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는 쌈짓돈…의원 식당서 ‘셀프 결제’, 휴일에도 ‘펑펑’

입력 2021.05.11 (10:24) 수정 2021.05.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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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아 지방자치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보는 KBS창원 연중기획 순서입니다.

KBS는 경남 18개 시·군 기초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들여다보고 적절성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연속 보도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의원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수백만 원어치를 결제하거나, 휴일에 집 주변이나 전국의 음식점에서 사용한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차주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점심시간, 사천의 한 식당입니다.

사천시의회 김규헌 의원이 손님들의 식사비 계산 일을 도맡고 있습니다.

김 의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인 겁니다.

["(김규헌 의원님 맞으세요?) 네, 어떻게 압니까. (식당에) 잘 안 있는데 오늘따라 다른 손님이 오신다고 해서..."]

사천시의회 의장단이 지난 2년 6개월 동안 이 식당에서 쓴 업무추진비는 12차례, 311만여 원!

이 가운데 전반기 의장단이었던 김 의원이 결제한 것은 7차례, 182만여 원으로 절반이 넘습니다.

사용 내역은 '간담회', 간담회 주제나 참석자 내역도 없습니다.

[김규헌/사천시의원/전반기 의회운영위원장 : "가서 맛 좀 보자고 (상임위 위원들이) 자기들이 건의해서 저도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했고... 본인이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 먹지 말라고 지침을 줬으면 틀림없이 안 했을 겁니다."]

같은 기간, 산청군 의장단이 11차례에 걸쳐 업무추진비 182만여 원을 쓴 식당입니다.

김수한 의원이 소유하고, 가족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수한/산청군의원 : "(의장단이) 저를 보고 (해당 식당에) 갔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운영위원장 것 (업무추진비) 몇 번 써 본 적은 있습니다. (가족 식당에서) 한두 번 써봤을까? 동생이 (식당) 하는데 거기 가서 밥 먹고, 밥 먹었으면 밥값 줘야 하잖아요."]

주말 사용도 허다합니다.

경남 18개 시·군 의회 가운데 주말 사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된 하동군의회 의장단!

2018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주말에 쓴 업무추진비만 307차례에 걸쳐 2천5백여만 원에 이릅니다.

신재범 전반기 의장은 주말 사용 55건 가운데 32건, 3백여만 원을 자신의 거주지인 옥종면에서 썼습니다.

대부분 '직원 격려'라고 적혀 있지만, 주민들의 말은 다릅니다.

[하동군 옥종면 ○○식당 주인/음성변조 : "(전반기 의장님은) 민원인들이랑 오죠. (직원들이랑 오는 건...) 직원은 (주말에) 여기 올 이유가 없죠."]

[하동군 옥종면 △△식당주인/음성변조 : "주말에는 행사 아닐 때는 수행원하고 같이 온 것 같지는 않아요."]

주말에 서울의 고깃집과 통영의 게장집 등 다른 지역에서 쓴 7건도 대부분 '직원 격려용'으로 올렸습니다.

[신재범/하동군의원/전반기 의장 : "다수 민원도 많고 할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밤에도 회의를 가끔 합니다. (서울 사용은) 출장 가서 손님과 식사한 건데 공무원들이 오류가 있었는가 봅니다."]

윤영현 전반기 산업건설위원장도 주말에만 90차례 408만여 원!

거주지인 금남면에서 17차례, 특정 소고깃집에서만 18차례, 123만 원을 썼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지방의원의 사례에 대해 예산 목적에서 벗어난 사용으로, 행동강령을 어겼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휴일이나 관할이 아닌 곳에서 사용을 제한하도록 조례 제정을 권고하고 있지만, 하동과 함양, 의령, 밀양 등 경남 4개 기초의회는 관련 조례나 규칙이 아예 없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박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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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추진비는 쌈짓돈…의원 식당서 ‘셀프 결제’, 휴일에도 ‘펑펑’
    • 입력 2021-05-11 10:23:59
    • 수정2021-05-11 10:57:19
    930뉴스(창원)
[앵커]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아 지방자치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보는 KBS창원 연중기획 순서입니다.

KBS는 경남 18개 시·군 기초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들여다보고 적절성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연속 보도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의원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수백만 원어치를 결제하거나, 휴일에 집 주변이나 전국의 음식점에서 사용한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차주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점심시간, 사천의 한 식당입니다.

사천시의회 김규헌 의원이 손님들의 식사비 계산 일을 도맡고 있습니다.

김 의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인 겁니다.

["(김규헌 의원님 맞으세요?) 네, 어떻게 압니까. (식당에) 잘 안 있는데 오늘따라 다른 손님이 오신다고 해서..."]

사천시의회 의장단이 지난 2년 6개월 동안 이 식당에서 쓴 업무추진비는 12차례, 311만여 원!

이 가운데 전반기 의장단이었던 김 의원이 결제한 것은 7차례, 182만여 원으로 절반이 넘습니다.

사용 내역은 '간담회', 간담회 주제나 참석자 내역도 없습니다.

[김규헌/사천시의원/전반기 의회운영위원장 : "가서 맛 좀 보자고 (상임위 위원들이) 자기들이 건의해서 저도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했고... 본인이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 먹지 말라고 지침을 줬으면 틀림없이 안 했을 겁니다."]

같은 기간, 산청군 의장단이 11차례에 걸쳐 업무추진비 182만여 원을 쓴 식당입니다.

김수한 의원이 소유하고, 가족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수한/산청군의원 : "(의장단이) 저를 보고 (해당 식당에) 갔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운영위원장 것 (업무추진비) 몇 번 써 본 적은 있습니다. (가족 식당에서) 한두 번 써봤을까? 동생이 (식당) 하는데 거기 가서 밥 먹고, 밥 먹었으면 밥값 줘야 하잖아요."]

주말 사용도 허다합니다.

경남 18개 시·군 의회 가운데 주말 사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된 하동군의회 의장단!

2018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주말에 쓴 업무추진비만 307차례에 걸쳐 2천5백여만 원에 이릅니다.

신재범 전반기 의장은 주말 사용 55건 가운데 32건, 3백여만 원을 자신의 거주지인 옥종면에서 썼습니다.

대부분 '직원 격려'라고 적혀 있지만, 주민들의 말은 다릅니다.

[하동군 옥종면 ○○식당 주인/음성변조 : "(전반기 의장님은) 민원인들이랑 오죠. (직원들이랑 오는 건...) 직원은 (주말에) 여기 올 이유가 없죠."]

[하동군 옥종면 △△식당주인/음성변조 : "주말에는 행사 아닐 때는 수행원하고 같이 온 것 같지는 않아요."]

주말에 서울의 고깃집과 통영의 게장집 등 다른 지역에서 쓴 7건도 대부분 '직원 격려용'으로 올렸습니다.

[신재범/하동군의원/전반기 의장 : "다수 민원도 많고 할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밤에도 회의를 가끔 합니다. (서울 사용은) 출장 가서 손님과 식사한 건데 공무원들이 오류가 있었는가 봅니다."]

윤영현 전반기 산업건설위원장도 주말에만 90차례 408만여 원!

거주지인 금남면에서 17차례, 특정 소고깃집에서만 18차례, 123만 원을 썼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지방의원의 사례에 대해 예산 목적에서 벗어난 사용으로, 행동강령을 어겼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휴일이나 관할이 아닌 곳에서 사용을 제한하도록 조례 제정을 권고하고 있지만, 하동과 함양, 의령, 밀양 등 경남 4개 기초의회는 관련 조례나 규칙이 아예 없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박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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