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뇌 속에 ‘칩’…‘생각’만 하면 스마트폰 쓸 수 있다?

입력 2021.04.14 (18:04) 수정 2021.04.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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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각'만 해도 자동차를 움직이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이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글로벌 ET>에서 만나봅니다.

은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는 대로 무엇이든 조작할 수 있다는 겁니까?

[기자]

네,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를 한 편 준비했습니다.

워낙 유명해서 익숙하실 겁니다.

1999년 개봉작, '매트릭스'의 한 장면입니다.

["(운전할 수 있어요?) 아직 못 해요."]

운전을 못 한다는 여주인공.

동료에게 전화하더니 헬기 조종법을 뇌로 내려받습니다.

그러더니 곧 헬기를 아주 능숙하게 다룹니다.

[앵커]

저도 기억하는 장면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기자]

네, 테슬라 창업자죠.

일론 머스크가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는 원숭이를 공개했습니다.

올해 9살, '페이저'라는 이름의 원숭이입니다.

화면을 보며 컴퓨터 게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공을 맞혀야 하는 고전 게임이죠.

오른손에는 조이스틱을 잡고 능숙하게 조정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컴퓨터와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조이스틱 없이 쳐다보는 것만으로 정확히 게임을 진행합니다.

["우리는 조이스틱도 함께 제거했습니다. 보시다시피, 페이저(원숭이)가 놀랍게 게임을 잘합니다. 페이저는 집중하고 있고, 완전히 자신의 의지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영상을 보고도 믿기지 않습니다.

어떤 원리로 이렇게 게임을 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네. 비밀은 원숭이의 뇌에 심은 아주 작은 '컴퓨터 칩'에 있습니다.

화면 앞에 바나나 스무디가 나오는 빨대를 꽂아 원숭이가 게임을 배울 수 있게 했습니다.

원숭이가 게임을 하는 동안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 정보를 컴퓨터 칩을 통해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이걸 토대로 원숭이가 머릿속 생각만으로 게임 속 막대가 움직이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겁니다.

[앵커]

일론 머스크가 이러한 실험을 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머스크는 질병과 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종 목표는 인공지능까지 장착하는 겁니다.

머스크는 뇌 이식용 칩 개발을 위해 2016년 '뉴럴링크'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습니다.

지난해엔 칩을 이식하고 건강한 생활을 한 돼지를 공개했고, 이번엔 원숭이 실험에도 성공했습니다.

다음 대상은 '사람'입니다.

[일론 머스크/'뉴럴링크' 공동 설립자/지난해 8월 : "생각만으로 음악을 틀 수 있고, 혹시 모를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에 대해 경고할 수 있습니다. 많은 걸 할 수 있습니다. 마치 휴대전화가 머릿속으로 들어간 것과 같습니다."]

머스크는 손을 쓸 수 없는 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다리가 마비된 환자가 다시 걸을 수 있도록 할 제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는데요.

오는 2024년까지 건강한 사람의 뇌에 칩을 이식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이 기술에, 페이스북도 뛰어들었다면서요?

[기자]

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도 2년 전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했습니다.

의료 분야보다는 가상, 증강현실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목표는 키보드나 마우스를 대체하는 겁니다.

그래서 나온 게 특수 헤드셋입니다.

사람의 뇌에 칩을 심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죠.

기술 개발도 꽤 진전된 상탭니다.

지난달엔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읽어 손가락을 쓰지 않고도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였고요.

역시 같은 기술을 접목한 AR 안경을, 이르면 올해 안에 공개할 계획입니다.

외신들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을 게임 산업은 물론 스마트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관련 시장도 연평균 14% 이상씩 성장해 2027년엔 우리 돈 4조 3천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앵커]

기업들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는 기술일 수도 있긴 하지만,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요?

[기자]

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안전성입니다.

특히, 뉴럴링크의 경우 사람의 뇌에 칩을 직접 심기 때문에 출혈, 감염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머스크는 아예 수술용 로봇을 만들어 1시간이면 충분히 심을 수 있다고 했지만, 사람의 뇌에 칩을 심는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민감한 개인 정보들이 특정 업체에 모인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보안을 갖추더라도 사생활 침해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개인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차세대 기술로 떠오른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우려를 딛고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은준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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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4 18:04:35
    • 수정2021-04-14 18: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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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각'만 해도 자동차를 움직이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이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글로벌 ET>에서 만나봅니다.

