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산불 진화 헬기, 정작 밤에는 못 띄워”

입력 2021.03.25 (07:38) 수정 2021.03.25 (08:2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해마다 봄철만 되면 강원도는 산불로 몸살을 앓곤 합니다.

특히, 밤에 나는 불이 문젠데요.

야간 산불은 초기 진화가 안 돼, 큰불로 번지기 일쑵니다.

진화 헬기가 정작 밤에는 뜨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데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조휴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9년부터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동해안의 대형 산불.

이 불로 사라진 산림만 3,000만 제곱미터.

축구장 4,700개 넓이에 이릅니다.

대부분 밤에 시작돼, 초기 진화가 안 됐다는 게 공통점입니다.

산불은 보통 지상에선 접근이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헬기가 유일한 진화 수단입니다.

하지만 야간엔 헬기가 전혀 출동을 못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의 헬기 운항 기준을 보면, 밤에 시작된 산불 현장엔 헬기 투입 자체가 아예 금지돼 있습니다.

불이 낮에 시작된 경우엔 밤까지 계속 헬기 진화가 가능한데, 이것도 바람의 속도가 초속 5m 이하일 때로 제한됩니다.

[공하성/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야간 비행을 제한하는 현재의 규정에서 추가로 헬기를 도입한다는 것은 실효성에 좀 의문이 들고요. 또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대형 헬기인 경우 초속 15m까지는 운행에 제한이 없다."]

이러다 보니, 헬기는 야간 산불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현재 강원도에 있는 진화 헬기는 17대입니다.

이 가운데 3대는 초대형으로 초속 20m의 강풍도 견딜 수 있습니다.

산불이 났을 때 투입되는 초대형헬깁니다.

조종사가 이런 특수한 장비를 장착하면 야간에도 기동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헬기들이 실전에 투입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또, 강원도는 2018년에 대형 야간 헬기를 도입하려다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전찬표/강원도 산림관리과 산불방지담당 : "대부분이 (초속) 20m 이상 되는 그러한 조건의 대형 산불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풍속이 5m 이하될 때 야간헬기가 투입된다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투입할 수 없는 조건이고요."]

결국, 야간 헬기 운항에 관한 규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대형 산불의 악몽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 최혁환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야간 산불 진화 헬기, 정작 밤에는 못 띄워”
    • 입력 2021-03-25 07:38:32
    • 수정2021-03-25 08:21:58
    뉴스광장(춘천)
[앵커]

해마다 봄철만 되면 강원도는 산불로 몸살을 앓곤 합니다.

특히, 밤에 나는 불이 문젠데요.

야간 산불은 초기 진화가 안 돼, 큰불로 번지기 일쑵니다.

진화 헬기가 정작 밤에는 뜨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데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조휴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9년부터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동해안의 대형 산불.

이 불로 사라진 산림만 3,000만 제곱미터.

축구장 4,700개 넓이에 이릅니다.

대부분 밤에 시작돼, 초기 진화가 안 됐다는 게 공통점입니다.

산불은 보통 지상에선 접근이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헬기가 유일한 진화 수단입니다.

하지만 야간엔 헬기가 전혀 출동을 못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의 헬기 운항 기준을 보면, 밤에 시작된 산불 현장엔 헬기 투입 자체가 아예 금지돼 있습니다.

불이 낮에 시작된 경우엔 밤까지 계속 헬기 진화가 가능한데, 이것도 바람의 속도가 초속 5m 이하일 때로 제한됩니다.

[공하성/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야간 비행을 제한하는 현재의 규정에서 추가로 헬기를 도입한다는 것은 실효성에 좀 의문이 들고요. 또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대형 헬기인 경우 초속 15m까지는 운행에 제한이 없다."]

이러다 보니, 헬기는 야간 산불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현재 강원도에 있는 진화 헬기는 17대입니다.

이 가운데 3대는 초대형으로 초속 20m의 강풍도 견딜 수 있습니다.

산불이 났을 때 투입되는 초대형헬깁니다.

조종사가 이런 특수한 장비를 장착하면 야간에도 기동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헬기들이 실전에 투입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또, 강원도는 2018년에 대형 야간 헬기를 도입하려다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전찬표/강원도 산림관리과 산불방지담당 : "대부분이 (초속) 20m 이상 되는 그러한 조건의 대형 산불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풍속이 5m 이하될 때 야간헬기가 투입된다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투입할 수 없는 조건이고요."]

결국, 야간 헬기 운항에 관한 규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대형 산불의 악몽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 최혁환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춘천-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