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오스카 품은 윤여정…영화 산업도 ‘윤며들다’?

입력 2021.04.26 (17:53) 수정 2021.04.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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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ET WHY?
■ 방송시간 : 4월26일(월) 17:50~18:25 KBS2
■ 출연자 :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1.4.26

[앵커]
핵심 이슈의 궁금증 풀어보는 ET WHY 시작하겠습니다.

[브래드 피트 / 영화 ‘미나리’ 제작자]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자는 윤여정.

[윤여정 / 아카데미상 수상]
(브래드 피트 씨) 미나리 촬영하는 동안 어디에 계셨나요? 이 자리에 혼자 서 있을 수 있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앵커]
배우 윤여정이 세계의 스타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영화제, 한국 배우 첫 수상자, 개인의 영광을 넘어서 우리 문화 산업 전반에 여러 시사점을 던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와 이번 수상의 의미와 효과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답변]
네,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 월요병 없이 한 주 시작했다 하는 분들 많았어요. 이렇게 TV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한 분들 많았고요. 어떻게 보세요, 이번 수상의 의미?

[답변]
윤여정 씨가 상을 못 받을 거라고 생각을 안 했습니다. 이번에 굉장히 여러 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요. 글렌 클로즈라고 같은 1947년생 여배우도 후보 노미네이트가 되긴 했었습니다만, 글렌 클로즈가 가장 미국적이고 보편적인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윤여정 씨는 가장 이국적이고 한편으로 개성적인 연기를 보여줘서 할머니 연기도 개성적으로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사실 서구인들 시선으로는 쉽게 그려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답변]
맞습니다.

[앵커]
본인은 시상식에서는 참 담담한 표정인 것 같았는데 의외로 남모를 마음고생을 했다,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윤여정 / 아카데미상 수상]
축구 선수들의 심정을 알겠더라고요. 사람들이 너무 응원하니까 제가 나중에는 눈 실핏줄이 다 터졌어요. 2002년 월드컵 할 때 그 사람들 얼마나 정신이 없었을까, 너무 안됐더라고요.

[앵커]
표정에서도 그 마음고생 했던 게 역력히 드러나네요. 어떻게 보세요?

[답변]
국민 배우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까 김연아 선수를 예로 들었는데 국민 여동생이었잖아요. 아마 윤여정 선생님 본인이 어느새 국민 배우가 됐다는 걸 실감하면서도 굉장히 부담스럽지 않았나 싶은데, 행복한 그런 고민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앵커]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에 오른 것도 처음이고, 당연히 수상한 것도 처음이고. 그러니까 이게 개인의 영광을 떠나서 한국 영화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어떤 기대 효과를 예상하시나요?

[답변]
윤여정 씨가 무엇보다도 외국어로의 한국어로 미국 영화 시장에서 상을 받은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외국어로써의 그런 영어가 아닌 그런 배우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러나 대부분 유럽어들이었거든요. 한국어는 매우 어색하다, 그리고 좀 낯설다였다면 이번에는 한국어로 대사를 전달하더라도 충분히 감정적인 전달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고요. 이는 한국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라면 미국에 진출해서 나름의 어떤 정서적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보였고요. 봉준호 감독이 펼쳐 보였던 장르적인 어떤 개성과 배우들의 개성도 있는 곳이구나, 라는 확답을 줘서 아마 많은 감독이 한국의 배우들을 눈여겨보는 어떤 계기, 그리고 한국의 스태프들을 눈여겨보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기생충이 없었다면 오늘의 미나리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기생충은 4개 부문, 주요 부문에서 수상했지만, 연기상은 못 받았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한국어 연기가 정서적인 공감대를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라는 그런 결말로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 그 장벽을 넘어섰다, 이렇게 보시는 것 같아요.

[답변]
게다가 기생충은 조금 반어적인 영화였어요. 배우 송강호 씨라든가 이선균 씨 연기가, 저게 직설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조금 반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한국인이 보기에도 조금 낯선 감정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낯선 언어에 낯선 연기, 낯선 표정, 굉장히 4개 주요 부문에나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연기상에서 호응을 못 받았다는 건, 이 호응을 못 받은 건 결국 정서적 공감대가 조금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면, 이번에는 미국을 배경으로 해서 30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이민자 가족이기 때문에 미국인의 한 가족 형태를 보여준 거거든요. 아무리 한국어로 연기를 하더라도 그들은 미국인의 한 일부였다. 그리고 여기에 정착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음악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입증되는 효과이기도 합니다.

