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장기 몰락’ 日 반도체…‘회생’ 시동 거나?
입력 2021.04.29 (18:05)
수정 2021.04.2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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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은 과거 한 때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때가 있었지만, 1990년대부터 경쟁력을 잃고 몰락의 길을 걸어왔죠.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미·중 간 대립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오히려 회생의 기회로 삼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펴고 있다고 합니다.
도쿄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박원기 특파원! 최근 일본에서 한 전자업체의 반도체 공장 증설이 화제가 됐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자업체 '소니'가 최근 일본 남부 나가사키에 반도체 공장을 준공했는데요.
일본 내부에선 소니의 반도체 공장 신설이 14년 만에 처음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표 설명 들어보시죠.
[요시다 켄이치로/소니 사장 : "반도체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에 큰 의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세계를 향한 생산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카메라 렌즈로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일종의 특수 반도체인데요.
소니는 현재 이 제품 분야 세계 1위이긴 하지만, 과거처럼 투자를 머뭇거리면 한국 업체 등에 또 추격 당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에선 이처럼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나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연구개발시설을 짓기로 했고, 나중엔 생산공장 신설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요.
일본 정부도 보조금 지급 등으로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가지야마 경제산업상은 지난 달 "반도체 산업이 국가의 명운을 쥐고 있다. 정부 당국이 과감한 전략을 내놓겠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경산성은 해외 반도체 업체 유치와 공동 개발, 투자 촉진 정책을 다음 달(5월) 중에 내놓을 방침인데, 차세대 기술을 확보해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도 한 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시절이 있긴 한데,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대만이 앞서 나가고 있죠.
일본의 반도체 쇠퇴,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본 반도체가 세계를 석권했던 때는 대략 1980년대와 90년대입니다.
1988년 당시 일본 반도체의 매출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었고요.
매출 상위 10개 기업 순위에 무려 6개 기업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21년 뒤인 2019년 점유율은 10%에 그쳤고, 상위 10개 기업 순위에도 1개 기업만 간신히 이름을 올렸을 정도입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은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 등으로 미국의 통상 압력이 심해지고, 업계가 시장 변화를 못 따라가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뒤 2010년대 들어서 히타치, 도시바, 파나소닉 등의 반도체 사업 분야가 줄줄이 파산하거나 매각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앵커]
일본의 반도체 몰락에 미국의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최근 일본이 반도체 부활을 꿈꾸게 된 것도 미국 때문이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달 중순 미일 정상회담이 있었죠.
두 정상은 '중국 견제'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반도체 투자 개발에 손을 더 굳게 잡기로 한 겁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4월16일 미·일 정상회담 : "우리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5G 네트워크 진흥부터 반도체 같은 주요 분야의 공급망 협력 증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할 것입니다."]
이로서 일본은 미국이란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대만 등과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해 반도체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미일 양국이 서로를 잠재적 기술 경쟁자로 여기던 1980년대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일본이 변화하는 환경을 권토중래의 기회로 삼겠다는 거 같은데, 앞으로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네, 약 2년 전 일본이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로 우리의 허를 찌른 적이 있죠.
반도체 직접 생산은 한국에 여전히 뒤쳐지지만 소재와 장비 분야에선 일본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 반도체의 주요 소비처인 자동차 산업 분야에 일본은 강점이 있죠.
일본은 자국 산업에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기술 개발은 물론 앞으로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움직임을 우리 정부와 업계가 잘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이현모
일본은 과거 한 때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때가 있었지만, 1990년대부터 경쟁력을 잃고 몰락의 길을 걸어왔죠.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미·중 간 대립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오히려 회생의 기회로 삼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펴고 있다고 합니다.
도쿄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박원기 특파원! 최근 일본에서 한 전자업체의 반도체 공장 증설이 화제가 됐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자업체 '소니'가 최근 일본 남부 나가사키에 반도체 공장을 준공했는데요.
일본 내부에선 소니의 반도체 공장 신설이 14년 만에 처음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표 설명 들어보시죠.
[요시다 켄이치로/소니 사장 : "반도체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에 큰 의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세계를 향한 생산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카메라 렌즈로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일종의 특수 반도체인데요.
소니는 현재 이 제품 분야 세계 1위이긴 하지만, 과거처럼 투자를 머뭇거리면 한국 업체 등에 또 추격 당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에선 이처럼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나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연구개발시설을 짓기로 했고, 나중엔 생산공장 신설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요.
