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외교’ 난항…정의용 “절차 따른다면 반대 안 해”?
입력 2021.04.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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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조치 " (13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 (어제 정의용 외교부장관)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어제(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적합한 절차를 따른다면'이라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13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일방적인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고까지 한 것과는 온도차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주말 사이에 방한했던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도 일본 정부 결정을 지지하는 미국 입장을 재확인한 바가 있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 지시까지 했지만 현재 한국과 비슷한 입장을 보이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 타이완 수준입니다. 한국의 오염수 외교, 쉽지 않습니다.
■정의용 "절차에 따라 된다면 굳이 반대할 거 없다"
정의용 장관의 대정부질문 답변을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앞으로도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한 정부의 반대 입장은 변함이 없는 거죠?"
정 장관은 "반대를 한다기보다는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한 세 가지 정도를 일본에게 줄기차게 일관되게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을 시작합니다.
"하나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라. 또 그러한 정보를 충분히 공유를 해 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우리 정부와도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끝으로 앞으로 IAEA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 과정에 우리 전문가, 연구소 대표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 이 세 가지 여건이 마련되고 또 우리가 볼 때 IAEA 기준에 맞는 절차에 따라서 된다면 저희가 굳이 반대할 거는 없다고 봅니다."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도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내놓으라, 또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 과정에 우리도 참여하겠다는 겁니다. 정부의 그간 입장과 별 차이 없는 원론이지만 조건이 갖춰지면 반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언급은 주목됩니다.
미국은 이미 일관되게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지지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케리 "미국 개입 적절치 않다"
방한했던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18일 귀국 직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과 관련해 한국이 요청한 정보를 받도록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뛰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특히 오염수 방출은 '이미 진행 중이고 매우 명확한 규정과 기대치가 있는 절차'라고 한 점을 잘 보셔야 합니다. 케리 특사는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방류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일본의 협조가 핵심"라며 "일본이 IAEA와 매우 긴밀히 협력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입장은 '일본이 규정에 따라, 합리적 방출 방식을 선정했고 국제기구의 감독도 받겠다고 한다, 문제 없지 않느냐'로 요약됩니다. IAEA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는 한국 입장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방향은 분명 다르죠.
미국 국무부도 일본의 방류 결정 공식 발표 직후 "일본은 여러 선택과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으며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 안전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1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트위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처리수 관련 결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에 감사한다"며 고마움까지 표시했습니다.
IAEA도 마찬가지입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현지시간 13일, 일본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IAEA는 이 계획의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추적 관찰하고 확인할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 오염수 아닌 처리수?…삼중수소는?
미국 국무부와 국무부 장관도, 또 IAEA 사무총장 역시 오염수(contaminated water) 대신 일본이 쓰는 처리수(treated water)란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단순한 어감 차이가 아닙니다. 다핵종제거설비, 그러니까 여러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장치를 거친 물인 만큼 방출(생태계로 내보내는 절차)을 고려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용어 선택에 이미 반영된 겁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삼중수소입니다. 일본이 현재 운용하는 장치로는 60여 개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데, 삼중수소는 처리가 안 됩니다.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년 정도 되는 물질인데, 대량으로 바다에 흘러들어간다면 수산물이 오염되지 않겠느냐는 게 문제제기의 핵심입니다. 식품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체내로 들어온다면 심각한 내부피폭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FDA, 식품의약국은 13일 삼중수소가 “인간 및 동물의 건강에 끼치는 위험이 극히 낮고, 해양 방류로 인한 희석 효과로 더욱 최소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능 핵종이 미국 식품 공급에 안전하지 않은 수준으로 존재하거나 공중 보건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이 조처(오염수 방류)가 미국 내 식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도 밝혔습니다.
일본 동해안에서 흘려보낸 오염수는 해류를 타고 한국보다 먼저 미국에 도착하게 되는데요. 미국 공식 기관이 이같은 결론을 낸 마당에 태평양을 한바퀴 돈 뒤에야 배출된 물의 극히 일부가 도달할 한국에서 오염수로 인한 환경 우려나 인체 건강 염려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제 여론 모으겠다지만…과학적 근거부터
준비를 거쳐 일본이 실제로 오염수 해양 방출을 실행하기까지는 아직 2년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우려를 보이는 국가는 손에 꼽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타이완 정도인데요. 우리 외교부는 다양한 다자 양자 대화 기회마다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오늘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우선 태평양 연안국들을 중심으로 저희가 협의를 하고 있다"라면서 "IAEA에서도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에 공감을 표명을 했습니다. 또 EU도 우리 입장에 동조하는 성명을 이미 발표를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방류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을 모아서 일본을 압박하려고 하지만, 미국과 IAEA의 입장은 여전히 큰 부담입니다. 자칫 한일 갈등이나 미중 경쟁 구도에 이 이슈까지 끌려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도 있어 보이고요.
