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국가 배상 인정…“초동수사 극히 부실”

입력 2021.04.02 (21:38) 수정 2021.04.0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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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3년 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면서 미궁에 빠졌다가, 뒤늦게 유력한 성폭행 피의자가 붙잡혔지만 공소시효 등으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법원은 오늘(2일) 당시 초동 수사가 극히 부실했다면서 유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최유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998년 10월, 대학교 1학년생이던 정 모 씨는 대구의 한 고속도로에서 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근처에서 벗겨진 속옷이 발견돼 성폭행 피해가 의심됐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습니다.

15년이 지난 뒤,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스리랑카인 A 씨의 DNA가 정 씨 속옷에 남은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A 씨의 성폭행 혐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나버려 대신 공소시효가 남은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됐는데,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2017년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에 정 씨의 유족들은 부실한 경찰 수사 탓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3년여간의 심리 끝에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가 극히 부실했다고 보고, 1억 3천만 원가량의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경찰이 현장 조사와 증거 수집, 증거물 감정을 제때 했더라면 범인을 더 빨리 잡았을 거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또 유족들의 계속된 진정에도 성범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유족들이 긴 시간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현조/피해자 아버지 : "(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여기까지 올 필요 없었거든요. 1년만 됐어도 끝났던 거예요. 우리가 자료를 갖다 줘야 하는 거예요. 갖다 줘도 (수사를) 안 하니까…."]

국내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A 씨는 2017년 스리랑카로 추방된 뒤, 이듬해 국제 공조를 통해 현지에서 기소됐습니다.

그러나 스리랑카 검찰은 강압 행위를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성폭행이 아닌 성추행 혐의를 적용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양의정/그래픽:홍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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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국가 배상 인정…“초동수사 극히 부실”
    • 입력 2021-04-02 21:38:32
    • 수정2021-04-02 21:47:36
    뉴스 9
[앵커]

23년 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면서 미궁에 빠졌다가, 뒤늦게 유력한 성폭행 피의자가 붙잡혔지만 공소시효 등으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법원은 오늘(2일) 당시 초동 수사가 극히 부실했다면서 유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최유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998년 10월, 대학교 1학년생이던 정 모 씨는 대구의 한 고속도로에서 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근처에서 벗겨진 속옷이 발견돼 성폭행 피해가 의심됐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습니다.

15년이 지난 뒤,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스리랑카인 A 씨의 DNA가 정 씨 속옷에 남은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A 씨의 성폭행 혐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나버려 대신 공소시효가 남은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됐는데,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2017년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에 정 씨의 유족들은 부실한 경찰 수사 탓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3년여간의 심리 끝에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가 극히 부실했다고 보고, 1억 3천만 원가량의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경찰이 현장 조사와 증거 수집, 증거물 감정을 제때 했더라면 범인을 더 빨리 잡았을 거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또 유족들의 계속된 진정에도 성범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유족들이 긴 시간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현조/피해자 아버지 : "(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여기까지 올 필요 없었거든요. 1년만 됐어도 끝났던 거예요. 우리가 자료를 갖다 줘야 하는 거예요. 갖다 줘도 (수사를) 안 하니까…."]

국내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A 씨는 2017년 스리랑카로 추방된 뒤, 이듬해 국제 공조를 통해 현지에서 기소됐습니다.

그러나 스리랑카 검찰은 강압 행위를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성폭행이 아닌 성추행 혐의를 적용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양의정/그래픽:홍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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