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코로나19 펜데믹 속 기로에 선 동물원

입력 2021.05.04 (19:37) 수정 2021.05.0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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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린이날 가장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는 단연 동물원이었는데요.

코로나19로 동물원 나들이마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찾는 이들이 줄면서 동물원에 사는 일부 동물들의 복지는 더 열악해지고 있는데요.

동물 복지를 넘어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현장, 경남 업그레이드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국 출신의 동물학자이자 세계적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

40년 넘게 침팬지와 생활하며, 인간이 아닌 동물도 도구를 쓴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인류의 위기에 대해 구달 박사는 말합니다.

["우리는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해 왔습니다. 동물들이 서로 붐비고, 일부는 강제로 이동해 인간들과 더 많이 접촉하게 되죠. 이 팬데믹이 그렇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민간업자가 운영하는 경남의 한 동물원입니다.

야생동물들이 실내 전시장에서 사육되고 있습니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 위해 투명한 유리벽 한 개를 사이에 두고, 종일 관람객들에게 노출됩니다.

야생에서 무리 지어 생활하는 줄무늬몽구스, 누적된 스트레스로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는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동물원에는 500여 마리의 동물들이 서식하지만 사육사는 단 3명, 수의사는 촉탁직 한 명에 불과합니다.

[박광진/동물원 관람객 : "야생에서 뛰어놀던 애들이 폭도 얼마 안 되는 그런 데에 실내에 바람도 안 불고 햇볕도 안 드는 그런 데에 있는 거 보면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방역도 취약합니다.

전시장 입구에는 손 소독제조차 찾아보기 힘듭니다.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한 발판용 소독제는 완전히 말라 있습니다.

공기 순환에 필요한 환기구에는 시꺼먼 먼지가 덩어리째 가득 쌓여 있습니다.

대부분 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작은 구멍을 통해 직접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기도 합니다.

구멍 밖으로 코를 찌르는 악취가 새어 나옵니다.

[김준/동물원 대표 : "코로나로 엄청 어렵다 보니까 직원들이 다 퇴사를 했습니다. 동물들만 관리를 하는 수준으로 전락해 있기 때문에, 방역 수준이 정부 지침에서 내려온 대로 100% 이행을 못 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최근 코로나19로 동물원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서식 환경은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인적 끊긴 대구의 한 테마파크 안 동물원,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악화되자 지난해 11월 완전히 문을 닫았습니다.

35종, 80여 개체가 서식하던 동물원에는 낙타 한 마리와 토끼들만 남겨졌습니다.

지난 2월 한 동물보호단체가 시민으로부터 받은 제보 영상입니다.

남겨진 동물들이 전기와 수도가 끊긴 사육장에서, 배설물에 뒤덮여 살고 있었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그때가 2월 말 정도였거든요. 애들이 거의 물이 없어서 목이 말라서 입에 하얀 거품 비슷하게 묻어 있고, 물통을 머리로 박고 있었어요. 쿵쿵쿵. 제가 그 소리를 듣고 애들을 발견했거든요."]

관련 법상 동물원을 폐업할 경우 보유 생물의 관리 계획을 시·도지사에게 신고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신고조차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신고된다고 하더라도 보유 생물 관리 계획에 대한 구체적 지침은 없습니다.

[강은미/국회의원/지난해 10월 국정감사 : "(폐업한 일부 업체들은)보유하고 있던 국제적 멸종 위기종의 양도양수 및 폐사 신고를 하지 않아서 동물 행방이 추적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동물 관리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20세기 이후 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60% 이상이 동물에서, 이 가운데 72%가 야생동물에서 유래했습니다.

[서문홍/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사 : "실내이다 보니까 포유동물들 같은 경우는 털이 날린다던지 아니면 배설물, 똥, 오줌 같이 그런 것들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질병에 감염될 염려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환경부는 지난 2019년에야 대대적인 동물원 실태 조사에 나섰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지난해 말 개선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현행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꿔 동물 종별 사육기준 규정하고, 사육 환경의 적정성을 전문적으로 평가한다는 겁니다.

안전을 고려해 먹이주기와 만지기 등 체험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사육사와 수의사 등 관리 인력을 늘리는 방안 등이 포함됩니다.

[심인섭/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 :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개체별로 사육장의 크기, 방사장의 규모 이런 걸 정확히 정하고 인력 기준도 정확하게 정해서 적절하게 관리를 받을 수 있고, 만약 그게 안 된다면 바로 실질적으로 폐쇄라던지 허가 취소까지 이뤄질 수 있는 그런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최소한의 인력과 시설 기준도 없이 우후죽순 들어선 동물원은 전국 110여 곳, 학대받지 않는 서식환경과 최소한의 동물 복지를 보장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경남 업그레이드 윤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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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4 19:37:41
    • 수정2021-05-05 15:58:33
    뉴스7(창원)
[앵커]

어린이날 가장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는 단연 동물원이었는데요.