무엇보다, 문제제기가 좀더 과학적으로 정교해져야 합니다. 섣불리 국제법정 제소를 거론하기보다는 우리 주장의 근거부터 탄탄히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방사능 공포나 반일 감정만 자극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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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오염수 외교’ 난항…정의용 “절차 따른다면 반대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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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4-20 06:02:50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조치 " (13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 (어제 정의용 외교부장관)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어제(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적합한 절차를 따른다면'이라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13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일방적인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고까지 한 것과는 온도차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주말 사이에 방한했던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도 일본 정부 결정을 지지하는 미국 입장을 재확인한 바가 있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 지시까지 했지만 현재 한국과 비슷한 입장을 보이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 타이완 수준입니다. 한국의 오염수 외교, 쉽지 않습니다.
■정의용 "절차에 따라 된다면 굳이 반대할 거 없다"
정의용 장관의 대정부질문 답변을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앞으로도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한 정부의 반대 입장은 변함이 없는 거죠?"
정 장관은 "반대를 한다기보다는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한 세 가지 정도를 일본에게 줄기차게 일관되게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을 시작합니다.
"하나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라. 또 그러한 정보를 충분히 공유를 해 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우리 정부와도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끝으로 앞으로 IAEA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 과정에 우리 전문가, 연구소 대표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 이 세 가지 여건이 마련되고 또 우리가 볼 때 IAEA 기준에 맞는 절차에 따라서 된다면 저희가 굳이 반대할 거는 없다고 봅니다."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도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내놓으라, 또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 과정에 우리도 참여하겠다는 겁니다. 정부의 그간 입장과 별 차이 없는 원론이지만 조건이 갖춰지면 반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언급은 주목됩니다.
미국은 이미 일관되게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지지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케리 "미국 개입 적절치 않다"
방한했던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18일 귀국 직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과 관련해 한국이 요청한 정보를 받도록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뛰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특히 오염수 방출은 '이미 진행 중이고 매우 명확한 규정과 기대치가 있는 절차'라고 한 점을 잘 보셔야 합니다. 케리 특사는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방류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일본의 협조가 핵심"라며 "일본이 IAEA와 매우 긴밀히 협력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입장은 '일본이 규정에 따라, 합리적 방출 방식을 선정했고 국제기구의 감독도 받겠다고 한다, 문제 없지 않느냐'로 요약됩니다. IAEA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는 한국 입장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방향은 분명 다르죠.
미국 국무부도 일본의 방류 결정 공식 발표 직후 "일본은 여러 선택과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으며 국제적으로 수용된 핵 안전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처리수 관련 결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에 감사한다"며 고마움까지 표시했습니다.
IAEA도 마찬가지입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현지시간 13일, 일본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IAEA는 이 계획의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추적 관찰하고 확인할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 오염수 아닌 처리수?…삼중수소는?
미국 국무부와 국무부 장관도, 또 IAEA 사무총장 역시 오염수(contaminated water) 대신 일본이 쓰는 처리수(treated water)란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단순한 어감 차이가 아닙니다. 다핵종제거설비, 그러니까 여러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장치를 거친 물인 만큼 방출(생태계로 내보내는 절차)을 고려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용어 선택에 이미 반영된 겁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삼중수소입니다. 일본이 현재 운용하는 장치로는 60여 개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데, 삼중수소는 처리가 안 됩니다.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년 정도 되는 물질인데, 대량으로 바다에 흘러들어간다면 수산물이 오염되지 않겠느냐는 게 문제제기의 핵심입니다. 식품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체내로 들어온다면 심각한 내부피폭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FDA, 식품의약국은 13일 삼중수소가 “인간 및 동물의 건강에 끼치는 위험이 극히 낮고, 해양 방류로 인한 희석 효과로 더욱 최소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능 핵종이 미국 식품 공급에 안전하지 않은 수준으로 존재하거나 공중 보건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이 조처(오염수 방류)가 미국 내 식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도 밝혔습니다.
일본 동해안에서 흘려보낸 오염수는 해류를 타고 한국보다 먼저 미국에 도착하게 되는데요. 미국 공식 기관이 이같은 결론을 낸 마당에 태평양을 한바퀴 돈 뒤에야 배출된 물의 극히 일부가 도달할 한국에서 오염수로 인한 환경 우려나 인체 건강 염려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제 여론 모으겠다지만…과학적 근거부터
준비를 거쳐 일본이 실제로 오염수 해양 방출을 실행하기까지는 아직 2년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우려를 보이는 국가는 손에 꼽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타이완 정도인데요. 우리 외교부는 다양한 다자 양자 대화 기회마다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오늘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우선 태평양 연안국들을 중심으로 저희가 협의를 하고 있다"라면서 "IAEA에서도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에 공감을 표명을 했습니다. 또 EU도 우리 입장에 동조하는 성명을 이미 발표를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방류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을 모아서 일본을 압박하려고 하지만, 미국과 IAEA의 입장은 여전히 큰 부담입니다. 자칫 한일 갈등이나 미중 경쟁 구도에 이 이슈까지 끌려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도 있어 보이고요.
무엇보다, 문제제기가 좀더 과학적으로 정교해져야 합니다. 섣불리 국제법정 제소를 거론하기보다는 우리 주장의 근거부터 탄탄히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방사능 공포나 반일 감정만 자극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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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기영 기자 bum7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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