[앵커]
특히 저예산 독립영화로서 거둔 성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세요? 배우 윤여정도 적은 개런티를 오늘 공개적으로 또 언급하셨더라고요.

[답변]
20억이 든 영화인데 이미 손익분기점은 넘었습니다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윤여정 씨가 비행기도 이코노미밖에 제공을 안 해 준다고 했지만 나는 나이 먹어서 그렇게 못 한다. 그래서 내 돈으로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갔다고 말을 했는데 이번에 또 의미도 뭐냐 하면, 이렇게 독립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상도 받았고. 이는 한편 미국 영화 역시도, 굉장히 상업주의적인 영화의 본고장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런 독립영화가 영화의 씨앗이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개런티 상관없이, 그리고 전혀 계산 없이 감독만 보고, 스크립트 하나, 원고 하나 보고 출연한 윤여정 씨가 결실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 독립영화계에도 미치는 어떤 효과, 그리고 그런 거울효과도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사실 작품상도 한 번 노려봤을 법도 한데 중국 여자 감독에게 돌아갔어요, 클로이 자오. 이게 중국 영화 시장을 노린 어떤 전략적인 시상이었다, 이런 분석도 나오던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답변]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번에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굉장히 많은 신기록들을 낳았는데요. 그중 하나가 여성 2명이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는 거고 그중 1명이 게다가 미국 국적이 아닌 중국 국적을 가진 베이징 출신의 여성 감독이었다는 게 굉장히 화제가 됐고요. 무엇보다 이 여성 감독은 영화계 데뷔부터 시작해서 모든 활동을 미국에서 하는 사실상 미국 감독은 아니지만, 미국 영화감독이라고 분류되는 게 맞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터널스라고 굉장히 큰 대규모 상업 영화의 감독을 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염두에 둔 디즈니, 마블사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라는 그런 판단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영화 작품 자체가, 노매드랜드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탄 만큼 중요한 작품인 것도 맞지만 한편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서 중국의 어떤 시장을 좀 더 거리낌 없이, 저항 없이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미국 영화 시장의 노력도 반영되는 건 사실입니다.

[앵커]
물론 작품상은 놓쳤지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그리고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수상, 이런 잇단 쾌거가 일시적인 성과라고 보세요? 아니면 정말 한국 영화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고 보시나요?

[답변]
한국 영화가 사랑받긴 했지만 조금은 마니악 한, 그리고 아주 극단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로 소수의 사랑을 받는 영화였지만 기생충부터 시작해서 보편적인 영화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벽이 남아 있다면 1인치 자막의 벽을 넘어선, 다시 말해서, 이번에 윤여정 씨는 트럼프월이라는 표현을 했어요. 트럼프월보다 어쩌면 동아시아인, 동양인에 대한 높은 장벽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연기로 그 장벽을 무너뜨렸다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특이한 영화로서의 한국 영화가 아니라 매우 보편적인, BTS나 한류에 이어서 이제는 한국 콘텐츠 자체가 매우 보편적이라는 일종의 인증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말씀하신 대로 배우 윤여정을 빛나게 하는 건, 크게 두 축을 보자면 하나는 빼어난 연기력 그리고 또 하나는 인간적인 매력을 꼽을 수가 있는데, 오늘 여러 가지 수상 발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거 있으세요?

[답변]
글쎄요, 저는 워킹맘으로서 두 아들이 나를 일터로 밀어내줘서 참 감사하다는 표현이 너무나 세련된 표현으로 받아들여졌고요.

[앵커]
잠깐 들어볼까요?

[윤여정 / 아카데미상 수상]
제 두 아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나가서 배우 일을 하라고 다그쳤던 애들이죠. 사랑하는 아이들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이런 상도 받았네요.

[앵커]
배우 윤여정의 수상 소감을 보면 크게 세 가지, 위트, 겸손 그리고 약간의 울림, 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특별히 자신을 처음 데뷔시켜준 거장이시죠? 영화감독 김기영 씨를 다시 언급했어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첫 데뷔작과 함께 김기영 씨를 소환한 것,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세요?

[답변]
사실상 김기영 감독, 너무 괴로웠다고 여러 번 간증처럼 말씀하셨던 윤여정 배우였는데, 김기영 감독은 우리나라 영화사상 가장 독특한 개성을 가진 감독이었습니다. 당연히 첫 캐릭터인 저 화녀의 주인공 역시도 매우 개성적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게 부담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를 언급할 때 김기영 감독은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이고요. 그래서 덩달아 한편으로는 윤여정 씨 역시도 계속해서 언급될 수밖에 없는 배우라는 점에서 고마움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겠고요. 이는 정이삭 감독과 완전히 다른 연출 스타일이라는 걸 또 보여주기도 합니다.

