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목욕탕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나?

입력 2021.03.22 (16:12) 수정 2021.03.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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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진주 목욕탕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 진주시 목욕탕 98곳, 세종시의 '6배'
- 진주시 벌써 세 번째 집단 감염... '2개월에 한 번꼴'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진주시 '뒷북 행정'

 마일로 작가의 네이버 웹툰 ‘여탕보고서’ 중에서 마일로 작가의 네이버 웹툰 ‘여탕보고서’ 중에서

진주 목욕탕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 진주시 목욕탕 98곳, 세종시의 ‘6배‘

경남 진주의 한 목욕탕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열흘 만에 200명을 넘었습니다. 전국적인 집단감염 규모로도 16번째입니다.

지난 10일, 한 50대 확진자가 발열 등 증상이 있었음에도 3월 4일부터 9일까지 6일 동안 파로스 헬스 사우나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목욕탕과 그 일대를 중심으로 검사를 확대하자 확진자가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확진자 200명, 자가격리자 2천 명이 넘는 진주시 목욕탕 발 코로나 집단감염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파로스 헬스 사우나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9일 부부 확진자가 인근의 또 다른 사우나를 방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이 사우나에 출입한 천100명이 또다시 검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목욕탕 3곳도 확진자가 다녀가는 등 목욕탕 동선이 이어지자, 진주시는 3월에 목욕탕에 간 전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권고했습니다.

 네이버 웹툰 ‘여탕보고서’ 중에서 네이버 웹툰 ‘여탕보고서’ 중에서

■ 코로나19 상황에 왜 목욕탕을...'달 목욕'이 원인으로 지목

목욕탕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이 있습니다. 왜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목욕탕을 갔던 것일까요? 왜 증상이 있으면서도 목욕탕을 찾았을까요? 밀폐된 장소가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점을 알면서 말입니다.

진주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달 목욕'이란 게 있습니다. 보통 목욕탕은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쿠폰을 끊어서 목욕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달 목욕'이라고 하면, 목욕탕을 매일 갈 수 있다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매일 갈 수 없다면 쿠폰이 더 저렴할 테니까요.

진주시는 인구 35만 명에 목욕탕이 98곳입니다. 인구가 비슷한 경남 양산시 56곳, 강원 원주시 35곳, 대구시 동구 53곳(2018 전국사업체조사), 세종시 16곳에 비하면 확실히 그 수가 많습니다. 목욕탕이 거주지 가까이에 있고, 목욕을 즐기는 인구가 많다는 뜻이 됩니다.

진주 목욕탕에서는 일종의 사교모임이 이루어집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목욕탕에서 만난 동네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고, 같이 모여 앉아 음료나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합니다. 가볍게 몸을 씻기보다는 밀폐된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되면서 바이러스가 확산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 감기몸살처럼 기운이 좋지 않을 때 목욕탕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풀면 기력이 회복한다는 민간요법이 널리 퍼져있는 것도, 코로나19 증상이 있음에도 목욕탕을 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지난 1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진주 국제기도원에 시설폐쇄 안내문이 붙어있다.지난 1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진주 국제기도원에 시설폐쇄 안내문이 붙어있다.

■ 진주시 벌써 세 번째 집단 감염... '2개월에 한 번꼴'

문제는 진주시에서 목욕탕 감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4월, 진주 윙스타워 사우나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9명 발생했습니다.

목욕탕이 코로나19에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주시민이라면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지속하고, 그동안 서울 수도권에 비해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 않았던 진주시에서는 목욕탕을 멀리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사라졌습니다.

방심을 틈타 시작된 목욕탕 집단감염은 전국적으로도 유례없이 크게 터지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진주시 집단 감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진주시 이·통장 20여 명이 제주도로 연수를 가면서 관련 확진자가 83명에 달한 ‘진주 이·통장 연수 집단 감염’이 그 첫 번째입니다. 단체 여행 등을 자제하라는 경남도의 지침을 어기고 연수를 강행한 결과였습니다.

일부 이·통장은 연수에서 유흥업소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지난 1월, 72명의 감염자가 나온 ‘국제기도원 집단감염’입니다. 이 기도원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합숙생활을 했고,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것을 알면서도 진주시는 이를 차단하지 못했습니다.

