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한라에서 백두까지’…제주 해녀들의 평화 노래

입력 2021.04.03 (08:23) 수정 2021.04.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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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방 이후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 속에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됐던 4.3 사건이 오늘로 73주년을 맞았습니다.

네. 지금도 제주에는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는 해녀들이 뜻깊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데요.

이번주 ‘통일로 미래로’는 제주도를 찾아가 봤습니다.

최효은 리포터, 제주도 해녀들이 평화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제주도는 해녀의 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해녀들이 합창단을 만들어서 해녀로서의 삶의 애환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평화를 노래하는 제주도 해녀들...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아름다운 풍경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섬 제주도. 쪽빛 바다를 따라 만개한 유채꽃이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이곳 제주도의 한 작은 어촌 마을에선 특별한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평화를 주제로 한 하모니가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요.

돌담길 사이로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어촌계 사무실에 들어가보니 신명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60~70대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있는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는데요.

아름다운 화음을 뽐내는 합창단원들은 모두 현직 해녀들, 2013년 결성된 하도해녀합창단입니다.

[김경옥/하도해녀합창단 : "처음에 모여진 건 양방언 선생님하고 같이해서 돌 문화 공원에서 공연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합창단이 모여졌어요. 유네스코 등재하는데 공헌하기 위해서."]

낮에는 돈을 벌기 위해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하고, 밤늦게 모여 연습을 하면 피곤할 법도 한데, 노래를 부르는 표정은 하나같이 행복한 소녀 같습니다.

["나는 소녀다. 나는 해녀이다."]

하도해녀합창단은 지금까지 2장의 정규 앨범을 내고, 스웨덴 등에서 해외 공연을 펼치기도 했는데요. 해녀들의 삶을 다룬 노래 중에서 눈에 띄는 노래 한 곡이 있습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백두까지’라는 제목의 이 노래, 백두산에서 북녘 동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2015년부터 합창단 지휘를 맡은 방승철 씨가 해녀들 제안으로 작곡했는데요.

[방승철/하도해녀합창단 지휘자 : "어머니들하고 내가 진실하게 노래하는 이 파장이 꼭 전달돼서 우리가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고 통일에 대한 것에 더 가까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하도리 해녀들한테는 통일에 대한 노래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는데요.

남북 분단과 냉전 산물인 제주 4.3사건 희생자가 하도리에서 많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오복여/하도해녀합창단 : "막 숨어 살았잖아. 천장에도 올라가서 살고, 마루에도 구멍 뚫어서 살고 막 다 숨어서 살았어."]

[김경옥/하도해녀합창단 : "(경찰이) 어머니를 데려가 버렸어. 산으로 아버지가 마누라 찾는다고 산으로 올라가신 모양이야 아버님이 (찾으러) 올라가니까 경찰들이 집을 다 쑥대밭으로 만드는 거지. 증조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엄청나게 맞았고 결국 증조할머니가 총 맞아 돌아가셨거든요."]

지금은 덤덤하게 말하지만, 그날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해녀들은 하루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와 아픈 과거가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드디어 그동안 갈고닦은 노력 실력을 뽐내는 날이 찾아왔습니다.

이곳 해녀박물관에서는 잠시 후 해녀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해녀들이 만들어 내는 평화의 멜로디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까요?

해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는데요.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다들 들뜬 모습입니다.

[김영애/하도해녀합창단 : "공연 아니면 집에 행사 같은 거 있을 때 그럴 때나 하지 그거 아니면 할 일없어요. 밭에 가고 바다에 가면 못하잖아."]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나가는 순간!

["해녀합창단 파이팅! (파이팅!)"]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은 안타깝게도 관객이 없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오랜만의 공연이라 더 그랬을까요?

[방승철/하도해녀합창단 지휘자 : "관객도 없고 어머니들이 흥이 안 나시는 거 같아요."]

심기일전하고 다시 오른 무대! 금세 여유를 찾고 공연에 임합니다.

이번엔 통일의 염원을 담은 “백두까지”를 부를 차례!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곳은 우리에게 멀지 않은 곳 언젠가는 백두에서 함께 노래하리. 한라에서 백두까지"]

해녀들의 진심이 전해진 걸까요?

[변혜란/관광객 : "나는 해녀 대한의 엄마다 이런 가사가 너무 그랬어요. 그리고 지금 시기적으로 4.3사건도 있었고, 제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 같고 그냥 느낌이 그래요."]

다들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마지막 곡을 준비하는데요.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춤을 춥니다.

이번 공연은 저한테도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는데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김현순/하도해녀합창단 : "우리 같은 민족이잖아요. 그래서 한번 같은 민족끼리 두 손을 꼭 잡고 진짜 정상에서 한번 노래 부르고 싶어요."]

해녀들의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방승철/하도해녀합창단 지휘자 : "백두산이나 휴전선이나 이북 어딘가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는 모습을 많은 분이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모든 전쟁에 대한 단어들은 없어질 거로 생각하고..."]