[앵커]
이 화녀가 50년 만에 다시 재개봉을 한다고 하고요. 또 영화 미나리, 여러 가지 수상 쾌거도 있었고, 이런 분위기가 침체된 한국 극장가에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세요?

[답변]
이미 3월에 미나리가 개봉했을 때 거의 최근에 없었던 현상 중 하나로 많은 분이 영화관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이런 컨벤션 효과는 수상 이후에도 이어질 거라고 보이고요. 화녀가 물론 지금도 영상자료원에서 우리가 볼 수 있긴 합니다만, 모니터로 보는 것과 이 기이하고 좀 괴팍한 감독의 작품을 50년이 지나서, 그리고 50년 전의 20대 파릇파릇한 윤여정 씨의 데뷔작을 보는 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어떤 기록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많은 분이 극장을 향하게 되지 않을까, 라고 저도 기대합니다.

[앵커]
물론 20대의 윤여정도 아름답지만 70대의 윤여정은 지금 더 빛나고 있는 상황, 뭔가 여배우의 어떤 그런 라이프 사이클이라고 할까요? 거기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이 깨뜨린 것 같아요, 최근에 광고계를 봐도 그렇고요.

[답변]
저는 그 점이 굉장히 반가운데요. 한국에는 트로이카라는 여배우 3명을 언급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 트로이카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 데뷔해서 30대까지 거의 활동하다가 사라지는 게 마치 영화계 관습이었는데요. 윤여정 씨는 오히려 30대에 사라졌다가 2003년 바람난 가족과 함께 돌아와서는 계속해서 연기 활동을 보여주고 있고, 지금 보시는 것처럼 거의 광고계 블루칩으로 20대와 거의 버금가는 광고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아니라 그냥 여배우거든요. 이제 여배우, 나이를 먹어도 그 나이에 알맞은 배역이 있다는 걸 윤여정 씨가 살아 있는 증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앵커]
윤여정 배우, 일하다가 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는데 또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여러 가지로 기대가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ET WHY, 강남대 강유정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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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오스카 품은 윤여정…영화 산업도 ‘윤며들다’?
    • 입력 2021-04-26 17:53:49
    • 수정2021-04-26 19: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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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자 :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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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핵심 이슈의 궁금증 풀어보는 ET WHY 시작하겠습니다.

[브래드 피트 / 영화 ‘미나리’ 제작자]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자는 윤여정.

[윤여정 / 아카데미상 수상]
(브래드 피트 씨) 미나리 촬영하는 동안 어디에 계셨나요? 이 자리에 혼자 서 있을 수 있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앵커]
배우 윤여정이 세계의 스타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영화제, 한국 배우 첫 수상자, 개인의 영광을 넘어서 우리 문화 산업 전반에 여러 시사점을 던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와 이번 수상의 의미와 효과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답변]
네,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 월요병 없이 한 주 시작했다 하는 분들 많았어요. 이렇게 TV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한 분들 많았고요. 어떻게 보세요, 이번 수상의 의미?

[답변]
윤여정 씨가 상을 못 받을 거라고 생각을 안 했습니다. 이번에 굉장히 여러 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요. 글렌 클로즈라고 같은 1947년생 여배우도 후보 노미네이트가 되긴 했었습니다만, 글렌 클로즈가 가장 미국적이고 보편적인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윤여정 씨는 가장 이국적이고 한편으로 개성적인 연기를 보여줘서 할머니 연기도 개성적으로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사실 서구인들 시선으로는 쉽게 그려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답변]
맞습니다.

[앵커]
본인은 시상식에서는 참 담담한 표정인 것 같았는데 의외로 남모를 마음고생을 했다,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윤여정 / 아카데미상 수상]
축구 선수들의 심정을 알겠더라고요. 사람들이 너무 응원하니까 제가 나중에는 눈 실핏줄이 다 터졌어요. 2002년 월드컵 할 때 그 사람들 얼마나 정신이 없었을까, 너무 안됐더라고요.

[앵커]
표정에서도 그 마음고생 했던 게 역력히 드러나네요. 어떻게 보세요?

