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1년, 못 막은 3차 유행…코로나가 바꾸는 유럽 정치 지형

입력 2021.03.21 (21:15) 수정 2021.03.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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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유럽연합 EU는 방역과 백신 정책,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유럽에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 3월 첫 봉쇄 조치에 나선 뒤, 1년 동안 풀고 조이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3차 유행을 막지 못했습니다.

장기 봉쇄에 지친 유럽 시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커져가고 이제는 정치 지형마저 뒤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백신 수급 차질로 접종에 속도를 못 내자 EU 체제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는데요.

회원국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찾으면서 '자국 중심주의'는 강화되고 '하나의 유럽'이라는 EU의 위상은 흔들리는 모양샙니다.

코로나19로 흔들리고 있는 유럽의 정치 지형, 베를린 김귀수, 파리 유원중 특파원이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총선을 비롯해 무려 7개의 선거가 치러지는 독일.

총선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주의회 2곳의 선거에서 집권당인 기민·기사 연합이 참패하고 녹색당과 사민당이 승리했습니다.

한때 40%를 웃돌았던 집권당의 지지율은 최근 29%로 수직 낙하했습니다.

이대로라면 9월 총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흔들리는 집권당, 제일 큰 원인은 코로나19입니다.

1년의 봉쇄로 시민들의 불만은 한계에 달했습니다.

[“부끄러운 줄 알라!”]

독일뿐만 아닙니다.

방역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틈을 타 극우정당인 국민연합 마리 르펜 대표의 지지율은 마크롱을 따라잡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선 지난 1월 주제페 콘테 총리가 코로나 방역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습니다.

EU의 백신 공동 구매, 동시 접종도 신속한 대응에 걸림돌이었다는 회원국들에서 쏟아졌습니다.

이에 일부 나라들은 국경까지 막았습니다.

EU는 국경 폐쇄는 하나의 유럽 정신에 어긋난다며 회원국이 공동으로 코로나에 대응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EU 집행위원장 :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현 상황에서 국경을 전면 폐쇄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 그리고 선거라는 발등의 불이 우선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사태는 잠들어 있던 자국 중심주의를 깨우며 유럽의 정치 지형까지 바꿔 놓을 기세입니다.

베를린에서 KBS 뉴스 김귀수입니다.

고개 드는 ‘자국 중심’…흔들리는 EU

[리포트]

코로나19 봉쇄를 하고 있지만 다른 EU 국가들보다 영업 제한이 덜한 세르비아.

백신 접종률이 이미 30%를 넘어, 10% 수준인 EU를 크게 따돌렸습니다.

EU 회원국이 아니어서 러시아와 중국 백신을 일찍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알렉산다르 부취치/세르비아 대통령/지난 2월 28일 : “29만 3천 회분이라는 많은 양을 지원해준 러시아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브렉시트를 추진하며 유럽의 트럼프로 불렸던 존슨 영국 총리.

그러나 EU 울타리 밖에서 백신 사용 승인을 주도하고, 발 빠른 백신 계약 체결로 세계 3위의 백신 접종국가가 됐습니다.

반면 EU 집행위는 백신 확보 실패를 인정해야 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EU 집행위원장/지난 2월 10일 : “결론적으로 (백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여러 실수가 있었던 점을 깊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EU 회원국인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 등은 EU에서 아직 승인하지 않은 러시아와 중국 백신을 도입했습니다.

EU 내 갈등도 시작돼 오스트리아와 불가리아 등 6개 회원국이 백신 분배가 불평등하다는 공동 기자회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쿠르츠/오스트리아 총리 : “(백신 배분이) EU의 정신과 이상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보리소프/불가리아 총리 : “EU는 회원국에 러시아와 중국 백신을 자제하라고만 합니다.”]

코로나 방역 성패가 각 나라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면서 EU라는 단일대오는 약해지고 각자도생 행보는 늘고 있습니다.