일본 정부도 보조금 지급 등으로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가지야마 경제산업상은 지난 달 "반도체 산업이 국가의 명운을 쥐고 있다. 정부 당국이 과감한 전략을 내놓겠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경산성은 해외 반도체 업체 유치와 공동 개발, 투자 촉진 정책을 다음 달(5월) 중에 내놓을 방침인데, 차세대 기술을 확보해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도 한 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시절이 있긴 한데,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대만이 앞서 나가고 있죠.
일본의 반도체 쇠퇴,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본 반도체가 세계를 석권했던 때는 대략 1980년대와 90년대입니다.
1988년 당시 일본 반도체의 매출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었고요.
매출 상위 10개 기업 순위에 무려 6개 기업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21년 뒤인 2019년 점유율은 10%에 그쳤고, 상위 10개 기업 순위에도 1개 기업만 간신히 이름을 올렸을 정도입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은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 등으로 미국의 통상 압력이 심해지고, 업계가 시장 변화를 못 따라가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뒤 2010년대 들어서 히타치, 도시바, 파나소닉 등의 반도체 사업 분야가 줄줄이 파산하거나 매각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앵커]
일본의 반도체 몰락에 미국의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최근 일본이 반도체 부활을 꿈꾸게 된 것도 미국 때문이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달 중순 미일 정상회담이 있었죠.
두 정상은 '중국 견제'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반도체 투자 개발에 손을 더 굳게 잡기로 한 겁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4월16일 미·일 정상회담 : "우리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5G 네트워크 진흥부터 반도체 같은 주요 분야의 공급망 협력 증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할 것입니다."]
이로서 일본은 미국이란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대만 등과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해 반도체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미일 양국이 서로를 잠재적 기술 경쟁자로 여기던 1980년대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일본이 변화하는 환경을 권토중래의 기회로 삼겠다는 거 같은데, 앞으로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네, 약 2년 전 일본이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로 우리의 허를 찌른 적이 있죠.
반도체 직접 생산은 한국에 여전히 뒤쳐지지만 소재와 장비 분야에선 일본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 반도체의 주요 소비처인 자동차 산업 분야에 일본은 강점이 있죠.
일본은 자국 산업에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기술 개발은 물론 앞으로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움직임을 우리 정부와 업계가 잘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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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4-29 18:05:05
- 수정2021-04-29 18:32:59
[앵커]
일본은 과거 한 때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때가 있었지만, 1990년대부터 경쟁력을 잃고 몰락의 길을 걸어왔죠.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미·중 간 대립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오히려 회생의 기회로 삼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펴고 있다고 합니다.
도쿄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박원기 특파원! 최근 일본에서 한 전자업체의 반도체 공장 증설이 화제가 됐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자업체 '소니'가 최근 일본 남부 나가사키에 반도체 공장을 준공했는데요.
일본 내부에선 소니의 반도체 공장 신설이 14년 만에 처음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표 설명 들어보시죠.
[요시다 켄이치로/소니 사장 : "반도체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에 큰 의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세계를 향한 생산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카메라 렌즈로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일종의 특수 반도체인데요.
소니는 현재 이 제품 분야 세계 1위이긴 하지만, 과거처럼 투자를 머뭇거리면 한국 업체 등에 또 추격 당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에선 이처럼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나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연구개발시설을 짓기로 했고, 나중엔 생산공장 신설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요.
일본 정부도 보조금 지급 등으로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가지야마 경제산업상은 지난 달 "반도체 산업이 국가의 명운을 쥐고 있다. 정부 당국이 과감한 전략을 내놓겠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경산성은 해외 반도체 업체 유치와 공동 개발, 투자 촉진 정책을 다음 달(5월) 중에 내놓을 방침인데, 차세대 기술을 확보해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도 한 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시절이 있긴 한데,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대만이 앞서 나가고 있죠.
일본의 반도체 쇠퇴,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본 반도체가 세계를 석권했던 때는 대략 1980년대와 90년대입니다.
1988년 당시 일본 반도체의 매출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었고요.
매출 상위 10개 기업 순위에 무려 6개 기업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21년 뒤인 2019년 점유율은 10%에 그쳤고, 상위 10개 기업 순위에도 1개 기업만 간신히 이름을 올렸을 정도입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은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 등으로 미국의 통상 압력이 심해지고, 업계가 시장 변화를 못 따라가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뒤 2010년대 들어서 히타치, 도시바, 파나소닉 등의 반도체 사업 분야가 줄줄이 파산하거나 매각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앵커]
일본의 반도체 몰락에 미국의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최근 일본이 반도체 부활을 꿈꾸게 된 것도 미국 때문이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달 중순 미일 정상회담이 있었죠.