[답변]
국민 배우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까 김연아 선수를 예로 들었는데 국민 여동생이었잖아요. 아마 윤여정 선생님 본인이 어느새 국민 배우가 됐다는 걸 실감하면서도 굉장히 부담스럽지 않았나 싶은데, 행복한 그런 고민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앵커]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에 오른 것도 처음이고, 당연히 수상한 것도 처음이고. 그러니까 이게 개인의 영광을 떠나서 한국 영화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어떤 기대 효과를 예상하시나요?

[답변]
윤여정 씨가 무엇보다도 외국어로의 한국어로 미국 영화 시장에서 상을 받은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외국어로써의 그런 영어가 아닌 그런 배우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러나 대부분 유럽어들이었거든요. 한국어는 매우 어색하다, 그리고 좀 낯설다였다면 이번에는 한국어로 대사를 전달하더라도 충분히 감정적인 전달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고요. 이는 한국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라면 미국에 진출해서 나름의 어떤 정서적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보였고요. 봉준호 감독이 펼쳐 보였던 장르적인 어떤 개성과 배우들의 개성도 있는 곳이구나, 라는 확답을 줘서 아마 많은 감독이 한국의 배우들을 눈여겨보는 어떤 계기, 그리고 한국의 스태프들을 눈여겨보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기생충이 없었다면 오늘의 미나리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기생충은 4개 부문, 주요 부문에서 수상했지만, 연기상은 못 받았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한국어 연기가 정서적인 공감대를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라는 그런 결말로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 그 장벽을 넘어섰다, 이렇게 보시는 것 같아요.

[답변]
게다가 기생충은 조금 반어적인 영화였어요. 배우 송강호 씨라든가 이선균 씨 연기가, 저게 직설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조금 반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한국인이 보기에도 조금 낯선 감정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낯선 언어에 낯선 연기, 낯선 표정, 굉장히 4개 주요 부문에나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연기상에서 호응을 못 받았다는 건, 이 호응을 못 받은 건 결국 정서적 공감대가 조금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면, 이번에는 미국을 배경으로 해서 30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이민자 가족이기 때문에 미국인의 한 가족 형태를 보여준 거거든요. 아무리 한국어로 연기를 하더라도 그들은 미국인의 한 일부였다. 그리고 여기에 정착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음악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입증되는 효과이기도 합니다.

[앵커]
특히 저예산 독립영화로서 거둔 성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세요? 배우 윤여정도 적은 개런티를 오늘 공개적으로 또 언급하셨더라고요.

[답변]
20억이 든 영화인데 이미 손익분기점은 넘었습니다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윤여정 씨가 비행기도 이코노미밖에 제공을 안 해 준다고 했지만 나는 나이 먹어서 그렇게 못 한다. 그래서 내 돈으로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갔다고 말을 했는데 이번에 또 의미도 뭐냐 하면, 이렇게 독립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상도 받았고. 이는 한편 미국 영화 역시도, 굉장히 상업주의적인 영화의 본고장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런 독립영화가 영화의 씨앗이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개런티 상관없이, 그리고 전혀 계산 없이 감독만 보고, 스크립트 하나, 원고 하나 보고 출연한 윤여정 씨가 결실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 독립영화계에도 미치는 어떤 효과, 그리고 그런 거울효과도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사실 작품상도 한 번 노려봤을 법도 한데 중국 여자 감독에게 돌아갔어요, 클로이 자오. 이게 중국 영화 시장을 노린 어떤 전략적인 시상이었다, 이런 분석도 나오던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답변]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번에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굉장히 많은 신기록들을 낳았는데요. 그중 하나가 여성 2명이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는 거고 그중 1명이 게다가 미국 국적이 아닌 중국 국적을 가진 베이징 출신의 여성 감독이었다는 게 굉장히 화제가 됐고요. 무엇보다 이 여성 감독은 영화계 데뷔부터 시작해서 모든 활동을 미국에서 하는 사실상 미국 감독은 아니지만, 미국 영화감독이라고 분류되는 게 맞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터널스라고 굉장히 큰 대규모 상업 영화의 감독을 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염두에 둔 디즈니, 마블사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라는 그런 판단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영화 작품 자체가, 노매드랜드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탄 만큼 중요한 작품인 것도 맞지만 한편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서 중국의 어떤 시장을 좀 더 거리낌 없이, 저항 없이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미국 영화 시장의 노력도 반영되는 건 사실입니다.

[앵커]
물론 작품상은 놓쳤지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그리고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수상, 이런 잇단 쾌거가 일시적인 성과라고 보세요? 아니면 정말 한국 영화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고 보시나요?

