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장] 40대 노동자 숨진 현대제철…그날 무슨 일이?

입력 2021.05.10 (19:16) 수정 2021.05.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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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 들고 나오셨나요?

[기자]

네, 그제(8일) 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어난 40대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 사고에 대한 얘기입니다.

15년 넘게 현대제철에서 근무했던 44살 김 모 씨가

나홀로 설비를 점검하다가 육중한 설비에 머리가 끼여 생을 마감했습니다.

[앵커]

노동자들이 설비에 끼어 숨지는 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김용균 씨 사고를 비롯해 계속 끊이질 않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사고는 어쩌다 일어난 건가요?

[기자]

네, 사고가 난 그제 현대제철 당진공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오후 4시쯤, 사고를 당한 김 씨를 비롯해 당시 근무조원들은 공장 설비에 이상이 있는지 돌아다니며 확인하는 일상 점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속을 가열하는 가열로 아래에서 "틱, 틱"하는 이상한 소음이 나는 것을 확인합니다.

가열로 아래에 있는 워킹빔이라는 게 문제였습니다.

워킹빔은 대형 쇳덩이를 차례대로 가열하기 위해 이동시키는 설비인데요.

이름처럼 자동으로 좌우로 움직이는 설비입니다.

여기에 이상이 감지되자 김 씨는 5시간쯤 뒤인 밤 9시 15분, 혼자 이 설비를 정밀하게 점검하기 위해 가열로 아랫부분으로 들어갔고요.

워킹빔에 머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점검하러 간 뒤 김 씨가 한참을 복귀하지 않자 동료들이 김 씨를 찾아 나섰고요,

결국, 김 씨는 밤 10시 50분쯤 바닥에 쓰러져 발견됐고 병원으로 이송도중 숨졌습니다.

[앵커]

설비를 점검하던 중이었다면 안전장비를 했을 텐데, 어떻게 사망 사고로 이어진 건가요?

[기자]

네, 김 씨는 물론 안전모 같은 안전장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워킹빔과 기둥 사이에 머리가 끼었습니다.

워킹빔이 한 번 움직일 때 50초가 걸린다고 하는데,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유압실린더 방식으로 움직이는 설비이기 때문에 압력이 굉장히 강하다고 합니다.

김 씨가 쓰고 있던 안전모에서 깊게 눌린 자국이 발견됐고 또 머리에서 출혈도 확인됐습니다.

김 씨는 발견되자마자 119에 의해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미 이송 과정에서 맥박이 끊긴 상태였습니다.

자동화된 대형 설비에 결국, 안전장비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앵커]

안전장비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위험한 작업 환경이라면 노동자가 가까이 접근하는걸 애초에 차단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앞서 사고 장소가 가열로 아래였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상당히 넓은 지하공간입니다.

워킹빔이 움직이는 동선에 방호울타리를 설치하거나 사람이 있으면 자동으로 멈추는 센서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사고 장소에는 이런 기본적인 안전 장치가 전혀 없었습니다.

김 씨 동료들은 사고 장소가 이상 여부를 점검할 때뿐만 아니라 윤활유를 주입하는 등 일상적인 작업을 할 때도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사고 이후 점검을 해보니 이런 곳은 한 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공장 안에 같거나 비슷한 설비가 3개가 더 있었고요, 다른 공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 씨 동료들은 전부터 사측에 이런 위험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점이 노동자들이 이번 사고가 "현대제철에 의한 살인"이라고까지 말하는 이유인 것 같은데,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마련돼 있죠.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시죠.

92조를 보면, 사업주는 각종 기계의 정비나 검사, 수리 같은 작업을 할 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해당 기계의 운전을 정지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번엔 223조를 볼까요.

사업주는 로봇의 운전으로 인해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높이 1.8미터 이상의 울타리를 설치하여야 하며, 컨베이어 설치 등으로 울타리를 설치할 수 없는 일부 구간에 대해서는 감응형 방호장치, 즉 센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조사가 좀 더 진행돼야겠지만, 이런 규정들을 볼 때 사측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법이 이미 있는데도 노동 현장에서 반영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건 좀 더 강력한 처벌규정이 필요하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래서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이 제정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 이후 입법이 논의돼 오다가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요, 내년 1월 27일 시행됩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의 경우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하는 데 반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데서 우선 차이가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요.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또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단,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경영계에서는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지게 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에서는 유예 조항이 생기고 처벌 수위가 낮아지면서 입법 취지가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는데요.