두 정상은 '중국 견제'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반도체 투자 개발에 손을 더 굳게 잡기로 한 겁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4월16일 미·일 정상회담 : "우리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5G 네트워크 진흥부터 반도체 같은 주요 분야의 공급망 협력 증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할 것입니다."]
이로서 일본은 미국이란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대만 등과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해 반도체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미일 양국이 서로를 잠재적 기술 경쟁자로 여기던 1980년대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일본이 변화하는 환경을 권토중래의 기회로 삼겠다는 거 같은데, 앞으로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네, 약 2년 전 일본이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로 우리의 허를 찌른 적이 있죠.
반도체 직접 생산은 한국에 여전히 뒤쳐지지만 소재와 장비 분야에선 일본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 반도체의 주요 소비처인 자동차 산업 분야에 일본은 강점이 있죠.
일본은 자국 산업에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기술 개발은 물론 앞으로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움직임을 우리 정부와 업계가 잘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이현모
일본은 과거 한 때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때가 있었지만, 1990년대부터 경쟁력을 잃고 몰락의 길을 걸어왔죠.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미·중 간 대립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오히려 회생의 기회로 삼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펴고 있다고 합니다.
도쿄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박원기 특파원! 최근 일본에서 한 전자업체의 반도체 공장 증설이 화제가 됐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자업체 '소니'가 최근 일본 남부 나가사키에 반도체 공장을 준공했는데요.
일본 내부에선 소니의 반도체 공장 신설이 14년 만에 처음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표 설명 들어보시죠.
[요시다 켄이치로/소니 사장 : "반도체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에 큰 의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세계를 향한 생산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카메라 렌즈로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일종의 특수 반도체인데요.
소니는 현재 이 제품 분야 세계 1위이긴 하지만, 과거처럼 투자를 머뭇거리면 한국 업체 등에 또 추격 당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에선 이처럼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나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연구개발시설을 짓기로 했고, 나중엔 생산공장 신설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요.
일본 정부도 보조금 지급 등으로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가지야마 경제산업상은 지난 달 "반도체 산업이 국가의 명운을 쥐고 있다. 정부 당국이 과감한 전략을 내놓겠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경산성은 해외 반도체 업체 유치와 공동 개발, 투자 촉진 정책을 다음 달(5월) 중에 내놓을 방침인데, 차세대 기술을 확보해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도 한 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시절이 있긴 한데,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대만이 앞서 나가고 있죠.
일본의 반도체 쇠퇴,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본 반도체가 세계를 석권했던 때는 대략 1980년대와 90년대입니다.
1988년 당시 일본 반도체의 매출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었고요.
매출 상위 10개 기업 순위에 무려 6개 기업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21년 뒤인 2019년 점유율은 10%에 그쳤고, 상위 10개 기업 순위에도 1개 기업만 간신히 이름을 올렸을 정도입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은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 등으로 미국의 통상 압력이 심해지고, 업계가 시장 변화를 못 따라가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뒤 2010년대 들어서 히타치, 도시바, 파나소닉 등의 반도체 사업 분야가 줄줄이 파산하거나 매각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앵커]
일본의 반도체 몰락에 미국의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최근 일본이 반도체 부활을 꿈꾸게 된 것도 미국 때문이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달 중순 미일 정상회담이 있었죠.
두 정상은 '중국 견제'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반도체 투자 개발에 손을 더 굳게 잡기로 한 겁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4월16일 미·일 정상회담 : "우리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5G 네트워크 진흥부터 반도체 같은 주요 분야의 공급망 협력 증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할 것입니다."]
이로서 일본은 미국이란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대만 등과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해 반도체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미일 양국이 서로를 잠재적 기술 경쟁자로 여기던 1980년대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일본이 변화하는 환경을 권토중래의 기회로 삼겠다는 거 같은데, 앞으로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네, 약 2년 전 일본이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로 우리의 허를 찌른 적이 있죠.
반도체 직접 생산은 한국에 여전히 뒤쳐지지만 소재와 장비 분야에선 일본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 반도체의 주요 소비처인 자동차 산업 분야에 일본은 강점이 있죠.
일본은 자국 산업에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기술 개발은 물론 앞으로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움직임을 우리 정부와 업계가 잘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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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기 기자 rememb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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