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가짜 휴직으로 ‘코로나 지원금’…지입버스 관리 사각

입력 2021.05.04 (21:46) 수정 2021.05.0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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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KBS는 어제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입 전세버스 운전사들이 처한 척박한 현실에 대해 전해드렸죠.

정부도 아예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닙니다.

운전사들을 해고하지 말고 휴직 상태로라도 계속 고용하면 급여는 정부에서 지급하겠다며, 지난해 전국 7백여 개 전세버스 업체에 370억여 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줬는데요.

전세버스 업체 상당수가 이른바 '가짜 휴직'으로 고용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오늘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불법 지입제도 속에 벌어진 버스 업체의 부정수급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광주의 한 전세버스 업체가 노동청에 낸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섭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한데, 운전사를 해고하는 대신 휴직을 시키고 지원금을 받아 급여를 주겠다는 겁니다.

운전사 10여 명의 8개월분 휴직급여 명목으로 업체가 받은 고용지원금은 4천여만 원.

하지만 광주노동청 조사 결과 업체는 휴직이 신청된 운전사들에게도 일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거짓 휴직으로 지원금을 타낸 셈입니다.

일부 운전사들은 휴직이 신청된 것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업체는 사실상의 개인사업자인 지입 운전사를 직원으로 등록한 뒤 휴직 처리해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직 전세버스 운전사/음성변조 : "계속 일을 하고 있으면서 그걸 받아 먹었어요. 기사한테 고용유지지원금이 나오니까…."]

광주노동청이 지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많이 받은 전세버스 업체 8곳을 조사해 보니 6곳에서 이 같은 부정수급이 적발됐습니다.

가짜 휴직으로 받은 지원금은 1억 6천여 만 원에 이릅니다.

[이은희/광주지방고용노동청 부정수급조사과 : "승인된 계획과는 달리 휴업이나 휴직 기간 동안에 근로자를 출근시켜서 근로를 하게 했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지원금을 신청해서 받는 그런 방법으로 부정수급했음이 확인됐습니다."]

전세버스 업체의 고용지원금 부정수급은 제주와 경기 등에서도 적발됐고,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반복됐습니다.

지난해 순천에서는 운전사들이 받아야 할 지원금 2천만 원을 유용한 버스업체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불법 지입제도가 성행하면서, 지입제의 불법을 가리기 위해 운전사들은 가짜 근로계약서를 쓰는 상황.

[황우/전직 전세버스 지입 운전사 : "지입차주는 99%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습니다. 그러면 근로계약서를 어떻게 작성하느냐, 회사에서 임의로 계약서를 자기네들이 만들어서 도장을 찍어서…."]

불법 속에서 운영되는 업체들의 불투명한 고용과 회계 사정이 보조금 비리를 부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홍로/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객원교수 : "불법 지입을 하면 지입차주들을 강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족쇄가 되어서, (차주들) 스스로 불법 지입을 하고 있다.(들여다보면) 각종 불법이 상당히 난무할 겁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버스업체들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휴직 신청을 한 운전사가 잠깐 일한 경우도 적발돼 억울한 면도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탐사K] ‘관리 사각’ 전세버스 불법 지입…대안은?

[기자]

오랫동안 유지되는 불법 관행인 '전세버스 지입제'가 운전사들의 피해는 물론 보조금 관리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는 보도 전해 드렸는데요,

정부가 10년 가까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나아진 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전세버스 불법 지입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뭔지, 대안은 어떤 것인지 이어서 김정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세버스 지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건 19대 국회 때인 2013년.

이듬해 국토부는 전세버스 수급 조절과 불법 지입 단속, 협동조합 결성 등을 대책으로 내놨습니다.

하지만 운전사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습니다.

[김종필/전직 지입 전세버스 운전사 : "(여전히 문제들이 있었습니까, 협동조합에서도?) 똑같아요. 지입이나 협동조합이나 똑같아요. 모양만 협동조합이라고 해 놓고 지금도 지입비 받아먹고…."]

2018년에도 운송수입금 관리와 단속 강화가 대책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전세버스 지입 관행은 여전했고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문제점을 극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실태조사를 의뢰하고, 또 다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상황입니다.

[조오섭/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 "여러 번의 민원들이 발생했고 정부에서 거기에 대한 실태 조사를 했는데, 실태 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제시되는 대안 가운데 하나는 택시 업계처럼 전세버스도 개별사업권을 부여하는 겁니다.

개인 영업을 합법화해서 지입제의 폐단을 줄이자는 목적입니다.

[이홍로/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객원교수 : "개인 전세면허권을 주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다만 교통 안전 관리가 염려가 된다면 현재보다 각종 규제를 강화하면 됩니다."]

지입 형태를 당장 없애기 힘들다면 양성화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화물차 업계처럼 '위수탁 제도'를 도입하면 최소한 계약서라도 작성할 수 있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허이재/민주노총 전세버스연대 지부장 : "지금 현재는 내가 돈을 주고 차를 사서 내가 할부를 다 내지만, 명확히 이게 내 차다 할 수 있는 자료들이 없는 거죠. 그런데 위수탁이 합법화가 되면, 등록원부에 지입차주 이름이 딱 찍혀 있으면 '내 차야, 건드리지 마.' 이렇게 되는 거죠."]