노동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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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팀장] 40대 노동자 숨진 현대제철…그날 무슨 일이?
    • 입력 2021-05-10 19:16:49
    • 수정2021-05-10 19:57:56
    뉴스7(대전)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 들고 나오셨나요?

[기자]

네, 그제(8일) 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어난 40대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 사고에 대한 얘기입니다.

15년 넘게 현대제철에서 근무했던 44살 김 모 씨가

나홀로 설비를 점검하다가 육중한 설비에 머리가 끼여 생을 마감했습니다.

[앵커]

노동자들이 설비에 끼어 숨지는 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김용균 씨 사고를 비롯해 계속 끊이질 않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사고는 어쩌다 일어난 건가요?

[기자]

네, 사고가 난 그제 현대제철 당진공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오후 4시쯤, 사고를 당한 김 씨를 비롯해 당시 근무조원들은 공장 설비에 이상이 있는지 돌아다니며 확인하는 일상 점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속을 가열하는 가열로 아래에서 "틱, 틱"하는 이상한 소음이 나는 것을 확인합니다.

가열로 아래에 있는 워킹빔이라는 게 문제였습니다.

워킹빔은 대형 쇳덩이를 차례대로 가열하기 위해 이동시키는 설비인데요.

이름처럼 자동으로 좌우로 움직이는 설비입니다.

여기에 이상이 감지되자 김 씨는 5시간쯤 뒤인 밤 9시 15분, 혼자 이 설비를 정밀하게 점검하기 위해 가열로 아랫부분으로 들어갔고요.

워킹빔에 머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점검하러 간 뒤 김 씨가 한참을 복귀하지 않자 동료들이 김 씨를 찾아 나섰고요,

결국, 김 씨는 밤 10시 50분쯤 바닥에 쓰러져 발견됐고 병원으로 이송도중 숨졌습니다.

[앵커]

설비를 점검하던 중이었다면 안전장비를 했을 텐데, 어떻게 사망 사고로 이어진 건가요?

[기자]

네, 김 씨는 물론 안전모 같은 안전장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워킹빔과 기둥 사이에 머리가 끼었습니다.

워킹빔이 한 번 움직일 때 50초가 걸린다고 하는데,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유압실린더 방식으로 움직이는 설비이기 때문에 압력이 굉장히 강하다고 합니다.

김 씨가 쓰고 있던 안전모에서 깊게 눌린 자국이 발견됐고 또 머리에서 출혈도 확인됐습니다.

김 씨는 발견되자마자 119에 의해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미 이송 과정에서 맥박이 끊긴 상태였습니다.

자동화된 대형 설비에 결국, 안전장비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앵커]

안전장비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위험한 작업 환경이라면 노동자가 가까이 접근하는걸 애초에 차단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앞서 사고 장소가 가열로 아래였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상당히 넓은 지하공간입니다.

워킹빔이 움직이는 동선에 방호울타리를 설치하거나 사람이 있으면 자동으로 멈추는 센서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사고 장소에는 이런 기본적인 안전 장치가 전혀 없었습니다.

김 씨 동료들은 사고 장소가 이상 여부를 점검할 때뿐만 아니라 윤활유를 주입하는 등 일상적인 작업을 할 때도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사고 이후 점검을 해보니 이런 곳은 한 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공장 안에 같거나 비슷한 설비가 3개가 더 있었고요, 다른 공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 씨 동료들은 전부터 사측에 이런 위험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점이 노동자들이 이번 사고가 "현대제철에 의한 살인"이라고까지 말하는 이유인 것 같은데,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마련돼 있죠.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시죠.

92조를 보면, 사업주는 각종 기계의 정비나 검사, 수리 같은 작업을 할 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해당 기계의 운전을 정지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번엔 223조를 볼까요.

사업주는 로봇의 운전으로 인해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높이 1.8미터 이상의 울타리를 설치하여야 하며, 컨베이어 설치 등으로 울타리를 설치할 수 없는 일부 구간에 대해서는 감응형 방호장치, 즉 센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조사가 좀 더 진행돼야겠지만, 이런 규정들을 볼 때 사측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법이 이미 있는데도 노동 현장에서 반영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건 좀 더 강력한 처벌규정이 필요하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래서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이 제정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 이후 입법이 논의돼 오다가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요, 내년 1월 27일 시행됩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의 경우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하는 데 반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데서 우선 차이가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요.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또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단,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경영계에서는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지게 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에서는 유예 조항이 생기고 처벌 수위가 낮아지면서 입법 취지가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는데요.

노동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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