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농인 연극배우·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특별할 게 있나요"
청각장애인 김주연 씨는 두 가지 일을 하는 '투잡러'입니다. 평일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휴일에는 연극 무대에 오르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는 신체극이지만, 말 대신 눈빛과 몸짓으로 메시지를 전합니다. 복잡한 감정 표현은 물론, 상대 배우와의 교감도 거침없습니다.
한때 연극은 장애가 없는 사람만이 누리는 문화라고 생각했던 주연 씨. 이제 그녀에게 연극은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의 장이자 소통의 장입니다.
김주연/ 농인 연극배우 "평소에는 수화를 통해 청각 장애인들과 주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연극 무대에서는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관객과 의사소통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연극 활동을 쉬다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했는데, 아이들에게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
시각장애인 박보람 씨는 2년 넘게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거주지와 상관없이 외국인들에게 휴대전화나 PC의 온라인 메신저 목소리 대화창을 통해 한국어 회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제공하는 수업이 비장애인의 수업보다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주연 씨의 수업은 섬세한 언어표현 능력과 발음 교정으로 수강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 주연 씨가 속한 사회적 기업에서는 초기 시범교육 당시 강사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후 설문조사를 했을 때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 매우 높게 나왔다고 하는데요. 장애가 일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박보람/ 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 "맹아학교에서는 안마나 침술 같은 것들을 주로 가르치거든요.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 장애인들은 그것 이외에도 더 많은 부분에서 더 많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것 같아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
■ 자립능력 갖췄지만…고용률·의무고용 이행률은 '절반'
자립능력을 갖춘 장애인이 늘고 있지만, 이들이 마주한 노동시장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지난해 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고용률(60.2%)의 절반 수준인 34.9%에 불과합니다.
장애인의 취업상 지위도 불안정합니다. 상용근로자는 39.5%뿐이고, 나머지는 임시·일용직(30%)이거나 비임금근로자(30.4%)입니다. 이마저도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일자리가 상당수인 실정입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공공기관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시 고용부담금을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인데요.
그러나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률, 43.5%에 불과합니다. 의무 사업체 절반 이상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미이행 부담금을 벌금처럼 내고 있는 겁니다.
■ 노동을 권리로 이해할 때…"누구나 평범하게 일할 수 있어요"
UN장애인권리협약(제27조 근로 및 고용) 당사국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초 위에서 장애인이 노동할 권리를 인정하며, 이는 장애인이 장애인에게 개방적이고 통합적이며 접근 가능한 노동시장과 근로환경에서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받아들인 직업을 통해 삶을 영위할 기회를 가질 권리를 포함한다. |
2006년 통과된 UN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장애인의 노동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노동권은 이미 여러 국제인권조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지만, 동시에 차별이 가장 심각하고 두드러지면서도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영역이란 이유에섭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사회는, 결국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뜻합니다. 그러나 아직 요원하기만 한데요.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 정책은 앞서 언급한 ①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와 직업재활시설 등 비장애인과 분리된 특정의 장소에서 일하도록 하는 ②' 보호 고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장애학과 교수는 "기업의 고용 부담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률을 높이고, 나아가 '보호 고용'이 아닌 '지원 고용'으로 장애인 고용 형태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원 고용'은 장애인을 먼저 사업체에 배치한 후 작업 현장에서 직업 코치 등의 지도·지원을 통해 통합고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 형태인데요. 현 '보호 고용' 형태에서는 '최저임금법' 제7조 최저임금 적용 제외조항에 따라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저임금이 지급되고 있고, 추후 일반 고용 시장에 진입할 확률도 매우 낮다는 겁니다.
조 교수는 자치단체의 역할 강화 역시 필요하다고 깅조합니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장애학과 교수 "미국에는 BLN(Business Leadership Network)라는 제도가 있어요. 장애인에 대한 고용 책임을 특별한 곳에만 맡기지 않고, 주지사와 기업과 관계기관 등이 합쳐서 장애인의 고용 촉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거죠. 우리나라도 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고, 지역마다 고용률을 공개·비교한다면 고용 효과가 높을 것 같거든요." |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인식 개선입니다. 장애인의 노동에는 "장애인이 어떻게 일을 해"라는 말이 쉽게 뒤따릅니다. 장애인은 평범하게 일할 수 없고, 생산성이 떨어지며,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편견과 차별인데요. 이러한 인식이 장애인의 노동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40년입니다. 매년 이날 전후가 되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요. 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 보람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보람/ 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 "장애인의 삶을 소개하는 특별한 날이 있는 것 자체도 물론 좋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이 꼭 내가 주변을 애써 둘러봐야만 있는 특정한 계층의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내 일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더라도 자연스럽게 살면서 계속 마주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요." |
[연관 기사] “못 할 게 있나요”…농인 배우·시각장애 한국어 강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103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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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할 게 있나요”…농인 연극배우·시각장애인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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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4-26 09:34:01

■ 농인 연극배우·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특별할 게 있나요"
청각장애인 김주연 씨는 두 가지 일을 하는 '투잡러'입니다. 평일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휴일에는 연극 무대에 오르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는 신체극이지만, 말 대신 눈빛과 몸짓으로 메시지를 전합니다. 복잡한 감정 표현은 물론, 상대 배우와의 교감도 거침없습니다.