[답변]
한국 영화가 사랑받긴 했지만 조금은 마니악 한, 그리고 아주 극단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로 소수의 사랑을 받는 영화였지만 기생충부터 시작해서 보편적인 영화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벽이 남아 있다면 1인치 자막의 벽을 넘어선, 다시 말해서, 이번에 윤여정 씨는 트럼프월이라는 표현을 했어요. 트럼프월보다 어쩌면 동아시아인, 동양인에 대한 높은 장벽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연기로 그 장벽을 무너뜨렸다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특이한 영화로서의 한국 영화가 아니라 매우 보편적인, BTS나 한류에 이어서 이제는 한국 콘텐츠 자체가 매우 보편적이라는 일종의 인증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말씀하신 대로 배우 윤여정을 빛나게 하는 건, 크게 두 축을 보자면 하나는 빼어난 연기력 그리고 또 하나는 인간적인 매력을 꼽을 수가 있는데, 오늘 여러 가지 수상 발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거 있으세요?

[답변]
글쎄요, 저는 워킹맘으로서 두 아들이 나를 일터로 밀어내줘서 참 감사하다는 표현이 너무나 세련된 표현으로 받아들여졌고요.

[앵커]
잠깐 들어볼까요?

[윤여정 / 아카데미상 수상]
제 두 아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나가서 배우 일을 하라고 다그쳤던 애들이죠. 사랑하는 아이들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이런 상도 받았네요.

[앵커]
배우 윤여정의 수상 소감을 보면 크게 세 가지, 위트, 겸손 그리고 약간의 울림, 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특별히 자신을 처음 데뷔시켜준 거장이시죠? 영화감독 김기영 씨를 다시 언급했어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첫 데뷔작과 함께 김기영 씨를 소환한 것,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세요?

[답변]
사실상 김기영 감독, 너무 괴로웠다고 여러 번 간증처럼 말씀하셨던 윤여정 배우였는데, 김기영 감독은 우리나라 영화사상 가장 독특한 개성을 가진 감독이었습니다. 당연히 첫 캐릭터인 저 화녀의 주인공 역시도 매우 개성적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게 부담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를 언급할 때 김기영 감독은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이고요. 그래서 덩달아 한편으로는 윤여정 씨 역시도 계속해서 언급될 수밖에 없는 배우라는 점에서 고마움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겠고요. 이는 정이삭 감독과 완전히 다른 연출 스타일이라는 걸 또 보여주기도 합니다.

[앵커]
이 화녀가 50년 만에 다시 재개봉을 한다고 하고요. 또 영화 미나리, 여러 가지 수상 쾌거도 있었고, 이런 분위기가 침체된 한국 극장가에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세요?

[답변]
이미 3월에 미나리가 개봉했을 때 거의 최근에 없었던 현상 중 하나로 많은 분이 영화관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이런 컨벤션 효과는 수상 이후에도 이어질 거라고 보이고요. 화녀가 물론 지금도 영상자료원에서 우리가 볼 수 있긴 합니다만, 모니터로 보는 것과 이 기이하고 좀 괴팍한 감독의 작품을 50년이 지나서, 그리고 50년 전의 20대 파릇파릇한 윤여정 씨의 데뷔작을 보는 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어떤 기록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많은 분이 극장을 향하게 되지 않을까, 라고 저도 기대합니다.

[앵커]
물론 20대의 윤여정도 아름답지만 70대의 윤여정은 지금 더 빛나고 있는 상황, 뭔가 여배우의 어떤 그런 라이프 사이클이라고 할까요? 거기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이 깨뜨린 것 같아요, 최근에 광고계를 봐도 그렇고요.

[답변]
저는 그 점이 굉장히 반가운데요. 한국에는 트로이카라는 여배우 3명을 언급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 트로이카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 데뷔해서 30대까지 거의 활동하다가 사라지는 게 마치 영화계 관습이었는데요. 윤여정 씨는 오히려 30대에 사라졌다가 2003년 바람난 가족과 함께 돌아와서는 계속해서 연기 활동을 보여주고 있고, 지금 보시는 것처럼 거의 광고계 블루칩으로 20대와 거의 버금가는 광고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아니라 그냥 여배우거든요. 이제 여배우, 나이를 먹어도 그 나이에 알맞은 배역이 있다는 걸 윤여정 씨가 살아 있는 증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앵커]
윤여정 배우, 일하다가 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는데 또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여러 가지로 기대가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ET WHY, 강남대 강유정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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