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전역이 들썩…‘인민 오디션’ 한계는?

입력 2021.05.01 (08:15) 수정 2021.05.0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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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반인부터 무명 가수들까지.

노래 경연을 펼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이 북한에서도 인기라고 하죠?

그렇습니다.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이라는 이름의 이른바 '인민 오디션' 프로그램인데요.

1986년에 시작해서 벌써 3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을 계기로 각 도 단위의 군중예술경연을 열었는데요.

북한 노래 경연은 어떤 한계를 갖고 있는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조선중앙TV/2019년 6월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인민 누구나 즐겨 기다리는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 경연입니다."]

2019년 6월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된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 부인부 결승전.

북한 전역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종 6명이 결선에 올랐다.

["(우리 독창 경연 첫 무대에 나섰는데 어떻습니까?) 좀 떨립니다."]

긴장된다는 답변과 달리 예사롭지 않은 기량을 선보인 첫 번째 참가자.

[북한 노래 '꽃잎' : "진달래 붉게 피는 맑은 호숫가~"]

또 다른 참가자는 노래에 맞는 소품을 준비해 눈길을 사로잡는가 하면,

[북한 노래 '꽃 파는 처녀' : "향기롭고 빛깔 고운 아름다운 빨간 꽃~"]

가산점이 있는 개인악기까지 들고나와 연주를 펼쳤다.

참가자 중 나이가 가장 많다는 이 여성은 재치 입는 입담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제가 알고 있기에는 이번에 노래 경연 참가자들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으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렴 뭐 젊은 동무들처럼...)"]

["아닙니다. 아직 10년은 더 이 무대에 서도 일없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민요를 선곡해 차별성을 둔 참가자까지.

[노래 '뽕 따러 가세' : "뽕 따러 가세~ 뽕 따러 가세~ 뒷동산에 뽕잎은 올해도 보기 좋구나~"]

치열한 경쟁 끝에 결과는 공동 수상으로 돌아갔다.

["1등입니다. 평양시 동대문 구역 삼마 2동 장춘실 동무!"]

["역시 1등입니다. 평양시 사동 구역 송신 3동 전경희 동무!"]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은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에는 아예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달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을 계기로 군중예술경연이 열렸다.

[北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을 환희로운 경축의 무대로 장식할 군중예술경연이 성황리에 진행됐습니다."]

공연 실황이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전역에서 각 도 단위의 군중예술경연이 진행됐다.

코로나19 초특급 방역 상황 속에서 북한이 군중예술경연을 개최한 건 8차 당대회 이후 체제 결속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북한에서 최고의 화두는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의 성공에 있는데요. 이러한 맥락에서 태양절맞이 군중예술경연을 진행해 전 주민에게 사상적 각성을 추동할 목적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음악 경연은 주민들이 음악정치의 보급과 전파 과정에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서 체제 선전과 주민 결속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상당히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정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예술분야의 정치적 선전선동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

노래 경연도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도 그중 하나다.

1986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시로 열린 최초의 TV 노래경연.

처음부터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재열/제1차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 심사위원 : "그때 우리 심사위원들이 회관 주변이 너무 복잡해서 나와 보니까 회관 문을 다 닫았는데 (신청자들이) 막 잡아당기고 밀고 해서. 서로 자기가 참가하겠다고. 다 깨질 뻔했습니다. 아마 한 천 명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 이렇게 노래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하고 놀랐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자신만의 개성과 장기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곡들이 선곡됐고,

[한영빈/제2차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 우승자 : "나는 군대에서 호른을 불었습니다. 호른을 불다 보니까 호흡이 남과 다르다 보니까 남들은 '뽕 따러 가세' 숨 쉬고, '뽕 따러' 이건데, 나는 '뽕 따러 가세~~' 여기까지 한 호흡에 쫙 밀었단 말입니다."]

남녘의 가족을 그리워하는 곡들도 여과 없이 선보였다.

