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전주 학마을, 방치된 빈터가 꽃동산으로

입력 2021.03.22 (19:32) 수정 2021.03.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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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심어졌다.) 이거 꽃이 피면 나중에 향이 좋아요. 열매도 맺고, 좋습니다.”]

언 땅이 풀리길 기다려 마을 어르신 60여 명이 모여 꽃나무 심기가 한창입니다.

전주동물원에서 보내온 철쭉과 회양목, 배롱나무가 자그마치 5,600여 그루.

지난 11일부터 시작해 다 심으려면 꼬박 일주일 남짓 걸리는 작업입니다.

[박영진/전주시 서서학동 주민자치위원장 : "이 마을을 자연생태마을로 만들고 싶어서 우리가 꽃과 나무를 좀 심자.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심고 있습니다."]

남고산에서 흘러내린 산자락이 학이 날개를 편 형국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학마을.

북서쪽으로는 곤지산 완산칠봉이, 동남쪽으로는 고덕산과 남고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는 이 마을은 실제로 학이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전주 시내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시원한 조망과 완산칠봉 철쭉동산에서 이어지는 길이 무엇보다 눈길을 잡아끕니다.

하지만 산비탈에 꽃나무를 심기 전까지는 한삼넝쿨이며 칡넝쿨 등 잡목이 우거져 어지러웠다고 합니다.

지금도 쓰다 버린 장판이며 각종 쓰레기가 오가는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해 주민들이 직접 거둬내고 있습니다.

[임옥례/전주시 서서학동 : "여기 밑에 사니까 운동도 하고 많이 다니는 길이에요. 사람들이 짐승도 키우고 그랬어요, 전에. 무섭다기보다 너무 지저분하니까 기분이 안 좋았죠."]

지난 해 여름엔 급작스러운 폭우에 산사태가 나 일곱 가구가 피신하는 등 피해도 심각했습니다.

제대로 된 수로나 축대도 없이 산속에 무허가로 지어진 판잣집들이 방치되면서 생긴 일이기에, 학마을 사람들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산사태로 안타까움이 컸던 만큼 이번 꽃나무 식재는 마을 주민들에게 더욱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박영진/전주시 서서학동 주민자치위원장 : "여기에서 예쁜 꽃들이 피어나고 자연생태마을이 조성이 되면, 지역 주민들이 뭔가 새롭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럼으로 해서 삶의 질이 향상이 될 것이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학마을 사람들이 꽃나무를 심기 시작한 건 작년부텁니다.

상사화 2만 2천 근에 꽃잔디 3천 근, 1천여 주의 국화와 매발톱까지.

이후 주민들이 직접 물을 뿌리고, 풀을 뽑으며 정성으로 관리해오고 있습니다.

[박영진/전주시 서서학동 주민자치위원장 : "올해부터 우리가 심은 꽃들이 어떻게 피어날 것인가, 어떻게 싹이 올라올 것인가라고 하는 부분에서 주민들이 지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아름답고 온화한 학마을로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르신들은 손수 삽질을 하면서도 힘든 기색 하나 없습니다.

[정승열/전주시 서서학동 : "동네가 나무를 많이 심음으로써 꽃도 많이 피우고, 여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볼 때 좋잖아요. 그래서 심는 거죠."]

[임태봉/전주시 서서학동 : "공기 좋고, 나무 살짝 꽃 피면 구경도 많이 올 것 같고, 운동하러 많이 다니니까 여기가 좋아요."]

오히려 다 같이 공동작업을 하면서 힘이 나고 재미있다며 너털웃음을 웃기도 합니다.

[김용유/전주시 서서학동 : "집에 있으면 서로가 잡념이 일어나고 그러니까 나와서 동네 사람들이 만나가지고 이렇게 한 번씩 오전에 하고 또 오후에 쉬고.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몸도 건강하고 운동도 다니는지라 서로가 웃으면서 하고 그럽니다."]

마을에 학이 살고, 꽃향기 그윽한 힐링 마을이 되길 바라는 주민들의 소망이 화합과 협력으로 심은 꽃나무처럼 마을 곳곳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에도 정성을 담아 심고 가꾸는 학마을 사람들 마음에는 이미 학 한 마리씩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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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K] 전주 학마을, 방치된 빈터가 꽃동산으로
    • 입력 2021-03-22 19:32:45
    • 수정2021-03-22 21:13:52
    뉴스7(전주)
[“(잘 심어졌다.) 이거 꽃이 피면 나중에 향이 좋아요. 열매도 맺고, 좋습니다.”]

