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4·3 잃어버린 피…“뒤엉킨 아픔 특별법으로 보듬어야”
입력 2021.04.02 (21:43)
수정 2021.04.0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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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의 광풍으로 가족을 잃은 희생자와 유족들은 혼인이나 출생·사망신고도 제대로 못 한 경우가 많은데요.
개정된 4·3특별법으로 뒤얽힌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단초가 마련됐지만, 과제는 많습니다.
탐사K 취재팀 안서연 기자가 그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1949년 부모가 총살당하고 동생 셋을 맡게 된 16살 소년이 이제 아흔을 앞두고 있습니다.
출생신고도 안됐던 막냇동생을 지인에게 양딸로 보냈는데, 흩어진 핏줄이 원통합니다.
[김명원/4·3 후유장애인 : "아버지 시신 못 찾은 것도 한이지만 이 동생, 살아있는 동생이 호적이 뒤틀린 것에 대해서 내가 오빠로서 책임을 다 못했다는 걸 통감하고 있습니다."]
73년간 아버지의 조카로 살아야 했던 김정희 할머니.
4·3 당시 어머니 배 속에 있던 김 할머니는, 혼인신고조차 못 한 채 총살로 숨진 아버지 대신 가상의 아버지 호적에 올랐습니다.
[김정희/4·3 후유장애인 가족 : "(할아버지가) 가짜 아들, 둘째 아들을 만들어서 이름만, 실체 없는 이름만 만들어서 호적에 올렸다고 합디다. 이때까지 살아온 것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하고."]
이처럼 4·3으로 인해 꼬여버린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조항이 개정된 4·3특별법에 담겼습니다.
기존법에서는 4·3사건 당시 호적부가 소실됐을 경우만 정정할 수 있었는데, 개정법에서는 4·3사건으로 인한 피해로 정정 사유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개정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숩니다.
[문성윤/변호사 : "대법원규칙에서 간이하게(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인지 여부는 아직 개정된 지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히 단언해서 말씀을 드리긴(어렵습니다)."]
매듭짓지 못한 가족관계는 4·3특별법에 신설된 희생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에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올해 초 4·3 수형인 재심에서 형님의 무죄를 받아낸 서명진 할아버지.
이제야 명예를 회복했지만, 보상은 청구할 수 없는 처집니다.
[서명진/4·3 수형인 유족 : "그 당시 법(구 민법)을 적용해서 나보고는 상속권이 없다 이거라. 큰아버지 자제분들(사촌)에게 상속권이 있지. 그 후손들이 있지. 나는 상속권이 없다고."]
민법상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부터 상속이 개시되는데, 현 민법이 시행되기 전인 4·3 당시 사망했을 경우, 구 민법을 적용받아 호주가 상속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나 형제가 제사를 지내왔더라도, 호주, 즉 법상 한 집안의 주인으로 등록된 큰아버지 등이 상속권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문성윤/변호사 : "지금(현 민법)은 이제 배우자와 자식들이 나눠서 이렇게 재산상속을 하게 돼 있지만, 그때(구 민법)는 호주만이 모든 상속을 하게 돼 있어서."]
이 때문에 4·3 희생자 위자료에 대해서만이라도 상속이 시작되는 시점을 위자료 지급이 결정된 시점으로 보는 특례를 두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오임종/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 "특별법은 현 민법을 초월해서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유족들을 조금이라도 위로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마련해서."]
현대사의 비극인 4·3으로 뒤엉켜버린 핏줄, 살아남은 혈육들이 더는 눈물 흘리지 않도록 세심한 보완 입법이 필요합니다.
탐사K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그래픽:박미나
4·3의 광풍으로 가족을 잃은 희생자와 유족들은 혼인이나 출생·사망신고도 제대로 못 한 경우가 많은데요.
개정된 4·3특별법으로 뒤얽힌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단초가 마련됐지만, 과제는 많습니다.
탐사K 취재팀 안서연 기자가 그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1949년 부모가 총살당하고 동생 셋을 맡게 된 16살 소년이 이제 아흔을 앞두고 있습니다.
출생신고도 안됐던 막냇동생을 지인에게 양딸로 보냈는데, 흩어진 핏줄이 원통합니다.
[김명원/4·3 후유장애인 : "아버지 시신 못 찾은 것도 한이지만 이 동생, 살아있는 동생이 호적이 뒤틀린 것에 대해서 내가 오빠로서 책임을 다 못했다는 걸 통감하고 있습니다."]
73년간 아버지의 조카로 살아야 했던 김정희 할머니.
4·3 당시 어머니 배 속에 있던 김 할머니는, 혼인신고조차 못 한 채 총살로 숨진 아버지 대신 가상의 아버지 호적에 올랐습니다.