["낙동강 기슭에 고향은 없어도~ 꿈엔들 잊으랴 남녘의 형제~"]

그러나 경연의 주목적은 사상성 강조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회는 지정곡과 자유곡 총 2개의 노래를 부르도록 했는데, 지정곡의 경우는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정치 구호나 사상이 담겼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첫째도 둘째도 선전이에요. 우리는 그래서 다 찬양가를 우선으로 하고. 예를 들어 김일성의 초기 혁명 활동부터 시작해서 사회주의 완성도까지 그 모든 게 함축되게끔 하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의 역대 노래경연에는 당시의 정치적 구호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 경연'/2017년 : "강원도 정신의 창조자들이 아닙니까. 뭐니 뭐니 해도 이 경연 무대에선 대담해야 합니다! (그럼 강원도 정신으로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북한 노래 '해안 포병의 노래' : "쏘라, 쏘아라. 영광에 찬 우리들의 포야! 쏘라, 쏘아라. 바로 쏘아라! 조선 인민의 길이 빛날 자유 위해 온 세계 인민들은 한데 뭉쳤다!"]

경연 관람객들도 사상성을 강조하는 북한당국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 관람객/2017년 : "마지막에 어느 단체가 아주 정말 실감 있고 씩씩하게 용감하게 쏘라! 쏘라! 용감합니다. 정말 미국 놈들 쳐부순 심정으로 감명 깊게 정말 잘 들었습니다."]

노래 경연을 통해 주민들에게 최고지도자를 찬양하고 체제를 결속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음악은 다른 예술 장르보다 투입 대비 효과가 크고 기동성 있게 대중과 만날 수 있고 호흡할 수 있는 예술 장르입니다. 북한은 노래 경연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서 인민이 자발적으로 노래를 학습하고, 참여하고, 전파하는 그런 효과를 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북한 군중예술경연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경연에서 두각을 드러내면 예술 선전대로 선발되는데, 일반 주민에게는 전문 예술인 못지않은 혜택이라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건설 현장도 북한에 얼마나 많습니까. 건설 현장에도 가서 그렇게 해주니까 남들이 땀 흘리며 일할 때 '내가 깨끗하게 양복 정장을 입고 나가서 이만하면 괜찮네' 그걸로 보상을 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군중예술경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 시기가 있었다.

["평양~ 노래자랑!"]

2003년 평양 모란봉 공원에서 열렸던 KBS 평양 노래자랑이다.

[송해/KBS '전국 노래자랑' 진행자 : "어떻습니까, 남남북녀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전성희/북측 진행자 : "안됐습니다, 선생님. 버릇없이 선생님보다 조금 더 커서."]

남과 북에서 동시에 방영된 정규 프로그램인 만큼 정치적, 사상적 색깔을 배제한 대중 친화적인 노래가 등장했다.

[노래 '반달' :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북한 노래 '준마 처녀' : "랄라 랄라라~ 날보고 준마 처녀래요~"]

실향민이기도 한 진행자의 재치 있는 입담은 북한 주민들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로 이어졌다.

[송해/KBS '전국 노래자랑' 진행자 : "안녕하세요. 정말로 반갑습니다."]

[리춘봉/평양 시민 : "선생님도 나이가 많은 거 같은데 금년도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마흔여섯인데 뭘 또 물어보십니까. 아이고, 형님 인사 받으십시오."]

KBS 평양 노래자랑은 당시 북한 주민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북한에는 모든 게 다 계획되고 내가 뭐 물어보면 너는 뭐라고 대답해 이렇게 조직적으로 짜여져 있는데, 그분은 와서 뜻밖의 질문을 막 하고 너무 웃겨서 저건 희극도 아니고, MC를 하는데 저렇게도 자연스럽게 웃길까. 그래서 한국에 와서 전국 노래자랑이라고 보면 계속 웃기고 북한에서 듣던 거를 아직도 떠올려요, 그분만 나오면. 그 생각이 딱 떠오르는 겁니다."]

게다가 한국 가수들의 방북 공연으로 새로운 장르의 노래들을 경험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음악적 취향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김연자 선생님이 와서 무대가 너무 좁아서 막 활약을 하지 못하고 관중석에까지 내려가서 마이크를 들고서 노래를 부를 때 너무 멋있고 황홀경에 빠진 거예요. 그때 우리 사람들이 진짜 '와 저게 자유구나' 한 번의 무대를 통해서 안 겁니다."]

북한의 군중예술경연은 체제 결속과 최고지도자 충성심 강화라는 한계를 갖고 있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남과 북이 노래를 통해 함께 호흡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통합의 경연장이 다시 한번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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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전역이 들썩…‘인민 오디션’ 한계는?
    • 입력 2021-05-01 08:15:24
    • 수정2021-05-01 08:51:03
    남북의 창
[앵커]

일반인부터 무명 가수들까지.

