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왜 하필 이때 한일 축구?…日정부·JFA “도쿄올림픽 시뮬레이션”
입력 2021.03.18 (07:00)
수정 2021.03.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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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 전사 vs 사무라이 블루’
한국과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이 3월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日産) 스타디움에서 맞붙습니다. 친선경기로 치러지는 한일전은 2011년 8월 일본 삿포로 맞대결(0-3패) 이후 무려 10년 만 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장벽을 뚫고 치러지는 이번 평가전에 대해 한국에서는 ‘기대’ 보다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입니다. 경기 중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접수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 안에서도 “왜 하필 지금 한일전이냐”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일종의 ‘개최 거부감’입니다.
3월 25일 한일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가 열릴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의 닛산 스타디움.
■긴급사태 해제 첫날 ‘입국’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도쿄(東京) 등 수도권 4개 광역지역(1도 3현)에 긴급사태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1월 8일 발효된 긴급사태는 이후 한 달, 다시 2주가 추가로 연장돼 벌써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가 열릴 요코하마(橫浜)가 바로 긴급사태 발령 지역인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있습니다. 긴급사태 기한은 경기 나흘 전인 3월 21일까지. 22일 0시부터는 일상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긴급사태 해체 ‘첫날’이 바로 한국 대표팀의 일본 ‘입국일’이 되는 셈입니다.
긴급사태가 해제되더라도 문제는 남습니다.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 해제 이후에도 당분간 한국과 중국 등을 상대로 이른바 ‘비즈니스 트랙’(Business TracK·경제인 입국)은 풀지 않을 예정입니다. 외국인 신규 입국 규제가 당분간 계속된다는 얘기입니다.
일본 정부는 다만 긴급사태 해제와 더불어 외국인 선수 입국은 허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야구기구(NPB)와 일본프로축구리그(J리그) 요청에 따른 겁니다. 이 경우에도 입국자에게는 ‘입국 후 2주 격리 의무’가 주어집니다.
그런데 한국 대표팀에 대해선 이 의무까지 면제해 주기로 했습니다. 당초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마련한 이른바 ‘스포츠 특례조치’(Athlete Track)라는 건데, 이 조치는 긴급사태를 계기로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3월 1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한일전에 나설 태극전사 명단 발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대표팀에 파격 혜택?
이번 친선 경기는 일본축구협회(JFA) 실무진이 한국 측에 먼저 제의해 성사됐다고 합니다.
일본 매체 ‘닛칸 겐다이’를 보면 JFA 관계자는 “당초 25일에는 ‘2022년 월드컵 2차 예선 미얀마전’이 예정돼 있었는데, 군사 쿠데타로 미얀마 측이 2월 19일에 연기를 신청해 왔다”면서 “그러다가 한일전이 대안으로 떠올랐고 이후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매체에는 “모든 건 도쿄올림픽 본선 개최를 위해서…”라는 관계자의 언급도 나옵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JFA에 “긴급사태 해제와 동시에 도쿄올림픽용(用)인 ‘스포츠 특례 조치’도 부활시키겠다”는 ‘파격적인’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도쿄올림픽에 앞서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선수단 입국과 호텔 체류, 훈련장 왕복, 시합 당일 이동, 귀국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시뮬레이션’(모의 실험)하겠다는 의도가 읽힙니다. 한국 선수들은 일본 체류 기간에 매일 코로나19 검사도 받게 됩니다.
10년 만의 한일전 소식을 알리고 있는 일본축구협회(JFA) 홈페이지. 관중을 들이기 위한 입장권 판매가 20일부터 시작된다.
■올림픽 예행연습에 부수입까지
한일전의 킥오프는 25일 오후 7시 20분입니다. 민영방송인 니혼TV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됩니다.
관중도 들어옵니다. 좌석 전후, 좌우를 한 칸씩 떼는 형태로 전체 7만 2천여 석 가운데 최대 5천 석을 채울 계획입니다. 20일 오전부터 입장권 판매가 시작됩니다. 육성 응원과 좌석 이동, 깃발이나 수건 흔들기, 사람 접촉 등은 금지됩니다.