은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는 대로 무엇이든 조작할 수 있다는 겁니까?

[기자]

네,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를 한 편 준비했습니다.

워낙 유명해서 익숙하실 겁니다.

1999년 개봉작, '매트릭스'의 한 장면입니다.

["(운전할 수 있어요?) 아직 못 해요."]

운전을 못 한다는 여주인공.

동료에게 전화하더니 헬기 조종법을 뇌로 내려받습니다.

그러더니 곧 헬기를 아주 능숙하게 다룹니다.

[앵커]

저도 기억하는 장면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기자]

네, 테슬라 창업자죠.

일론 머스크가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는 원숭이를 공개했습니다.

올해 9살, '페이저'라는 이름의 원숭이입니다.

화면을 보며 컴퓨터 게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공을 맞혀야 하는 고전 게임이죠.

오른손에는 조이스틱을 잡고 능숙하게 조정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컴퓨터와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조이스틱 없이 쳐다보는 것만으로 정확히 게임을 진행합니다.

["우리는 조이스틱도 함께 제거했습니다. 보시다시피, 페이저(원숭이)가 놀랍게 게임을 잘합니다. 페이저는 집중하고 있고, 완전히 자신의 의지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영상을 보고도 믿기지 않습니다.

어떤 원리로 이렇게 게임을 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네. 비밀은 원숭이의 뇌에 심은 아주 작은 '컴퓨터 칩'에 있습니다.

화면 앞에 바나나 스무디가 나오는 빨대를 꽂아 원숭이가 게임을 배울 수 있게 했습니다.

원숭이가 게임을 하는 동안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 정보를 컴퓨터 칩을 통해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이걸 토대로 원숭이가 머릿속 생각만으로 게임 속 막대가 움직이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겁니다.

[앵커]

일론 머스크가 이러한 실험을 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머스크는 질병과 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종 목표는 인공지능까지 장착하는 겁니다.

머스크는 뇌 이식용 칩 개발을 위해 2016년 '뉴럴링크'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습니다.

지난해엔 칩을 이식하고 건강한 생활을 한 돼지를 공개했고, 이번엔 원숭이 실험에도 성공했습니다.

다음 대상은 '사람'입니다.

[일론 머스크/'뉴럴링크' 공동 설립자/지난해 8월 : "생각만으로 음악을 틀 수 있고, 혹시 모를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에 대해 경고할 수 있습니다. 많은 걸 할 수 있습니다. 마치 휴대전화가 머릿속으로 들어간 것과 같습니다."]

머스크는 손을 쓸 수 없는 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다리가 마비된 환자가 다시 걸을 수 있도록 할 제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는데요.

오는 2024년까지 건강한 사람의 뇌에 칩을 이식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이 기술에, 페이스북도 뛰어들었다면서요?

[기자]

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도 2년 전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했습니다.

의료 분야보다는 가상, 증강현실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목표는 키보드나 마우스를 대체하는 겁니다.

그래서 나온 게 특수 헤드셋입니다.

사람의 뇌에 칩을 심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죠.

기술 개발도 꽤 진전된 상탭니다.

지난달엔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읽어 손가락을 쓰지 않고도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였고요.

역시 같은 기술을 접목한 AR 안경을, 이르면 올해 안에 공개할 계획입니다.

외신들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을 게임 산업은 물론 스마트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관련 시장도 연평균 14% 이상씩 성장해 2027년엔 우리 돈 4조 3천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앵커]

기업들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는 기술일 수도 있긴 하지만,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요?

[기자]

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안전성입니다.

특히, 뉴럴링크의 경우 사람의 뇌에 칩을 직접 심기 때문에 출혈, 감염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머스크는 아예 수술용 로봇을 만들어 1시간이면 충분히 심을 수 있다고 했지만, 사람의 뇌에 칩을 심는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민감한 개인 정보들이 특정 업체에 모인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보안을 갖추더라도 사생활 침해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개인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차세대 기술로 떠오른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우려를 딛고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은준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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