노래 경연을 펼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이 북한에서도 인기라고 하죠?

그렇습니다.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이라는 이름의 이른바 '인민 오디션' 프로그램인데요.

1986년에 시작해서 벌써 3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을 계기로 각 도 단위의 군중예술경연을 열었는데요.

북한 노래 경연은 어떤 한계를 갖고 있는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조선중앙TV/2019년 6월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인민 누구나 즐겨 기다리는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 경연입니다."]

2019년 6월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된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 부인부 결승전.

북한 전역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종 6명이 결선에 올랐다.

["(우리 독창 경연 첫 무대에 나섰는데 어떻습니까?) 좀 떨립니다."]

긴장된다는 답변과 달리 예사롭지 않은 기량을 선보인 첫 번째 참가자.

[북한 노래 '꽃잎' : "진달래 붉게 피는 맑은 호숫가~"]

또 다른 참가자는 노래에 맞는 소품을 준비해 눈길을 사로잡는가 하면,

[북한 노래 '꽃 파는 처녀' : "향기롭고 빛깔 고운 아름다운 빨간 꽃~"]

가산점이 있는 개인악기까지 들고나와 연주를 펼쳤다.

참가자 중 나이가 가장 많다는 이 여성은 재치 입는 입담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제가 알고 있기에는 이번에 노래 경연 참가자들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으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렴 뭐 젊은 동무들처럼...)"]

["아닙니다. 아직 10년은 더 이 무대에 서도 일없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민요를 선곡해 차별성을 둔 참가자까지.

[노래 '뽕 따러 가세' : "뽕 따러 가세~ 뽕 따러 가세~ 뒷동산에 뽕잎은 올해도 보기 좋구나~"]

치열한 경쟁 끝에 결과는 공동 수상으로 돌아갔다.

["1등입니다. 평양시 동대문 구역 삼마 2동 장춘실 동무!"]

["역시 1등입니다. 평양시 사동 구역 송신 3동 전경희 동무!"]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은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에는 아예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달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을 계기로 군중예술경연이 열렸다.

[北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을 환희로운 경축의 무대로 장식할 군중예술경연이 성황리에 진행됐습니다."]

공연 실황이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전역에서 각 도 단위의 군중예술경연이 진행됐다.

코로나19 초특급 방역 상황 속에서 북한이 군중예술경연을 개최한 건 8차 당대회 이후 체제 결속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북한에서 최고의 화두는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의 성공에 있는데요. 이러한 맥락에서 태양절맞이 군중예술경연을 진행해 전 주민에게 사상적 각성을 추동할 목적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음악 경연은 주민들이 음악정치의 보급과 전파 과정에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서 체제 선전과 주민 결속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상당히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정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예술분야의 정치적 선전선동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

노래 경연도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도 그중 하나다.

1986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시로 열린 최초의 TV 노래경연.

처음부터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재열/제1차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 심사위원 : "그때 우리 심사위원들이 회관 주변이 너무 복잡해서 나와 보니까 회관 문을 다 닫았는데 (신청자들이) 막 잡아당기고 밀고 해서. 서로 자기가 참가하겠다고. 다 깨질 뻔했습니다. 아마 한 천 명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 이렇게 노래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하고 놀랐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자신만의 개성과 장기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곡들이 선곡됐고,

[한영빈/제2차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 우승자 : "나는 군대에서 호른을 불었습니다. 호른을 불다 보니까 호흡이 남과 다르다 보니까 남들은 '뽕 따러 가세' 숨 쉬고, '뽕 따러' 이건데, 나는 '뽕 따러 가세~~' 여기까지 한 호흡에 쫙 밀었단 말입니다."]

남녘의 가족을 그리워하는 곡들도 여과 없이 선보였다.

