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는 왜 영화 미나리에 주목했나?

입력 2021.03.20 (22:06) 수정 2021.03.2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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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올해 아카데미 상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특히 배우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르며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이영현 특파원 연결해 봅니다.

이영현 특파원, 영화 미나리가 후보로 선정된 6개 부문부터 정리해 볼까요?

[기자]

네,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입니다.

미나리는 모두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에 이어 두 번째 최다 후보작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는데요.

미나리는 윤여정 씨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선정됐는데, 102년 한국영화 역사상 한국 배우의 첫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 지명은 기생충도 이루지 못한 성과입니다.

[앵커]

미나리의 수상 가능성, 어떻게 전망되나요?

[기자]

현지 언론들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미나리가 오스카, 그러니까 아카데미상의 역사를 다시 썼다 이렇게 보도하며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에 아카데미가 왜 주목하게 됐는지 그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리 아이삭 정/미나리 감독 : "할머니는 제이콥과 다른 방식으로 일합니다. 처음부터 아이들은 할머니를 놀리고 그녀를 박하게 대했죠."]

["너 할머니가 읽을 줄도 모른다는 거 아니? (진짜 할머니 같지 않아.)"]

["니네는 미나리가 뭔지 모르지? 미국 바보들은... 그래서 할머니가 한국서 미나리 씨 갖고 왔다."]

아카데미는 미나리를 알아봤습니다.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 리 아이삭 정 감독의 미나리!"]

최종 후보 발표에서 6번이나 미나리가 호명됐습니다.

이 가운데 한 번은 윤여정과 함께 불렸습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미나리의 윤여정!"]

[윤여정/미나리 '순자' 역 : "아니, 꿈도 꾸지 않았어요. 아니, 그건 나한테 벌어진 일이 아니라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어요."]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이미 크고 작은 90여 개의 상을 받은 미나리는 아카데미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골든글로브 수상작은 '미나리'입니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는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만 받았는데, 이를 두고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작품상을 놓고 경쟁했어야 할 미나리가 대사의 50% 이상이 한국어라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만 올린 골든글로브 규정을 문제삼았습니다.

[질리언 텔링/피플 매거진 에디터 : "이 영화는 미국인이 만들고 미국인 배우들이 나오기 때문에 공평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겁니다. 이건 외국 영화가 아닙니다."]

미나리는 미국 제작사가 미국 자본으로 만든 미국 영화입니다.

1980년대 미국 남부 시골로 이주한 이민자 가족의 정착기로, 어렸을 때 이민 온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바탕이 됐습니다.

[리 아이삭 정/미나리감독 : "전 농장에 살았던 제 소년 시절을 기억하기 시작했고, 5~8살 때의 기억을 회상했죠."]

영화 속 한국인 가족의 경험은 다른 모든 이민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실패를 경험하지만 그걸 넘어서게 만든 건 가족입니다.

[리 아이삭 정/미나리 감독 : "미나리는 그들만의 소통 방법을 찾아가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언어는 영어보다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멸치도 가져온 거야? 야 또 울어? 멸치 때문에 울어?"]

미나리에선 가족의 핵심에 한국에서 온 할머니 순자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지 않아요.) 할머니 같은 게 뭔데?"]

순자는 가족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보편적인 할머니지만, 그 방식은 온전히 한국식입니다.

[리 아이삭 정/미나리 감독 : "저는 관객들에게 순자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는 상당히 다른 수준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할머니가 좋니? 고마워."]

한국 배우가 출연하고 한국어 대사가 주를 이루면서 한국의 정서가 그려졌지만,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에서 '미나리는 미국의 이야기자 바로 내 이야기, 우리 가족의 이야기란 공감대는 컸습니다.

[토마스 빈터베르그/영화 평론가 : "물론 그는 미국인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갖고 있긴 합니다만 문화적인 부분을 세세하게 잘 표현했기 때문에 대단한 영화라고 봅니다."]

미나리는 이번 주부터 미국 곳곳에서 상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상영관 마다 25%만 입장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미나리에 대한 관심은 높았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후 6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그런데 미나리의 좌석 현황을 확인해 보면 오후 7시 10분 표가 이미 매진된 상탭니다.

한국인 가족들의 이야기지만 평론가들과 마찬가지로 실제 관객들에게도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프레드 린치/미나리 관객 : "저는 살아가기 위한 가족들 간의 소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데저러 웬델/미나리 관객 : "가족들은 아이들이 할머니를 존중하길 바랐고, 할머니가 소년의 믿음을 얻으면서 후반부에는 매우 사랑스러운 관계로 발전하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이번에 아카데미는 비백인에게, 특히 아시아계 배우에게 인색했던 수상 기회를 윤여정과 스티븐 연 등 3명에게 열어 놨고, 흑인 배우도 6명을 후보에 지명했습니다.

[카리 바이블/영화 평론가 : "저는 이번이 오스카 역사상 가장 다양한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계는 미나리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비첨/골드 더비 에디터 : "노매드랜드가 1순위라고 봅니다만, 제 느낌으로는 미나리가 이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예년보다 두 달 정도 늦춰져 다음 달 25일 개최됩니다.

