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홀로 국경 넘는 아이들…美 이민 정책 ‘시험대’

입력 2021.03.25 (10:56) 수정 2021.03.25 (11: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최근 중남미에서는 보호자 없이 홀로 미국으로 향하는 미성년 이민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임시 보호시설은 이미 포화상태인데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물밀 듯 밀려들기 시작한 이민자들의 행렬에 미국의 이민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아직 캄캄한 새벽 무렵 멕시코 북부 국경 지역, 어린 여자아이가 어른들 틈에서 뒤처질세라 팔을 흔들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온두라스에서 온 이 아이는 겨우 7살로 홀로 미국행을 택했습니다.

앞서 아이와 함께 국경을 넘었다가 추방당한 아버지가 이번엔 위험을 무릅쓰고 어린 딸을 혼자 보낸 겁니다.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7살 : "아빠가 이제 혼자 가야 하고 스스로 돌봐야 한다고 했어요"]

이 소녀는 최근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수많은 '나 홀로 미성년' 이민자 중 하납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이민자 포용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국 국경으로 향하는 중남미 출신들이 부쩍 늘었는데요,

[마요르카스/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지난 17일 :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민자는 실제 추세대로라면 가장 많았을 수 있죠. 지난 20년 사이 최대 규모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특히 미성년자들의 미국행이 크게 늘었는데요,

지난달 미국 국경에 도착한 미성년 이민자는 약 9천 5백여 명으로 전달보다 약 60% 증가했습니다.

대부분은 10대지만 그보다 어린 아이들도 수백 명인데요.

밀입국 과정에서 보호자와 헤어진 경우도 있지만, 자식만이라도 미국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혼자 보내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 이민자들은 추방을 피할 수 있어 미국 입국이 더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미국행 이민자/17살 : "고맙게도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신이 기회를 주길 바랍니다. 여기까지 오는 지난 한 달의 여정이 고통스러웠습니다."]

미성년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범죄도 등장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홀로 미국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맡아주겠다며 돈만 받고 사라지는 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추방을 면한 미성년 이민자들이 머무는 텍사스주의 임시 보호시설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아이들은 얇은 침구에 의존한 채 의료용 마스크를 쓰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지키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관련 범죄 우려와 열악한 수용 시설 등을 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존 케네디/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 "현재 국경에서 벌어지는 주된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법 시행을 원치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불법 이민을 계속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자 행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입장인데요,

그러면서도 폭력이나 박해 등을 피해 온 아이들은 안전한 곳에서 대우받게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긴급 보호시설로 텍사스주 시내 대형 컨벤션센터를 개조해 사용하겠다고도 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특별 보좌관을 멕시코로 보냈고, 조만간 직접 국경을 방문할 뜻도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국경에 방문하실 겁니까?) 어느 시기엔 가볼 것입니다. (국경 보호시설의 상황을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멕시코 간 국경을 통해 밀려들고 있는 이민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보다 포용 기조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IN] 홀로 국경 넘는 아이들…美 이민 정책 ‘시험대’
    • 입력 2021-03-25 10:56:51
    • 수정2021-03-25 11:03:47
    지구촌뉴스
[앵커]

최근 중남미에서는 보호자 없이 홀로 미국으로 향하는 미성년 이민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임시 보호시설은 이미 포화상태인데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물밀 듯 밀려들기 시작한 이민자들의 행렬에 미국의 이민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아직 캄캄한 새벽 무렵 멕시코 북부 국경 지역, 어린 여자아이가 어른들 틈에서 뒤처질세라 팔을 흔들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온두라스에서 온 이 아이는 겨우 7살로 홀로 미국행을 택했습니다.

앞서 아이와 함께 국경을 넘었다가 추방당한 아버지가 이번엔 위험을 무릅쓰고 어린 딸을 혼자 보낸 겁니다.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7살 : "아빠가 이제 혼자 가야 하고 스스로 돌봐야 한다고 했어요"]

이 소녀는 최근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수많은 '나 홀로 미성년' 이민자 중 하납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이민자 포용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국 국경으로 향하는 중남미 출신들이 부쩍 늘었는데요,

[마요르카스/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지난 17일 :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민자는 실제 추세대로라면 가장 많았을 수 있죠. 지난 20년 사이 최대 규모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특히 미성년자들의 미국행이 크게 늘었는데요,

지난달 미국 국경에 도착한 미성년 이민자는 약 9천 5백여 명으로 전달보다 약 60% 증가했습니다.

대부분은 10대지만 그보다 어린 아이들도 수백 명인데요.

밀입국 과정에서 보호자와 헤어진 경우도 있지만, 자식만이라도 미국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혼자 보내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 이민자들은 추방을 피할 수 있어 미국 입국이 더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미국행 이민자/17살 : "고맙게도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신이 기회를 주길 바랍니다. 여기까지 오는 지난 한 달의 여정이 고통스러웠습니다."]

미성년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범죄도 등장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홀로 미국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맡아주겠다며 돈만 받고 사라지는 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추방을 면한 미성년 이민자들이 머무는 텍사스주의 임시 보호시설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아이들은 얇은 침구에 의존한 채 의료용 마스크를 쓰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지키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관련 범죄 우려와 열악한 수용 시설 등을 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존 케네디/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 "현재 국경에서 벌어지는 주된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법 시행을 원치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불법 이민을 계속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자 행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입장인데요,

그러면서도 폭력이나 박해 등을 피해 온 아이들은 안전한 곳에서 대우받게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긴급 보호시설로 텍사스주 시내 대형 컨벤션센터를 개조해 사용하겠다고도 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특별 보좌관을 멕시코로 보냈고, 조만간 직접 국경을 방문할 뜻도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국경에 방문하실 겁니까?) 어느 시기엔 가볼 것입니다. (국경 보호시설의 상황을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멕시코 간 국경을 통해 밀려들고 있는 이민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보다 포용 기조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