눈에 띄는 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번 한일전이 JFA가 주최하는 첫 ‘관중 경기’라는 점입니다. JFA 입장에서 보면 실로 오랜만에 TV 방영권료와 입장료를 더해 2억 엔(20억 7천만 원) 정도의 수입까지 챙길 수 있게 됐습니다.
일본 대표팀은 한국전을 계기로 외국팀 초청 경기를 본격 늘려갈 계획입니다. 이달 26일과 29일에 각각 도쿄와 기타큐슈(北九州)에서 아르헨티나 올림픽 남자대표팀과의 친선 경기, 30일에는 몽골과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잡아두고 있습니다.
일본 여자 대표팀 역시 다음 달 8일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에서 파라과이 여자 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갖습니다. 이어 11일에도 친선 경기(대전 상대는 미정)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일본 정부는 모든 경기를 전폭 뒷받침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결국, 10년 만의 한일전은 도쿄올림픽을 강행하고 싶은 일본 정부, 국제 경기를 재개하고 싶은 JFA, 대표팀 소집과 경기력 향상에 목이 마른 대한축구협회(KFA), 이들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보입니다.
한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친선경기가 열리는 3월 25일, 일본 후쿠시마현에선 2020도쿄올림픽 성화가 출발한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올림픽 성화 봉송은 ‘파행’
한일 친선 축구와 별도로 3월 25일은 일본에게 매우 각별한 날입니다. ‘부흥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후쿠시마(福島)현 축구 시설인 ‘제이(J)빌리지’에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성화 봉송이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주일 여 밖에 안 남았음에도 첫 봉송 주자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당초 첫 주자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 축구 여자 월드컵 독일 대회에서 우승한 일본 대표 ‘나데시코 재팬’ 선수가 맡도록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주자로 나설 수 없다고 잇따라 밝히고 나서 대회 조직위가 첫 주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출입국 제한 등을 이유로 첫 주자로 나서는 것을 포기한 선수는 미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는 가와스미 나호미( 川澄奈穂美)등 현재 4명입니다. 대회 조직위는 부랴부랴 나머지 선수 중에서 첫 주자를 물색 중입니다.
당초 일본 정부는 지난해 올림픽 연기 결정 전, 3천여 명의 관중이 모이는 대규모 성화 봉송 출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반 관중 없이 행사를 치르기로 결정한 상태입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도 불참이 유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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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3-18 07:00:55
- 수정2021-03-18 09:26:42
‘태극 전사 vs 사무라이 블루’
한국과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이 3월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日産) 스타디움에서 맞붙습니다. 친선경기로 치러지는 한일전은 2011년 8월 일본 삿포로 맞대결(0-3패) 이후 무려 10년 만 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장벽을 뚫고 치러지는 이번 평가전에 대해 한국에서는 ‘기대’ 보다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입니다. 경기 중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접수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 안에서도 “왜 하필 지금 한일전이냐”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일종의 ‘개최 거부감’입니다.
■긴급사태 해제 첫날 ‘입국’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도쿄(東京) 등 수도권 4개 광역지역(1도 3현)에 긴급사태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1월 8일 발효된 긴급사태는 이후 한 달, 다시 2주가 추가로 연장돼 벌써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가 열릴 요코하마(橫浜)가 바로 긴급사태 발령 지역인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있습니다. 긴급사태 기한은 경기 나흘 전인 3월 21일까지. 22일 0시부터는 일상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긴급사태 해체 ‘첫날’이 바로 한국 대표팀의 일본 ‘입국일’이 되는 셈입니다.
긴급사태가 해제되더라도 문제는 남습니다.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 해제 이후에도 당분간 한국과 중국 등을 상대로 이른바 ‘비즈니스 트랙’(Business TracK·경제인 입국)은 풀지 않을 예정입니다. 외국인 신규 입국 규제가 당분간 계속된다는 얘기입니다.
일본 정부는 다만 긴급사태 해제와 더불어 외국인 선수 입국은 허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야구기구(NPB)와 일본프로축구리그(J리그) 요청에 따른 겁니다. 이 경우에도 입국자에게는 ‘입국 후 2주 격리 의무’가 주어집니다.
