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주목받는 ‘부양의무제’ 폐지

입력 2021.04.30 (07:44) 수정 2021.04.3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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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해설위원

지난 연말 서울 방배동 한 빌라에서 60대 노모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함께 살던 30대 지적 장애 아들은, 지병에 시달리다 숨진 노모의 죽음을 반년이 지나도록 세상에 알리지 못했고, 노숙자로 내몰렸습니다. 오래전 이혼해 분가한 전 남편이나 딸과 연락이 끊겼지만 '서류상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 등을 받지 못했던 이른바 '방배동 모자 사건'입니다.

서울시가 내일부터 기초생활 보장제도 부양 의무제를 전면폐지합니다. 전국 최촙니다. 소득과 재산 기준만 충족하면 자녀 등 부양가족이 있어도 기초생활보장 수급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론 부양받지 못하지만, 서류상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 혜택을 받지 못했던 서울시민 2,300여 명이 추가 지원을 받게 됩니다. 우리사회 대표적 복지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는 그동안 사각지대가 많았습니다. 주된 걸림돌은 부양 의무제였습니다. 시민사회 비판이 계속되자 교육급여는 2015년에, 주거급여는 2018년에 부양 의무자 기준이 폐지됐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제 폐지는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생계급여는 내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급여에 대해선 일정조차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가족이 해체된다’는 등 여러 반론도 있지만 부양의무제는 당초 대가족 사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돕니다. 1~2인 가구가 대세인 요즘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부조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도 근대 복지제도의 근본이념과 맞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해 200조 원 가까이 복지예산을 쓰는 사회복지 국가입니다. 아동수당,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 보편적 복지는 빠르게 확충됐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는 아직도 구멍이 많습니다. 코로나 위기로 재정부담이 가중됐지만, '포용적 복지'는 선진사회로 가는 필수요솝니다. 코로나 위기로 모두가 힘들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사람들은 취약 계층입니다. 가난 때문에 죽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부양의무제 #방배동모자 #생계급여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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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주목받는 ‘부양의무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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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4-30 07: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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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해설위원

지난 연말 서울 방배동 한 빌라에서 60대 노모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함께 살던 30대 지적 장애 아들은, 지병에 시달리다 숨진 노모의 죽음을 반년이 지나도록 세상에 알리지 못했고, 노숙자로 내몰렸습니다. 오래전 이혼해 분가한 전 남편이나 딸과 연락이 끊겼지만 '서류상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 등을 받지 못했던 이른바 '방배동 모자 사건'입니다.

서울시가 내일부터 기초생활 보장제도 부양 의무제를 전면폐지합니다. 전국 최촙니다. 소득과 재산 기준만 충족하면 자녀 등 부양가족이 있어도 기초생활보장 수급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론 부양받지 못하지만, 서류상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 혜택을 받지 못했던 서울시민 2,300여 명이 추가 지원을 받게 됩니다. 우리사회 대표적 복지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는 그동안 사각지대가 많았습니다. 주된 걸림돌은 부양 의무제였습니다. 시민사회 비판이 계속되자 교육급여는 2015년에, 주거급여는 2018년에 부양 의무자 기준이 폐지됐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제 폐지는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생계급여는 내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급여에 대해선 일정조차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가족이 해체된다’는 등 여러 반론도 있지만 부양의무제는 당초 대가족 사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돕니다. 1~2인 가구가 대세인 요즘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부조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도 근대 복지제도의 근본이념과 맞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해 200조 원 가까이 복지예산을 쓰는 사회복지 국가입니다. 아동수당,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 보편적 복지는 빠르게 확충됐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는 아직도 구멍이 많습니다. 코로나 위기로 재정부담이 가중됐지만, '포용적 복지'는 선진사회로 가는 필수요솝니다. 코로나 위기로 모두가 힘들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사람들은 취약 계층입니다. 가난 때문에 죽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부양의무제 #방배동모자 #생계급여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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