특히 이번 시상식은 할리우드 돌비 극장과 함께 수백 편의 영화 배경이 됐던 이곳 LA 유니언 스테이션도 무대로 쓰일 예정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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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카데미는 왜 영화 미나리에 주목했나?
    • 입력 2021-03-20 22:06:24
    • 수정2021-03-20 22: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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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올해 아카데미 상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특히 배우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르며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이영현 특파원 연결해 봅니다.

이영현 특파원, 영화 미나리가 후보로 선정된 6개 부문부터 정리해 볼까요?

[기자]

네,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입니다.

미나리는 모두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에 이어 두 번째 최다 후보작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는데요.

미나리는 윤여정 씨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선정됐는데, 102년 한국영화 역사상 한국 배우의 첫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 지명은 기생충도 이루지 못한 성과입니다.

[앵커]

미나리의 수상 가능성, 어떻게 전망되나요?

[기자]

현지 언론들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미나리가 오스카, 그러니까 아카데미상의 역사를 다시 썼다 이렇게 보도하며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에 아카데미가 왜 주목하게 됐는지 그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리 아이삭 정/미나리 감독 : "할머니는 제이콥과 다른 방식으로 일합니다. 처음부터 아이들은 할머니를 놀리고 그녀를 박하게 대했죠."]

["너 할머니가 읽을 줄도 모른다는 거 아니? (진짜 할머니 같지 않아.)"]

["니네는 미나리가 뭔지 모르지? 미국 바보들은... 그래서 할머니가 한국서 미나리 씨 갖고 왔다."]

아카데미는 미나리를 알아봤습니다.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 리 아이삭 정 감독의 미나리!"]

최종 후보 발표에서 6번이나 미나리가 호명됐습니다.

이 가운데 한 번은 윤여정과 함께 불렸습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미나리의 윤여정!"]

[윤여정/미나리 '순자' 역 : "아니, 꿈도 꾸지 않았어요. 아니, 그건 나한테 벌어진 일이 아니라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어요."]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이미 크고 작은 90여 개의 상을 받은 미나리는 아카데미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골든글로브 수상작은 '미나리'입니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는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만 받았는데, 이를 두고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작품상을 놓고 경쟁했어야 할 미나리가 대사의 50% 이상이 한국어라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만 올린 골든글로브 규정을 문제삼았습니다.

[질리언 텔링/피플 매거진 에디터 : "이 영화는 미국인이 만들고 미국인 배우들이 나오기 때문에 공평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겁니다. 이건 외국 영화가 아닙니다."]

미나리는 미국 제작사가 미국 자본으로 만든 미국 영화입니다.

1980년대 미국 남부 시골로 이주한 이민자 가족의 정착기로, 어렸을 때 이민 온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바탕이 됐습니다.

[리 아이삭 정/미나리감독 : "전 농장에 살았던 제 소년 시절을 기억하기 시작했고, 5~8살 때의 기억을 회상했죠."]

영화 속 한국인 가족의 경험은 다른 모든 이민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실패를 경험하지만 그걸 넘어서게 만든 건 가족입니다.

[리 아이삭 정/미나리 감독 : "미나리는 그들만의 소통 방법을 찾아가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언어는 영어보다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멸치도 가져온 거야? 야 또 울어? 멸치 때문에 울어?"]

미나리에선 가족의 핵심에 한국에서 온 할머니 순자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지 않아요.) 할머니 같은 게 뭔데?"]

순자는 가족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보편적인 할머니지만, 그 방식은 온전히 한국식입니다.

[리 아이삭 정/미나리 감독 : "저는 관객들에게 순자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는 상당히 다른 수준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할머니가 좋니? 고마워."]

한국 배우가 출연하고 한국어 대사가 주를 이루면서 한국의 정서가 그려졌지만,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에서 '미나리는 미국의 이야기자 바로 내 이야기, 우리 가족의 이야기란 공감대는 컸습니다.

[토마스 빈터베르그/영화 평론가 : "물론 그는 미국인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갖고 있긴 합니다만 문화적인 부분을 세세하게 잘 표현했기 때문에 대단한 영화라고 봅니다."]

미나리는 이번 주부터 미국 곳곳에서 상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상영관 마다 25%만 입장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미나리에 대한 관심은 높았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후 6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그런데 미나리의 좌석 현황을 확인해 보면 오후 7시 10분 표가 이미 매진된 상탭니다.

한국인 가족들의 이야기지만 평론가들과 마찬가지로 실제 관객들에게도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프레드 린치/미나리 관객 : "저는 살아가기 위한 가족들 간의 소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데저러 웬델/미나리 관객 : "가족들은 아이들이 할머니를 존중하길 바랐고, 할머니가 소년의 믿음을 얻으면서 후반부에는 매우 사랑스러운 관계로 발전하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이번에 아카데미는 비백인에게, 특히 아시아계 배우에게 인색했던 수상 기회를 윤여정과 스티븐 연 등 3명에게 열어 놨고, 흑인 배우도 6명을 후보에 지명했습니다.

[카리 바이블/영화 평론가 : "저는 이번이 오스카 역사상 가장 다양한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계는 미나리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비첨/골드 더비 에디터 : "노매드랜드가 1순위라고 봅니다만, 제 느낌으로는 미나리가 이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예년보다 두 달 정도 늦춰져 다음 달 25일 개최됩니다.

특히 이번 시상식은 할리우드 돌비 극장과 함께 수백 편의 영화 배경이 됐던 이곳 LA 유니언 스테이션도 무대로 쓰일 예정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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