영세 운전사들의 어려움이 더 커지기 전에 불법 지입제에 대한 대책이 실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촬영기자: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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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가짜 휴직으로 ‘코로나 지원금’…지입버스 관리 사각
    • 입력 2021-05-04 21:46:13
    • 수정2021-05-04 22:10:58
    뉴스9(광주)
[기자]

KBS는 어제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입 전세버스 운전사들이 처한 척박한 현실에 대해 전해드렸죠.

정부도 아예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닙니다.

운전사들을 해고하지 말고 휴직 상태로라도 계속 고용하면 급여는 정부에서 지급하겠다며, 지난해 전국 7백여 개 전세버스 업체에 370억여 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줬는데요.

전세버스 업체 상당수가 이른바 '가짜 휴직'으로 고용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오늘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불법 지입제도 속에 벌어진 버스 업체의 부정수급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광주의 한 전세버스 업체가 노동청에 낸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섭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한데, 운전사를 해고하는 대신 휴직을 시키고 지원금을 받아 급여를 주겠다는 겁니다.

운전사 10여 명의 8개월분 휴직급여 명목으로 업체가 받은 고용지원금은 4천여만 원.

하지만 광주노동청 조사 결과 업체는 휴직이 신청된 운전사들에게도 일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거짓 휴직으로 지원금을 타낸 셈입니다.

일부 운전사들은 휴직이 신청된 것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업체는 사실상의 개인사업자인 지입 운전사를 직원으로 등록한 뒤 휴직 처리해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직 전세버스 운전사/음성변조 : "계속 일을 하고 있으면서 그걸 받아 먹었어요. 기사한테 고용유지지원금이 나오니까…."]

광주노동청이 지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많이 받은 전세버스 업체 8곳을 조사해 보니 6곳에서 이 같은 부정수급이 적발됐습니다.

가짜 휴직으로 받은 지원금은 1억 6천여 만 원에 이릅니다.

[이은희/광주지방고용노동청 부정수급조사과 : "승인된 계획과는 달리 휴업이나 휴직 기간 동안에 근로자를 출근시켜서 근로를 하게 했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지원금을 신청해서 받는 그런 방법으로 부정수급했음이 확인됐습니다."]

전세버스 업체의 고용지원금 부정수급은 제주와 경기 등에서도 적발됐고,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반복됐습니다.

지난해 순천에서는 운전사들이 받아야 할 지원금 2천만 원을 유용한 버스업체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불법 지입제도가 성행하면서, 지입제의 불법을 가리기 위해 운전사들은 가짜 근로계약서를 쓰는 상황.

[황우/전직 전세버스 지입 운전사 : "지입차주는 99%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습니다. 그러면 근로계약서를 어떻게 작성하느냐, 회사에서 임의로 계약서를 자기네들이 만들어서 도장을 찍어서…."]

불법 속에서 운영되는 업체들의 불투명한 고용과 회계 사정이 보조금 비리를 부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홍로/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객원교수 : "불법 지입을 하면 지입차주들을 강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족쇄가 되어서, (차주들) 스스로 불법 지입을 하고 있다.(들여다보면) 각종 불법이 상당히 난무할 겁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버스업체들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휴직 신청을 한 운전사가 잠깐 일한 경우도 적발돼 억울한 면도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탐사K] ‘관리 사각’ 전세버스 불법 지입…대안은?

[기자]

오랫동안 유지되는 불법 관행인 '전세버스 지입제'가 운전사들의 피해는 물론 보조금 관리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는 보도 전해 드렸는데요,

정부가 10년 가까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나아진 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전세버스 불법 지입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뭔지, 대안은 어떤 것인지 이어서 김정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세버스 지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건 19대 국회 때인 2013년.

이듬해 국토부는 전세버스 수급 조절과 불법 지입 단속, 협동조합 결성 등을 대책으로 내놨습니다.

하지만 운전사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습니다.

[김종필/전직 지입 전세버스 운전사 : "(여전히 문제들이 있었습니까, 협동조합에서도?) 똑같아요. 지입이나 협동조합이나 똑같아요. 모양만 협동조합이라고 해 놓고 지금도 지입비 받아먹고…."]

2018년에도 운송수입금 관리와 단속 강화가 대책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전세버스 지입 관행은 여전했고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문제점을 극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실태조사를 의뢰하고, 또 다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상황입니다.

[조오섭/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 "여러 번의 민원들이 발생했고 정부에서 거기에 대한 실태 조사를 했는데, 실태 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제시되는 대안 가운데 하나는 택시 업계처럼 전세버스도 개별사업권을 부여하는 겁니다.

개인 영업을 합법화해서 지입제의 폐단을 줄이자는 목적입니다.

[이홍로/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객원교수 : "개인 전세면허권을 주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다만 교통 안전 관리가 염려가 된다면 현재보다 각종 규제를 강화하면 됩니다."]

지입 형태를 당장 없애기 힘들다면 양성화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화물차 업계처럼 '위수탁 제도'를 도입하면 최소한 계약서라도 작성할 수 있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허이재/민주노총 전세버스연대 지부장 : "지금 현재는 내가 돈을 주고 차를 사서 내가 할부를 다 내지만, 명확히 이게 내 차다 할 수 있는 자료들이 없는 거죠. 그런데 위수탁이 합법화가 되면, 등록원부에 지입차주 이름이 딱 찍혀 있으면 '내 차야, 건드리지 마.' 이렇게 되는 거죠."]

영세 운전사들의 어려움이 더 커지기 전에 불법 지입제에 대한 대책이 실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촬영기자: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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