기도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도 부산과 남양주시에서 확진자 이동 경로를 파악해 진주시에 전달한 뒤에야 뒤늦게 알았습니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조규일 진주시장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진주시 '뒷북 행정'

세 번째인 이번 목욕탕 감염을 어땠을까요? 진주의 독특한 목욕탕 문화를 진주시가 몰랐을 리는 없어 보입니다.

윙스타워 사우나 감염 당시 겪었듯이 목욕탕이 코로나19 방역에 취약하다는 사실도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진주시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목욕탕에서 입장객의 발열 체크를 제대로 하는지, 출입자 명부는 제대로 작성을 하는지, 목욕탕 안에서 취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기본적인 부분을 진주시가 제대로 점검을 했는지 의문이 쌓이고 있습니다.

진주시는 뒤늦게서야 목욕탕 집단감염 관련 TF팀을 꾸리고, ‘달 목욕’ 금지와 출입자 발열검사와 QR코드 설치 의무, 목욕탕 내 방수마스크 착용 등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또,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을 가려내기 위해 해열 진통제를 사는 사람들은 48시간 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환절기에 비염이나 코감기로 콧물약을 복용한 어린이, 생리통으로 진통제를 산 여성들까지 모두 일괄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황당해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럴 바에는 인근 시군에서 해열제를 사는 ‘약국 원정’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옵니다. 정부도 목욕탕 내 마스크 착용은 방역학적으로 논란이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대책들은 집단 감염이 나오기 전에 먼저 해야 했던 것 아닌지, '뒷북 행정'에 대한 불신이 가득합니다.

진주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진주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진주시는 목욕탕 집단 감염이 발생한 동 주민들은 한 가족의 한 명씩은 진단 검사를 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미 진주시 목욕탕으로 인한 감염은 4차 감염까지 발생했고, 타 시군으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목욕탕뿐 아니라 이제 광범위한 검사에서도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초등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진주시민들은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미 인구 35만 진주시의 누적 확진자는 700명이 넘어 경남 시군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진주 시민들은 증상이 있는데도 목욕탕을 출입한 시민의식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진주시의 방역이 무너졌다는 자성을 먼저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첫 번째는 실수지만, 두 번째는 실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주시의 세 번째 방역실패, 이번에도 반성하지 않는다면 네 번째가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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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의 목욕탕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나?
    • 입력 2021-03-22 16:12:59
    • 수정2021-03-22 16:38:37
    취재K
- 진주 목욕탕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 진주시 목욕탕 98곳, 세종시의 '6배'<br />- 진주시 벌써 세 번째 집단 감염... '2개월에 한 번꼴'<br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진주시 '뒷북 행정'<br />
 마일로 작가의 네이버 웹툰 ‘여탕보고서’ 중에서
진주 목욕탕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 진주시 목욕탕 98곳, 세종시의 ‘6배‘

경남 진주의 한 목욕탕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열흘 만에 200명을 넘었습니다. 전국적인 집단감염 규모로도 16번째입니다.

지난 10일, 한 50대 확진자가 발열 등 증상이 있었음에도 3월 4일부터 9일까지 6일 동안 파로스 헬스 사우나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목욕탕과 그 일대를 중심으로 검사를 확대하자 확진자가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확진자 200명, 자가격리자 2천 명이 넘는 진주시 목욕탕 발 코로나 집단감염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파로스 헬스 사우나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9일 부부 확진자가 인근의 또 다른 사우나를 방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이 사우나에 출입한 천100명이 또다시 검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목욕탕 3곳도 확진자가 다녀가는 등 목욕탕 동선이 이어지자, 진주시는 3월에 목욕탕에 간 전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권고했습니다.

 네이버 웹툰 ‘여탕보고서’ 중에서
■ 코로나19 상황에 왜 목욕탕을...'달 목욕'이 원인으로 지목

목욕탕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이 있습니다. 왜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목욕탕을 갔던 것일까요? 왜 증상이 있으면서도 목욕탕을 찾았을까요? 밀폐된 장소가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점을 알면서 말입니다.

진주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달 목욕'이란 게 있습니다. 보통 목욕탕은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쿠폰을 끊어서 목욕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달 목욕'이라고 하면, 목욕탕을 매일 갈 수 있다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매일 갈 수 없다면 쿠폰이 더 저렴할 테니까요.

