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듯 말라죽는 ‘과수화상병’ 또 출몰…한 달이나 빨라
입력 2021.04.29 (08:02)
수정 2021.04.2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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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배나무 등을 말려 죽이는 외래 식물 검역병, ‘과수화상병’
■ 불에 탄 듯 말라 죽어… '과수화상병' 또 출몰
15년 넘게 가꾼 과수원의 사과나무 330여 그루가 뿌리째 뽑혀 땅에 묻혔습니다.
한창 만개한 사과나무를 통째 갈아엎은 건 바로 옆 과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수 농가의 최대 적, 화상병이 또 나타났습니다.
사과 주산지 가운데 하나인 충북 충주에서 올해 처음으로 사과 과수화상병이 확인됐습니다. 최근 일주일 새,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과수원 3곳이 확진돼 사과나무 737그루가 땅에 묻혔습니다.
올해 첫 사과나무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나무를 매몰한 충북 충주시 산척면 과수원
불에 탄 듯 잎과 가지가 검붉게 마르다 끝내 나무를 고사시키는 과수화상병은 예방약이나 치료제가 없어, 일단 발병하면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매몰만이 유일한 방제입니다.
나무를 묻더라도, 과수원에 잠복해있을지 모를 화상병균 때문에 3년 동안 사과나 배 등 화상병 취약 작목은 다시 심거나 재배할 수 없어 과수 농가에 치명적입니다.
과수화상병 발병지는 일정 기간 발굴과 동일 작물 재배가 제한된다
■ 예년보다 한 달 빨리 확진… "궤양 등 의심증상 보여"
보통, 잎이 무성해지는 5월 중순부터 이파리가 마르는 현상이 확인돼 농가의 의심 신고가 시작되지만 올해는 확진 사례가 한 달 정도 빨리 나왔습니다. 충북, 특히 충주 지역은 지난해 피해가 집중됐던 곳이어서 방제 당국의 집중 예찰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확진 농가 세 곳의 사과나무는 공통으로 궤양 증세가 있었습니다.
궤양은 날이 풀리면서 잠복균이 본격적으로 발현하고 주변으로 번지는 주요 통로지만, 과수 농업인이 맨눈으로 구분하거나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번 확진 사례도 전문 방제관이 예찰 과정에서 궤양을 발견해 현장 간이 검사로 1차 양성 반응을 확인한 뒤, 농촌진흥청의 정밀 분석이 이뤄졌습니다.
궤양 등 의심 증상을 보인 과수화상병 확진 나무들.
충북 충주시 농업기술센터는 "예년보다 빨리 과수화상병이 확인됐지만, 대규모 유행 전에 신속하게 방제해 차단 방역 측면에선 효과적"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파리가 마르는 병증이 나타났을 땐 이미 주변으로 균이 확산해 손 쓰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선제 검사 음성 10여 일 만에 확진 사례 나와
사전 예찰을 통해 방제가 선제적으로 이뤄졌지만, 과수 농가는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피해를 겪었던 터라 잠복균이 얼마나 살아남았을지 가늠할 수 없어섭니다.
지난해 과수화상병으로 전국의 과수 농가 744곳, 국제 규격의 축구장(7,140㎡) 550개 면적의 과수원이 사라졌습니다. 피해 면적의 70%가량이 충북에 집중됐는데요.
특히 충북 충주시는 이달 초 전체 사과 재배농가 1,698곳을 대상으로 화상병 진단 검사를 해 모두 음성으로 확인된 지 10여 일 만에 확진 사례가 나와 긴장감이 높습니다. 각 농가에서 의심 나무 5그루씩 선정해 진행한 표본 검사였지만, 잠복균의 위력을 체감하긴 충분했습니다.
■ 축구장 550개 면적 과수원 사라져… 농가 비상
지난해 과수 매몰 작업이 이뤄진 현장.
방제 당국은 올해 과수화상병 유행을 막기 위해 가지치기가 시작된 지난달부터 광범위한 살균 방제에 드론까지 도입했습니다. 전기 가위 등을 통해 잠복균이 더 퍼지지 않도록, 작업 도구 소독 등 농가 방제 교육도 강화했습니다.
