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차량용 반도체 ‘품귀’…자동차 업계 비상

입력 2021.03.24 (18:07) 수정 2021.03.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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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때문입니다.

세계 완성차 회사들이 잇따라 감산에 들어간 가운데, 공급 부족이 올해 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글로벌 ET> 은준수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봅니다.

자동차용 반도체, 어떤 역할을 합니까?

[기자]

네, 난방부터 엔진 제어까지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자동차 한 대에 반도체 300개 정도가 필요한데, 한 개만 없어도 조립할 수 없습니다.

[앵커]

핵심 부품이라는 얘기네요.

그런데 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네, 재난·재해 때문입니다.

세계 3대 제조업체의 생산설비가 잇따라 타격을 받아 사상 초유의 공급 절벽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공장 내부가 시커멓게 그을려 있습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두 탔습니다.

일본의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르네사스.

지난 19일 화재로 생산 설비를 잃었습니다.

점유율 기준으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정상화까지 최소 석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차량용 반도체 선두 업체는 네덜란드의 NXP 세미콘덕터와 독일의 인피니온입니다.

두 회사 모두 미국 텍사스에 공장이 있는데, 한파 때문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한때 공장이 멈췄습니다.

NXP, 인피니온 모두 생산을 재개하긴 했습니다만, 예전 수준으로 가동할 때까지는 두세 달 정도 더 걸릴 전망입니다.

[앵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선 악재네요.

조업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기자]

네, 반도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잇따라 감산, 조업 중단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량이 10만 대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도요타와 혼다, 닛산도 반도체 부족으로 북미 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하는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 역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를 보면 한국 GM의 부평 공장은 반도체 부족으로 절반만 가동하고 있고, 현대·기아차는 2분기 감산 가능성을 우려하며 매주 반도체 재고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선 반도체 공급 부족 때문에 백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금액으로 따지면 610억 달러, 69조 원 규모입니다.

[앵커]

재난·재해가 반도체 공급 부족에 결정타가 되긴 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다고 하죠?

[기자]

네, 지난해 상반기까지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기가 위축됐고, 차량 수요도 크게 줄었습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반도체 재고를 줄였고, 반도체 제조사들은 차량용 비중을 줄이는 대신 가전용 반도체 생산을 늘렸습니다.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시간이 늘 것으로 예상했던 겁니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입니다.

시중에 돈이 풀렸고, 차량 수요가 급격히 늘었지만, 이미 생산설비를 전환한 반도체 제조사들이 공급을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생긴 상황에서 재난·재해까지 겹쳐 반도체 품귀 현상을 만들어 낸 겁니다.

[앵커]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 문제, 오랫동안 지속하면 차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언제쯤이면 좀 풀릴 수 있을까요?

[기자]

업계에선 올해 연말쯤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또 변수가 있습니다.

이 반도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단기간에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분야 세계 1위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업계는 물론 각국의 정부, 비메모리 위탁생산 업체가 몰려 있는 타이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 TSMC와 협조 방안을 찾고 있긴 하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타이완에 56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반도체 제작 공정에 필요한 물이 부족합니다.

여기에 TSMC가 매출 중 3% 수준에 불과한 차량용 반도체의 생산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 지도 미지수입니다.

현재로선 기존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량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방법이 유력해 보이는데요.

그 사이 반도체가 더 귀해지면서 공급 가격이 오르고, 찻값 인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으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보다 훨씬 더 많은 반도체가 들어갈 텐데, 자동차 산업 강국과 완성차 업체들이 어떤 지혜를 모아 대처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은준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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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차량용 반도체 ‘품귀’…자동차 업계 비상
    • 입력 2021-03-24 18:07:21
    • 수정2021-03-24 18: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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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때문입니다.

세계 완성차 회사들이 잇따라 감산에 들어간 가운데, 공급 부족이 올해 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글로벌 ET> 은준수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봅니다.

자동차용 반도체, 어떤 역할을 합니까?

[기자]

네, 난방부터 엔진 제어까지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자동차 한 대에 반도체 300개 정도가 필요한데, 한 개만 없어도 조립할 수 없습니다.

[앵커]

핵심 부품이라는 얘기네요.

그런데 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네, 재난·재해 때문입니다.

세계 3대 제조업체의 생산설비가 잇따라 타격을 받아 사상 초유의 공급 절벽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공장 내부가 시커멓게 그을려 있습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두 탔습니다.

일본의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르네사스.

지난 19일 화재로 생산 설비를 잃었습니다.

점유율 기준으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정상화까지 최소 석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차량용 반도체 선두 업체는 네덜란드의 NXP 세미콘덕터와 독일의 인피니온입니다.

두 회사 모두 미국 텍사스에 공장이 있는데, 한파 때문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한때 공장이 멈췄습니다.

NXP, 인피니온 모두 생산을 재개하긴 했습니다만, 예전 수준으로 가동할 때까지는 두세 달 정도 더 걸릴 전망입니다.

[앵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선 악재네요.

조업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기자]

네, 반도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잇따라 감산, 조업 중단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량이 10만 대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도요타와 혼다, 닛산도 반도체 부족으로 북미 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하는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 역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를 보면 한국 GM의 부평 공장은 반도체 부족으로 절반만 가동하고 있고, 현대·기아차는 2분기 감산 가능성을 우려하며 매주 반도체 재고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선 반도체 공급 부족 때문에 백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금액으로 따지면 610억 달러, 69조 원 규모입니다.

[앵커]

재난·재해가 반도체 공급 부족에 결정타가 되긴 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다고 하죠?

[기자]

네, 지난해 상반기까지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기가 위축됐고, 차량 수요도 크게 줄었습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반도체 재고를 줄였고, 반도체 제조사들은 차량용 비중을 줄이는 대신 가전용 반도체 생산을 늘렸습니다.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시간이 늘 것으로 예상했던 겁니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입니다.

시중에 돈이 풀렸고, 차량 수요가 급격히 늘었지만, 이미 생산설비를 전환한 반도체 제조사들이 공급을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생긴 상황에서 재난·재해까지 겹쳐 반도체 품귀 현상을 만들어 낸 겁니다.

[앵커]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 문제, 오랫동안 지속하면 차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언제쯤이면 좀 풀릴 수 있을까요?

[기자]

업계에선 올해 연말쯤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또 변수가 있습니다.

이 반도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단기간에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분야 세계 1위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업계는 물론 각국의 정부, 비메모리 위탁생산 업체가 몰려 있는 타이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 TSMC와 협조 방안을 찾고 있긴 하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타이완에 56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반도체 제작 공정에 필요한 물이 부족합니다.

여기에 TSMC가 매출 중 3% 수준에 불과한 차량용 반도체의 생산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 지도 미지수입니다.

현재로선 기존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량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방법이 유력해 보이는데요.

그 사이 반도체가 더 귀해지면서 공급 가격이 오르고, 찻값 인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으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보다 훨씬 더 많은 반도체가 들어갈 텐데, 자동차 산업 강국과 완성차 업체들이 어떤 지혜를 모아 대처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은준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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