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차구역 단속강화에 오히려 “장애인 불편 가중”

입력 2021.05.06 (07:44) 수정 2021.05.0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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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나 주민센터 등에서 주차할 곳이 없을 때에도 장애인 주차구역은 비어 있는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들을 배려하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장애인이 동승할 때만 주차할 수 있도록 법으로 강제하면서 장애인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박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0대 지체장애인 아들과 함께 사는 이태연 할머니.

하루에 서너 차례씩 아들 양홍석 씨를 병원과 복지관에 데려다 줍니다.

그런데 최근 불법주차 고지서들이 집으로 날아왔습니다.

이 할머니가 가끔씩 홀로 장을 보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것을 이웃주민이 촬영해 구청에 신고한 겁니다.

[이태연/대구 만촌동 : "제가 장을 보고 와서 우리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려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했는데, 장애인이 타지 않았다고 사진을 찍어서... 정말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주차구역 단속기준을 강화하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보호자 등 비장애인이 장애인 주차표지만 빌려 얌체 주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차 시 장애인을 동승하지 않으면 단속대상이라고 명시한 겁니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장애인 가족은 이 할머니 가족뿐입니다.

결국 거동이 불편한 양 씨가 아파트 출입구에 혼자 남겨진 채 어머니가 차를 몰고 올 때까지 기다리다 넘어져 크게 다치기까지 했습니다.

[박하나/경북장애인권익협회 과장 : "주거지역 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서 단속 기준을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KBS가 이 사안을 취재하자 보건복지부는 문제점에 공감한다며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속을 우선시한 장애인 주차구역 운영 행정이 오히려 장애인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촬영기자:백재민/그래픽: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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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주차구역 단속강화에 오히려 “장애인 불편 가중”
    • 입력 2021-05-06 07:44:15
    • 수정2021-05-06 0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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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나 주민센터 등에서 주차할 곳이 없을 때에도 장애인 주차구역은 비어 있는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들을 배려하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장애인이 동승할 때만 주차할 수 있도록 법으로 강제하면서 장애인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박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0대 지체장애인 아들과 함께 사는 이태연 할머니.

하루에 서너 차례씩 아들 양홍석 씨를 병원과 복지관에 데려다 줍니다.

그런데 최근 불법주차 고지서들이 집으로 날아왔습니다.

이 할머니가 가끔씩 홀로 장을 보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것을 이웃주민이 촬영해 구청에 신고한 겁니다.

[이태연/대구 만촌동 : "제가 장을 보고 와서 우리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려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했는데, 장애인이 타지 않았다고 사진을 찍어서... 정말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주차구역 단속기준을 강화하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보호자 등 비장애인이 장애인 주차표지만 빌려 얌체 주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차 시 장애인을 동승하지 않으면 단속대상이라고 명시한 겁니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장애인 가족은 이 할머니 가족뿐입니다.

결국 거동이 불편한 양 씨가 아파트 출입구에 혼자 남겨진 채 어머니가 차를 몰고 올 때까지 기다리다 넘어져 크게 다치기까지 했습니다.

[박하나/경북장애인권익협회 과장 : "주거지역 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서 단속 기준을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KBS가 이 사안을 취재하자 보건복지부는 문제점에 공감한다며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속을 우선시한 장애인 주차구역 운영 행정이 오히려 장애인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촬영기자:백재민/그래픽: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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