[김정희/4·3 후유장애인 가족 : "(할아버지가) 가짜 아들, 둘째 아들을 만들어서 이름만, 실체 없는 이름만 만들어서 호적에 올렸다고 합디다. 이때까지 살아온 것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하고."]
이처럼 4·3으로 인해 꼬여버린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조항이 개정된 4·3특별법에 담겼습니다.
기존법에서는 4·3사건 당시 호적부가 소실됐을 경우만 정정할 수 있었는데, 개정법에서는 4·3사건으로 인한 피해로 정정 사유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개정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숩니다.
[문성윤/변호사 : "대법원규칙에서 간이하게(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인지 여부는 아직 개정된 지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히 단언해서 말씀을 드리긴(어렵습니다)."]
매듭짓지 못한 가족관계는 4·3특별법에 신설된 희생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에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올해 초 4·3 수형인 재심에서 형님의 무죄를 받아낸 서명진 할아버지.
이제야 명예를 회복했지만, 보상은 청구할 수 없는 처집니다.
[서명진/4·3 수형인 유족 : "그 당시 법(구 민법)을 적용해서 나보고는 상속권이 없다 이거라. 큰아버지 자제분들(사촌)에게 상속권이 있지. 그 후손들이 있지. 나는 상속권이 없다고."]
민법상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부터 상속이 개시되는데, 현 민법이 시행되기 전인 4·3 당시 사망했을 경우, 구 민법을 적용받아 호주가 상속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나 형제가 제사를 지내왔더라도, 호주, 즉 법상 한 집안의 주인으로 등록된 큰아버지 등이 상속권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문성윤/변호사 : "지금(현 민법)은 이제 배우자와 자식들이 나눠서 이렇게 재산상속을 하게 돼 있지만, 그때(구 민법)는 호주만이 모든 상속을 하게 돼 있어서."]
이 때문에 4·3 희생자 위자료에 대해서만이라도 상속이 시작되는 시점을 위자료 지급이 결정된 시점으로 보는 특례를 두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오임종/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 "특별법은 현 민법을 초월해서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유족들을 조금이라도 위로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마련해서."]
현대사의 비극인 4·3으로 뒤엉켜버린 핏줄, 살아남은 혈육들이 더는 눈물 흘리지 않도록 세심한 보완 입법이 필요합니다.
탐사K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그래픽:박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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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의 광풍으로 가족을 잃은 희생자와 유족들은 혼인이나 출생·사망신고도 제대로 못 한 경우가 많은데요.
개정된 4·3특별법으로 뒤얽힌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단초가 마련됐지만, 과제는 많습니다.
탐사K 취재팀 안서연 기자가 그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1949년 부모가 총살당하고 동생 셋을 맡게 된 16살 소년이 이제 아흔을 앞두고 있습니다.
출생신고도 안됐던 막냇동생을 지인에게 양딸로 보냈는데, 흩어진 핏줄이 원통합니다.
[김명원/4·3 후유장애인 : "아버지 시신 못 찾은 것도 한이지만 이 동생, 살아있는 동생이 호적이 뒤틀린 것에 대해서 내가 오빠로서 책임을 다 못했다는 걸 통감하고 있습니다."]
73년간 아버지의 조카로 살아야 했던 김정희 할머니.
4·3 당시 어머니 배 속에 있던 김 할머니는, 혼인신고조차 못 한 채 총살로 숨진 아버지 대신 가상의 아버지 호적에 올랐습니다.
[김정희/4·3 후유장애인 가족 : "(할아버지가) 가짜 아들, 둘째 아들을 만들어서 이름만, 실체 없는 이름만 만들어서 호적에 올렸다고 합디다. 이때까지 살아온 것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하고."]
이처럼 4·3으로 인해 꼬여버린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조항이 개정된 4·3특별법에 담겼습니다.
기존법에서는 4·3사건 당시 호적부가 소실됐을 경우만 정정할 수 있었는데, 개정법에서는 4·3사건으로 인한 피해로 정정 사유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개정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숩니다.
[문성윤/변호사 : "대법원규칙에서 간이하게(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인지 여부는 아직 개정된 지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히 단언해서 말씀을 드리긴(어렵습니다)."]
매듭짓지 못한 가족관계는 4·3특별법에 신설된 희생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에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올해 초 4·3 수형인 재심에서 형님의 무죄를 받아낸 서명진 할아버지.
이제야 명예를 회복했지만, 보상은 청구할 수 없는 처집니다.