주요 발병 지역인 충북 충주의 일부 과수 농가에선 균 확산과 전파를 늦추는 약물 주사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대유행에 대비하고 효과적인 초기 방제를 위해, 주요 발병 지역과 사전 징후 등의 과수화상병 정보를 담은 이른바 '화상병 지도'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과수화상병은 치료제가 없어 발병하면 나무를 모두 땅에 묻는 수밖에 없다
과수화상병은 국내에선 공식적으로 2015년 처음 확인된 외래 식물 검역병이지만, 이미 그 전에 들어왔고 최근 반복되는 피해 양상을 봐선 토착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특효약이 없어 확산 방지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 올해는 사전 방제 노력으로, 최악의 피해를 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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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에 탄 듯 말라죽는 ‘과수화상병’ 또 출몰…한 달이나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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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4-29 08:02:51
- 수정2021-04-29 08:16:13
■ 불에 탄 듯 말라 죽어… '과수화상병' 또 출몰
15년 넘게 가꾼 과수원의 사과나무 330여 그루가 뿌리째 뽑혀 땅에 묻혔습니다.
한창 만개한 사과나무를 통째 갈아엎은 건 바로 옆 과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수 농가의 최대 적, 화상병이 또 나타났습니다.
사과 주산지 가운데 하나인 충북 충주에서 올해 처음으로 사과 과수화상병이 확인됐습니다. 최근 일주일 새,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과수원 3곳이 확진돼 사과나무 737그루가 땅에 묻혔습니다.
불에 탄 듯 잎과 가지가 검붉게 마르다 끝내 나무를 고사시키는 과수화상병은 예방약이나 치료제가 없어, 일단 발병하면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매몰만이 유일한 방제입니다.
나무를 묻더라도, 과수원에 잠복해있을지 모를 화상병균 때문에 3년 동안 사과나 배 등 화상병 취약 작목은 다시 심거나 재배할 수 없어 과수 농가에 치명적입니다.
■ 예년보다 한 달 빨리 확진… "궤양 등 의심증상 보여"
보통, 잎이 무성해지는 5월 중순부터 이파리가 마르는 현상이 확인돼 농가의 의심 신고가 시작되지만 올해는 확진 사례가 한 달 정도 빨리 나왔습니다. 충북, 특히 충주 지역은 지난해 피해가 집중됐던 곳이어서 방제 당국의 집중 예찰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확진 농가 세 곳의 사과나무는 공통으로 궤양 증세가 있었습니다.
궤양은 날이 풀리면서 잠복균이 본격적으로 발현하고 주변으로 번지는 주요 통로지만, 과수 농업인이 맨눈으로 구분하거나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번 확진 사례도 전문 방제관이 예찰 과정에서 궤양을 발견해 현장 간이 검사로 1차 양성 반응을 확인한 뒤, 농촌진흥청의 정밀 분석이 이뤄졌습니다.
충북 충주시 농업기술센터는 "예년보다 빨리 과수화상병이 확인됐지만, 대규모 유행 전에 신속하게 방제해 차단 방역 측면에선 효과적"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파리가 마르는 병증이 나타났을 땐 이미 주변으로 균이 확산해 손 쓰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선제 검사 음성 10여 일 만에 확진 사례 나와
사전 예찰을 통해 방제가 선제적으로 이뤄졌지만, 과수 농가는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피해를 겪었던 터라 잠복균이 얼마나 살아남았을지 가늠할 수 없어섭니다.
지난해 과수화상병으로 전국의 과수 농가 744곳, 국제 규격의 축구장(7,140㎡) 550개 면적의 과수원이 사라졌습니다. 피해 면적의 70%가량이 충북에 집중됐는데요.
특히 충북 충주시는 이달 초 전체 사과 재배농가 1,698곳을 대상으로 화상병 진단 검사를 해 모두 음성으로 확인된 지 10여 일 만에 확진 사례가 나와 긴장감이 높습니다. 각 농가에서 의심 나무 5그루씩 선정해 진행한 표본 검사였지만, 잠복균의 위력을 체감하긴 충분했습니다.
■ 축구장 550개 면적 과수원 사라져… 농가 비상
방제 당국은 올해 과수화상병 유행을 막기 위해 가지치기가 시작된 지난달부터 광범위한 살균 방제에 드론까지 도입했습니다. 전기 가위 등을 통해 잠복균이 더 퍼지지 않도록, 작업 도구 소독 등 농가 방제 교육도 강화했습니다.
주요 발병 지역인 충북 충주의 일부 과수 농가에선 균 확산과 전파를 늦추는 약물 주사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대유행에 대비하고 효과적인 초기 방제를 위해, 주요 발병 지역과 사전 징후 등의 과수화상병 정보를 담은 이른바 '화상병 지도'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과수화상병은 국내에선 공식적으로 2015년 처음 확인된 외래 식물 검역병이지만, 이미 그 전에 들어왔고 최근 반복되는 피해 양상을 봐선 토착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특효약이 없어 확산 방지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 올해는 사전 방제 노력으로, 최악의 피해를 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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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정 기자 5w1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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