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백신 관광’ 현실화…부자만 특혜?

입력 2021.05.12 (18:02) 수정 2021.05.1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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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신 관광'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백신이 부족한 나라에서 미국처럼 백신 남아도는 나라로 떠나는 관광입니다.

백신도 맞고 관광도 한다고? '나도 가볼까' 생각하는 사람도 생기지만, 전 세계적으로 백신이 모자라는데 '이게 맞는 거냐'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백신 관광'이 정확히 어떤 겁니까?

[기자]

네, 태국 여행사가 내놨다,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들에서 러시아에 백신 맞으러 간다, 이런 얘기가 외신을 통해 많이 나오는데, 태국의 한 여행사가 내놓은 상품을 보면요.

행선지는 미국, 열흘 정도 다녀오는 겁니다.

대략적인 일정은 이렇습니다.

특급호텔에 머물며 관광, 쇼핑하다가 나흘째 되는 날, 백신 맞습니다.

백신 종류는 한 번 맞으면 되는 존슨앤드존슨 사의 '얀센' 백신입니다.

[앵커]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기자]

미국 패키지 경우 인원과 구성에 따라 다르긴 한데, 우리 돈 3백에서 7백만 원 사이입니다.

출시 일주일 만에 모집 정원 다 채웠고요,

이미 지난 월요일(10일) 좌석 꽉 채워 출발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미국 가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기자]

네, 백신 접종을 원하는 사람들 대부분 미국 쳐다봅니다.

미국은 백신 수출 막아놓고 국내에만 공급해서 이미 접종률 50% 육박하고, 백신은 남아도는 상황이거든요.

미국도 처음엔 나이나 국적, 지역 제한을 뒀지만, 그다음엔 미국에 사는 주소만 증명되면 누구나 접종시켜줬고, 이젠 외국인까지 단기 체류해도 미국 안에 있기만 하면 맞춰주는 단계가 됐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이웃한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많이 간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그중에서도 멕시코, 라틴아메리카에서 많이 간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자국 내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실제로, 멕시코시티에서 미국으로 간 항공 여행객은 2월 9만여 명에서 지난달 2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어디로 갔을까? 보면 휴스턴과 댈러스가 가장 많았고,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가 뒤를 이었습니다.

[앵커]

최근 뉴스 보니까 뉴욕시 시장이 '관광객들 뉴욕 와라, 백신 공짜로 맞춰주겠다' 광고했더라고요,

외국인도 미국에 가면 무조건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주는 주가 있고, 준다는 주도 일부 도시, 일부 접종 시설만 가능합니다.

지금 보시는 게 한 여행사의 '백신 관광' 홍보물인데, 몇 개 주, 그중에서도 도시 이름이 적혀 있지요.

이런 식입니다.

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놔주는 주가 있고, 몇 가지 요건은 따지는 주 등 주별로 조건도 좀 다릅니다.

한편 뉴욕시는 이번 주말부터 타임스퀘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같은 관광 명소에 이동식 백신 버스를 띄웁니다.

알래스카는 6월부터 공항에서 놔줍니다.

백신을 관광객 유치에 활용하는 겁니다.

지리적으로 라틴아메리카와 가까운 플로리다는 사실 이 백신 원정대가 폭주할까 봐 외국인은 최소한 '비즈니스 목적'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규정은 하고 있는데, 그래도 몰려드는 백신 관광객 막지는 않고 있습니다.

[백신 관광객 : "멕시코에서는 백신이 없어서, 고령층만 접종할 수 있어요. 저 같은 젊은 사람들은 접종받을 가능성이 없어요. 여기(마이애미) 오는 게 더 쉬웠어요."]

[앵커]

'백신 관광' 우려할 만한 점은 없습니까?

[기자]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 미국 가서 화이자나 얀센 백신 맞고 와도 자가 격리 14박 15일 해야 합니다.

백신 맞으면 해외 다녀와도 자가격리 면제한다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국내 접종 얘깁니다.

해외 접종은 '접종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아직은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은경/중앙방역대책본부장/지난 10일, 정례 브리핑 : "나라별로 예방접종증명서를 발급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것을 공신력 있게 확인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협의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거지…."]

의료적 문제도 있습니다.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 생기면 치료받는다 장담할 수 없습니다.

돈이 많이 들 수도 있고, 법적 책임 묻기도 쉽지 않습니다.

[앵커]

무턱대고 백신 관광 가면 안 된다는 건데, 사실 가고 싶다고 해서 다 갈 수 있는 건 아닌데요?

[기자]

네, 생각해보면요,

오가는데 항공료, 호텔비 등 여행 비용이 꽤 들고요,

또 다녀오면 자가 격리를 보름 이상 해야 합니다.

일자리 걱정 없고 형편 넉넉한 사람들 위한 관광일 수밖에 없는 거죠.

게다가 미국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백신 없어서 못 맞는데 남는 백신이 있으면 다른 나라에 돌려야지 그걸 이런 '부자 좋은 방식'으로 돌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죠.

