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학살터였던 정방폭포…안내판조차 없어

입력 2021.03.30 (19:06) 수정 2021.03.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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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도 내 4·3유적지의 현장을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서귀포 지역의 대표적인 학살터인 정방폭포로 가보겠습니다.

오늘도 허지영 기자 나가 있는데요,

허 기자, 지금 나가 있는 곳이 정방폭포 어디쯤인가요?

[기자]

네, 저는 지금 정방폭포 바로 앞에 나와 있습니다.

폭포수가 바다로 떨어지는 동양 유일의 해안폭포로,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제주 대표 관광지인데요.

이곳 정방폭포 일대가 4·3 학살터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4·3 당시엔 이 일대가 군경 토벌대의 거점지였습니다.

여기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송산동주민센터, 과거 서귀면사무소엔 군부대가 들어섰고요,

바로 옆엔 붙잡은 도민들을 가둬 고문하면서 심문했던 창고가 있었습니다.

진나라 때 불로초를 찾아 제주로 왔다던 서복을 기념하는 인근 서복전시관은 전분 공장이자, 수용소였고요.

이곳 정방폭포와 정방폭포 위쪽과 이어지는 소남머리 공원은 마지막 학살터였습니다.

국내외 영화상을 휩쓴 영화 <지슬>의 배경이 바로 이곳 정방폭포이기도 한데요,

영화 <지슬>은 미군정이 해안선 5km 밖의 사람들을 모두 폭도로 간주해 사살하라는 소개령을 내리자 피신한 주민들 이야기를 담고 있죠,

당시 군경에 붙잡혀온 주민들 역시 이곳 정방폭포에서 학살됐습니다.

4·3 추가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방폭포와 이 주변에서 235명이나 희생됐습니다.

3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부터 여성, 노인 80여 명이 공개 총살되기도 했는데요,

이 주변에서 희생된 도민들이 실제 더 많을 거라는 증언도 나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엔 4·3의 아픔을 확인할 어떠한 안내판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역사적 아픔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보니 유족들 사이에서도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온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마다 정방폭포 일대를 4·3 유적지로 조성해 보전하겠다는 공약이 나왔습니다.

유족회에선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비 건립과 안내판 설치를 요청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직접 확인해보니 제주도에선 위령조형물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국비를 요청해야 한다며, 내년도 국비 5억 원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족회에선 아쉬움을 나타냈는데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오순명/정방4·3희생자유족회장 : "모든 특별법이 통과되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러나 정방에서 돌아가신 260명은 하나도 된 것이 없잖아요."]

제주 전역이 4·3유적지나 다름없다는 말도 있죠.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 그 아픔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화려하게 탈바꿈한 곳들도 있는데요,

하루에도 수백 명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정방폭포도 그중 하나일 겁니다.

4·3특별법 개정안 공포로 유족들의 한을 한시름 던 올해, 200여 명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노력도 진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정방폭포 앞에서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영상편집:김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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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귀포 학살터였던 정방폭포…안내판조차 없어
    • 입력 2021-03-30 19:06:00
    • 수정2021-03-30 20:09:20
    뉴스7(제주)
[앵커]

제주도 내 4·3유적지의 현장을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서귀포 지역의 대표적인 학살터인 정방폭포로 가보겠습니다.

오늘도 허지영 기자 나가 있는데요,

허 기자, 지금 나가 있는 곳이 정방폭포 어디쯤인가요?

[기자]

네, 저는 지금 정방폭포 바로 앞에 나와 있습니다.

폭포수가 바다로 떨어지는 동양 유일의 해안폭포로,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제주 대표 관광지인데요.

이곳 정방폭포 일대가 4·3 학살터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4·3 당시엔 이 일대가 군경 토벌대의 거점지였습니다.

여기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송산동주민센터, 과거 서귀면사무소엔 군부대가 들어섰고요,

바로 옆엔 붙잡은 도민들을 가둬 고문하면서 심문했던 창고가 있었습니다.

진나라 때 불로초를 찾아 제주로 왔다던 서복을 기념하는 인근 서복전시관은 전분 공장이자, 수용소였고요.

이곳 정방폭포와 정방폭포 위쪽과 이어지는 소남머리 공원은 마지막 학살터였습니다.

국내외 영화상을 휩쓴 영화 <지슬>의 배경이 바로 이곳 정방폭포이기도 한데요,

영화 <지슬>은 미군정이 해안선 5km 밖의 사람들을 모두 폭도로 간주해 사살하라는 소개령을 내리자 피신한 주민들 이야기를 담고 있죠,

당시 군경에 붙잡혀온 주민들 역시 이곳 정방폭포에서 학살됐습니다.

4·3 추가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방폭포와 이 주변에서 235명이나 희생됐습니다.

3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부터 여성, 노인 80여 명이 공개 총살되기도 했는데요,

이 주변에서 희생된 도민들이 실제 더 많을 거라는 증언도 나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엔 4·3의 아픔을 확인할 어떠한 안내판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역사적 아픔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보니 유족들 사이에서도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온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마다 정방폭포 일대를 4·3 유적지로 조성해 보전하겠다는 공약이 나왔습니다.

유족회에선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비 건립과 안내판 설치를 요청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직접 확인해보니 제주도에선 위령조형물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국비를 요청해야 한다며, 내년도 국비 5억 원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족회에선 아쉬움을 나타냈는데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오순명/정방4·3희생자유족회장 : "모든 특별법이 통과되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러나 정방에서 돌아가신 260명은 하나도 된 것이 없잖아요."]

제주 전역이 4·3유적지나 다름없다는 말도 있죠.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 그 아픔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화려하게 탈바꿈한 곳들도 있는데요,

하루에도 수백 명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정방폭포도 그중 하나일 겁니다.

4·3특별법 개정안 공포로 유족들의 한을 한시름 던 올해, 200여 명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노력도 진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정방폭포 앞에서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영상편집:김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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