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때 땅 주인 사망, 매매등기?…“특별조치법이 문제”

입력 2021.04.02 (21:32) 수정 2021.04.0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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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3일)이면 제주 4·3사건이 일어난 지 73주년을 맞습니다.

한 마을에선 군 총탄에 60명 넘는 주민이 숨지고, 살던 집마저 다 불에 타면서 주민들이 모두 떠나야만 했는데요.

이 마을 후손 10여 명이 4·3발생 40여 년이 지난 1989년, 대규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마을 땅을 다른 사람이 가로챘다며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오랜 법정 다툼 끝에 결국 승소해 일부를 돌려 받았습니다.

이들처럼 4·3의 혼란 속에 땅을 잃어버린 제주도민이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실태는 아직도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김가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3사건 당시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김군선 할아버지.

1972년 군 입대 하기 전, 마을 유지가 증조할아버지 땅을 소유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군선/4·3 희생자 유족 : "군대 잘 갔다 와, 잘 정리해서 돌려주겠다. 그 말만 했어요. 지금까지 못 만났습니다."]

또 다른 4·3 희생자 유족인 안성진 씨는 조부의 땅을 부당하게 빼앗겼다며 15년째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성진/4·3 희생자 유족 : "재판장에 갈 때마다 진짜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니다, 진짜 유치원생이 들어도 이거는 답이 나올 일이거든요."]

두 사례의 공통점은 '부동산 특별조치법'입니다.

소유권이 불분명할 때 자신의 땅이 맞다는 보증만 있으면 쉽게 등기할 수 있는 한시법령입니다.

비슷한 사례를 찾기 위해 취재팀이 '잃어버린 마을' 5곳의 집터를 분석했습니다.

4·3사건을 기점으로 부동산 특별조치법이 적용돼 소유권이 바뀐 땅은 195필지 가운데 80%가 넘는 162필지.

특히 이 중에는 4·3 당시 희생된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땅도 적지 않았는데, 사망한 지 한참 후에 땅을 샀다는 사례가 나옵니다.

현재 제주에 '잃어버린 마을'은 백 곳이 넘는 만큼 조사를 확대하면 비슷한 사례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박찬식/전 제주 4.3 연구소장 : "토지 소유권에 관련된 추가 진상조사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물적 피해 실태 조사와 더불어 원상회복 조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4·3사건의 광풍 속에 영문도 모른 채 가족들을 잃은 유족들.

관련 법이 통과한 희생자 배상만큼이나 '잃어버린 땅'의 주인을 찾아주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남았습니다.

KBS 뉴스 김가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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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 때 땅 주인 사망, 매매등기?…“특별조치법이 문제”
    • 입력 2021-04-02 21:32:14
    • 수정2021-04-02 21:40:45
    뉴스 9
[앵커]

내일(3일)이면 제주 4·3사건이 일어난 지 73주년을 맞습니다.

한 마을에선 군 총탄에 60명 넘는 주민이 숨지고, 살던 집마저 다 불에 타면서 주민들이 모두 떠나야만 했는데요.

이 마을 후손 10여 명이 4·3발생 40여 년이 지난 1989년, 대규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마을 땅을 다른 사람이 가로챘다며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오랜 법정 다툼 끝에 결국 승소해 일부를 돌려 받았습니다.

이들처럼 4·3의 혼란 속에 땅을 잃어버린 제주도민이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실태는 아직도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김가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3사건 당시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김군선 할아버지.

1972년 군 입대 하기 전, 마을 유지가 증조할아버지 땅을 소유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군선/4·3 희생자 유족 : "군대 잘 갔다 와, 잘 정리해서 돌려주겠다. 그 말만 했어요. 지금까지 못 만났습니다."]

또 다른 4·3 희생자 유족인 안성진 씨는 조부의 땅을 부당하게 빼앗겼다며 15년째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성진/4·3 희생자 유족 : "재판장에 갈 때마다 진짜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니다, 진짜 유치원생이 들어도 이거는 답이 나올 일이거든요."]

두 사례의 공통점은 '부동산 특별조치법'입니다.

소유권이 불분명할 때 자신의 땅이 맞다는 보증만 있으면 쉽게 등기할 수 있는 한시법령입니다.

비슷한 사례를 찾기 위해 취재팀이 '잃어버린 마을' 5곳의 집터를 분석했습니다.

4·3사건을 기점으로 부동산 특별조치법이 적용돼 소유권이 바뀐 땅은 195필지 가운데 80%가 넘는 162필지.

특히 이 중에는 4·3 당시 희생된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땅도 적지 않았는데, 사망한 지 한참 후에 땅을 샀다는 사례가 나옵니다.

현재 제주에 '잃어버린 마을'은 백 곳이 넘는 만큼 조사를 확대하면 비슷한 사례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박찬식/전 제주 4.3 연구소장 : "토지 소유권에 관련된 추가 진상조사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물적 피해 실태 조사와 더불어 원상회복 조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4·3사건의 광풍 속에 영문도 모른 채 가족들을 잃은 유족들.

관련 법이 통과한 희생자 배상만큼이나 '잃어버린 땅'의 주인을 찾아주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남았습니다.

KBS 뉴스 김가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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