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지도비는 교직원 쌈짓돈?…카톡 한번에 13만 원, 옷 바꿔 입고 속임수도

입력 2021.05.12 (06:34) 수정 2021.05.1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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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립대학은 학생들이 내는 수업료 일부를 학생지도비 명목으로 교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데요.

국민권익위원회가 실태 조사를 해봤더니 카카오톡 상담 1건에 13만 원을 지급하는가 하면 각종 편법을 동원해 실적을 부풀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한해 10개 국립대에서만 94억 원의 학생지도비가 교직원들에게 부당지급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38곳 전체 국립대가 학생지도비에 사용한 돈은 1100억 원이 넘습니다.

송명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10분에 10만 원.

경북대 한 교직원은 학생을 상담했다며 '학생지도비'로 이렇게 받았습니다.

전북대에선 교직원 한 명이 학생 5명을 동시에 만나고는 한 명당 20만 원씩을 학생지도비로 받았습니다.

'학생 지도'가 대체 뭔지, 구체적으로 규정돼있지 않다 보니, 교직원들은 이렇게 학생 상담을 학생지도 내역으로 많이 올립니다.

[김응태/국민권익위원회 : "복지·보조금 부정신고센터장 실적에는 20번 만났다고 되어 있는데, 2번 만났거나 아예 한 번도 안 만나 본 사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 19로 교직원과 학생의 접촉이 쉽지 않던 상황, 그런데도 일부 대학에선 상담이 원활히 진행됐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도 상담으로 인정한 겁니다.

어떤 내용을 상담이라 한 건지 확인해 봤습니다.

"잘 지내는지, 온라인 수업은 잘하고 있는지", 이런 안부 정도도 학생 지도가 됐습니다.

카카오톡 한 건 당 13만 원, 한 교직원은 370만 원을 학생지도비로 받았습니다.

단순한 이메일 발송이 '학생지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학생 30명에게 학교 홈페이지의 공지 사항을 다시 전하고는, 1명이라도 메일을 열어보면 실적이 됐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 사례입니다.

[김응태 : "학교 게시판에 공지된 내용을 학생들에게 메일로 보내면 그게 상담 지도활동으로 인정되고 연간 500만 원 탄 경우도 있고요."]

순천대에선 눈속임으로 실적을 부풀리기도 했습니다.

학내 순찰 같은 안전지도를 하면서 겉옷을 더 챙겨와 바꿔 입고는 서로 다른 날 활동인 것처럼 사진을 찍어 냈습니다.

[○○ 대학 관계자/음성변조 :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아마 작년에 코로나 상황 때문에 조금 소홀한 부분도 있었는가 봐요."]

규정도, 감독도 허술한 학생지도비 집행 실태가 드러나자, 교육부는 38개 국립대학 모두에 대해 특별 감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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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지도비는 교직원 쌈짓돈?…카톡 한번에 13만 원, 옷 바꿔 입고 속임수도
    • 입력 2021-05-12 06:34:33
    • 수정2021-05-12 06:42:46
    뉴스광장 1부
[앵커]

국립대학은 학생들이 내는 수업료 일부를 학생지도비 명목으로 교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데요.

국민권익위원회가 실태 조사를 해봤더니 카카오톡 상담 1건에 13만 원을 지급하는가 하면 각종 편법을 동원해 실적을 부풀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한해 10개 국립대에서만 94억 원의 학생지도비가 교직원들에게 부당지급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38곳 전체 국립대가 학생지도비에 사용한 돈은 1100억 원이 넘습니다.

송명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10분에 10만 원.

경북대 한 교직원은 학생을 상담했다며 '학생지도비'로 이렇게 받았습니다.

전북대에선 교직원 한 명이 학생 5명을 동시에 만나고는 한 명당 20만 원씩을 학생지도비로 받았습니다.

'학생 지도'가 대체 뭔지, 구체적으로 규정돼있지 않다 보니, 교직원들은 이렇게 학생 상담을 학생지도 내역으로 많이 올립니다.

[김응태/국민권익위원회 : "복지·보조금 부정신고센터장 실적에는 20번 만났다고 되어 있는데, 2번 만났거나 아예 한 번도 안 만나 본 사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 19로 교직원과 학생의 접촉이 쉽지 않던 상황, 그런데도 일부 대학에선 상담이 원활히 진행됐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도 상담으로 인정한 겁니다.

어떤 내용을 상담이라 한 건지 확인해 봤습니다.

"잘 지내는지, 온라인 수업은 잘하고 있는지", 이런 안부 정도도 학생 지도가 됐습니다.

카카오톡 한 건 당 13만 원, 한 교직원은 370만 원을 학생지도비로 받았습니다.

단순한 이메일 발송이 '학생지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학생 30명에게 학교 홈페이지의 공지 사항을 다시 전하고는, 1명이라도 메일을 열어보면 실적이 됐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 사례입니다.

[김응태 : "학교 게시판에 공지된 내용을 학생들에게 메일로 보내면 그게 상담 지도활동으로 인정되고 연간 500만 원 탄 경우도 있고요."]

순천대에선 눈속임으로 실적을 부풀리기도 했습니다.

학내 순찰 같은 안전지도를 하면서 겉옷을 더 챙겨와 바꿔 입고는 서로 다른 날 활동인 것처럼 사진을 찍어 냈습니다.

[○○ 대학 관계자/음성변조 :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아마 작년에 코로나 상황 때문에 조금 소홀한 부분도 있었는가 봐요."]

규정도, 감독도 허술한 학생지도비 집행 실태가 드러나자, 교육부는 38개 국립대학 모두에 대해 특별 감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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