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결혼 걸림돌이 ‘예물 비용’?

입력 2021.04.19 (18:05) 수정 2021.04.1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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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에서도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출산율 저하에 비상이 걸린 중국 정부는 혼인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긴급 처방을 내렸습니다.

고질적인 예물 비용 문제를 손보겠다는 건데,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글로벌 ET>에서 알아봅니다.

은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중국 정부, 결혼 문화 개혁에 나섰다고 합니다.

어떻게 진행되는 겁니까.

[기자]

결혼 개혁 실험 지구라는 걸 지정했는데, 혼인율을 늘리려는 절박함이 반영됐습니다.

실제로 중국 내 혼인 건수는 2013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813만 건으로, 7년 사이 무려 40%나 뚝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결혼 개혁 실험 지구를 지정했는데, 모두 15곳이 선정됐습니다.

허베이성과 랴오닝성, 허난성 등 농촌 지역은 물론 광둥성, 충칭시 등 도시도 일부 포함됐습니다.

핵심은 예물 비용을 줄이는 겁니다.

결혼식 피로연 등도 일정 부분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업을 3년간 운영해, 올바른 결혼 문화를 정착하고 육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정부 차원에서 결혼 문화를 개혁해야 할 만큼 예물 비용이 부담이 되나 보네요.

[기자]

네, 중국에서는 신랑 측이 신부 측에 일종의 현금을 줍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습니다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합니다.

평균이 15만 위안, 우리 돈으로 2천5백만 원 정도이고, 남녀 성비 불균형이 심한 농촌에서는 더 많은 예물을 줘야 합니다.

올 초 중국 관영 매체가 산시성 등 일부 농촌 마을에선 결혼 예물 비용으로 우리 돈 1억 7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중국 1인당 GDP가 만 달러는 조금 넘는 걸 고려하면 부담될 수 밖에 없는 가격이긴 합니다.

최근엔 신랑 측이 현금은 물론 집과 자동차까지 마련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화면에 보는 것처럼, 이를 비꼰 각종 속어도 생겨났습니다.

[앵커]

중국 정부의 결혼 개혁 정책에 대한 여론도 궁금합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네, 중국 누리꾼들 이번 정책을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의견보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조금 더 많았는데, 적지 않은 이들이 '집값'을 거론했습니다.

20·30세대, 주거비 부담에 발목 잡혀 결혼을 꺼리고 있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중국에선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주택 가격이 한 해 전보다 8.7% 상승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올 1분기에 쏟아낸 부동산 대책만 백여 개인데, 좀처럼 치솟는 집값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사와 육아, 양육비 부담 등도 결혼을 가로막은 이유였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예물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는 결국, 주거, 육아, 교육문제 전반에서

젊은 층 부담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느냐가 인구 대책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앵커]

비싼 결혼 비용도 부담이긴 하지만.

조금 더 복잡한 문제도 있다면서요.

[기자]

네, 예물 문제 물론 중국에서 해묵은 문제입니다.

해결해야 하죠.

하지만 꼭 예물 비용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우선 사회·경제적으로 독립한 30대 이상 중국 여성들 2005년 154만 명에서 2015년엔 590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결혼 시기를 늦추는 만혼 현상이 심각해 40살 이상 결혼 비율은 10여 년 사이 5배 가량 늘었습니다.

결혼 때문에 인생의 다른 가치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여성들도 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출산율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겠지요.

중국 정부 고민이 크겠습니다,

[기자]

네, 2016년부터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지만, 오히려 신생아 수는 4년 사이 3백만 명 이상 줄었습니다.

16살에서 59살 사이 노동 인구도 8년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의료비는 늘고, 생산성을 떨어지는 등 중국 경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성장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위기를 의식한 듯 중국 정부, 결혼 개혁 실험 지구를 도입하는 안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결혼하지 않는 도시 여성을 농촌으로 보내 결혼시키자는 제안까지 나왔습니다.

물론 여론은 싸늘합니다.

[아이룬핑/베이징 주민 : "도시에서 농촌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예요. 지금은 다 도시로 가고, 농촌으로 누가 오겠어요."]

