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의심 신고 50건 당 1명’?…“일할 사람도, 시설도 부족해요!”

입력 2021.03.30 (21:45) 수정 2021.03.3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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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0일)부터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즉각 분리제도가 시행됩니다.

원래도 피해 아동을 학대 행위자와 분리하는 조치는 있었습니다.

'응급조치'를 통해 72시간 동안 떨어뜨려 놓을 수 있었고, 법원에서 접근 금지나 친권을 제한하는 '임시조치' 등도 가능했습니다.

오늘부터 시행되는 즉각 분리제는 각각의 조치 사이에 보호 공백이 생겼거나, 2차례 이상 신고가 있었는데도 재학대 우려가 있을 때 쉼터나 시설 등에 아동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쉼터와 시설, 위탁 가정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는데요.

현장에서는 기대 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우한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부터 구청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성자 씨.

새로 접수된 신고를 일일이 전화로 확인합니다.

["○○○ 아동 관련해서 전화주신 것 같아요. 어떻게 진행되고 계세요?"]

이곳에 있는 전담 공무원은 2명.

연간 '학대 의심 신고 50건당 1명'이 기준입니다.

원래는 98건으로 조사돼 조 씨 혼자 배치됐다가 최근 들어서야 직원이 한 명 더 왔습니다.

하지만 주로 2인 1조로 현장 상담을 나가기 때문에 여전히 인력이 부족합니다.

[조성자/아동학대전담공무원 : "(상담은) 적어도 서너번은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거의 10번도 가능하고 (지금은) 1인당 두 명의 몫을 하는..."]

야간과 휴일 신고 대처는 더욱 힘듭니다.

[조성자/아동학대전담공무원 : "(2명이라) 아예 당직 조도 짤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공용폰을 갖고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요."]

사례 관리를 맡는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대응 기준은 높아지는데 인력과 예산은 그대롭니다.

[윤채원/울산 아동보호전문기관 센터장 : "가정 복귀 프로그램 절차는 굉장히 강화돼서, 현실적으로 상담원들이 이것을 다 수행하기에 지금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고 있기는 하거든요."]

관련 예산 가운데 정부의 일반 회계는 1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진 모두 기금을 활용하고 있어 필요할 때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고우현/세이브더칠드런 귄리옹호부 매니저 : "필요한 만큼의 예산을 확보하는 게 아니고 그 기금에서 주어지는 금액을 쓰게 되는 거예요. 발견되는 피해 아동들도 늘었는데 예산이 거의 제 자리이다 보니까..."]

업무 특성상 오래 일하면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근무 환경이 필수적이라고 호소합니다.

[윤채원/울산 아동보호전문기관 센터장 : "과도한 업무 때문에 사실은 역량 개발의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못 하고 열의를 가지고 있는 후임들도, 후배들도 이 현장이 너무 어려워서 떠나가는 게 사실 굉장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촬영기자:김연태 김재현/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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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대 의심 신고 50건 당 1명’?…“일할 사람도, 시설도 부족해요!”
    • 입력 2021-03-30 21:45:24
    • 수정2021-03-30 21:58:15
    뉴스 9
[앵커]

오늘(30일)부터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즉각 분리제도가 시행됩니다.

원래도 피해 아동을 학대 행위자와 분리하는 조치는 있었습니다.

'응급조치'를 통해 72시간 동안 떨어뜨려 놓을 수 있었고, 법원에서 접근 금지나 친권을 제한하는 '임시조치' 등도 가능했습니다.

오늘부터 시행되는 즉각 분리제는 각각의 조치 사이에 보호 공백이 생겼거나, 2차례 이상 신고가 있었는데도 재학대 우려가 있을 때 쉼터나 시설 등에 아동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쉼터와 시설, 위탁 가정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는데요.

현장에서는 기대 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우한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부터 구청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성자 씨.

새로 접수된 신고를 일일이 전화로 확인합니다.

["○○○ 아동 관련해서 전화주신 것 같아요. 어떻게 진행되고 계세요?"]

이곳에 있는 전담 공무원은 2명.

연간 '학대 의심 신고 50건당 1명'이 기준입니다.

원래는 98건으로 조사돼 조 씨 혼자 배치됐다가 최근 들어서야 직원이 한 명 더 왔습니다.

하지만 주로 2인 1조로 현장 상담을 나가기 때문에 여전히 인력이 부족합니다.

[조성자/아동학대전담공무원 : "(상담은) 적어도 서너번은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거의 10번도 가능하고 (지금은) 1인당 두 명의 몫을 하는..."]

야간과 휴일 신고 대처는 더욱 힘듭니다.

[조성자/아동학대전담공무원 : "(2명이라) 아예 당직 조도 짤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공용폰을 갖고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요."]

사례 관리를 맡는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대응 기준은 높아지는데 인력과 예산은 그대롭니다.

[윤채원/울산 아동보호전문기관 센터장 : "가정 복귀 프로그램 절차는 굉장히 강화돼서, 현실적으로 상담원들이 이것을 다 수행하기에 지금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고 있기는 하거든요."]

관련 예산 가운데 정부의 일반 회계는 1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진 모두 기금을 활용하고 있어 필요할 때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고우현/세이브더칠드런 귄리옹호부 매니저 : "필요한 만큼의 예산을 확보하는 게 아니고 그 기금에서 주어지는 금액을 쓰게 되는 거예요. 발견되는 피해 아동들도 늘었는데 예산이 거의 제 자리이다 보니까..."]

업무 특성상 오래 일하면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근무 환경이 필수적이라고 호소합니다.

[윤채원/울산 아동보호전문기관 센터장 : "과도한 업무 때문에 사실은 역량 개발의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못 하고 열의를 가지고 있는 후임들도, 후배들도 이 현장이 너무 어려워서 떠나가는 게 사실 굉장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촬영기자:김연태 김재현/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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