15 (21:12) 수정 2021.03.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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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여러 정부가 외쳤지만 투기는 반복됐습니다

특히 이번엔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답안지를 놓고 시험을 친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셉니다.

여당은 이해충돌방지법 비롯한 이른바 LH 5법을 지정해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근본적으로는 농사짓는 땅에서 '투기'가 가능한 허술한 농지법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 나옵니다.

왜 그런지 이지은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농지법은 1994년 만들어질 때만 해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사람은 농지를 갖지 못하도록 제한이 엄격했습니다.

‘거주지와 농지의 거리가 20㎞ 이상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상속으로 받은 농지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10,000㎡를 제외하고 즉시 처분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둔 것이죠.

그런데 이 조항들, 귀농 장려정책 등이 시작되면서 모두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농사 계획서만 제출하면, 농사 경력이 없어도 장비가 없어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주말농장은 농사 계획서 없이도 1,000㎡까지 소유할 수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비율은 꾸준히 늘어 이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취득한 농지에 조경수 등을 심어놓고 경작하는 것처럼 꾸미는 게 전형적인 투기 수법입니다.

8년 동안 묘목이나 비료 구입 영수증만 내면 농사지은 걸로 인정돼 그 뒤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농지를 10,000㎡까지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됩니다.

팔 때 양도소득세까지 감면해 줍니다.

바로 이 점을 악용해 농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아 챙기기도 합니다.

특히 농지 등 부동산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가 발각돼도 웬만해선 소유권을 박탈 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농지 투기를 부추깁니다.

정부가 매년 농지 실태조사를 하고 있고, 특히 농지를 취득한 지 5년이 안 된 사람들은 전수조사까지 하고 있지만, 투기 의심 정황을 찾아내긴 어렵습니다.

현재 자치단체 공무원 1명이 농지 2천3백 필지를 담당하고 있는 데다 수시로 바뀌기 때문인데요.

결국 농지 관리 강화는 기본이고, 실제로, 정말 농사를 지을 사람만 농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농지법에 대한 손질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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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지투기’ 길 열어준 허술한 농지법
    • 입력 2021-03-15 21:12:38
    • 수정2021-03-15 21: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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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여러 정부가 외쳤지만 투기는 반복됐습니다

특히 이번엔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답안지를 놓고 시험을 친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셉니다.

여당은 이해충돌방지법 비롯한 이른바 LH 5법을 지정해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근본적으로는 농사짓는 땅에서 '투기'가 가능한 허술한 농지법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 나옵니다.

왜 그런지 이지은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농지법은 1994년 만들어질 때만 해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사람은 농지를 갖지 못하도록 제한이 엄격했습니다.

‘거주지와 농지의 거리가 20㎞ 이상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상속으로 받은 농지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10,000㎡를 제외하고 즉시 처분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둔 것이죠.

그런데 이 조항들, 귀농 장려정책 등이 시작되면서 모두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농사 계획서만 제출하면, 농사 경력이 없어도 장비가 없어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주말농장은 농사 계획서 없이도 1,000㎡까지 소유할 수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비율은 꾸준히 늘어 이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취득한 농지에 조경수 등을 심어놓고 경작하는 것처럼 꾸미는 게 전형적인 투기 수법입니다.

8년 동안 묘목이나 비료 구입 영수증만 내면 농사지은 걸로 인정돼 그 뒤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농지를 10,000㎡까지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됩니다.

팔 때 양도소득세까지 감면해 줍니다.

바로 이 점을 악용해 농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아 챙기기도 합니다.

특히 농지 등 부동산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가 발각돼도 웬만해선 소유권을 박탈 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농지 투기를 부추깁니다.

정부가 매년 농지 실태조사를 하고 있고, 특히 농지를 취득한 지 5년이 안 된 사람들은 전수조사까지 하고 있지만, 투기 의심 정황을 찾아내긴 어렵습니다.

현재 자치단체 공무원 1명이 농지 2천3백 필지를 담당하고 있는 데다 수시로 바뀌기 때문인데요.

결국 농지 관리 강화는 기본이고, 실제로, 정말 농사를 지을 사람만 농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농지법에 대한 손질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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