코로나19로 동물원 나들이마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찾는 이들이 줄면서 동물원에 사는 일부 동물들의 복지는 더 열악해지고 있는데요.

동물 복지를 넘어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현장, 경남 업그레이드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국 출신의 동물학자이자 세계적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

40년 넘게 침팬지와 생활하며, 인간이 아닌 동물도 도구를 쓴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인류의 위기에 대해 구달 박사는 말합니다.

["우리는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해 왔습니다. 동물들이 서로 붐비고, 일부는 강제로 이동해 인간들과 더 많이 접촉하게 되죠. 이 팬데믹이 그렇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민간업자가 운영하는 경남의 한 동물원입니다.

야생동물들이 실내 전시장에서 사육되고 있습니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 위해 투명한 유리벽 한 개를 사이에 두고, 종일 관람객들에게 노출됩니다.

야생에서 무리 지어 생활하는 줄무늬몽구스, 누적된 스트레스로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는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동물원에는 500여 마리의 동물들이 서식하지만 사육사는 단 3명, 수의사는 촉탁직 한 명에 불과합니다.

[박광진/동물원 관람객 : "야생에서 뛰어놀던 애들이 폭도 얼마 안 되는 그런 데에 실내에 바람도 안 불고 햇볕도 안 드는 그런 데에 있는 거 보면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방역도 취약합니다.

전시장 입구에는 손 소독제조차 찾아보기 힘듭니다.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한 발판용 소독제는 완전히 말라 있습니다.

공기 순환에 필요한 환기구에는 시꺼먼 먼지가 덩어리째 가득 쌓여 있습니다.

대부분 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작은 구멍을 통해 직접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기도 합니다.

구멍 밖으로 코를 찌르는 악취가 새어 나옵니다.

[김준/동물원 대표 : "코로나로 엄청 어렵다 보니까 직원들이 다 퇴사를 했습니다. 동물들만 관리를 하는 수준으로 전락해 있기 때문에, 방역 수준이 정부 지침에서 내려온 대로 100% 이행을 못 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최근 코로나19로 동물원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서식 환경은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인적 끊긴 대구의 한 테마파크 안 동물원,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악화되자 지난해 11월 완전히 문을 닫았습니다.

35종, 80여 개체가 서식하던 동물원에는 낙타 한 마리와 토끼들만 남겨졌습니다.

지난 2월 한 동물보호단체가 시민으로부터 받은 제보 영상입니다.

남겨진 동물들이 전기와 수도가 끊긴 사육장에서, 배설물에 뒤덮여 살고 있었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그때가 2월 말 정도였거든요. 애들이 거의 물이 없어서 목이 말라서 입에 하얀 거품 비슷하게 묻어 있고, 물통을 머리로 박고 있었어요. 쿵쿵쿵. 제가 그 소리를 듣고 애들을 발견했거든요."]

관련 법상 동물원을 폐업할 경우 보유 생물의 관리 계획을 시·도지사에게 신고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신고조차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신고된다고 하더라도 보유 생물 관리 계획에 대한 구체적 지침은 없습니다.

[강은미/국회의원/지난해 10월 국정감사 : "(폐업한 일부 업체들은)보유하고 있던 국제적 멸종 위기종의 양도양수 및 폐사 신고를 하지 않아서 동물 행방이 추적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동물 관리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20세기 이후 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60% 이상이 동물에서, 이 가운데 72%가 야생동물에서 유래했습니다.

[서문홍/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사 : "실내이다 보니까 포유동물들 같은 경우는 털이 날린다던지 아니면 배설물, 똥, 오줌 같이 그런 것들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질병에 감염될 염려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환경부는 지난 2019년에야 대대적인 동물원 실태 조사에 나섰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지난해 말 개선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현행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꿔 동물 종별 사육기준 규정하고, 사육 환경의 적정성을 전문적으로 평가한다는 겁니다.

안전을 고려해 먹이주기와 만지기 등 체험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사육사와 수의사 등 관리 인력을 늘리는 방안 등이 포함됩니다.

[심인섭/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 :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개체별로 사육장의 크기, 방사장의 규모 이런 걸 정확히 정하고 인력 기준도 정확하게 정해서 적절하게 관리를 받을 수 있고, 만약 그게 안 된다면 바로 실질적으로 폐쇄라던지 허가 취소까지 이뤄질 수 있는 그런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최소한의 인력과 시설 기준도 없이 우후죽순 들어선 동물원은 전국 110여 곳, 학대받지 않는 서식환경과 최소한의 동물 복지를 보장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경남 업그레이드 윤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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