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금싸라기 의원님 땅 ‘농지법 위반’…구청은 나몰라라

입력 2021.03.23 (16:31) 수정 2021.03.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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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일가가 소유한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일대 땅. 아래(오른쪽)로는 바다와 맞닿아있고 위로는 관광열차와 산책로가 지난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일가가 소유한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일대 땅. 아래(오른쪽)로는 바다와 맞닿아있고 위로는 관광열차와 산책로가 지난다.


"아시잖아요 누구 땅인지"

그 땅에 관해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보통 이랬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의 끝자락에 있는 이 땅에서는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해변과 맞닿아있고 관광열차도 지납니다. 주변에는 최근 수년 사이 대형 커피전문점과 SNS에서도 유명한 맛집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핫플레이스입니다.

땅은 1만㎡가 넘는다고 했습니다. 테두리로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게 높은 울타리를 쳐놓았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과 이 의원의 부모님입니다. 주민들은 이 땅의 주인이 이 의원 일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아하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 일가가 일대의 땅을 본격적으로 사들인 건 1998년부터입니다. 2001년까지 집중적으로 땅을 샀고 2002년 일대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됩니다. 단독 주택을 지을 수 있는 1종에 비해 2종은 공동주택도 지을 수 있어 더 비싸게 거래되곤 합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일대 땅의 시세가 3.3㎡당 3천만 원에도 거래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 일가가 땅을 샀을 때가 20년 전이니 적어도 10배는 올랐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습니다.

■농사 짓지 않는 땅에서 주차장 영업…농지법 '위반'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 있는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일가의 땅. 1만 제곱미터가 넘는 땅에는 높은 울타리를 쳐놓았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 있는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일가의 땅. 1만 제곱미터가 넘는 땅에는 높은 울타리를 쳐놓았다.

국회의원이 땅 좀 있다고 그 땅이 세월이 흐르며 가격이 올랐다고,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시대는 아닐 겁니다. 문제는 그 땅을 어떻게 오랜 시간 지켜왔는가입니다.

이 의원 일가가 가진 땅의 절반 가량은 서류상 논밭(전답)입니다. 농지법은 논밭에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농지가 투기의 대상으로 악용되는 걸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법은 만인 앞에 공평하다고 했으니 이 의원 일가의 땅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땅 대부분은 농사를 짓지 않는 땅입니다. 법을 어긴 겁니다.

나아가 목적과 다르게 주차장 영업도 해왔다고 했습니다. 주민이 귀띔해준 말입니다. 혹시나 싶어 포털 사이트에서 과거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2008년부터 사설 주차장으로 간판을 세워두고 영업을 해온 모습이 차곡차곡 찍혀있습니다. 주민은 “작년에도 주차장으로 영업했다”고 전했습니다. 논밭을 목적과 달리 사용하는 일 역시 위법입니다.

이럴 경우 농지법은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를 처분할 수 있게끔 하고 있습니다. 관할 구청장이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도 부과하라고 해놓았습니다. 법이 그렇다는데 담당 구청인 해운대구는 지금껏 단 한 번의 행정 조치도 한 적이 없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란에도 이 의원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 외에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조사 나선 부산시의회…해운대구 "특별한 문제 없어"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부산 연제구가 지역구로 부산시의원을 지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부산 연제구가 지역구로 부산시의원을 지냈다.

부산시의회는 건설 특혜·위법성 행정사무조사를 통해 이 의원 일가의 농지법 위반과 관련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땅의 취득과 이후 개발 과정을 들여다볼 방침입니다. 동시에 해운대구가 왜 그동안 행정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해당 토지가 일반주거지역이라 이런 경우 실제 농사를 짓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취재진은 다른 몇 개의 구청에 ‘ 일반 시민’이라고 말하고 같은 내용을 문의했고 “예외 없이 농사를 지어야 하며 하지 않으면 행정 처분을 받게 된다”라는 일관된 답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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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금싸라기 의원님 땅 ‘농지법 위반’…구청은 나몰라라
    • 입력 2021-03-23 16:31:41
    • 수정2021-03-23 16:37:41
    취재후·사건후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일가가 소유한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일대 땅. 아래(오른쪽)로는 바다와 맞닿아있고 위로는 관광열차와 산책로가 지난다.

"아시잖아요 누구 땅인지"

그 땅에 관해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보통 이랬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의 끝자락에 있는 이 땅에서는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해변과 맞닿아있고 관광열차도 지납니다. 주변에는 최근 수년 사이 대형 커피전문점과 SNS에서도 유명한 맛집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핫플레이스입니다.

땅은 1만㎡가 넘는다고 했습니다. 테두리로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게 높은 울타리를 쳐놓았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과 이 의원의 부모님입니다. 주민들은 이 땅의 주인이 이 의원 일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아하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 일가가 일대의 땅을 본격적으로 사들인 건 1998년부터입니다. 2001년까지 집중적으로 땅을 샀고 2002년 일대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됩니다. 단독 주택을 지을 수 있는 1종에 비해 2종은 공동주택도 지을 수 있어 더 비싸게 거래되곤 합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일대 땅의 시세가 3.3㎡당 3천만 원에도 거래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 일가가 땅을 샀을 때가 20년 전이니 적어도 10배는 올랐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습니다.

■농사 짓지 않는 땅에서 주차장 영업…농지법 '위반'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 있는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일가의 땅. 1만 제곱미터가 넘는 땅에는 높은 울타리를 쳐놓았다.
국회의원이 땅 좀 있다고 그 땅이 세월이 흐르며 가격이 올랐다고,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시대는 아닐 겁니다. 문제는 그 땅을 어떻게 오랜 시간 지켜왔는가입니다.

이 의원 일가가 가진 땅의 절반 가량은 서류상 논밭(전답)입니다. 농지법은 논밭에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농지가 투기의 대상으로 악용되는 걸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법은 만인 앞에 공평하다고 했으니 이 의원 일가의 땅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땅 대부분은 농사를 짓지 않는 땅입니다. 법을 어긴 겁니다.

나아가 목적과 다르게 주차장 영업도 해왔다고 했습니다. 주민이 귀띔해준 말입니다. 혹시나 싶어 포털 사이트에서 과거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2008년부터 사설 주차장으로 간판을 세워두고 영업을 해온 모습이 차곡차곡 찍혀있습니다. 주민은 “작년에도 주차장으로 영업했다”고 전했습니다. 논밭을 목적과 달리 사용하는 일 역시 위법입니다.

이럴 경우 농지법은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를 처분할 수 있게끔 하고 있습니다. 관할 구청장이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도 부과하라고 해놓았습니다. 법이 그렇다는데 담당 구청인 해운대구는 지금껏 단 한 번의 행정 조치도 한 적이 없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란에도 이 의원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 외에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조사 나선 부산시의회…해운대구 "특별한 문제 없어"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부산 연제구가 지역구로 부산시의원을 지냈다.
부산시의회는 건설 특혜·위법성 행정사무조사를 통해 이 의원 일가의 농지법 위반과 관련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땅의 취득과 이후 개발 과정을 들여다볼 방침입니다. 동시에 해운대구가 왜 그동안 행정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해당 토지가 일반주거지역이라 이런 경우 실제 농사를 짓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취재진은 다른 몇 개의 구청에 ‘ 일반 시민’이라고 말하고 같은 내용을 문의했고 “예외 없이 농사를 지어야 하며 하지 않으면 행정 처분을 받게 된다”라는 일관된 답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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