[서명진/4·3 수형인 유족 : "그 당시 법(구 민법)을 적용해서 나보고는 상속권이 없다 이거라. 큰아버지 자제분들(사촌)에게 상속권이 있지. 그 후손들이 있지. 나는 상속권이 없다고."]
민법상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부터 상속이 개시되는데, 현 민법이 시행되기 전인 4·3 당시 사망했을 경우, 구 민법을 적용받아 호주가 상속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나 형제가 제사를 지내왔더라도, 호주, 즉 법상 한 집안의 주인으로 등록된 큰아버지 등이 상속권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문성윤/변호사 : "지금(현 민법)은 이제 배우자와 자식들이 나눠서 이렇게 재산상속을 하게 돼 있지만, 그때(구 민법)는 호주만이 모든 상속을 하게 돼 있어서."]
이 때문에 4·3 희생자 위자료에 대해서만이라도 상속이 시작되는 시점을 위자료 지급이 결정된 시점으로 보는 특례를 두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오임종/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 "특별법은 현 민법을 초월해서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유족들을 조금이라도 위로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마련해서."]
현대사의 비극인 4·3으로 뒤엉켜버린 핏줄, 살아남은 혈육들이 더는 눈물 흘리지 않도록 세심한 보완 입법이 필요합니다.
탐사K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그래픽:박미나
4·3의 광풍으로 가족을 잃은 희생자와 유족들은 혼인이나 출생·사망신고도 제대로 못 한 경우가 많은데요.
개정된 4·3특별법으로 뒤얽힌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단초가 마련됐지만, 과제는 많습니다.
탐사K 취재팀 안서연 기자가 그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1949년 부모가 총살당하고 동생 셋을 맡게 된 16살 소년이 이제 아흔을 앞두고 있습니다.
출생신고도 안됐던 막냇동생을 지인에게 양딸로 보냈는데, 흩어진 핏줄이 원통합니다.
[김명원/4·3 후유장애인 : "아버지 시신 못 찾은 것도 한이지만 이 동생, 살아있는 동생이 호적이 뒤틀린 것에 대해서 내가 오빠로서 책임을 다 못했다는 걸 통감하고 있습니다."]
73년간 아버지의 조카로 살아야 했던 김정희 할머니.
4·3 당시 어머니 배 속에 있던 김 할머니는, 혼인신고조차 못 한 채 총살로 숨진 아버지 대신 가상의 아버지 호적에 올랐습니다.
[김정희/4·3 후유장애인 가족 : "(할아버지가) 가짜 아들, 둘째 아들을 만들어서 이름만, 실체 없는 이름만 만들어서 호적에 올렸다고 합디다. 이때까지 살아온 것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하고."]
이처럼 4·3으로 인해 꼬여버린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조항이 개정된 4·3특별법에 담겼습니다.
기존법에서는 4·3사건 당시 호적부가 소실됐을 경우만 정정할 수 있었는데, 개정법에서는 4·3사건으로 인한 피해로 정정 사유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개정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숩니다.
[문성윤/변호사 : "대법원규칙에서 간이하게(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인지 여부는 아직 개정된 지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히 단언해서 말씀을 드리긴(어렵습니다)."]
매듭짓지 못한 가족관계는 4·3특별법에 신설된 희생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에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올해 초 4·3 수형인 재심에서 형님의 무죄를 받아낸 서명진 할아버지.
이제야 명예를 회복했지만, 보상은 청구할 수 없는 처집니다.
[서명진/4·3 수형인 유족 : "그 당시 법(구 민법)을 적용해서 나보고는 상속권이 없다 이거라. 큰아버지 자제분들(사촌)에게 상속권이 있지. 그 후손들이 있지. 나는 상속권이 없다고."]
민법상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부터 상속이 개시되는데, 현 민법이 시행되기 전인 4·3 당시 사망했을 경우, 구 민법을 적용받아 호주가 상속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나 형제가 제사를 지내왔더라도, 호주, 즉 법상 한 집안의 주인으로 등록된 큰아버지 등이 상속권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문성윤/변호사 : "지금(현 민법)은 이제 배우자와 자식들이 나눠서 이렇게 재산상속을 하게 돼 있지만, 그때(구 민법)는 호주만이 모든 상속을 하게 돼 있어서."]
이 때문에 4·3 희생자 위자료에 대해서만이라도 상속이 시작되는 시점을 위자료 지급이 결정된 시점으로 보는 특례를 두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오임종/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 "특별법은 현 민법을 초월해서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유족들을 조금이라도 위로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마련해서."]
현대사의 비극인 4·3으로 뒤엉켜버린 핏줄, 살아남은 혈육들이 더는 눈물 흘리지 않도록 세심한 보완 입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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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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