[앵커]

중국 정부의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인구 14억 4천만명.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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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결혼 걸림돌이 ‘예물 비용’?
    • 입력 2021-04-19 18:05:38
    • 수정2021-04-19 18:44:04
    통합뉴스룸ET
[앵커]

중국에서도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출산율 저하에 비상이 걸린 중국 정부는 혼인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긴급 처방을 내렸습니다.

고질적인 예물 비용 문제를 손보겠다는 건데,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글로벌 ET>에서 알아봅니다.

은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중국 정부, 결혼 문화 개혁에 나섰다고 합니다.

어떻게 진행되는 겁니까.

[기자]

결혼 개혁 실험 지구라는 걸 지정했는데, 혼인율을 늘리려는 절박함이 반영됐습니다.

실제로 중국 내 혼인 건수는 2013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813만 건으로, 7년 사이 무려 40%나 뚝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결혼 개혁 실험 지구를 지정했는데, 모두 15곳이 선정됐습니다.

허베이성과 랴오닝성, 허난성 등 농촌 지역은 물론 광둥성, 충칭시 등 도시도 일부 포함됐습니다.

핵심은 예물 비용을 줄이는 겁니다.

결혼식 피로연 등도 일정 부분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업을 3년간 운영해, 올바른 결혼 문화를 정착하고 육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정부 차원에서 결혼 문화를 개혁해야 할 만큼 예물 비용이 부담이 되나 보네요.

[기자]

네, 중국에서는 신랑 측이 신부 측에 일종의 현금을 줍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습니다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합니다.

평균이 15만 위안, 우리 돈으로 2천5백만 원 정도이고, 남녀 성비 불균형이 심한 농촌에서는 더 많은 예물을 줘야 합니다.

올 초 중국 관영 매체가 산시성 등 일부 농촌 마을에선 결혼 예물 비용으로 우리 돈 1억 7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중국 1인당 GDP가 만 달러는 조금 넘는 걸 고려하면 부담될 수 밖에 없는 가격이긴 합니다.

최근엔 신랑 측이 현금은 물론 집과 자동차까지 마련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화면에 보는 것처럼, 이를 비꼰 각종 속어도 생겨났습니다.

[앵커]

중국 정부의 결혼 개혁 정책에 대한 여론도 궁금합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네, 중국 누리꾼들 이번 정책을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의견보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조금 더 많았는데, 적지 않은 이들이 '집값'을 거론했습니다.

20·30세대, 주거비 부담에 발목 잡혀 결혼을 꺼리고 있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중국에선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주택 가격이 한 해 전보다 8.7% 상승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올 1분기에 쏟아낸 부동산 대책만 백여 개인데, 좀처럼 치솟는 집값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사와 육아, 양육비 부담 등도 결혼을 가로막은 이유였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예물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는 결국, 주거, 육아, 교육문제 전반에서

젊은 층 부담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느냐가 인구 대책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앵커]

비싼 결혼 비용도 부담이긴 하지만.

조금 더 복잡한 문제도 있다면서요.

[기자]

네, 예물 문제 물론 중국에서 해묵은 문제입니다.

해결해야 하죠.

하지만 꼭 예물 비용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우선 사회·경제적으로 독립한 30대 이상 중국 여성들 2005년 154만 명에서 2015년엔 590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결혼 시기를 늦추는 만혼 현상이 심각해 40살 이상 결혼 비율은 10여 년 사이 5배 가량 늘었습니다.

결혼 때문에 인생의 다른 가치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여성들도 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출산율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겠지요.

중국 정부 고민이 크겠습니다,

[기자]

네, 2016년부터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지만, 오히려 신생아 수는 4년 사이 3백만 명 이상 줄었습니다.

16살에서 59살 사이 노동 인구도 8년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의료비는 늘고, 생산성을 떨어지는 등 중국 경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성장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위기를 의식한 듯 중국 정부, 결혼 개혁 실험 지구를 도입하는 안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결혼하지 않는 도시 여성을 농촌으로 보내 결혼시키자는 제안까지 나왔습니다.

물론 여론은 싸늘합니다.

[아이룬핑/베이징 주민 : "도시에서 농촌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예요. 지금은 다 도시로 가고, 농촌으로 누가 오겠어요."]

[앵커]

중국 정부의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인구 14억 4천만명.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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