세계보건기구는 '백신 사막'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백신 기다리는 나라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부자만, 부자나라만 백신 맞는다고 해서 코로나19가 끝나는 건 아닐 텐데요,

서영민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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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2 18:02:34
    • 수정2021-05-12 18:26:36
    통합뉴스룸ET
[앵커]

'백신 관광'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백신이 부족한 나라에서 미국처럼 백신 남아도는 나라로 떠나는 관광입니다.

백신도 맞고 관광도 한다고? '나도 가볼까' 생각하는 사람도 생기지만, 전 세계적으로 백신이 모자라는데 '이게 맞는 거냐'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백신 관광'이 정확히 어떤 겁니까?

[기자]

네, 태국 여행사가 내놨다,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들에서 러시아에 백신 맞으러 간다, 이런 얘기가 외신을 통해 많이 나오는데, 태국의 한 여행사가 내놓은 상품을 보면요.

행선지는 미국, 열흘 정도 다녀오는 겁니다.

대략적인 일정은 이렇습니다.

특급호텔에 머물며 관광, 쇼핑하다가 나흘째 되는 날, 백신 맞습니다.

백신 종류는 한 번 맞으면 되는 존슨앤드존슨 사의 '얀센' 백신입니다.

[앵커]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기자]

미국 패키지 경우 인원과 구성에 따라 다르긴 한데, 우리 돈 3백에서 7백만 원 사이입니다.

출시 일주일 만에 모집 정원 다 채웠고요,

이미 지난 월요일(10일) 좌석 꽉 채워 출발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미국 가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기자]

네, 백신 접종을 원하는 사람들 대부분 미국 쳐다봅니다.

미국은 백신 수출 막아놓고 국내에만 공급해서 이미 접종률 50% 육박하고, 백신은 남아도는 상황이거든요.

미국도 처음엔 나이나 국적, 지역 제한을 뒀지만, 그다음엔 미국에 사는 주소만 증명되면 누구나 접종시켜줬고, 이젠 외국인까지 단기 체류해도 미국 안에 있기만 하면 맞춰주는 단계가 됐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이웃한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많이 간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그중에서도 멕시코, 라틴아메리카에서 많이 간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자국 내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실제로, 멕시코시티에서 미국으로 간 항공 여행객은 2월 9만여 명에서 지난달 2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어디로 갔을까? 보면 휴스턴과 댈러스가 가장 많았고,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가 뒤를 이었습니다.

[앵커]

최근 뉴스 보니까 뉴욕시 시장이 '관광객들 뉴욕 와라, 백신 공짜로 맞춰주겠다' 광고했더라고요,

외국인도 미국에 가면 무조건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주는 주가 있고, 준다는 주도 일부 도시, 일부 접종 시설만 가능합니다.

지금 보시는 게 한 여행사의 '백신 관광' 홍보물인데, 몇 개 주, 그중에서도 도시 이름이 적혀 있지요.

이런 식입니다.

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놔주는 주가 있고, 몇 가지 요건은 따지는 주 등 주별로 조건도 좀 다릅니다.

한편 뉴욕시는 이번 주말부터 타임스퀘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같은 관광 명소에 이동식 백신 버스를 띄웁니다.

알래스카는 6월부터 공항에서 놔줍니다.

백신을 관광객 유치에 활용하는 겁니다.

지리적으로 라틴아메리카와 가까운 플로리다는 사실 이 백신 원정대가 폭주할까 봐 외국인은 최소한 '비즈니스 목적'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규정은 하고 있는데, 그래도 몰려드는 백신 관광객 막지는 않고 있습니다.

[백신 관광객 : "멕시코에서는 백신이 없어서, 고령층만 접종할 수 있어요. 저 같은 젊은 사람들은 접종받을 가능성이 없어요. 여기(마이애미) 오는 게 더 쉬웠어요."]

[앵커]

'백신 관광' 우려할 만한 점은 없습니까?

[기자]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 미국 가서 화이자나 얀센 백신 맞고 와도 자가 격리 14박 15일 해야 합니다.

백신 맞으면 해외 다녀와도 자가격리 면제한다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국내 접종 얘깁니다.

해외 접종은 '접종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아직은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은경/중앙방역대책본부장/지난 10일, 정례 브리핑 : "나라별로 예방접종증명서를 발급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것을 공신력 있게 확인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협의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거지…."]

의료적 문제도 있습니다.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 생기면 치료받는다 장담할 수 없습니다.

돈이 많이 들 수도 있고, 법적 책임 묻기도 쉽지 않습니다.

[앵커]

무턱대고 백신 관광 가면 안 된다는 건데, 사실 가고 싶다고 해서 다 갈 수 있는 건 아닌데요?

[기자]

네, 생각해보면요,

오가는데 항공료, 호텔비 등 여행 비용이 꽤 들고요,

또 다녀오면 자가 격리를 보름 이상 해야 합니다.

일자리 걱정 없고 형편 넉넉한 사람들 위한 관광일 수밖에 없는 거죠.

게다가 미국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백신 없어서 못 맞는데 남는 백신이 있으면 다른 나라에 돌려야지 그걸 이런 '부자 좋은 방식'으로 돌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죠.

세계보건기구는 '백신 사막'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백신 기다리는 나라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부자만, 부자나라만 백신 맞는다고 해서 코로나19가 끝나는 건 아닐 텐데요,

서영민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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