1999년 유로화 도입으로 가속화된 EU 체제가 2008년의 금융위기와 2015년 난민 문제에 이어 신종 전염병 방역 실패로 세 번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한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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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쇄 1년, 못 막은 3차 유행…코로나가 바꾸는 유럽 정치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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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3-21 21:45:09
    뉴스 9
[앵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유럽연합 EU는 방역과 백신 정책,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유럽에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 3월 첫 봉쇄 조치에 나선 뒤, 1년 동안 풀고 조이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3차 유행을 막지 못했습니다.

장기 봉쇄에 지친 유럽 시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커져가고 이제는 정치 지형마저 뒤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백신 수급 차질로 접종에 속도를 못 내자 EU 체제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는데요.

회원국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찾으면서 '자국 중심주의'는 강화되고 '하나의 유럽'이라는 EU의 위상은 흔들리는 모양샙니다.

코로나19로 흔들리고 있는 유럽의 정치 지형, 베를린 김귀수, 파리 유원중 특파원이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총선을 비롯해 무려 7개의 선거가 치러지는 독일.

총선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주의회 2곳의 선거에서 집권당인 기민·기사 연합이 참패하고 녹색당과 사민당이 승리했습니다.

한때 40%를 웃돌았던 집권당의 지지율은 최근 29%로 수직 낙하했습니다.

이대로라면 9월 총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흔들리는 집권당, 제일 큰 원인은 코로나19입니다.

1년의 봉쇄로 시민들의 불만은 한계에 달했습니다.

[“부끄러운 줄 알라!”]

독일뿐만 아닙니다.

방역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틈을 타 극우정당인 국민연합 마리 르펜 대표의 지지율은 마크롱을 따라잡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선 지난 1월 주제페 콘테 총리가 코로나 방역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습니다.

EU의 백신 공동 구매, 동시 접종도 신속한 대응에 걸림돌이었다는 회원국들에서 쏟아졌습니다.

이에 일부 나라들은 국경까지 막았습니다.

EU는 국경 폐쇄는 하나의 유럽 정신에 어긋난다며 회원국이 공동으로 코로나에 대응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EU 집행위원장 :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현 상황에서 국경을 전면 폐쇄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 그리고 선거라는 발등의 불이 우선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사태는 잠들어 있던 자국 중심주의를 깨우며 유럽의 정치 지형까지 바꿔 놓을 기세입니다.

베를린에서 KBS 뉴스 김귀수입니다.

고개 드는 ‘자국 중심’…흔들리는 EU

[리포트]

코로나19 봉쇄를 하고 있지만 다른 EU 국가들보다 영업 제한이 덜한 세르비아.

백신 접종률이 이미 30%를 넘어, 10% 수준인 EU를 크게 따돌렸습니다.

EU 회원국이 아니어서 러시아와 중국 백신을 일찍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알렉산다르 부취치/세르비아 대통령/지난 2월 28일 : “29만 3천 회분이라는 많은 양을 지원해준 러시아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브렉시트를 추진하며 유럽의 트럼프로 불렸던 존슨 영국 총리.

그러나 EU 울타리 밖에서 백신 사용 승인을 주도하고, 발 빠른 백신 계약 체결로 세계 3위의 백신 접종국가가 됐습니다.

반면 EU 집행위는 백신 확보 실패를 인정해야 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EU 집행위원장/지난 2월 10일 : “결론적으로 (백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여러 실수가 있었던 점을 깊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EU 회원국인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 등은 EU에서 아직 승인하지 않은 러시아와 중국 백신을 도입했습니다.

EU 내 갈등도 시작돼 오스트리아와 불가리아 등 6개 회원국이 백신 분배가 불평등하다는 공동 기자회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쿠르츠/오스트리아 총리 : “(백신 배분이) EU의 정신과 이상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보리소프/불가리아 총리 : “EU는 회원국에 러시아와 중국 백신을 자제하라고만 합니다.”]

코로나 방역 성패가 각 나라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면서 EU라는 단일대오는 약해지고 각자도생 행보는 늘고 있습니다.

1999년 유로화 도입으로 가속화된 EU 체제가 2008년의 금융위기와 2015년 난민 문제에 이어 신종 전염병 방역 실패로 세 번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한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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