그런데 한국 대표팀에 대해선 이 의무까지 면제해 주기로 했습니다. 당초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마련한 이른바 ‘스포츠 특례조치’(Athlete Track)라는 건데, 이 조치는 긴급사태를 계기로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한국 대표팀에 파격 혜택?
이번 친선 경기는 일본축구협회(JFA) 실무진이 한국 측에 먼저 제의해 성사됐다고 합니다.
일본 매체 ‘닛칸 겐다이’를 보면 JFA 관계자는 “당초 25일에는 ‘2022년 월드컵 2차 예선 미얀마전’이 예정돼 있었는데, 군사 쿠데타로 미얀마 측이 2월 19일에 연기를 신청해 왔다”면서 “그러다가 한일전이 대안으로 떠올랐고 이후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매체에는 “모든 건 도쿄올림픽 본선 개최를 위해서…”라는 관계자의 언급도 나옵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JFA에 “긴급사태 해제와 동시에 도쿄올림픽용(用)인 ‘스포츠 특례 조치’도 부활시키겠다”는 ‘파격적인’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도쿄올림픽에 앞서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선수단 입국과 호텔 체류, 훈련장 왕복, 시합 당일 이동, 귀국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시뮬레이션’(모의 실험)하겠다는 의도가 읽힙니다. 한국 선수들은 일본 체류 기간에 매일 코로나19 검사도 받게 됩니다.
■올림픽 예행연습에 부수입까지
한일전의 킥오프는 25일 오후 7시 20분입니다. 민영방송인 니혼TV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됩니다.
관중도 들어옵니다. 좌석 전후, 좌우를 한 칸씩 떼는 형태로 전체 7만 2천여 석 가운데 최대 5천 석을 채울 계획입니다. 20일 오전부터 입장권 판매가 시작됩니다. 육성 응원과 좌석 이동, 깃발이나 수건 흔들기, 사람 접촉 등은 금지됩니다.
눈에 띄는 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번 한일전이 JFA가 주최하는 첫 ‘관중 경기’라는 점입니다. JFA 입장에서 보면 실로 오랜만에 TV 방영권료와 입장료를 더해 2억 엔(20억 7천만 원) 정도의 수입까지 챙길 수 있게 됐습니다.
일본 대표팀은 한국전을 계기로 외국팀 초청 경기를 본격 늘려갈 계획입니다. 이달 26일과 29일에 각각 도쿄와 기타큐슈(北九州)에서 아르헨티나 올림픽 남자대표팀과의 친선 경기, 30일에는 몽골과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잡아두고 있습니다.
일본 여자 대표팀 역시 다음 달 8일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에서 파라과이 여자 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갖습니다. 이어 11일에도 친선 경기(대전 상대는 미정)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일본 정부는 모든 경기를 전폭 뒷받침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결국, 10년 만의 한일전은 도쿄올림픽을 강행하고 싶은 일본 정부, 국제 경기를 재개하고 싶은 JFA, 대표팀 소집과 경기력 향상에 목이 마른 대한축구협회(KFA), 이들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보입니다.
■올림픽 성화 봉송은 ‘파행’
한일 친선 축구와 별도로 3월 25일은 일본에게 매우 각별한 날입니다. ‘부흥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후쿠시마(福島)현 축구 시설인 ‘제이(J)빌리지’에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성화 봉송이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주일 여 밖에 안 남았음에도 첫 봉송 주자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당초 첫 주자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 축구 여자 월드컵 독일 대회에서 우승한 일본 대표 ‘나데시코 재팬’ 선수가 맡도록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주자로 나설 수 없다고 잇따라 밝히고 나서 대회 조직위가 첫 주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출입국 제한 등을 이유로 첫 주자로 나서는 것을 포기한 선수는 미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는 가와스미 나호미( 川澄奈穂美)등 현재 4명입니다. 대회 조직위는 부랴부랴 나머지 선수 중에서 첫 주자를 물색 중입니다.
당초 일본 정부는 지난해 올림픽 연기 결정 전, 3천여 명의 관중이 모이는 대규모 성화 봉송 출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반 관중 없이 행사를 치르기로 결정한 상태입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도 불참이 유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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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택 기자 news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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