따뜻한 봄 날씨처럼 남북 관계에도 훈풍이 불어오기를, 한라에서 백두까지 해녀들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를 남북의 창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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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한라에서 백두까지’…제주 해녀들의 평화 노래
    • 입력 2021-04-03 08:23:58
    • 수정2021-04-03 08: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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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방 이후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 속에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됐던 4.3 사건이 오늘로 73주년을 맞았습니다.

네. 지금도 제주에는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는 해녀들이 뜻깊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데요.

이번주 ‘통일로 미래로’는 제주도를 찾아가 봤습니다.

최효은 리포터, 제주도 해녀들이 평화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제주도는 해녀의 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해녀들이 합창단을 만들어서 해녀로서의 삶의 애환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평화를 노래하는 제주도 해녀들...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아름다운 풍경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섬 제주도. 쪽빛 바다를 따라 만개한 유채꽃이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이곳 제주도의 한 작은 어촌 마을에선 특별한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평화를 주제로 한 하모니가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요.

돌담길 사이로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어촌계 사무실에 들어가보니 신명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60~70대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있는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는데요.

아름다운 화음을 뽐내는 합창단원들은 모두 현직 해녀들, 2013년 결성된 하도해녀합창단입니다.

[김경옥/하도해녀합창단 : "처음에 모여진 건 양방언 선생님하고 같이해서 돌 문화 공원에서 공연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합창단이 모여졌어요. 유네스코 등재하는데 공헌하기 위해서."]

낮에는 돈을 벌기 위해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하고, 밤늦게 모여 연습을 하면 피곤할 법도 한데, 노래를 부르는 표정은 하나같이 행복한 소녀 같습니다.

["나는 소녀다. 나는 해녀이다."]

하도해녀합창단은 지금까지 2장의 정규 앨범을 내고, 스웨덴 등에서 해외 공연을 펼치기도 했는데요. 해녀들의 삶을 다룬 노래 중에서 눈에 띄는 노래 한 곡이 있습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백두까지’라는 제목의 이 노래, 백두산에서 북녘 동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2015년부터 합창단 지휘를 맡은 방승철 씨가 해녀들 제안으로 작곡했는데요.

[방승철/하도해녀합창단 지휘자 : "어머니들하고 내가 진실하게 노래하는 이 파장이 꼭 전달돼서 우리가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고 통일에 대한 것에 더 가까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하도리 해녀들한테는 통일에 대한 노래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는데요.

남북 분단과 냉전 산물인 제주 4.3사건 희생자가 하도리에서 많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오복여/하도해녀합창단 : "막 숨어 살았잖아. 천장에도 올라가서 살고, 마루에도 구멍 뚫어서 살고 막 다 숨어서 살았어."]

[김경옥/하도해녀합창단 : "(경찰이) 어머니를 데려가 버렸어. 산으로 아버지가 마누라 찾는다고 산으로 올라가신 모양이야 아버님이 (찾으러) 올라가니까 경찰들이 집을 다 쑥대밭으로 만드는 거지. 증조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엄청나게 맞았고 결국 증조할머니가 총 맞아 돌아가셨거든요."]

지금은 덤덤하게 말하지만, 그날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해녀들은 하루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와 아픈 과거가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드디어 그동안 갈고닦은 노력 실력을 뽐내는 날이 찾아왔습니다.

이곳 해녀박물관에서는 잠시 후 해녀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해녀들이 만들어 내는 평화의 멜로디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까요?

해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는데요.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다들 들뜬 모습입니다.

[김영애/하도해녀합창단 : "공연 아니면 집에 행사 같은 거 있을 때 그럴 때나 하지 그거 아니면 할 일없어요. 밭에 가고 바다에 가면 못하잖아."]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나가는 순간!

["해녀합창단 파이팅! (파이팅!)"]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은 안타깝게도 관객이 없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오랜만의 공연이라 더 그랬을까요?

[방승철/하도해녀합창단 지휘자 : "관객도 없고 어머니들이 흥이 안 나시는 거 같아요."]

심기일전하고 다시 오른 무대! 금세 여유를 찾고 공연에 임합니다.

이번엔 통일의 염원을 담은 “백두까지”를 부를 차례!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곳은 우리에게 멀지 않은 곳 언젠가는 백두에서 함께 노래하리. 한라에서 백두까지"]

해녀들의 진심이 전해진 걸까요?

[변혜란/관광객 : "나는 해녀 대한의 엄마다 이런 가사가 너무 그랬어요. 그리고 지금 시기적으로 4.3사건도 있었고, 제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 같고 그냥 느낌이 그래요."]

다들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마지막 곡을 준비하는데요.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춤을 춥니다.

이번 공연은 저한테도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는데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김현순/하도해녀합창단 : "우리 같은 민족이잖아요. 그래서 한번 같은 민족끼리 두 손을 꼭 잡고 진짜 정상에서 한번 노래 부르고 싶어요."]

해녀들의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방승철/하도해녀합창단 지휘자 : "백두산이나 휴전선이나 이북 어딘가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는 모습을 많은 분이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모든 전쟁에 대한 단어들은 없어질 거로 생각하고..."]

따뜻한 봄 날씨처럼 남북 관계에도 훈풍이 불어오기를, 한라에서 백두까지 해녀들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를 남북의 창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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