진주시는 인구 35만 명에 목욕탕이 98곳입니다. 인구가 비슷한 경남 양산시 56곳, 강원 원주시 35곳, 대구시 동구 53곳(2018 전국사업체조사), 세종시 16곳에 비하면 확실히 그 수가 많습니다. 목욕탕이 거주지 가까이에 있고, 목욕을 즐기는 인구가 많다는 뜻이 됩니다.

진주 목욕탕에서는 일종의 사교모임이 이루어집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목욕탕에서 만난 동네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고, 같이 모여 앉아 음료나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합니다. 가볍게 몸을 씻기보다는 밀폐된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되면서 바이러스가 확산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 감기몸살처럼 기운이 좋지 않을 때 목욕탕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풀면 기력이 회복한다는 민간요법이 널리 퍼져있는 것도, 코로나19 증상이 있음에도 목욕탕을 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지난 1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진주 국제기도원에 시설폐쇄 안내문이 붙어있다.
■ 진주시 벌써 세 번째 집단 감염... '2개월에 한 번꼴'

문제는 진주시에서 목욕탕 감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4월, 진주 윙스타워 사우나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9명 발생했습니다.

목욕탕이 코로나19에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주시민이라면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지속하고, 그동안 서울 수도권에 비해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 않았던 진주시에서는 목욕탕을 멀리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사라졌습니다.

방심을 틈타 시작된 목욕탕 집단감염은 전국적으로도 유례없이 크게 터지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진주시 집단 감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진주시 이·통장 20여 명이 제주도로 연수를 가면서 관련 확진자가 83명에 달한 ‘진주 이·통장 연수 집단 감염’이 그 첫 번째입니다. 단체 여행 등을 자제하라는 경남도의 지침을 어기고 연수를 강행한 결과였습니다.

일부 이·통장은 연수에서 유흥업소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지난 1월, 72명의 감염자가 나온 ‘국제기도원 집단감염’입니다. 이 기도원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합숙생활을 했고,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것을 알면서도 진주시는 이를 차단하지 못했습니다.

기도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도 부산과 남양주시에서 확진자 이동 경로를 파악해 진주시에 전달한 뒤에야 뒤늦게 알았습니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진주시 '뒷북 행정'

세 번째인 이번 목욕탕 감염을 어땠을까요? 진주의 독특한 목욕탕 문화를 진주시가 몰랐을 리는 없어 보입니다.

윙스타워 사우나 감염 당시 겪었듯이 목욕탕이 코로나19 방역에 취약하다는 사실도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진주시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목욕탕에서 입장객의 발열 체크를 제대로 하는지, 출입자 명부는 제대로 작성을 하는지, 목욕탕 안에서 취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기본적인 부분을 진주시가 제대로 점검을 했는지 의문이 쌓이고 있습니다.

진주시는 뒤늦게서야 목욕탕 집단감염 관련 TF팀을 꾸리고, ‘달 목욕’ 금지와 출입자 발열검사와 QR코드 설치 의무, 목욕탕 내 방수마스크 착용 등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또,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을 가려내기 위해 해열 진통제를 사는 사람들은 48시간 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환절기에 비염이나 코감기로 콧물약을 복용한 어린이, 생리통으로 진통제를 산 여성들까지 모두 일괄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황당해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럴 바에는 인근 시군에서 해열제를 사는 ‘약국 원정’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옵니다. 정부도 목욕탕 내 마스크 착용은 방역학적으로 논란이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대책들은 집단 감염이 나오기 전에 먼저 해야 했던 것 아닌지, '뒷북 행정'에 대한 불신이 가득합니다.

진주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진주시는 목욕탕 집단 감염이 발생한 동 주민들은 한 가족의 한 명씩은 진단 검사를 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미 진주시 목욕탕으로 인한 감염은 4차 감염까지 발생했고, 타 시군으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목욕탕뿐 아니라 이제 광범위한 검사에서도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초등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진주시민들은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미 인구 35만 진주시의 누적 확진자는 700명이 넘어 경남 시군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진주 시민들은 증상이 있는데도 목욕탕을 출입한 시민의식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진주시의 방역이 무너졌다는 자성을 먼저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첫 번째는 실수지만, 두 번째는 실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주시의 세 번째 방역실패, 이번에도 반성하지 않는다면 네 번째가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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