한때 연극은 장애가 없는 사람만이 누리는 문화라고 생각했던 주연 씨. 이제 그녀에게 연극은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의 장이자 소통의 장입니다.
김주연/ 농인 연극배우 "평소에는 수화를 통해 청각 장애인들과 주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연극 무대에서는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관객과 의사소통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연극 활동을 쉬다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했는데, 아이들에게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
시각장애인 박보람 씨는 2년 넘게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거주지와 상관없이 외국인들에게 휴대전화나 PC의 온라인 메신저 목소리 대화창을 통해 한국어 회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제공하는 수업이 비장애인의 수업보다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주연 씨의 수업은 섬세한 언어표현 능력과 발음 교정으로 수강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 주연 씨가 속한 사회적 기업에서는 초기 시범교육 당시 강사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후 설문조사를 했을 때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 매우 높게 나왔다고 하는데요. 장애가 일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박보람/ 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 "맹아학교에서는 안마나 침술 같은 것들을 주로 가르치거든요.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 장애인들은 그것 이외에도 더 많은 부분에서 더 많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것 같아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
■ 자립능력 갖췄지만…고용률·의무고용 이행률은 '절반'
자립능력을 갖춘 장애인이 늘고 있지만, 이들이 마주한 노동시장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지난해 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고용률(60.2%)의 절반 수준인 34.9%에 불과합니다.
장애인의 취업상 지위도 불안정합니다. 상용근로자는 39.5%뿐이고, 나머지는 임시·일용직(30%)이거나 비임금근로자(30.4%)입니다. 이마저도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일자리가 상당수인 실정입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공공기관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시 고용부담금을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인데요.
그러나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률, 43.5%에 불과합니다. 의무 사업체 절반 이상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미이행 부담금을 벌금처럼 내고 있는 겁니다.
■ 노동을 권리로 이해할 때…"누구나 평범하게 일할 수 있어요"
UN장애인권리협약(제27조 근로 및 고용) 당사국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초 위에서 장애인이 노동할 권리를 인정하며, 이는 장애인이 장애인에게 개방적이고 통합적이며 접근 가능한 노동시장과 근로환경에서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받아들인 직업을 통해 삶을 영위할 기회를 가질 권리를 포함한다. |
2006년 통과된 UN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장애인의 노동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노동권은 이미 여러 국제인권조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지만, 동시에 차별이 가장 심각하고 두드러지면서도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영역이란 이유에섭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사회는, 결국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뜻합니다. 그러나 아직 요원하기만 한데요.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 정책은 앞서 언급한 ①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와 직업재활시설 등 비장애인과 분리된 특정의 장소에서 일하도록 하는 ②' 보호 고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장애학과 교수는 "기업의 고용 부담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률을 높이고, 나아가 '보호 고용'이 아닌 '지원 고용'으로 장애인 고용 형태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원 고용'은 장애인을 먼저 사업체에 배치한 후 작업 현장에서 직업 코치 등의 지도·지원을 통해 통합고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 형태인데요. 현 '보호 고용' 형태에서는 '최저임금법' 제7조 최저임금 적용 제외조항에 따라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저임금이 지급되고 있고, 추후 일반 고용 시장에 진입할 확률도 매우 낮다는 겁니다.
조 교수는 자치단체의 역할 강화 역시 필요하다고 깅조합니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장애학과 교수 "미국에는 BLN(Business Leadership Network)라는 제도가 있어요. 장애인에 대한 고용 책임을 특별한 곳에만 맡기지 않고, 주지사와 기업과 관계기관 등이 합쳐서 장애인의 고용 촉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거죠. 우리나라도 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고, 지역마다 고용률을 공개·비교한다면 고용 효과가 높을 것 같거든요." |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인식 개선입니다. 장애인의 노동에는 "장애인이 어떻게 일을 해"라는 말이 쉽게 뒤따릅니다. 장애인은 평범하게 일할 수 없고, 생산성이 떨어지며,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편견과 차별인데요. 이러한 인식이 장애인의 노동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40년입니다. 매년 이날 전후가 되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요. 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 보람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보람/ 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 "장애인의 삶을 소개하는 특별한 날이 있는 것 자체도 물론 좋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이 꼭 내가 주변을 애써 둘러봐야만 있는 특정한 계층의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내 일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더라도 자연스럽게 살면서 계속 마주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요." |
[연관 기사] “못 할 게 있나요”…농인 배우·시각장애 한국어 강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103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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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a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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