["낙동강 기슭에 고향은 없어도~ 꿈엔들 잊으랴 남녘의 형제~"]

그러나 경연의 주목적은 사상성 강조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회는 지정곡과 자유곡 총 2개의 노래를 부르도록 했는데, 지정곡의 경우는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정치 구호나 사상이 담겼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첫째도 둘째도 선전이에요. 우리는 그래서 다 찬양가를 우선으로 하고. 예를 들어 김일성의 초기 혁명 활동부터 시작해서 사회주의 완성도까지 그 모든 게 함축되게끔 하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의 역대 노래경연에는 당시의 정치적 구호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 경연'/2017년 : "강원도 정신의 창조자들이 아닙니까. 뭐니 뭐니 해도 이 경연 무대에선 대담해야 합니다! (그럼 강원도 정신으로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북한 노래 '해안 포병의 노래' : "쏘라, 쏘아라. 영광에 찬 우리들의 포야! 쏘라, 쏘아라. 바로 쏘아라! 조선 인민의 길이 빛날 자유 위해 온 세계 인민들은 한데 뭉쳤다!"]

경연 관람객들도 사상성을 강조하는 북한당국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 관람객/2017년 : "마지막에 어느 단체가 아주 정말 실감 있고 씩씩하게 용감하게 쏘라! 쏘라! 용감합니다. 정말 미국 놈들 쳐부순 심정으로 감명 깊게 정말 잘 들었습니다."]

노래 경연을 통해 주민들에게 최고지도자를 찬양하고 체제를 결속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음악은 다른 예술 장르보다 투입 대비 효과가 크고 기동성 있게 대중과 만날 수 있고 호흡할 수 있는 예술 장르입니다. 북한은 노래 경연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서 인민이 자발적으로 노래를 학습하고, 참여하고, 전파하는 그런 효과를 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북한 군중예술경연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경연에서 두각을 드러내면 예술 선전대로 선발되는데, 일반 주민에게는 전문 예술인 못지않은 혜택이라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건설 현장도 북한에 얼마나 많습니까. 건설 현장에도 가서 그렇게 해주니까 남들이 땀 흘리며 일할 때 '내가 깨끗하게 양복 정장을 입고 나가서 이만하면 괜찮네' 그걸로 보상을 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군중예술경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 시기가 있었다.

["평양~ 노래자랑!"]

2003년 평양 모란봉 공원에서 열렸던 KBS 평양 노래자랑이다.

[송해/KBS '전국 노래자랑' 진행자 : "어떻습니까, 남남북녀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전성희/북측 진행자 : "안됐습니다, 선생님. 버릇없이 선생님보다 조금 더 커서."]

남과 북에서 동시에 방영된 정규 프로그램인 만큼 정치적, 사상적 색깔을 배제한 대중 친화적인 노래가 등장했다.

[노래 '반달' :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북한 노래 '준마 처녀' : "랄라 랄라라~ 날보고 준마 처녀래요~"]

실향민이기도 한 진행자의 재치 있는 입담은 북한 주민들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로 이어졌다.

[송해/KBS '전국 노래자랑' 진행자 : "안녕하세요. 정말로 반갑습니다."]

[리춘봉/평양 시민 : "선생님도 나이가 많은 거 같은데 금년도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마흔여섯인데 뭘 또 물어보십니까. 아이고, 형님 인사 받으십시오."]

KBS 평양 노래자랑은 당시 북한 주민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북한에는 모든 게 다 계획되고 내가 뭐 물어보면 너는 뭐라고 대답해 이렇게 조직적으로 짜여져 있는데, 그분은 와서 뜻밖의 질문을 막 하고 너무 웃겨서 저건 희극도 아니고, MC를 하는데 저렇게도 자연스럽게 웃길까. 그래서 한국에 와서 전국 노래자랑이라고 보면 계속 웃기고 북한에서 듣던 거를 아직도 떠올려요, 그분만 나오면. 그 생각이 딱 떠오르는 겁니다."]

게다가 한국 가수들의 방북 공연으로 새로운 장르의 노래들을 경험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음악적 취향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김연자 선생님이 와서 무대가 너무 좁아서 막 활약을 하지 못하고 관중석에까지 내려가서 마이크를 들고서 노래를 부를 때 너무 멋있고 황홀경에 빠진 거예요. 그때 우리 사람들이 진짜 '와 저게 자유구나' 한 번의 무대를 통해서 안 겁니다."]

북한의 군중예술경연은 체제 결속과 최고지도자 충성심 강화라는 한계를 갖고 있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남과 북이 노래를 통해 함께 호흡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통합의 경연장이 다시 한번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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