언 땅이 풀리길 기다려 마을 어르신 60여 명이 모여 꽃나무 심기가 한창입니다.

전주동물원에서 보내온 철쭉과 회양목, 배롱나무가 자그마치 5,600여 그루.

지난 11일부터 시작해 다 심으려면 꼬박 일주일 남짓 걸리는 작업입니다.

[박영진/전주시 서서학동 주민자치위원장 : "이 마을을 자연생태마을로 만들고 싶어서 우리가 꽃과 나무를 좀 심자.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심고 있습니다."]

남고산에서 흘러내린 산자락이 학이 날개를 편 형국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학마을.

북서쪽으로는 곤지산 완산칠봉이, 동남쪽으로는 고덕산과 남고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는 이 마을은 실제로 학이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전주 시내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시원한 조망과 완산칠봉 철쭉동산에서 이어지는 길이 무엇보다 눈길을 잡아끕니다.

하지만 산비탈에 꽃나무를 심기 전까지는 한삼넝쿨이며 칡넝쿨 등 잡목이 우거져 어지러웠다고 합니다.

지금도 쓰다 버린 장판이며 각종 쓰레기가 오가는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해 주민들이 직접 거둬내고 있습니다.

[임옥례/전주시 서서학동 : "여기 밑에 사니까 운동도 하고 많이 다니는 길이에요. 사람들이 짐승도 키우고 그랬어요, 전에. 무섭다기보다 너무 지저분하니까 기분이 안 좋았죠."]

지난 해 여름엔 급작스러운 폭우에 산사태가 나 일곱 가구가 피신하는 등 피해도 심각했습니다.

제대로 된 수로나 축대도 없이 산속에 무허가로 지어진 판잣집들이 방치되면서 생긴 일이기에, 학마을 사람들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산사태로 안타까움이 컸던 만큼 이번 꽃나무 식재는 마을 주민들에게 더욱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박영진/전주시 서서학동 주민자치위원장 : "여기에서 예쁜 꽃들이 피어나고 자연생태마을이 조성이 되면, 지역 주민들이 뭔가 새롭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럼으로 해서 삶의 질이 향상이 될 것이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학마을 사람들이 꽃나무를 심기 시작한 건 작년부텁니다.

상사화 2만 2천 근에 꽃잔디 3천 근, 1천여 주의 국화와 매발톱까지.

이후 주민들이 직접 물을 뿌리고, 풀을 뽑으며 정성으로 관리해오고 있습니다.

[박영진/전주시 서서학동 주민자치위원장 : "올해부터 우리가 심은 꽃들이 어떻게 피어날 것인가, 어떻게 싹이 올라올 것인가라고 하는 부분에서 주민들이 지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아름답고 온화한 학마을로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르신들은 손수 삽질을 하면서도 힘든 기색 하나 없습니다.

[정승열/전주시 서서학동 : "동네가 나무를 많이 심음으로써 꽃도 많이 피우고, 여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볼 때 좋잖아요. 그래서 심는 거죠."]

[임태봉/전주시 서서학동 : "공기 좋고, 나무 살짝 꽃 피면 구경도 많이 올 것 같고, 운동하러 많이 다니니까 여기가 좋아요."]

오히려 다 같이 공동작업을 하면서 힘이 나고 재미있다며 너털웃음을 웃기도 합니다.

[김용유/전주시 서서학동 : "집에 있으면 서로가 잡념이 일어나고 그러니까 나와서 동네 사람들이 만나가지고 이렇게 한 번씩 오전에 하고 또 오후에 쉬고.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몸도 건강하고 운동도 다니는지라 서로가 웃으면서 하고 그럽니다."]

마을에 학이 살고, 꽃향기 그윽한 힐링 마을이 되길 바라는 주민들의 소망이 화합과 협력으로 심은 꽃나무처럼 마을 곳곳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에도 정성을 담아 심고 가꾸는 학마을 사람들 마음에는 이미 학 한 마리씩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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